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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베긴야]일본인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21. 06:10

   일본인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 '세켄'(世間) 개념을 중심으로 

 

  지은이 : 아베 긴야 
 

  옮긴이 : 이언숙
 

  출판일 : 2005-05-20 
 

  출판사 : 도서출판 길



책 소개

지속적으로 일본인의 역사의식 부재 문제에 대해 천착해온 저자가, 일본인의 역사부재 의식의 근원을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는 그 근원을 일본인들 누구나가 속해서 살아가고 있는 '세켄'(世間)이라는 개념을 통해 찾아나간다. '세켄'은 일본인들의 고유한 삶의 특징으로 거칠게 표현하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일본인들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특히 전체 의견과 다른 자신만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소극적이다. 즉 일본인들은 '세켄'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되게 눈에 띄게 행동하는 것을 무척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매우 겸손한 태도라고 본다. 그렇기에 우익인사들의 계속되는 망언을 비롯한 사회 전체의 우경화에 일본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끌려간다는 것이다.

책은 고대 부터 일본인의 의식속에 박힌 '세켄'을 추적하며, 많은 일본인은 '세켄'속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역사'속에서 자각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의 극복을 위해 '세켄'의 대상화를 통해 그것을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작업을 통해 이해할 수 없었던 일본인들의 역사왜곡을 그들의 입장에서 파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대로 알수록, 제대로 비판할 수 있다.

책속에서...

근대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인간관계에 따라 일이 진행될 경우에는 논리가 아닌 정이 지배하고 있다. 이는 인사 채용의 경우뿐만 아니라, 인사 전반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이 왜 일어나는지 생각해보면, 여기에도 역시 '세켄'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세켄'에서 개인은 독립된 존재가 아니므로, 인척 관계나 출신 대학에 따라 평가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채용된 사람은 모두의 기대대로 '세켄'이라는 관계 틀 속에서 행동하게 된다. - 본문 148쪽에서

저자와 옮긴이

아베 긴야 -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963년 히토쓰바시 대학 대학원 사회학연구과를 수료하였으며, 2005년 현재 히토쓰바시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서양중세사가이다. 지은책으로 <교양이란 무엇인가>, <세켄이란 무엇인가>, <중세의 풍경>, <중세 천민의 우주>, <아베 긴야 저작집>(전10권) 등이 있다.

이언숙 - 1964년 출생.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동양사학과(일본사) 및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 국사학과(일본중세사) 연구생 과정을 수료했다. 2005년 현재 한일문화교류와 관련한 통역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옮긴책으로 <일본사 개설>, <영웅의 역사 1 - 패자의 길> 등이 있다.

저자의 말

일본인들은 오랫동안 사람과 사람의 일반적인 만남을 거의 모든 일에서 우선해왔습니다. 역사 문제 역시 일상생활 속에서는 거의 의식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식자층에서는 일본인의 역사의식 결여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일본인이 좀더 역사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일본의 '세켄'과 같은 개념이 있는지 없는지 저로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과 같은 형태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한국에도 한국 특유의 생활 의식은 있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한국의 특유한 생활 의식도 분명한 모습으로 자리하기를 바라봅니다. - 아베 긴야

많은 일본 전문가들은 현대 일본인의 뿌리를 전국시대에서 찾는다. 임진왜란으로 악명높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활동했던 전국시대는 그야말로 서로 물고 물리는, 잔인한 피의 역사였다. 형제·자매·친척 중 그 누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시대였다.그런 시대의 생존법은?'자신을 철저히 숨기기'다. 만인의 연인처럼 굴되 머리 속으로는 끊임없이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이것이 극단으로 내몰리면 심각한 폐해를 남긴다.

세상 모든 것을 오직 냉정한 힘의 관계, 즉 '파워게임'으로 환산하는 것. 이는 이해와 공감을 핵심으로 하는 역사의 실종을 뜻한다.히토쓰바시대학 아베 긴야 명예교수의 <일본인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이언숙 옮김, 길 펴냄)>는 이런 문제의식 위에 서 있는 책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와 김정일 우상화는 비난하면서, 일제시대 강제노역과 위안부는 부정하고 '텐노 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만세)'를 외치던 파쇼적 습성은 미화하기에 급급한 일본 우익의 이상한 역사의식.저자는 이처럼 일그러진 역사의식의 원인을 일본인 특유의 '세켄(世間·세간)'개념에서 찾았다.

