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명 : 10년 후, 한국 (긴급진단 : 공병호가 바라본 한국경제의 위기와 전망) 저자명 : 공병호 출판사 : 해냄 발행일 : 2004년 06월 07일 227페이지 공병호라는 이름 석자를 브랜드로 내세워 자기 이름을 붙인 연구소를 세우고 각종 저술과 강연 활동에 매달려온 스타 논객 공병호는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40대 중반 지식인으로서 이 암담한 현실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10년후, 한국>이라는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부제는\'긴급진단, 공병호가 바라본 한국경제의 위기와 전망\'으로 공병호는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흔들리는 주력산업, 사라지는 일자리, 공동체 의식의 파괴, 민중주의의 유혹, 약진하는 노동조합, 악화되는 재정적자, 희망 없는 교육, 감정으로 치닫는 대미외교, 시대를 거스르는 민족주의, 빠져나가는 돈, 깊어가는 세대갈등, 한국 경제의 토대를 흔드는 차이나 쇼크 등을 들고 있다 전문가이자 실용주의,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저자가 한국사회가 현재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10년뒤 우리의 모습을 진단한 본격적인 시론(時論) 성격의 글이다. 장기화되는 불황, 치솟는 실업률, 골 깊은 정치 갈등, 경쟁력을 잃어가는 교육, 거센 세계화의 바람 등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 속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짚어보고, 특히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하여 만약 이대로 간다면 10년 뒤의 모습은 어떻게 될지 전망하고 각 문제점들을 진단한다. 그가 말하는 ‘10년 후’라는 시간은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현재 우리의 결정과 실천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징적인 시간으로,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으로의 성장 전망을 가늠함으로써 현재를 비판하는 역치의 방법을 통해 현 세태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우리 사회가 처한 16가지의 상황을 보여주고, 그 원인과 이후 10년 뒤의 모습, 그리고 여기에 대한 대안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공병호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나고야대학교 객원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으며, 자유기업센터와 자유기업원 초대 소장 및 원장, (주)인티즌과 코아정보시스템의 대표이사 역임하였다. 현재 공병호경영연구소 (www.gong.co.kr)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걸출한 국내 전문가가 별로 없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계속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 공병호 박사. 일찍부터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중도노선을 걷는 글쓰기로 《기업가》 《한국기업흥망사》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등 약 30여 권을 집필한 바 있다. 최근에 펴낸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황금의 씨앗을 뿌려라》 《80/20법칙(역)》 등이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한경와우TV에서 <공병호 독서대학>, MBC라디오에서 <공병호의 독서산책>, 한국경제신문에서 <공병호의 책이 있는 풍경>을 비롯해서 일간, 주간, 월간지 등에 다수의 기명 고정칼럼을 갖고 있다. 강연과 집필, 방송 및 기고 그리고 경영자문으로 그의 삶 자체가 바로 혁신과 개선의 살아있는 생생한 사례이다. 조선일보 : 공병호 경영연구소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살아남고 싶은가?" 그리고 답한다. "현실을 직시하라!"흔들리는 주력산업, 사라지는 일자리, 공동체 의식의 파괴, 민중주의의 유혹, 약진하는 노동조합, 악화되는 재정적자, 희망없는 교육, 감정으로 치닫는 대미외교, 시대를 거스르는 민족주의, 빠져나가는 돈, 깊어가는 세대갈등, 한국 경제의 토대를 흔드는 차이나 쇼크...이 중 몇 가지에 대해서는 정파에 따라 약간의 입장 차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진단에 대해서는 이제 우리 사회 내에서 부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문제는 원인 파악과 처방에서 극명하게 갈린다는 데 있다.공병호 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우파의 대표적 논객 중 하나다. 그간 개인 삶의 행복을 기획하는 컨설턴트로서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벌여왔지만 역시 그가 두드러지는 대목은 한국 사회의 진로를 둘러싼 논쟁에서다. 그의 입장은 명확하다. 고전적인 의미의 자유주의가 그것이다. 그는 개인과 시장의 가치를 확실하게 옹호한다. 