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올림픽 퇴출 종목
쿠바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건 우리 야구 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치러질지 모르는 경기에서 우승해 더 기쁘다"고 했다. 야구는 2005년 싱가포르 IOC 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제외된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야구가 퇴출되는 것은 본선 참가국이 8개밖에 안 될 만큼 저변이 좁기 때문이다.
▶IOC 위원들은 세계 최고인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불참해 온 것이 불만스러웠다고 한다. 메이저리그협회는 올림픽의 엄격한 약물 통제를 꺼리고 있어 앞으로 야구가 올림픽에 다시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소프트볼도 베이징에서 일본이 우승하기 전까지 미국이 금메달을 독식해 왔고 세계화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구와 함께 올림픽 종목에서 빠진다.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려면 적어도 4개 대륙 75개국에 전파되고 통일된 국제연맹과 2개 이상 국제대회가 있어야 한다.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스포츠여야 한다는 얘기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취임 후 종목 축소를 내세운 개혁정책을 밀어붙여 정식 종목도 출석 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참가 종목에서 뺄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 골프는 프로가 활성화됐고 폴로는 특정국가로 메달이 몰려 일찌감치 퇴출됐다. 모터보트 경주, 줄다리기, 줄 오르기는 룰이 애매해 사라졌다. 현대 올림픽에선 판정이 공정하고 재미가 있어야 살아남는다. 그래서 종목마다 게임방식을 바꾸고 경기시간을 줄이는 살아남기 경쟁을 벌인다. 양궁은 개인전 한 발 발사시간을 40초에서 30초로, 화살을 18발에서 12발로 줄였다. 오심이 잦은 펜싱은 비디오로 판정하고, 수영은 강·바다에서 10㎞를 헤엄치는 마라톤 야외수영까지 도입했다.
▶ 태권도는 재미없고 심판 판정이 애매하며 TV 중계료를 못 받았을 만큼 인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싱가포르 IOC 총회에선 과반수에서 두 표를 겨우 넘겨 살아남았다. 그런데 베이징에서 금메달 판정 번복과 선수의 심판 폭행까지 터져 혹을 더 붙였다. 세계태권도연맹은 부랴부랴 펜싱처럼 타격을 감지하는 전자 호구(護具)를 선수에게 입히고 비디오 판정을 도입해 공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더 시급한 것은 룰을 재미있게 바꾸고 경기의 박진감을 키우는 일이다.
- 2008. 8. 25일자 조선일보 [A30면] 김동섭 논설위원 dskim@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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