중세사 전공인 그는 불교의 철학적인 이 개념이 일본에서는 어떻게 세속화됐는지 추적한다. 세켄은 3가지, 증여·상호보답의 원칙, 장유유서의 원칙, 공통된 시간의식의 원칙이 있다. 표현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파쇼적 무사집단을 상상하면 금방 그 뜻이 짐작된다. 증여·상호보답은 신임과 절대충성을, 장유유서는 윗사람의 고압적 태도를, 공통된 시간의식은 오직 관계만을 의식하는 태도를 뜻한다. 힘에 대한 절대적 숭배, 무슨 일만 터졌다면 TV에 나와서 고개부터 조아리는 행동 등은 모두 여기서 나온다.

민주주의, 권리, 개인이란 아예 없다. 사실 저자의 역사의식은 용기에 넘치지만 새롭지는 않다. 공식제도는 민주적인데, 행태는 반민주적이라는 이중적 근대화. 저자 입장에서야 진보적인 일본 학자조차 이런 부분에 무관심하다는 데 놀라겠지만 우리에겐 숱한 일본 비판론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감상 포인트를 꼽으라면 차라리 우리의 세켄을 찾아나서는데 길잡이를 할 수 있다는게 될 듯싶다. 핏빛 전국시대 3인방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룬 책들이 한국 CEO들의 리더십으로 수용되고 있는 현실은 그 출발점이다.

서울신문 조태성 기자 ( 2005-05-28 )

‘세켄’에 갇혀 과거로 가는 일본

▶ 일본인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아베 긴야 지음, 이언숙 옮김도서출판 길. 1만2000원

태평양전쟁 때 일본은 재정과 군사력에서 도저히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데도 왜 진주만 기습을 감행하며 전쟁의 길로 들어섰을까?

독도 귀속과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 반일시위가 고조됐던 지난 4월25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일본에게 과거사 반성을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요구한 중국쪽 주장에 응답자의 71%는 “납득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2차대전 이후, 이른바 전후 일본체제의 근간이 됐던 ‘평화헌법’의 골자인 헌법 제9조 개정이 여야 합의로 올해 말 통과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헌법개정은 일본 우파 지배그룹이 본격화해 온 ‘보통국가’로의 복귀, 곧 일본 재무장의 토대가 완료된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서양중세사 연구자 아베 긴야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가 쓴 <일본인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원제: 일본인의 역사의식)>는 이런 현상의 배경에 전체 일본인의 역사의식 결여가 가로놓여 있다면서 일본 특유의 ‘세켄(世間)’을 그 기저로 지목했다.

일본에서 불미스런 일을 저지른 사람은, 정치가든 기업가든 주부든 그 일에 대해 설명할 때 흔히 “나는 죄가 없다. 그러나 ‘세켄’에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고 사과한다. 이 독특한 일본식 어법은 영어나 독일어 등 구미어로는 번역할 수 없다. “죄가 없다”고 했으면 그 다음에 “모두가 내 말을 믿어줄 때까지 싸우겠다”는 말이 와야지 사과한다는 말이 와서는 구미인들에겐 해독불능이라는 것이다. 이 어법이 일본적 사유방식, 나아가 역사의식 결여의 근본원인을 밝혀줄 열쇠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유대관계’쯤으로 풀이할 수 있는 세켄은 우리도 쓰는 세간이라는 말과 외형상 비슷하지만 다르다. 산스크리트어의 로카(loka)를 옮겨 적은 이 말의 본래 뜻은 ‘부서지고 부정돼가는 것’이다. 시대와 함께 의미가 바뀌어간 세켄 속 사람들의 행동원리에는 3가지 불변의 원칙이 있다. 증여·상호 보답과 장유유서, 공통된 시간의식이 그것이다. 일본인들은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세켄 속에 들어가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회사나 관공서, 대학, 취미활동, 동아리나 동창회 등 모두가 세켄을 이루고 있다. 이 세켄은 일본인 한사람 한사람의 행동을 구속하며 각자 자신이 한 행동의 결과로 세켄에서 배제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살고 있다. 전체의견과 다른 의견 표현을 주저한다. 세켄 속에서는 언행을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조심스럽고 겸손한 태도를 보여줘야 하고, 옷차림이나 태도도 세켄에 맞춰야 한다. 흔히 말하는 ‘일본적 분위기’의 바탕인 셈이다.

