중국 제 5세대를 열었다는 첸카이거의 '황토지', 기필코 스크린으로 보아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나에게 손꼽아기다렸던 NO.1 작품이었다.
간단히 중국 5세대의 영화는 천안문 사태이후로 나눠지며 문화혁명을 거진 감독들의 작품이다. 영화 개척자들인 제 1세대는 1930년대 5.4의 사실주의 정신에 기초한 현대적 중국영화의 개창자이며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추구했던 제 2 세대는 1930 말-1940 초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을 겪었다.인민 공화국이 성립되고 등장한 제 3 세대는 문혁을 경험하지만, 5세대와 달리 문혁 이전의 항일전쟁, 2차대전, 국민당 압제, 그리고 투쟁의 희망기를 경험을 했으며 제 4 세대는 1980년 문혁으로 늦게 출발, 5세대와 함께 활동했다.5 세대는 정통적인 영화 공부를 한 세대이며1980년 문혁 이후 공부, 창작한 세대로 이전작품과 달리 자국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역사를 영화화했다.문화혁명은 자국내 감독에게 새로운 의식들을 일깨워주었으며 그로인해 역사에 대한 자기반성이 가능해졌다.5세대 감독들은 개인을 중심으로 하여 감독의 의식자체를 영화속에 함축시킨다.첸카이거는 이러한 중국영사에 대한 '자의식'으로 상당히 놀라운 카메라워크를 구사함으로서 세계를 주목시켰다.
영화는 검은백그라운드에 노란글씨로 오프닝을 시작한다.영화의 기초배경이 되는 약력 쯤이 그 내용인데 글씨 자체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듯했다.아마 이 느낌은 오프닝 이후 광활하다 못해 황폐되니 황토지와 누리끼리한 텅빈 하늘이 반복 오버랩 되는 이미지상의 충돌-감정과 맞닿아있었기 �문이다.한남자, 팔로군 병사가 홀로 어느 마을에 도착한다.그 외에는 생명체가 아무것도 없을 듯한 말그대로 바위산만이 보인다.스크린 가득 메운 거친 바위산은 이 영화의 '제목, 황토지'를 시각화 한것이 명백했고 이글어진 모습의 형상이 기괴하기 짝이없다.일반적으로 넓고 평온함을 상징하는 하늘은 마치 자유를 박탈당한듯 크르니의 윗자리, 아니 틈이라해도 무방할 만큼 겨우 보인다.그러한 하늘-틈사이에는 니무 한그루가 처량하게 서있다.이공간은 영화 내내 반복을 통해 보여진다.이러한 자연, 아니 추상화라 할만큼의 극도의 미니멀리즘적 구도사이로 붉은 행렬이 지나간다.중국의 전통결혼식으로 붉은 마차를 남성들이 이끌며 축제한판을 벌인다.붉은 마차를 보여주는 카메라 구도역시 사뭇 다르다.줌-인 되어 스크린 전부를 가득 메운다.이 현상은 '기괴함', 혹은 '낯섬'으로 다가온다.평면적 컷과 풀 쇼트가 아닌 미듐 숏으로 가득잡아 몹(집단)숏을 이질적인 느낌으로 끌어낸다.누가 이 화면의 주도권을 주고있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일반적인 행동-반응 쇼트를 벗어나 이 영화는 집단의 뒷모습을 반응숏으로 놓기도 하고 풀쇼트없이 가까이 대상들을 잡아내서 한시도 눈을 떼지못하는 영상미를 구축한다.얼그러져있는 군중 중앙에는 마을을 걸어오던 팔로군 병사가 눈에 띈다.그들의 피부는 모두 붉은 황토빛이었지만 유독 희멀건해 보이는 제복때문이다.'황토지'의 내러티브는 지금와서 생각한다면 상당히 도식적이며 때에 따라서는 상투적이기까지 하다.하지만 주목할 것은, 아니 주목하지 않아도 주목당하게 되는 부분은 바로 '영상'에 있다.'첸카이거'는 '영화의 미학'을 상당한 솜씨로 구사한다.이러한 촬영은 현재 유명한 감독인 '장이모우'가 맡았으며 20년이 지난 지금도 행해지고있지 않은 독자적이며 혁신적인, 아니 괴기하다해도 될 정도다.다시 말해 누구도 쇼트의 주인공이 아닌듯 영화의 문법을 촬영감독이 모르고 찍은듯 화면 가득 인물로 채우거나 화면과 공간을 대각선으로 분리해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같은 군상들을 보여준다.