그는 한국 사회의 경우 개인이나 자유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다는 점은 인정한다.그런 전통이 역사 속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정신적인 기조랄까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었기 때문에 유례가 없는 급속한 근대화를 성취할 수 있었다고 본다.그것은 다름아닌 '자조(自助)정신'이다. 남의 탓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꺼이 몸을 던졌던 아버지 세대의 정신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시대정신은 '나눠먹기'로 바뀌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서울대 폐지론과 하향식 평준화, 끌어내리기식 평등 등이 만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나눠먹기 시대 정신의 발로라는 것이다.그는 향후 10년에 대해 이렇게 전망한다. "경제가 어려워져도 진보 진영은 득세한다. 어쩌면 이런 득세는 10년 이상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몰락하는 중산층과 증가하는 빈곤층이라는 기형적인 구조, 즉 다수를 궁핍화시키는 사회경제 틀은 이런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킬지 모른다.그 결과는 어쩌면 분명하다. "좌향좌는 가난으로 가는 길이다. 지금까지 왼쪽을 선택했던 사회 중 성공한 사례는 없다. "낙관론자를 자처하는 공 소장이 제시하는 대안이랄까 전망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어쩌면 한국 사회의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급속한 좌편향을 막아줄 힘을 우리 사회 내에서 발견하지 못한다.국제자본 말고는 이렇다 할 균형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구호에 현혹되지 말라' '미봉책으로는 곤란하다' '사상에 투자하라' '기업가 정신을 진작하라' '관용과 개방성을 유지하라'며 성공하는 국가로 가기 위한 공동체 차원의 처방을 내놓고 있긴 하다. 그러나 오히려 크게 와닿는 것은 "한국의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된다면, 다른 나라에서라도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영어권 조기유학 붐도 실은 이런 인식의 발로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나갈 준비를 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 이한우 기자 ( 2004-06-12 ) 동아일보 : 이름 석자를 회사 브랜드로 만들어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안철수'연구소,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김광수'경제연구소 등의 설립자가 그들이다.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도 마찬가지다. 공 소장은 30대 나이에 시장경제 논리를 펼치는 전도사 역할을 해 이미 양명(揚名)한 인물. TV토론, 저술, 신문 기고 등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벤처 열풍이 불 때는 벤처회사 대표를 맡기도 했다.그가 자기 이름을 붙인 연구소를 세우고 저술과 강연 활동에 매달린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업무의 효율을 위해 집에 칩거하다시피 하며 새벽부터 거의 하루 종일 책읽기와 책쓰기에 몰두한다고 한다. 자신의 아파트가 연구소 사무실이다. 외출은 주로 외부 강연 때나 한다. 그동안 주로 시간활용법, 독서법 등 직장인의 자기계발 분야 책을 썼다. 이와는 성격이 다른 <10년 후, 한국>을 집필했다.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40대 중반(1960년생) 지식인으로서 암담한 현실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분연히 일어났다는 것이다.이 책의 부제는 '긴급진단, 공병호가 바라본 한국경제의 위기와 전망'이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경제는 10년 뒤엔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16가지를 들었는데 △주력산업이 흔들린다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 사라지는 일자리 △약진하는 진보진영 △악화되는 재정적자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 △비효율적인 교육 등이다. '경제의 정치화'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경제 정의의 이름으로, 국민의 이름으로, 형평의 이름으로, 개혁의 이름으로 사회주의화(socialization)의 길을 걸을 것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축소되고 국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은 확대된다는 것. 정치인들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한다고 약속하지만 립 서비스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들은 생업현장에 선 사람들만큼 절박하지도 않고 주변 변화에 민감하지도 않단다.10 년 후엔 한국 중산층은 지금보다 생활수준이 낮아질 것이고 특히 봉급생활자는 고된 일에 비해 서서히 낮아지는 실질임금에 당황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미래를 불안해 하는 젊은이들은 정부의 출산장려책에도 불구하고 자녀 낳기를 꺼릴 것이다.