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테크/Church

[스크랩]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⑬ 끝- 좌담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6. 17:23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⑬ 끝- 좌담]
 
 
교회 ‘빛과 소금’ 역할 더 잘해주길 기대

      

 
 

국민일보는 올해 초 '한국교회 희망을 말하다'는 장기 시리즈를 시작했다. 12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교회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발전에 끼친 영향을 조명하고, 기독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된 교회'를 시작으로 18회에 걸쳐 교회의 활동과 공로를 조명했다. 본보는 시리즈 마지막회로 이원규 감신대 교수(종교사회학)와 유석성 서울신대 교수(기독교윤리학)를 초청해 지난 16일 본사 빌딩 5층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업적을 역사적으로 평가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 참석자 : 이원규 감신대 교수·유석성 서울신대 교수

* 대담·정리 : 이승한 선임기자


- 지난 1세기 동안 한국교회는 사회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안티기독교세력의 공격이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두분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이원규 감신대 교수= 한국사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선교 초기에는 개화와 근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무엇보다 교육, 복지, 의료 분야에서 많은 기여를 했고, 계몽운동, 문맹퇴치운동에도 앞장섰으며, 계층갈등과 성차별의 문제, 자유, 평등, 정의라는 가치 구현에도 일조를 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복음을 통해 영혼구원의 길을 활짝 열어놓았다는 점입니다. 한국사회가 본격적으로 근대화되기 시작했던 1960년대 이후에도 노동자운동, 농민운동, 도시빈민운동, 여성운동,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화운동을 주도했습니다.

△ 유석성 서울신대 교수= 맞습니다. 한국교회는 구한말, 일본의 식민지시대, 해방후 남북분단시대를 거치면서 큰 역할을 했어요. 독립운동과 인권 및 민주화 운동은 괄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3·1운동 당시 선언문에 서명한 33인 중에 16명이 기독교인일 정도로 3·1운동을 주도했습니다. 또 민주화운동의 기폭제가 된 76년 3월1일 유신헌법 개정과 독소조항 폐지를 요구한 '명동 3·1사건'의 서명자 11명 중 가톨릭 신자인 김대중씨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개신교도였습니다.

-두 분의 말씀처럼 교회가 우리사회 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줬는데도 일반인들의 기독교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유 교수= 민족운동, 사회운동, 민주화운동에 큰 역할을 했지만 90년대 이후 대다수 교회가 사회적 이슈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교회는 '예수 믿고 천당 간다'는 영혼구원을 우선시해 사회적 문제에 다소 무관심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정의 실현,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적극적인 선교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되어 기독교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최근 들어 반기독교 정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 이 교수= 반기독교 정서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개신교 교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적인 공신력을 잃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여러 조사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한국교회가 참 진리를 추구하기보다는 교세 확장에만 관심이 있고, 자기 교회 중심적이고, 세속적 가치에 물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 교파 분열, 배타적인 태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 유 교수= 최근 반기독교 정서가 확산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지난해 7월 일어난 아프간 사태입니다. 여기에다가 일부 목회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가세했다고 생각합니다. 세습, 금전문제 등이 가끔 터질 때마다 우리사회 속에 반기독교적 정서가 확산되는 것입니다.

- 목회자들은 그래도 매우 높은 윤리·도덕적 수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목회자들을 완벽한 사람으로 살도록 몰아가는 사회분위기가 아닙니까.

△ 이 교수=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은 목회자의 자질에 관한 것입니다.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성직자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목사의 경우 그러합니다. 그래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직업 청렴도에 있어서 1위는 신부, 승려는 3위이지만, 목사는 5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목회자는 존경받을 만하고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일부 목회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 유 교수= 목회자의 윤리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가 일부 교회를 제외하고 대체로 사회정의에 무관심합니다. 교회는 마땅히 예수님이 말씀하신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기독교의 사랑은 정의를 통해서 구체화됩니다. 정의 없는 사랑은 감상주의가 되지요. 사회정의에 힘쓰지 않는 교회는 짠맛을 잃은 소금이요, 빛을 잃은 태양입니다. 교회는 올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이며, 바른 사회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사회 속에 실천되도록 해야합니다.