그리고 '기타노 다케시'스타일의 평면적 구도로 인물을 주시하기도한다.이러한 구도 자체의 낯설음은 상극관계에서 조화를 이루는데 '미니멀리즘'적 자연을 이용해 인간-집단으로 배치하는 방식에서 차이가난다.이를테면, 스크린 아래부분 인물의 상반신을 잡고 화면의 90%이상을 텅 비운뒤, 틸다운하며 하늘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70%이상으로 황토지를 보여주고 스크린의 윗부분에 주인공들이 앉아있는 하반신만 넣을 뿐이다.주인공들의 행동자체에는관심이 없다는 듯 스크린끝으로 몰아넣는 식이다.이러한 '영상'은 상당한 충격을 주는데 마치 잘못찍은 듯한 사진의 이미지를 주며 중심이 되어야 할 인간이 잘라먹히고 만다.그래서 어느 관객은 영화를 보며 상당히 지루해 할 수있다.그러나 이 궁극적 목적을 파헤치고자 하는 자에게는 '황토지'란 작품 자체가 모험으로 남는다.소견이지만 아마 이 촬영법은 내러티브상의 주인공-챠오차이의 가정과 자연을 미니멀리즘하게, 한 자연으로 통틀어 극대화된 감정을 살리기 위한 수법같다.
민요 수집을 위해 이 마을을찾았다던 팔로군 병사는 중국 남부지방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모택동 사상과 그에 행하던 젊은 이들에 대한 일화들인데 이 가정에서는 상당한 충격으로 몰고가는 이야기다.자연에서 공급-수요를 하는 원시적인 그들에게 '믿음'만이 우선이지 '지식'과 '혁명'따위는 관심, 아니 접촉조차 없기 때문이다.이는 '챠오차이'와 필로운 병사간의 에피소드를 보면 알수있는데, '복'을 지키기 위해 부적을 문가에 붙여놓지만 글자를 몰라 '동그란 도형'으로 그린 부분이 그러하다.그래서 이들의 가정은 우매하기 보다는 원형적 삶을 살아가고있다는 생각이 든다.자연에서 생의 원천을 받고 운명대로 살아가는 그들에겐 그래서 한탄가가 '민요'로 저절로 흐른다.챠오차이가 황하에서 물을 기르는 시퀀스는 언제나 민요가 물소리와 함께 들려오는데 이때 스크린은 거의 추상화와 근접하다.물살은 황토빛에 검은 깃털이 박혀있는 듯, 자연의 공간을 가까이 보여준다.전체를 보기전에는 알수없을 만큼 그러한 형체를 소녀의 한탄가와 들려주는 영화적 미학은 전무유무할 정도다.'황토지'의 내러티브는 근대화된 청년의 등장으로 전통적 삶을 살던 소녀가 새로운 문화의 충돌을 그린다.영화는 소녀가 아버지의 법에 반하는 결심으로, 혁명을 위해 떠나는 것을 결말로 취한다.소녀는 민요에서 혁명가로, 수동에서 능동으로 자신을 변화시킨다.변화.그렇다, 이 영화는 중국의 격변기 시대 한 공간의 삶을 생생히 보여준것이다.챠오차이가 떠난후, 오프닝 시퀀스와 겹쳐질정도로 유사한 자연쇼트 오버랩이 끝나면 강렬한 햇살아래 기우제를 벌이는 집단신이 등장한다.영화 초기 '결혼'이라는 축제와 대구적으로 '기우제'를 위해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씬이다.이부분 역시 상당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데 붉은 맨살과 녹색의 풀이 일제히 움직이는 현상은 더이상 자연과 이분화 되지 않아보인다.황토빛 피부가 마치 황토지인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핸드헬드적 기법으로 촬영된 이부분은 그래서 더 원동감있고 생명력있게 느껴진다.그리고 이시퀀스에는 영화의 유일한 슬로우 기법이 쓰여 반복과 차이안에서 새로운 징조를 예감케한다.어떠한 스펙터클한 스토리텔링이 없어도 영화는 관객과 소통-교감 할수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황토지'는 잊혀질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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