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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무찻상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15. 08:59

 

 

 

        다인들의 작은 예술공간 찻상

                                                                     차문화 공예연구소 운중월   신수길

우리가 차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찻상이나 다관, 찻사발 등 다구가 꼭 필요하다. 상(床)이나 반(盤)은 우리의 식생활 문화와 함께 널리 이용되었고 또 발전해왔다. 음식을 먹거나 어떠한 의식을 행할 때에는 대부분 상을 이용했고 부엌 살림에도 그릇과 함께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 
상(床)이나 반(盤)은 기물을 받치고 이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 사용 연대는 참으로 오래 전부터이다. 중국에서는 초(楚), 한(漢)대 고분에서 정교한 구름 문양이 장식된 붉은칠반(漆盤)이 출토되었고, 우리나라에는 5~6세기 고구려 고분 무용총 주실 벽화에 음식을 담은 사각 반과 다리가 달린 상(床)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들로 미루어 보아 상이나 반은 이때 이미 사용되었음이 짐작되지만, 전해오는 어떠한 유물이나 문헌이 없어 이렇다 말할 수는 없다.

신라 말엽에는 미미하나마 목수에 관한 기록이 있었고, 고려시대에는 인종(서기 1123년)때 송나라의 사신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 목공품에 대한 기록이 있다. 또 나라에서 관리하는 공예품 제작소인 중상서(中尙署)에도 기록이 있어서 그때부터는 체계적으로 수공업이 발전했으리라 본다.

 

    반(盤), 상(床)의 쓰임새와 명칭
우리나라에서는 상(床)과, 반(盤)을 뚜렷이 구분하기 보다는 총칭하여 소반(小盤)이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곁상이나 다과상도 소반의 일종이다. 다리나 발이 없거나 있다해도 아주 짧고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쟁반이라 한다. 소반은 규격이 얼마나 되어야 한다는 크기는 원래 없고 형태나 기능에 따라 원반, 사각반, 다각반(각이많은반), 전골반 등으로 나누어진다.
상(床)은 다리의 길이나 형태, 쓰임새에 따라 분리되어 졌다. 다리의 길이가 좌식생활에 알맞은 높이면 밥상으로 쓰여졌고, 다리가 길면 제상이나 탁으로 썼고, 기능에 따라서 연상, 경상, 책상 등으로 구분했다. 

소반(小盤)은 부엌에서 음식물이나 식기를 받쳐들고 방까지 옮기는 반(盤)의 기능과 방에 들어오면 식사를 할 수 있는 상(床)의 기능을 한다. 또 손님이 오면 다과상으로도 쓰는 합리적이고 편리한 생활용구이다. 침실과 거실, 식당이 분리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상과 반을 따로 두지 않고 여러 기능으로 쓸 수 있게 고안된 것은 선조들의 지혜이다.
우리의 소반 중에는 찻상(茶床)이라고 특별히 이름을 붙여 제작하지는 않았지만 밥상 옆에 놓을 수 있는 작은 상이 있었다. 식사 후에는 숭늉이나 과일 같은 간편한 음식을 먹거나 작은 그릇을 나를 때 사용했는데 이것을 곁상 또는 다과상이라 했다. 다과상은 일반적인 소반과는 달리 번잡함과 화려함을 배제하고 단순하고 간결하게 만들었다. 다인들이 차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런 멋이 상(床)에 배어들었고 그들이 기호품으로 사용하면서 찻상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소반은 사용자의 신분과 용도에 따라 규격과 형태, 품질에 차이가 있었다. 옛 문헌에는 여러 종류(牀.床.盤.槃.俎.案.卓.机)가 있었지만 19세기 이후로는 대체로 반(盤), 소반(小盤), 반상(盤床), 수반(手盤) 등으로 제한되어 부르게 되었고, 제작지명(나주반, 해주반)이나 형태(원반, 호족반, 다각반(多角盤)), 기능(전골반,주안상,백일상)에 따라 세분된 명칭이 생겨났다.
우리의 선인들은 무수한 외세의 침략으로 많은 수난을 겪으면서 오래된 기물의 중요성을 알지 못했고 귀하게 여기는 습성도 부족했다. 상이나 반은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생활용품이지만 나무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사용상의 문제로 아름다운 우리 소반들을 오래 보전하기 어려웠다. 현존하는 소반들은 대부분 18~20세기의 조선 후기에 속하는 것들이다.             

