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강 - 성경이 말하는 윤리
- 십계명을 중심으로 -
성서윤리는 하나님 한 분을 예배하는 윤리다. '일반 도덕철학'에서는 최고의 가치를 '인간의 행복과 자아의 실현'에 두지만, '기독교윤리'는 '하나님이 최고선의 근원이며,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것을 최고선'으로 한다. 하나님이 행하신 구원의 능력에 대한 감사의 행위가 구약윤리의 열쇠인 것이다. 이처럼 구약성서에서 신앙과 윤리는 상호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십계명을 이해하는데 출애굽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계명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있는 말씀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율법 준수의 동기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고(신 6:5), 그것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될 것인가를 계명들이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율법 이면에는 가치가 내포되어 있는데, 율법의 기본 가치는 출애굽 이야기에서 드러난다. 그것은 해방과 자유, 평등과 정의, 나눔과 돌봄, 사랑과 생명의 정신이다.
십계명은 유대주의와 기독교가 만나는 자리인데, 유대주의와 대조적으로 기독교는 십계명에 대한 교육이나 인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사랑과 자비의 이름으로 감상적인 율법무용론이 교회 안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인에는 십계명을 과거의 계명으로 이해하여 오늘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과 신학적으로 신약은 새 언약, 복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구약은 옛 언약, 율법, 하나님의 심판과 정의로 양분화하는 단순한 이해에 있다. 그러나 십계명에 대한 몰이해는 자유, 인권에 대한 무지를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십계명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성서적인 윤리 기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기준이 되는 십계명의 처음 세 계명은 하나님과 백성과 특별한 관계를 위한 근본적인 요구, 다음 두 계명은 공동체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기구(안식일과 가정), 다음 두 계명은 개인이 보호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살인과 간음), 마지막 세 계명은 어느 공동체에서나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들이 나온다.
◐ 십계명의 윤리적 의의 ◑
서언 :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일러 가라사대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로라.(출 20:1-2)
서언에서 하나님께서는 십계명을 수여하면서, 자신을 먼저 소개하시며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신 8:2, 11, 12-14, 18). 율법이나 계명을 지키므로 구원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았기 때문에 율법과 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기독교윤리는 구원받은 자들을 위한 윤리다. 윤리적인 삶은 율법이 아닌 하나님이 하신 일을 앎으로 되어진다. 그래서 십계명은 규제하기 위한 법이 아닌 자유에 대한 선언이다. 서언은 '하나님이 주신 자유를 향유하고 보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란 전제를 담고 있다.
제 1계명 :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지니라.(출 20:3)
제 1계명의 긍정적인 표현은 '오직 하나님만을 섬겨라'이며, 이 계명은 모든 도덕과 윤리의 기초가 된다. 첫 계명은 예배의 대상에 대한 것으로 순전한 마음으로부터 오로지 하나님만을 섬기는 영적․내면적 예배를 가르친다. 첫 계명은 모든 계명의 기초가 되며 계명 준수의 진정성을 재는 내면의 척도가 된다. 제 1계명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우주의 창조자시며, 보존자이며, 인도자로서 실재하시기 때문에 생명 있는 모든 것은 당신에게 의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길 원하신다. 하나님만이 최고 유일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명은 다신론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던 출애굽 공동체뿐 아니라 비종교적 또는 세속화된 세상에도 해당된다 국가, 경제, 정치, 문화, 과학기술, 생산성, 물질, 정보, 오락 같은 것들은 이미 신적인 지위를 가지고 우리를 조종하고 다스린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섬기거나 그것들에게 종노릇해서는 안 된다.
제 2계명 :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아래 물 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비로부터 아들에게로 삼 사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출 20:4-6)
제 2계명은 예배의 방법, 즉 외면적 예배에 강조점이 있다. 하나님은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이기에 '신상 없는 신앙'(iconoclastic faith)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인간과 역동적인 관계를 맺으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이다. 예배자는 하나님을 대상화(객체화)시키지 말고, 주체와 주체의 살아 있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와 함께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의 명령은 이기적인 목적의 종교들을 지칭한다. 우상은 나를 만든 신이 아니라, 내가 만든 신이다. 나의 현세적인 목적을 위하여 조종할 수 있는 신은 우상이며 그렇게 하는 행위는 주술이다. 제 2계명의 긍정적인 표현은 '하나님을 진정 하나님 되게 하라'고 할 수 있다.
제 3계명 :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출 20:7)
제 3계명은 '맹세 금지'라는 소극적인 의미에서 확장되어 '하나님께서 언제나 우리의 삶에 계시고, 모든 것을 알고 계시기에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에 걸 맞는 영광과 존귀를 드려야 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와 함께 예배에서의 언어사용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것은 하나님 신성도 조절할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망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인간의 생명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하려고 할 것이다. 제 3계명의 긍정적인 표현은 '하나님 이름에 합당한 영광을 돌리라'고 할 수 있다.