- 한국교회 내에 대형 교회에 대한 이상한 반기류가 있습니다. 대형 교회들이 우리사회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이 훨씬 더 많은데도 말입니다. 모든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자산이듯 대형 교회 목회자들도 한국교회의 큰 자산입니다. 그들이 무분별하게 비판받는 것은 한국교회의 손실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 교수= 대형 교회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인력과 조직과 재정으로 효과적인 하나님나라 선교와 책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형 교회 목회자들이 갖는 고귀한 신분에 맞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는 돌아봐야 합니다. 가난하고 고생하는 동역자와 인간적인 연대감을 가지고 그들의 고난에도 동참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 이 교수= 대형 교회에 대한 반감이 교회 안팎에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한국인의 일반적인 정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인은 대기업, 부자, 힘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큰 교회일수록 사람들의 기대는 커집니다. 따라서 큰 교회일수록 사회를 위해서도 크게 공헌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형 교회들이 사회에 더 많이 기여해 달라는 주문으로 보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기독교에 대한 사회의 반기류를 치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 이 교수= 교회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더 많이 교회가 돌봄과 나눔, 섬김의 공동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사회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섬김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가 보다 영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교인들이 보다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유 교수= 목회자들이 자신들을 뒤돌아 보는 '성찰적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잘못된 것은 회개를 하고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지 설립자나 담임목사의 교회가 아닙니다. 교회를 개인 것으로 만드는 사사화(私事化)는 죄악입니다. 교단의 총회장이나 감독, 연합기관의 단체장 선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부패된 사회의 정치세계와 비슷하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이러한 선거풍토를 개선해야 합니다. 최근엔 코미디언처럼 웃음을 자아내는 만담식 설교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잘못하면 복음적 설교의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는 일이 됩니다. 교회의 예언자적 전통을 살리는 교회가 돼야 하고 분열과 대립에서 벗어나 일치와 화합의 교회가 돼야 합니다.

- 하나님의 우주경영이라는 측면에서 한국교회의 세계선교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유 교수= 정복적인 선교정책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해외선교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복음의 참된 의미와 인류에게 바른 가치 및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 선교가 돼야 할 것입니다. 선교의 방향을 사회봉사신학에 두고 섬김과 나눔의 선교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오늘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을 선교적 과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날 세계와 환경 생태계 위기,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교회는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인권과 평등에 관심을 갖는 선교를 해야 합니다. 특히 이러한 일을 위해서 교회일치가 필요합니다. '교리는 교회를 분열시키지만 봉사는 연합시킨다'는 말과 같이 일치된 교회로서 사회적 봉사를 통해 선교를 해야 합니다. 민족의 통일문제도 선교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 이 교수= 선교의 목적은 국내외에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상명령입니다. 그러나 자세와 목적이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섬기는 마음으로 낮은 자세로 선교에 임해야 합니다. 베풀어준다는 자세, 일깨워준다는 자세보다는 함께 나누고 함께 누리자고 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전도는 말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으로,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은 교인들의 말이 아니라, 모범적이고 감동적인 그들의 삶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 지난 세월 동안 한국교회가 사회의 희망이었듯이 앞으로도 민족과 사회의 희망이 될 것으로 봅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이 교수= 한국교회는 그동안 수많은 영혼을 구원했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미흡합니다. 사람들은 교회가 보다 교회다워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더 잘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신앙적으로 영성을 강화하고, 사회적으로는 도덕성을 함양할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 사회에 사랑과 평화의 공동체 모델이 될 수 있다면, 한국교회에는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 유 교수= 종교의 역할은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희망을 주지 못하면 종교로서 존립하기가 어렵습니다. 한국의 기독교는 좌절하고 눈물 없이는 살기 힘든 이 백성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이 이 시대의 교회의 역할입니다. 한국교회는 민족과 세계를 위한 책임성, 즉 복음 전파와 정의와 평화를 위한 교회가 돼야 합니다. 인류에게 바른 가치와 의미를 주어야 합니다. 오늘날 생태학적 위기, 핵문제, 자원고갈, 식량문제, 빈부문제, 테러와 전쟁 등 모든 문제들을 바르게 해결하는 길을 교회가 제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는 더불어 사는 상생(相生)의 윤리를 실천해야 합니다.
 
 

-  국민일보  이승한 선임기자 shlee@kmib.co.kr  -

 


출처 : 내고향 옹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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