이런 우울한 전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방도 제시했다. 시장경제체제가 지닌 작은 단점을 부풀려 이와 다른 길을 가려는 선동가들의 구호에 국민이 현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의 명령이 횡행하는 사회보다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지닌 진정한 기업가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것.개인이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는 △스스로 인생을 100% 책임진다는 각오로 행동하라 △예견되는 미래상황에 대비하라 △무지 때문에 이용당하지 말라 △홀로 당당히 맞서라 등을 제시했다. 나라 경제 전체와 개인 살림을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 고승철 기자 ( 2004-06-12 ) 한국경제신문 :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 1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후에는 나와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그 변화의 키워드는 바로 준비하는 자만이 미래를 껴안을 수 있다. 신간 <10년 후>와 <10년후, 한국>은 개인의 인생과 국가의 운명에 관한 미래 설계도를 제시한다.<10년 후>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우화. 저자는 미국의 광고.판촉전문회사 워크스마트 창립자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스카. 그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줄 멘토(스승) 로이가 파트너로 등장한다.오스카가 로이에게 받은 첫번째 카드는 '실행에 옮기는 순간 꿈은 이뤄진다'였다. 로이는 자전거 매장에서 가장 갖고 싶은 자전거를 골라보라고 권한 뒤 '이제 그건 네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스카는 돈이 없다.그 때 로이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가장 먼저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카드를 건넨다. 그 일이 있은 후 오스카는 잔디깎기와 차고청소 등으로 돈을 모아 그 자전거를 샀다. 그리고는 일거리가 늘어나자 다른 아이들을 '고용'해서 더 많은 일을 소화하고 수익금을 저축했다. '일을 공유해 타인의 힘을 지레처럼 이용할 때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는 교훈을 벌써 실행한 것이다.세월이 흘러 그는 청년 세일즈맨이 됐고 '시도'에 그치기보다 '실행'하는 정신으로 매진해 영업부장 자리에 오른다. 이 때 로이는 '매니저'와 '리더'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려주고 진정한 리더로 거듭날 수 있게 도와준다. "리더는 비전을 창조하고 모범을 보이며 다른 이들이 목표를 성취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오스카는 부와 명예를 얻은 뒤 정신적인 풍요를 갈구한다. '행복은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경우에 온다'는 믿음을 얻고 그로부터 10년 뒤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던 작가가 된다. 그리고 로이와 처음 약속한 것처럼 자신이 멘토가 되어 '가장 소중한 재산은 나누는 마음'이라는 가르침을 전한다.실제로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10년 뒤를 내다보면 20년, 30년 뒤가 보인다. 그 때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있을 나를 떠올리면 하루라도 허투르게 살 수 없지 않은가. <10년후, 한국>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비추는 복합렌즈다.저자는 주력산업 변화와 차이나 쇼크, 노동조합 약진 등 경제현상부터 진보와 보수의 갈등, 대미외교, 세대간의 문제까지 아우르면서 한국이 투자국으로서의 매력을 잃고 우수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며 사회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중산층의 생활수준은 지금보다 낮아지고 출산율은 더욱 감소하며 다국적 기업과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이는 시장경제와 자유주의가 정치논리 등에 위협받으며 사회 전체가 역동성을 잃기 때문. 따라서 자유경쟁과 시장논리를 회복하고 집단보다 개인, 민족주의보다 글로벌리즘, 하향평준화보다 경쟁을 통한 상향평준화로 난관을 뚫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경우에도 "미래는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 고두현 기자 ( 2004-06-19 ) 경향신문 : 지난 24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는 변화관리·경제경영 전문가인 공병호(사진)씨의 강연회가 열렸다. 