제 4계명 :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 칠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육축이나 네 문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 칠일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출 20:8-11)
제 4계명은 하나님의 선행 행위를 본보기로 인간에게 요구하시는 유일한 계명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시고 어떻게 쉬시는가를 본받아 살아야 한다. 안식일 준수의 바른 정신은 '쉼'과 '복'과 '성별', 이 세 가지의 조화다. 안식일 준수는 종이나 짐승까지도 노동으로부터 휴식을 가지게 하는 공동체를 위한 사회윤리이면서 생태윤리까지도 포함한다. 안식일 준수는 시간적으로도 확대되어 안식년, 희년으로 정착된다. 기독교는 시간의 성화를 목표로 하는 시간의 종교다. 일상의 시간을 의미(거룩)있는 시간으로,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바꾸는 것이다. 안식일에 시간과 영원이 만난다.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시간의 구속(救贖)이다. 안식은 존재물을 향한 욕망, 무엇이 되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 존재 자체를 기뻐하고 향유하는 것으로 이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일이나 안식의 진정한 목적은 자유를 주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오늘날 안식일을 재발견하는 것은 "행동"보다 "존재"를 앞세우는 진정한 영성회복을 의미한다.
제 5계명 :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 20:12)
이 말씀의 본래 의미는 장성한 자녀들에게 인생의 휴식기에 들어가 있는 노년의 부모들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제 4계명과 제 5계명은 물질적인 생산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존재 자체 -생명의 존엄성-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생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구약의 가족은 공동체와 이웃들에게 확대 적용된다. 제 4계명과 제 5계명은 공동체의 안위를 위한 계명이다.
이상의 다섯 가지 계명은 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본적인 것들로, 위반하였을 때 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흔들 위험이 있다. 다음의 다섯 가지 계명은 좀더 개인적인 사안에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위반한 결과는 즉각적이고, 직접적이며, 개별적인 경향을 띤다. 여기서의 금지 규정은 윤리의 울타리로 보아야 한다. 살인, 간음, 도적질과 같은 죄는 사회의 건전한 시민들이면 모두 지키는 것으로서의 기본적인 수준으로 만족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인으로 부름 받은 우리의 행동반경의 마지막 경계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제 6계명 : 살인하지 말지니라.(출 20:13)
제 6계명은 생명의 신성을 일깨우는 교훈을 담고 있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 속해 있으며 그 어떤 것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사람이 존엄한 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보호하고 존엄하게 여기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지만, 생명을 거스르는 것은 악이다. 살인은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도적질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형상을 해치는 것이므로 심판을 받게 된다(창 9:6).
제 7계명 : 간음하지 말지니라. (출 20:14)
하나님의 백성에게 성적 순결을 강조하는 제 7계명은 당시 종교들이 종교적 의식으로 신전 창기를 제도화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성서적 종교의 차별성을 보여 준다. 이 계명은 성적 욕망을 정죄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과 가정생활의 신성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지만, 간음은 '한 몸'됨을 깨트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음은 단순히 개인들간의 도덕적인 죄에서 그치지 않고, 가정과 공동체를 위협하는 행위가 된다.
십계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계명을 어길 때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연속적으로 다른 계명까지 그 영향이 파급되어 결국 전 계명을 어기게 된다. 이처럼 죄악의 무서운 확산성을 염두 한다면, 오늘날 만연해 있는 간음의 범죄로부터 우리는 정결함을 지켜야한다.
제 8계명 : 도적질하지 말지니라.(출 20:15)
지금까지 제 8계명은 다른 사람의 소유권을 존중해주고, 개인의 이기적인 재산 소유와 재산축척을 정당화 시켜주는 계명으로 오용되곤 했다. 그러나 이 계명에는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그들과 나누라는 사상이 들어있다(신 14:28-29, 레 19:9-10). 부의 과도한 축척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사회로부터 공공의 물질을 도둑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는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적․정치적 평등을 파괴하는 행위로 궁극적으로 공동체를 깨트리는 것이 된다. 그러한 맥락에서 아간의 범죄(수 7:1-26)는 제 8계명을 어긴 전형적인 예다. 이 계명은 인간의 총체적 안전성을 지키려는 목적이 들어 있다. 안식년이나 희년 제도도 부의 집중이나 가난의 세습을 막고 공동체의 재산을 재분배하는데 관심이 있다. 제 8계명인 "도적질하지 말라"의 긍정적 표현은 '이웃과 더불어 나누면서 함께 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제 9계명 :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출 20:16)
제 9계명은 '진실의 신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동체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인 계명이다. 과학적인 수사방법이 미비한 당시의 법정에서는 바른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증언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언어는 인간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초로서 기본적인 약속인데, 언어가 신뢰를 잃게 되면 사회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우리는 어떠한 위협이 있거나 손실이 있더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 정직하지 못한 말,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 정보와 증거를 날조하는 것,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것, 남의 명예나 이익을 침해하는 말을 하는 것들이 제 9계명에 저촉되는 것이다. 제 9계명의 긍정적인 표현은 '진실을 말하라'이다.
제 10계명 :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지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지니라.(출 20:17)
제 10계명은 마음과 본성의 상태에 관심을 두고, 다른 계명들을 해석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계명을 지키는 외적 행위의 신실함을 재는 내면의 기준이 된다. 제 10계명은 불의한 행동의 뿌리가 되는 탐욕적인 동기를 금하는 것이다. 탐욕은 일만 악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완벽한 법이라도 외적 행동의 규제는 어디까지나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리고 윤리는 법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마지막 계명은 자유를 허용하면서 윤리적 판단이 필요함을 밝힌다. 행동의 동기를 중시하는 마지막 계명은 내면의 완성을 추구한다. 제 10계명은 앞에서 명령한 다른 계명들을 해석할 때나 거기에서 언급되지 않은 그 밖의 문제들을 대할 때 다양하게 응용하여 적용할 수 있다. 제 10계명의 긍정적인 표현은 '자족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라'일 것이다.
이와 같은 십계명은 우리를 억압하고 속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거룩하게 하여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인도하는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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