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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등업요청]가슴속에 따뜻한 눈사람을 만들어라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7. 08:07

가슴 속에 따뜻한 눈사람을 만든다.

 

눈이 오는 날이면 고향이 떠오른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지금보다 눈이 흔했다. 겨울철이 오면 집 밖의 세상 풍경은 온통 눈으로 싸여 있었다. 날씨가 삼한사온으로 사흘건너 포근해져도 멀리 보이는 뒷산 높은 계곡이나 앞산의 낮은 골짜기에도 그리고 볕이 들지 않는 응달에도 하얀 눈이 남아 있었다. 하얀 눈은 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야 천천히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내가 태어난 고향은 더듬어 볼수록 평화로운 들판의 향기와 추억이 솟아나고 초원이 그림같이 펼쳐진 시골이었다. 전기 불도 들어오지 않아서 해가 지고 밤이 오면 사방천지는 온통 깜깜해진다. 달빛마저도 없는 그믐께는 저녁만 되면 어머니 치마폭에 졸졸 매달려 있어야 한다. 그나마 호롱불이 어둠을 밝히는 세상의 빛이 된다. 대청마루에 커다란 호롱불을 켜고 안방과 건넌방에는 작은 호롱불을 켜둔다.

 

저녁이 되고 밤이 어둑해질 무렵이면 맨 먼저 호롱불을 켜야 한다. 석유를 넣어서 켜는 등불이다. 등불을 감싸는 투명한 유리가 너무 얇아서 심지에 불을 붙이기 위해 잘 못 조작을 하거나 힘을 주거나 하면 깨지고 만다. 여벌의 투명 유리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비상용 투명유리가 없으면 암흑 속에서 지루한 밤을 보내야 한다. 불 한번 밝히기 위해서도 정성과 치성을 드려야한다.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여지없이 암흑 속에서 공염불로 밤을 지새야한다.

 

석유 값이 비싸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환하게 불을 켜기보다는 심지를 최대한 조절하여 밝기를 맞추고 꼭 필요하지 않으면 불을 끈다. 설령 불이 잘 켜져도 오래 동안 마음대로 켜지 못한다. 시골마을에서 불을 펑펑 쓰는 것은 사치이다. 공동체 생활이기 때문에 불을 켜둔 집은 무슨 일이 있는 집이라는 것을 단번에 안다. 앞집에서 불을 끄면 덩달아서 차례차례 불을 끈다. 윗마을 순옥이네 불이 꺼지면 소등신호가 된다. 이어서 형호네 집 불이 꺼진다. 그리고 우리 집도 불이 꺼진다.

 

도시에서는 빛나는 네온사인으로 휘황찬란한 불빛이 유혹의 밤을 밝힐 때 그 시절 내 고향의 호롱등불은 아름다운 시골마을의 인정을 담고 평화를 잉태하는 밤을 준비하는 파수꾼이다. 호롱불마저 꺼진 시골 밤은 하얀 눈 속에서 초가집 지붕아래 포근한 이야기가 금방 귓가에 들릴 듯 어슴푸레 눈가에 보일 듯 다가온다. 뒷집 할머니가 멀리 서울로 떠난 큰 아들 소식이 궁금해 잠을 설치고 뒤척일 때 어둠속에 누군가 보이는지 멍멍이가 짓기 시작하면 온 동네는 어둠속에서도 깨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다시 깊은 잠에 빠진다.

 

겨울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면 수북이 쌓인 눈으로 세상이 환해져 있다. 올망졸망 조무래기 친구들이 모여서 눈사람을 만든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눈덩이가 주먹만큼 커지고 축구공만큼 커진다. 어떤 눈덩이는 너무 커져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큰 공이 되어 나뒹굴고 만다. 한번 굴릴 때마다 크기는 더 커져서 금방 한사람의 눈사람이 탄생한다. 자기네 집안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동네 심부름꾼인 영섭이가 부엌 아궁이에서 군불 펴고 타다 남은 숯을 가져와 눈썹을 붙인다. 까만색 눈썹을 가진 눈사람이 되었다. 부지런한 오준이는 솔방울 주워와 눈망울도 붙이고, 개구쟁이 동철이가 아래쪽 입가에 삐뚤어진 나뭇가지를 잘라 붙이면 영락없이 웃는 눈사람이 된다. 머리카락이 없는 눈사람은 대머리를 싫어하는 형식이가 씌워준 철지난 밀 짚 모자도 쓴다. 눈사람한테 시골 고향의 정이 담긴다. 눈사람은 나에게 고향의 친구로 다가온다.

 

어쩌다 책이나 그림에서 눈사람을 보면 고향 친구 생각이 난다. 도시에서 눈사람을 만났다. 책에서 눈사람을 만났다. 눈사람 마커스이다. 어릴 적 고향에서 본 눈사람이 아니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만들어진 눈사람이다. 잭 마이릭이 쓴 책제목이 바로 ‘눈사람 마커스’이다. 잭 마이릭은 미국에서 영향력있는 자기계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첨단 지식사회가 진화할수록 인간관계의 새로운 정립이 더욱 중요해 진다고 강조한다. 미래사회에는 차거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감성을 통해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창출하는 사람만이 참된 성공과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이 책에서 마커스가 사람사이의 소통이야말로 성공의 필수조건임을 강조한다. 차가운 눈으로 만들어진 눈사람에게서 훈훈한 인정이 묻어난다. 마음의 정성을 다한 목걸이를 걸친 눈사람은 봄이 되어 눈이 녹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롯이 사람의 가슴속에 파고들어 사람과 사람사이의 희망이 되고 열정이 되고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되어 가슴을 덥힌다. 올 겨울 눈이 내린 뒤에 나도 눈사람을 만들고 목걸이를 걸쳐 줘야하겠다. 옆구리에 책도 한권 들려주면 더욱 좋겠다. 마음속에 눈사람을 먼저 만들어 간직해본다.

 

올해도 한 해가 저문다. 겨울도 깊어간다. 눈 속에 파묻혀 지내던 고향이 그립다. 같이 놀던 친구도 보고 싶다. 그들도 나처럼 마음에 눈사람을 만들어 가슴에 간직하기를 기원해본다. 열정과 희망을 가진 눈사람 마커스 너도 내 고향친구 만나면 함께 친구해야겠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거 맞잖아. 우리 모두 이 겨울에 마커스 친구가 되어보면 어떨까? 새해가 멀지않다. 세상이 해오름처럼 환하게 밝아온다.

2007. 12 늦은 날 알풍당 최관봉

출처 : 경영지도사.기술지도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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