주제는 '당신의 10년후, 어떻게 준비하시겠습니까?' 그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펴낸 <10년후 한국> <10년후 세계>의 판촉행사를 겸한 대중강연이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350여명의 관객은 대부분 30대 중후반의 남성 직장인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경제상황에 맞춰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할 이들이다."민중주의를 버리고 자유경제주의 논리를 공부하라. 세계의 위기와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선점하라. "경제경영서 시장에는 '공병호'는 일급 브랜드로 꼽힌다. 자유주의 경제관을 극단적으로 신봉하고 노조를 경제의 적으로 지목하는 그는 경제학자로서 많은 적을 가졌지만 자기계발 분야만큼은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번역서를 포함, 60여권의 저서 가운데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공병호의 독서노트> <1인 기업가로 홀로서기> <주말 경쟁력을 높여라> 등은 경쟁력 있는 개인으로서 공병호란 필자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출판계에서는 그를 필자로 모시는 것은 물론, 다른 책의 추천사라도 받으려고 줄을 서는 형편이다.그는 2001년 공병호경영연구소라는 1인 기업가로 독립한 뒤 강연, 저술, 컨설팅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의 저서 중 절반 이상이 이때 쓴 것인데 그 중에서도 지난해 6월 출간 이후 35만부가 팔린 <10년후 한국>과 출간 3주 만에 5만부가 나가 베스트셀러 조짐이 보이는 <10년후 세계>가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대중저술가로서 물이 오른 셈이다.이 책들의 내용은 평이하다. 깊이있는 지식을 주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이야기도 없다. 단 트렌드를 읽는 힘이 있고 대중의 정서와 필요에 부응한다. 그가 책 한권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달. 자신은 대중저술가이므로 논리와 문장에 치중하기보다 속도를 선택하겠다는 게 그의 집필관이다. <10년후 한국>의 경우 소위 운때가 맞았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재판에서 이기고 국정업무에 복귀한 직후 "한국경제 문제 없다"고 선언하자마자 "한국경제 앞이 캄캄하다"면서 치고 나왔다. 좌파·진보적 개혁이 아니라 자유주의적 개혁만이 살 길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만과 함께 차이나쇼크에 빠졌던 CEO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경제필독서로 자리잡았다. <10년후 세계>가 그 후광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공씨의 <10년후> 시리즈는 대중들에게 10년후를 생각하는 거시안을 주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그러나 과학적 분석과 합리적 대안보다 자유주의에 대한 프로파겐다 성격이 강하고, 대중서임을 감안하더라도 새로운 정보보다 기존 정보를 가공하는 데 그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 한윤정 기자 ( 2005-02-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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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 아버지 저자명 : 김정현 출판사 : 문이당 발행일 : 1996년 302쪽 아버지 ---김정현의 아버지를 읽고서 섬그늘 가슴이 뻥 뚫린 진한 감동이 눈시울을 붉히고 또 붉힌다. 세상의 순수함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들이 어느 한 순간 무너지는 아픔 속에서도 아내에 대한 자녀에 대한 진한 사랑은 오래오래 내 가슴 한켠에 자리 잡으리라 자신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진솔한 친구와의 우정도... 과연 난 어떤 삶을 살아 왔는가 삶에 대한 애착과 친구 그리고 가족애 모두가 싱그러운 햇살처럼 새롭게 가슴에 와 닿는다. 삶의 몸부림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냐고... 삶의 희열이 과연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느냐고...가만히 생각해 보라. 당신의 아버지, 당신의 남편.당신의 아들 이 진정 그런 고독 때문에 헛된 서글픔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버지. 그 가슴 뭉클한 이름에서마저 향기를 잊어버리고 산 것이 얼마인가. 가로등만 초라한 골목길에서 휘청거리는 발길을 내딛는 굽은 그의 등을 본 적이 있는가? 몸시 술에 취한 어느날,들고 온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으면서도, 누군가를 향한 불만을그치지 못하던 그 비오던 날 밤을 당신은 기억하는가? 잠든 당신의 곁에 지켜서 흐뭇하게 머금던 그의 미소를 잠결에서나마 보았던 적은 없었는가? - 작가서문중에서 - 우리 사회 전반에 '아버지' 신드롬을 일으켰던 작가 김정현의 장편소설이다.