일본인의 관계를 ‘세켄’ 그안에 ‘개인’은 없다
배제당할까 두려워하며 역사적 ‘사실’ 찾기 보다 사실에 관한 ‘평가’만




△ 일본은 종전 반세기가 지난 지금 과거를 잊은 듯 세계 유수의 군사력을 보유한 채 재무장 억제의 최후 보루인 헌법마저 개정하려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1년 4월 치러진 자위대의 열병식 장면.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아베 교수는 <만요슈>와 <겐지모노가타리>, 5세기 후반에서 8세기 말까지의 설화집 <일본영이(靈異)기>를 동원하고 서양 설화집과의 비교분석까지 하며 논지를 편다.

서양에도 세켄적 세계가 있었으나 11-12세기 무렵 기독교 영향으로 주술적 요소가 배제되고, 고해성사를 통해 내면을 응시하면서 ‘개인’이 탄생했다. 이로써 세켄은 해체되고 서구 근대가 시작됐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때 서구 사상을 받아들이면서 1877년에 ‘소사이어티(society)’라는 말을 ‘사회’라고 번역했고 1884년에는 ‘인디비주얼(individual)’이란 말을 ‘개인’으로 번역했다. 그러나 개인이라는 말이 가진 실질적인 내용은 서구의 그것과는 크게 달랐다. 서구에서는 개인이 실체를 갖기까지 수백년이 걸렸으나 수입한 일본제 개인은 세켄이라는 외피 속에 수십년만에 정착했다. 자유민권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제정한 1890년의 교육칙어는 제도적으로 근대화된 세계와 세켄이 지배하는 인간관계를 병존케 함으로써 제도와 의식이 따로 노는 ‘이중기준 사회’를 강화했다. 개인이란 말은 존재하나 정작 개인은 없는 셈이다.

개인이 있는 서구사회와 없는 일본사회는 역사서술에서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본에서는 개성있는 역사학자, 역사서술의 출현이 불가능하다. 유럽에서 역사학은 역사적 신화에 대한 투쟁을 위해 존재한다. 역사적 신화란 독일 역사학자 프란티셰크 그라우스에 따르면 “과거를 절대화하고 진리를 구하기 위한 증거를 방기하며, 역사와 자기 자신과의 관련을 찾아내려는 시도”다. 서구의 역사학은 역사적 신화에 대해 역사 사실을 확인하는 일을 사명으로 여겨왔다. 이에 반해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는 역사 사실에 관한 평가를 문제로 삼는다. 따라서 설사 사실과 관련한 의견대립이 있다 하더라도 서구에서는 학설의 대립으로 학문내부의 문제가 되는데 비해 일본에서는 직접적인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학회를 끼리끼리 작당해서 폐쇄적으로 편익을 취하는 배타적 친목모임, 곧 또 하나의 세켄으로 만들어버리는 일본 지식인사회의 행태도 한몫한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도 못한다. 워낙 밀착돼 일상사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도 여기서 얼마나 다를까? 이런 상황에서는 역사인식도 비판도 제대로 될 리 없고 무더기로 이리저리 몰려다닐 수밖에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각자가 독립적 인격을 지닌 개체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라. 이를 위해 세켄이라는 존재를 각자에게 자각시켜 세켄 속에 유폐된 개인을 해방시켜라. 그러나 이 개인의 해방은 인간에게 패권적 지위를 부여하는 서구의 기독교적 개인이 아닌 새로운 개인의 탄생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세켄과 맞서 싸워라. 세켄에 잘 적응한 사람은 세켄을 인식하지도 못하며 당연히 그 본질이 무엇인지 알 리가 없다. 적응하지 못하고 싸우는 자만이 세켄의 본질을 알고 역사와 직접 대면할 수 있다. “진정한 역사는 투쟁하는 자에게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 역사와 직접 대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밀착된 주변의 세켄을 역사로 대상화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일체화한 세켄에서 자신을 해방시켜 그것을 대상화하라.

한겨레신문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출처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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