    

      찻상(茶狀)의 분류

다판(茶板)은 장식이나 부착물이 없는 어느 정도 두께(약20cm미만)의 판(板)으로 비교적 이동거리

가 짧거나 일정한 곳에 두고 사용하며, 높이가 낮아서 차를 우리고 마시는 행위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을 말한다. 요즘 다인들이 일반적으로 떡판이나 고재(古材)판을 다판으로 많이 쓰는데, 우리의 옛 목물을 아끼며 활용하는 측면에서도 좋고, 다실 분위기에도 잘 어울린다. 이것들을 찻상이라고 하는 다인들도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찻상(茶床)은 소반의 기능과 같은 의미로 차를 나르는 반의 기능과, 차를 놓고 마시는 상의 기능을 통합하여 찻상이라 한다. 찻상은 행다를 할 수도 있고 이동할 수도 있어야 한다. 찻상은 다기들이 도자기이기 때문에 가벼워야 하고, 그릇이 흘러내리지 않게 낮은 운두가 있어야 하며, 손으로 잡기 쉽게 제작되어야 한다. 좌식 차생활에 맞게 높이가 높지 않아서(약 12~15cm) 사용하기 편해야 하고, 두팔로 들 수 있는 넓이로 이동하기에도 편리해야 좋은 찻상이라 하겠다. 찻상으로 많이 쓴 형태는 사각반(四角盤), 연엽반(蓮葉盤), 원반(圓盤) 등이다.

차반(茶盤)은 음식이나 기물을 단순하게 이동하는데 쓰는 것으로 쟁반과 같은 기능이다. 한 손이나 두 손으로 들 수 있는 작은 크기로, 높이도 낮고(약 5cm정도) 가벼워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해오는 반(槃)은 대부분 작은 발이 부착되어 있고 기물이 떨어지지 않게 전을 위로 세웠다.

 

    찻상에 쓰이는 나무
찻상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나무는 은행나무, 참피나무, 배나무, 가래나무, 소나무, 오동나무, 괴목 등이 이용됐다. 찻상으로 쓰는 나무 판재는 폭이 넓어야 상을 크게 만들 수 있고 뒤틀림이 없어야 반듯한 상이 만들어진다. 나뭇결이 고와야 칠을 할 때 적은 량의 생칠로 많은 량의 상을 칠 할 수 있고, 가볍고 견고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들고 다니는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괴목은 단단해서 그 무게는 무겁지만 목리의 선은 나무 중 가장 아름답다. 전해오는 우리 나무 공예품의 외장은 대부분 괴목으로 만들었다.

현대에는 나무 무늬만 좋으면 어떠한 나무이든 찻상을 만드는데, 대체로 나무 결이 부드러운 오동나무와 소나무를 많이 쓴다. 그것은 도자기 굽이 닫는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축성이 좋은 나무를 사용한다. 찻상의 디자인도 다인들의 기호에 맞게 세련되게 많은 종류를 만들어 시중에 팔고 있다. 

소나무와 오동나무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만 나무결이 거칠어서 생칠은 가능하면 피하고 주토를 한 뒤 건성유 칠을 주로 한다. 유칠은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칠이었고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맛을 내는 칠이다.

추운 겨울밤 찻상 위에 놓여진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으로 잡고 우리 소반의 순박한 아름다움과 단정함을 마음으로 느껴보자. 찻상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찻상은 다인들의 작은 예술공간이고 그들의 정신세계를 펼쳐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차와 향기를 나르는 나무다구 
행다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물이 필요하고 그때 쓰이는 것들을 다구(茶具)라 한다. 다구의 기능은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것이 주는 시각적 아름다움 또한 있어야 한다. 많은 종류의 다도구(茶道具)중 여기서는 나무로된 것을 중심으로 얘기하기로 한다.

