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난다 날아…
멋지다! BMX<자전거 크로스컨트리> 경기
이번 올림픽에 신설된 묘기 종목
350m 코스에 30여개 언덕 통과
그들은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잡는 대신 페달을 더욱 세게 밟아댔다. 땅에 처박힐 듯 내달린 자전거는 50도는 됨 직한 경사면이 끝나는 지점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언덕과 언덕 사이의 5~6m 거리를 자전거는 날아다녔다. 350m 코스에 30여 개 크고 작은 언덕들을 최고속력 36㎞로 통과하면서 뿌연 흙먼지가 뒷바퀴에서 일어났다. 야외경기장을 '쿵쾅쿵쾅' 울리는 음악소리에 맞춰 팔에 문신을 새긴 외국인 장내 아나운서는 "와우! 파워풀 스타트(Powerful Start)", "그레이트 스피드(Great Speed)"를 연발했다. 정오의 따가운 땡볕 아래 부채질을 하는 2000여 관중들도 선수들의 묘기 같은 플레이에 더위를 잊은 채 탄성을 질렀다.
20일 베이징올림픽 남녀 BMX(Bicycle Motocross·자전거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린 라오산(老山) BMX경기장. 이번 올림픽부터 신설된 BMX종목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X게이머(BMX 등 극한스포츠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모였다. 경기장은 7층 높이의 산 정상을 깎아 만들어져 있어 옆으로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였다. BMX자전거 바퀴 지름이 50㎝ 정도로 중국어로는 샤오룬차(小輪車)로 불렸다. 하지만 두꺼운 바퀴와 튼튼한 프레임(frame)으로 만들어진 BMX자전거는 일반자전거가 흉내 낼 수 없는 묘기를 연출했다.
4개조(조당 8명)로 나뉘어 3경기씩 진행된 남자 8강전에서 경기장의 분위기는 절정을 달렸다. 8명이 한꺼번에 경주하기에 코스는 비좁았으나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절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점프한 뒤 공중에서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경쟁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2조 3번째 경기에서 첫 번째 코너를 돌 땐 선두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4명의 선수가 연쇄 충돌하는 '대형 사고'까지 벌어졌다. 5분여 동안 충격 속에 쓰러져 있던 미국의 카일 베넷이 한쪽 팔로만 자전거를 몰아 기어코 결승선을 통과하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 경기에서 꼴지를 했지만 베넷은 이전 두 경기의 우수한 성적 때문에 각 조당 4명씩 뽑은 준결승 명단에 들었다. 베넷은 "역사적인 순간의 한 부분이 됐다는 게 영광이다"며 "BMX가 뭔지 세계에 보여줄 기회다"고 말했다. 중국 관중 류양씨는 "박진감 넘치는 올림픽 BMX경기에 반했다"며 "내일 결승전도 꼭 와서 보겠다"고 말했다.
남자BMX는 21일 16명이 싸우는 준결승 후 최종 8명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16명이 참가한 여자BMX도 이날 준결승부터 시작해 우승자를 가려낸다.
- 2008. 8. 21일자 조선일보 [A24면] 베이징=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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