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중년 남자가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눈물겨운 사랑을 통해 우리 시대 아버지의 현주소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췌장암을 선고받고 죽음을 눈앞에 둔 중년 남자의 심정을 차분하게 접근해 들어간다. 급작스런 죽음의 선고를 소설의 첫머리에 배치함으로써 갈등이 후반부에 고조되는 기존 소설과는 다른 독특한 형식을 선택하였다. 이것은 소설의 초반부에 충격적인 내용을 설정함으로써 주인공이 자신의 죽음과 외로움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과정을 냉철하게 천착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이 시대 진정한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설이다. 세속적인 출세를 포기한 모습이 무능력으로 비치고 말로 표현되지 않는 자식 사랑이 무관심으로 비치는 오늘날 가장들의 안팎 곱사등이 신세. 가족간의 화해를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가 그의 가족에게 눈물겨운 사랑을 보여주는 이 책은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잘 형상화하고 있으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애절한 스토리 출세에 대한 잡념이나 큰 욕심이 없이 그저 순리에 따르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한직을 전전하면서도 열심히 살아온 한정수지만 자식들에게는 무능과 도피로만 비칠 뿐이다. 자식들은 가장의 역할을 상실한 아버지를 배제시킨 채 정성스런 어머니의 그늘 속에서 길들어져 아버지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골이 생긴다. 그렇다고 생계가 곤란하지도 않고 자식들이 속을 썩이지도 않아 남들이 보면 언뜻 행복한 가장으로 보이기도 하는 한정수에게 어느날 불행이 찾아온다. 주인공 한정수가 췌장암 말기선고를 받으며 소설은 시작된다. 그것도 가장 절친한 친구인 남박사로부터, 그러나 한정수는 사형선고를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자 괴로워하며 자포자기적인 폭음으로 죽음을 재촉한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어서 현대의학의 실수를 기대하며 친구 몰래 의학서적을 뒤적이며 한가닥 희망의 끈을 붙잡으려 몸부림친다. 그러니 고통을 감추고 가족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의 모습은 '사형선고'소식을 모르는 자식들과 아내에게는 단지 매일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주정뱅이에 불과하다. 인생의 허무함에 깊은 새벽 아들의 방에서 한물간 팝송이나 듣고 눈물을 흘리는 그저그런 아버지, 또 클래식을 즐겨듣는 우아한 어머니에 비하면 통속소설을 즐겨 읽는 아버지는 자식들에겐 경멸의 대상일 뿐이었다. 김정현 1957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 시경 강력계 형사로 13년간 일하다 1991년 「함정」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무섬신화」「아버지」「어머니」「길 없는 사람들」, 에세이집 「중국읽기」 등이 있다 이 소설은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눈앞에 둔 중년 남자가 그의 가족들에게 보여 주는 눈물겨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이 가지는 한량없는 사랑의 깊이는 작가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와 어우러져 읽는 이의 가슴을 감동으로 흠뻑 젖게 한다.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소설로 형상화한 작가의 노력에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 김주영(소설가) 한마디로 이 소설은 충격적이다. 이 시대 자녀 교육의 문제를 많은 학부모들과 공감하면서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나에게 소설「아버지」는 가정의 소중함을 위해 노력해 온 보기 드문 감동의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가족과의 힘겨운 화해를 위한 아버지의 처절환 몸짓은 바로 오늘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이다. - 이성호(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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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 봉순이 언니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저자명 : 공지영 출판사 : 푸른숲 발행일 : 2001년 11월 13일 발행 208쪽 식모! 식모살이! 참 오랜만에 들어 보는 단어다. 요즘은 이들이 하는 일들이 비슷하지만 파출부, 가사도우미와같은 곱고 이쁜 단어로 바뀌었다. 식모, 식모살이라는 단어를 보고나 말을 듣게되면 보리고개가 횡횡하던 시절이 머리에 떠 오른다. 짱아'가 식모인 '봉순이 언니'와의 만남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삶에 눈떠가는 과정을 놀라운 기억력으로 촘촘하게 복원해낸 소설이다. 60∼70년대 고도 성장의 뒷골목에서 한없이 짓이겨지고 추락하면서도 세상에 대한 낙관을 버리지 않는 '봉순이 언니'의 삶을 반성 어린 눈길로 감싸안으며 그 속에서 끝끝내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씨앗을 건져올리는 작가의 붓끝은 이 소설에서도 아름답게 빛을 발한다. 60~70년대 고도성장의 뒷골목. 