나무로된 다구는 다른 것에 비해 문헌이나 유물이 극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나무를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부족했고 나무의 특성상 오랜 기간 보존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로 인해 나무로된 옛 다구는 별로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현대에 새로 만든 것들이다. 지금 쓰고 있는 것들은 찻상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나무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차생활은 다구의 미학이다.
다도가 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다인은 아름다운 기물을 선택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좋은 다구를 사용하라고 하면 값이 비싼 오래된 것이나 명성이 나있는 대가의 작품을 연상하게 되는데 꼭 값이 비싼 것을 쓰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름 없는 현대인이 만든 기물 중에도 좋은 것은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하면 값이 비싼 것은 필요한 것, 몇 개만 구입하고 여유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하면 된다. 아름다운 기물에 집착해서 정신을 잃거나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것이지 구입하지 말라는 것 은 아니다.
또한 좋은 기물을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허영심으로 구입해서도 안된다. 무엇보다 다인은 욕심없는 마음으로 좋은 다구를 볼 수 있고 마음에 드는 다구를 가까이 두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 차는 마음에 관계되는 것이기에 좋은 것과 나쁜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구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아름답고 기능이 좋은 다구를 소중하게 쓰고 귀하게 여기는 것은 다인이라면 누구나 꼭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다구를 볼 수 있는 안목과 선별된 다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아무것이나 사용하고 아무렇게나 행다를 한다면 이것은 다도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차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에게 값이 비싸고 좋은 기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은 사치와 허영을 가르치는 격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차츰 차생활에 깊이를 느껴가고 미적 안목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좋은 다구를 볼 수 있게 되고 그것들을 쓸 수 있게 된다. 
추한 기물을 사용해서 아무리 행다를 잘 한다 해도 기물이 주는 정신적 즐거움은 기대할 수 없고, 인체동선이 그려내는 부분적 아름다움은 있다고 해도 전체적인 차행위가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다. 행다는 전체적인 종합예술이고 멋이다. 예술에 아름다움이 없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다. 진정한 미(美)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모든 기물이 추해서는 안 된다 다구(茶具) 하나하나의 아름다움이 행다를 하는 사람과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아름다움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차시(茶匙) : 차측(茶則)이라고도 하고, 찻숟가락, 차뜨게라고도 하는 나무로된 찻숟가락은 행다를 할 때 차통(茶壺)에 있는 차를 뜨거나 부어서 다관(茶罐)에 넣는 도구이다. 측(則)이 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의 분량을 가늠한다는 뜻으로 차측도 그러한 의미로 썼다. 잎차를 뜰 때 사용하는 나무로된 차시가 쓰이기 시작한 때는 중국 의흥(宜興)지방의 다관(茶罐) 이 개발되면서부터 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때부터 잎차를 우려 마시게 되었고, 잎차를 다관에  넣기 위해 차측을 사용했을 것이다. 이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자연스레 도구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이 잎차를 담기 위한 차시도 그때 제작해서 썼을 것이다.

현대(現代) 차시에 쓰이는 재료는 대나무를 가장 많이 쓰고 흑단, 자단, 박달나무 등 나뭇결 이 곱고 단단한 나무를 쓰며 나무를 본 떠서 플라스틱이나 발포우래탄으로도 만들고 있다. 대나무는 뿌리째로 다듬어 만든 것도 있고 반으로 갈라 마디를 이용해서 만든 것도 있다. 나무는 모양이 독특하고, 색상이 좋고, 독성이나 악취가 없고, 너무 약해서 변질이 오지 않는 것이라면 아무것이나 가능하다. 전라남도의 지리산이나 담양지방에서 자라는 가모태나무(方言)는 생김새가 독특해서 그것으로 차시(茶匙)를 만들면 아주 훌륭한 작품이 된다.

말차시(末茶匙) : 가루차를 떠서 찻사발에 넣는 점다법(點茶法)에 쓰이는 찻숟가락이다. 숟가락이 출토 된 것은 기원 전 청동기시대 때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차시(茶匙)도 그때 이미 만들어 썼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때, 은, 청동, 철로 제작하여 사용했고 숟가락 끝에 고리가 달린 은차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보관되어 있다. 숟가락 끝에 달린 고리는 가루차를 다완(茶碗)에 넣고 휘저어 거품(乳花)을 내는 용도로 쓴 것이다. 근래에 와서 그것을 되살려 대나무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어느 다도원에서는 우리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 쓰고 있는데 손잡이 아래쪽에 각각 5선을 넣었고 인(仁), 예(禮), 지(智)로 구분하였으며 약 18cm길이로 만들었다. 우리의 옛 문헌을 찾아 새로 제작해서 쓸 수 있다면 우리 차문화를 살리는 측면에서도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대나무로 된 말차시(末茶匙)는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제다 기술이나 나무로된 다구, 행다 등 여러 면에서 일본이 앞서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다.
말차시도 세가지, 싱(眞: 마디가 없는 것), 교우(行: 대나무 마디가 손잡이 끝에 있는 것), 소우(草: 대나무 마디가 가운데 있는 것) 등을 대나무로 만들어 다케노죠오(武野 紹鷗)시대부터 사용하였다. 차시를 만드는 재료는 고대(古代)에는 금, 은, 청동, 철, 조개껍질, 나무 등으로 만들어 썼는데 나무로된 것은 주칠을 해서 사용했다. 현재 사용되는 말차시 재료는 대부분 대나무를 이용하고 특별하게 다른 재질로 만든 것도 있다. 대나무는 마르지 않을 때 열을 가하면 부드러운 성질이 있어 필요에 따라 모양을 낼 수 있고 식어지면 고정되고 단단해지는 특질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서 차시나 기타 죽공예로 다구를 많이 만든다.

