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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제관념도 문제였다. 내가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고를 때 맛과 분위기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무개념 소비자라면, A는 맛과 분위기 수준에 합리적인 가격대인지를 고려하는 깐깐한 소비자다. 또 나는 지갑에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넣어두는 것도 모자라 현금도 적당히 두둑해야 안심하는 스타일인 데 비해, A는 지갑에 신용카드 한 장과 필요한 만큼의 현금만 가지고 다니는 타입이다. 직장 동료와 회식 후 뒤풀이에서 큰돈을 내야 할 일이 생길 때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나는 목돈을 미리 내는 경우가 잦은데, 다음 날 돌려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내가 결제할 때는 목돈인데, 사실 인원 수대로 나누어놓고 보면 적은 돈이라 받기 민망했기 때문이다.
한편, 내가 선배에게 한 달에 한두 번 비싼 밥을 얻어먹는 대신 후배에게 거하게 사는 스타일이라면, A는 선배와 식사할 때든 후배와 식사할 때든 더치페이를 기본으로 하는 스타일이다. 셈을 더하고 빼면 결과적으로 소비하는 액수는 비슷한 것 같지만 실제로 큰 차이가 있다. ‘공짜’라는 생각이 들면 씀씀이는 커지게 마련인데, ‘더치페이’는 기본적으로 소비가 무한대로 커지는 것을 막는다. 즉, 남의 돈도 아낄 줄 아는 후배의 알뜰한 경제관념이 돈을 모으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되는 셈이다. A는 소비와 낭비, 절약과 궁상을 제대로 구분할 줄 아는 합리적 소비자인 것.
그렇다고 친구를 좋아하는 내가 사교 활동을 줄이고 저축에만 몰입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행복한 미래를 꾸리기 위해 재테크를 하면서 현재의 인생을 희생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 아닐까. 간절하게 원하는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저축을 하다보면 돈을 모으는 동안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결국 얼마 되지 않아 저축 자체를 포기하게 될 것이다. 다만 내가 느낀 것은 성격에 따라, 경제관념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재테크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것. 경제관념이 부족하면 그에 맞는 재테크 방법을, 경제관념이 투철하다면 한층 업그레이된 재테크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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