도시의 부유한 가정에는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한 식모들이 있었다. 타고난 바지런함으로 부잣집 마나님 대신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면서도 가족의 일원으로 편입되지 못한채 영원히 문간방을 지켜야했던 우리의 누이들. 여성문제에 천착하면서 「고등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등의 문제작을 양산해온 작가 공지영씨(35)가 식모를 소재로한 장편소설 「봉순이 언니」 (푸른 숲)를 내놨다. 작가가 태어나서 9살때까지 살았던 서울 아현동을 배경으로 다섯살짜리 꼬마 짱아가 식모인 봉순이 언니와 만나 세상과 소통하며 눈떠가는 과정을 촘촘히 엮은 소설. 공지영 *1963년 서울 출생*연세대학교 영어영문과 졸업*1985년 「문학의 시대」등단*1988년 계간 「창작과비평」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 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제7회 21세기 문학상 수상 1988년 계간 「창작과비평」가을호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21세기 문학상'을 비롯하여 '오영수 문학상', '한국 소설문학상' 등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 <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고등어>, <착한 여자>,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별들의 들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랑 후에 오는 것들> 등이 있다. 한국일보 :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서울 마포구 아현동지역을 배경으로, 60~70년대 고도성장의 그늘이 됐던 소외계층과 대도시 중산층의 삶을 마치 빛바랜 흑백사진첩처럼 아릿하고도 세세하게 복원해놓았다.`실제로 쌀이 떨어지기를 곗날 돌아오듯 했다고 어머니가 회고하는 그 시절, 개항 70년만에 인천 앞바다가 70센티미터나 얼어붙었다는 그 해`인 1963년 겨울, 작가는 태어나 열세살 식모인 봉순이언니의 손에서 길러진다. 의붓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식모살이를 하다가, 세탁소집 총각과 도망놓지만 아이를 가진채 버림받고, 홀아비와 차린 신접살림도 남편의 병사로 마감되고…. 나이 쉰이 다 된 지금까지 계속되는 봉순이언니의 인생유전. 청승맞아 보이는 이런 구식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무얼 이야기하는가. 그것은 희망이다. 작가는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기는 쉽다.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간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이 한층 따뜻해졌음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 하종오 기자 ( 0000-00-00 ) 세계일보 : 어린시절부터 자신을 넓은 등판에 업고 다녔던 식모 `봉순이` 의 삶을 관찰해 낸 이야기다. 중간중간에 본인의 이야기를 삽입시키면서 작가 자신이 직접 화자로 등장하는 이 장편에서 공씨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삶은 슬프고 질척거리지만 끝까지 희망이라는 `독약` 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오기같은 것이 엿보인다.봉순이라는 인물은 60∼70년대 이른바 `공순이`로 불리는 수많은 여성들과 계급적으로 같은 반열에 놓인다. 의붓아버지에게서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살다가 `짱아` 네 집에 들어온 봉순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쳤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세탁소집 청년과 도망을 치지만 매를 맞아 시퍼런 몸뚱이에다 임신까지 한 몸으로 다시 돌아온다. 동네에 날 소문이 무서워 서둘러 중매로 맺어준 남자에게 시집갔지만 결핵 말기의 남편에게서 아들 하나 낳고 과부가 돼버린 봉순이. 짱아에게 첫 사람이었던 봉순이는 점차 잊혀져가고 짱아 역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뒤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중 나이 쉰을 넘긴 봉순이가 다시 한 남자와 도망쳤다는 소문을 듣는다. 어느날 작가는 전철에서 냄새나는 거렁뱅이 여자의 눈빛과 마주치지만 서둘러 외면하고 내려버린다. 역설적으로 공지영은 봉순이류의 처지를 말하면서 자신이 속했던 계층의 속성을 뛰어나게 그려내고 있다.약간의 온정과 그 이상은 다가가지 못하는 이기적 속성. 그러나 그들과 봉순이류가 다를 수밖에 없는 지점은 폐결핵에 걸렸다는 홀아비의 고백을 듣고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그에게 시집가는 맹목적인 착함과 헌신성,천성적인 따뜻함 같은 것들이다. 어설프게 가진자들은 이런 순수함보다는 영악한 계산을 앞세우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오히려 이 소설에서 봉순이에게는 큰 은인이기조차 하다. `아줌니,걱정 마세요. 