 

나무로된 다구는 다인들의 기호품이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에 맞게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본인이 만들 수 있다면 더 없이 좋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골라 여러 개의 작품을 만들어 놓고 필요에 따라 골라 쓴다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얻을 것이다.
참 다인은 좋은 기물을 선별할 수 있는 심미안(審美眼)이 있어야 한다. 추한 기물을 쓰면서 마음이 평화롭다는 것은 다도에는 맞지 않는다. 다구의 아름다움 없이 즐거운 차생활을 한다는 것은 수행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반인들은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차에는 모든 아름다움과 멋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간다도 2002. 2.

 

      소목장의 숨결이 살아있는 사발장       

갈무리한다는 것은 흐트러진 것을 정리해 주고 다음을 준비하게 한다. 행다를 하면서 다소 긴장된 마음과 손님을 접대한 뒤의 편안해짐은 다인들이라면 누구나 느끼게 된다. 이러한 느낌을 즐거움으로 이어주는 것이 차생활이고 차생활은 우리생활에 여유와 행복감을 주게 한다. 사발장은 차를 마시며 남겨놓은 이야기를 간직하는 또 하나 작은 다인들의 공간이다.
 
      사발장 (茶碗欌)
찻사발을 쉽게 꺼내 쓰고 편리하게 갈무리하기 위해 나무로 만든 장(欌)을 사발장이라 한다. 사발은 쓰면서 감상하기도 하지만, 사발장에 정리해 놓은 것을 조용한 시간에 하나씩 꺼내 보며 저마다 갖고 있는 특성이나 아름다움을 찾아보고 그것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시간가는 줄 모르는 즐거움이다.
사발장은 현대에 만든 것은 잘 볼 수 없고 대부분 예전에 작게만든 부엌찬장을 그대로 쓰거나 개조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이것들은 8.15해방을 전후해서 만든 것들이 많은데 지금 쓴다해도 불편함이 없다. 요즈음 만든 사발장은 옛날 형식을 응용했고, 선반을 용도에 맞게 여러개를 넣었으며 여닫이문도 디자인을 세련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찻상, 다기함, 잔을 넣는  진열대 등은 얼마 전부터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형태나 질감도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찻사발을 넣어둔 장(欌)은 차를 내는 팽주가 팔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쓰기 편하다. 문을 열면, 몇 층의 선반 위에 사발이 여러개가 있어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행다를 할 때, 그날의 분위기나 기분에 따라 사발을 쉽게 선택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사발장에는 행다에 필요한 소품들을 넣어두는 서랍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지만, 있는 것이 쓰기에 편하다. 서랍은 위쪽이나 아래쪽에 있는 것이 많은데, 위쪽에 있는 것은 조형미는 있으나 앉아 쓰기에는 높아서 불편하다. 아래쪽에 있는 것은 앉아서 쓰기 편하기 때문에 행다에 자주 쓰는 것들을 넣어 두고 쓰면 좋다.
이것들을 만드는 나무재료는 오동나무, 배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호도나무 등이 많이 쓰인다. 특히 오동나무는 가볍고 나뭇결이 좋아서 다인들이 가장 선호한다. 터짐이나 틀어짐도 거의 없고 가벼워 이동하기도 편하며 누구나 좋아하는 소박한 재료이다.      
 
     다구함(앵통)
행다에 필요한 다구를 야외나 다른 곳으로 간편하게 옮길 수 있는 통을 다구함 또는 앵통이라 한다. 다구함은 여러개의 다구가 적은 공간에 많이 들어가야 하고 이동하기 쉽게 가벼워야하며 견고해야 한다. 내부에 간을 막은 것은 다구를 분류해 넣는 의미도 있지만 흔들릴 때 서로 부딪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어떤 것은 뚜껑을 내려놓으면 간편한 찻상이 되는 것도 있고 다구함 그 자체가 찻상이 되는 것도 있으며, 이것 외에 다양한 형태의 다구함들이 시중에 개발되어 있다. 작은 행사나 들차회를 할 때, 다구를 넣어 들고 다닐 수 있는 다구함이 다인들에게는 꼭 필요할 것 같다.
다구함은 대나무를 잘게 쪼갠 것을 엮어 사각바구니 형태로 만든 것도 있고, 오동나무나 소나무를 소재로 함을 만들어 손잡이를 단 것도 있다.

     받침대와 선등(立燈)
화분이나 도자기 등을 올려놓는 받침대는 조명등과 함께 차실 분위기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차실의 소품들이다. 소나무 또는 오동나무를 인두로 지져 나뭇결을 오롯이 살리고 우리의 전통을 살려 현대에 맞게 만들었다. 언뜻 보면 화분 받침대는 일본 것을 연상할 수 있지만 우리 것이고 우리차실에는 참으로 잘 어울린다.
차실에 두는 받침대의 높이는 앉아 있을 때의 눈 높이가 가장 적당하다. 받침대위에 올려놓는 도자기, 분재 이것들이 놓여지는 위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 높이가 좋다. 그것은 우리의 차생활이 평좌식이기 때문에 다화(茶花)나 명품들을 앉은 상태의 눈높이로 감상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또 감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서서 볼 수 있는 전시장에서는 전시물을 눈 높이에 맞춰 높게 전시하는 경우도 있다. 
전등걸이(선등)는 실용성도 중요하지만 예술성이 더 중요시된다. 우리의 옛 실내등걸이는 조명을 목적으로 실생활에 쓰였기 때문에 모두 눈 높이었지만, 지금시대의 등걸이는 조명기능 보다는 장식성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조형미를 살려 높게 한 것도 시원스런 느낌이 있고 특색이 있어서 좋다. 

      칠기 다관
나무로 다관을 만들고 그 위에 옻칠을 한 것을 칠기다관이라 한다.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기능성과 예술성이 있어야 한다. 옻칠다기는 먼저 잘 건조된 나무로 기능에 맞게 형태를 만들고 옻칠을 한다. 도자기에 칠을 한 것도 좋지만 나무에 옻칠을 한 것은 세월이 가면서 독특한 옻의 색상으로 인해 칠기다관이 무척 아름다워지게 된다.
옻칠은 오래 전부터 써왔으나 생산되는 칠의 량이 적고 칠 공정이 까다로워 귀중품이나 고급품에만 사용하였다. 지금도 칠 량이나 도장 방법이 별로 개선되지 않아 칠기다관 제작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다관의 재료로 쓰는 나무는 비교적 단단한 물푸레나무나 괴목을 주로 쓰는데 이것들은 나무무늬가 좋다. 나무로된 옻칠다기는 세월이 가면서 옻의 발색(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적으로 배어나는 색상)과 목리가 잘 어울려 도자기에서 느끼지 못한 은은한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준다.
 
     다식그릇
다식그릇이라 하여 따로 만들어진 것은 없지만, 다식을 만들거나 준비해서 담아 둘 수 있는 작은 함지박, 합, 그리고 이것들을 덜어 손님 앞에 놓는 작은 접시 같은 것이 있다. 다식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담는 그릇 또한 중요하다. 먹는 음식은 어떠한 것이나 담는 그릇에 따라 먹음직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옛 목물 중 작고 둥근 함지박이나 사각함지박, 뚜껑이 있는 도자기나 나무로된 합에 정갈하게 다식을 담아낸다면 이것은 우리의 미감(味感)을 돋우게 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손님 앞에 다식을 낼 때 쓰는 작은 다식접시는 입맥거리접시, 앞접시라고도 하는데 행다를 하거나 손님을 접대할 때 많이 쓰는 다구이다. 이것들은 도자기나 나무, 두꺼운 종이로 마들어 칠을 했고 형태는 둥근 것, 사각, 육각, 팔각 등이며 현대의 장인들이 각자 자기 개성을 살려 다양한 형태로 만들고 있다.

 

옛 목기는 어디에 두어도 조화롭지만 다실 분위기에는 더없이 잘 어울린다. 버려진 기물들을 닦고 다듬어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행다는 멋스러움을 더하고 차실은 운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목물(木物)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른 공예품에 비해 따뜻한 보살핌 없이 태어난다. 그것들은 가장 원시적인 노동을 요구한다. 누구도 산고의 과정을 알려고 하지 않지만 태어나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소목장은 가슴에 멍을 안고 하나씩 하나씩 이 분야를 떠나간다. 소목장의 무심한 숨결이 살아있는 나무공예품을 도자기처럼 아껴주고 찾아주지 않는다면 명물은 결코 탄생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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