지가(시집)가서 잘할 게유. 하나있는 딸내미두 어찌나 안됐든지 때꾸정 물이 졸졸 흐르는게 한시라두 빨리 가서 목욕두 뽀득뽀득 좀 시켜놓고 싶구…… 찌개락두 좀 뜨뜻한 걸루 먹게하구 싶구…… 지 맴이 영……`작가가 30년도 더 지난 지금 식모 봉순이 언니를 떠올리는 이유는,비록 살아가는 구체적인 환경은 각기 다르지만 자신을 포함한 이 시대의 많은 봉순이들을 바라보면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쥐약을 먹은 쥐를 잡아먹고 밤새 끙끙대면서 처연한 눈빛으로 어린 `짱아` 를 바라보던 메리를 마지막에 다시 상기하는 것은 그런 희망에 대한 슬픈 집착을 내보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희망은 희망이되 불행감을 숨길 수 없는,살기 위한 마취제 같은 것으로 다가서는 그런 희망이다.그러나 그것마저 없다면 삶은 진정 사막일 수밖에 없는것을. - 조용호 기자 ( 1998-12-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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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 야생초 편지 (들풀 향기 가득한 생명의 고백서) 저자명 : 황대권 출판사 : 도솔 발행일 : 2002년 10월 01일 288쪽 한사람의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의 뜰에서 피어나는 식물들을 보고 그것에 관한 자료를 찾아 알기 쉽게 적어서 자기와 가까운 사람에게 편지를 써는 내용이다. 풀뿌리 하나에 애착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는 것, 생명의 소중함, 삶의 소중함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 책인데, 식물들을 그림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어 이것 어디서 봤더라, 하면서 하나하나 추억도 되새겨 보았던 책이다. 어려운 식물도감을 아주 쉽게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13년 2개월 동안 양심수 생활을 한 황대권의 옥중 서간집 중에 야생초 관련 편지를 모았다. 저자는 감옥 안에 야생초 화단을 만들어 100여 종에 가까운 풀들을 심고 가꾸었다. 뿐만 아니라 하루 하루 식물 일지를 쓰고 한때 미대를 지망했던 솜씨로 직접 그림까지 그렸다. 13년 2개월 동안 복역한 양심수 황대권의 야생초 사랑 이야기. 그는 감옥에 자그만 화단을 두어 야생초들을 키우는 데서 단순한 취미가 주는 기쁨 이상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흔히 감옥 속에서 쓴 글이라면 연상되는 것과 달리, 이 책의 편지들은 소박하다. 자신의 얘기보다도 야생초나 감옥 주위 동식물을 관찰한 얘기를 꼼꼼히, 그림과 함께 기록한 마음 편안한 관찰기다. 여동생에게 보내는 연작 편지의 형식을 띤 이 편지들은 하나마다 하나씩의 야생초(때로는 사마귀나 비둘기 같은 동물도 섞이지만)를 소개한다. 야생초를 보며 떠올린 생각들, 야생초의 쓸모에 대한 소개와 감탄, 그리고 양심수의 정처없는 심정이 혼합된 부드럽고도 굳센 글이다.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리고 그 솜씨가 너무나 놀라운 야생초 그림들은 책의 정취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 재생지로 만든 지면에 파스텔톤의 색깔을 포인트로 가미한 글씨가 귀엽기까지 하다. 황대권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했다. 뉴욕 뉴스쿨 포 소셜 리서치(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중,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3년 2개월을 복역한 후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되었다. 출소 후 전남 영광에서 농사를 짓다가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의 초청으로 유럽에 가서 한동안 인권활동을 하였다. 영국에 있는 동안 슈마허대학(Schumacher College)과 임페리얼대학(Imperial College)에서 생태학 및 농업생태학을 공부하고 2001년 10월에 귀국했다. 2005년 현재 '생태공동체운동 센터'(www.commune.or.kr)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백척간두에 서서: 공동체 시대를 위한 명상>,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 (공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야생초 편지>, <가비오따스-세상을 다시 창조하는 마을>, <희망의 숲>(공저) 등이 있다. 들풀 향기 가득한 생명의 고백서 처음엔 자신의 만성 기관지염을 고쳐 보려고 풀을 뜯어 먹다가 이내 야생초에 반해서 야생초 연구가가 된 사람! 감옥에서 어렵게 씨를 구해 각종 야생화를 정성껏 가꾸며 삶을 이야기하는 그의 글에는 초록빛 들풀 향기가 가득합니다. 소박하고 겸손한 풀들이 '옥중 동지'였다고 서슴없이 고백하는 그의 글들엔 감옥 생활의 애환도 가득합니다. 동료들을 불러 모아 '들풀모듬'으로 잔치를 하는 그. 컵라면 용기, 마가린 통에 들꽃을 심고, 때로는 코카콜라 병 속에 청개구리를 키우며 쥐와 거미와도 친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때로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야생초에 대한 그의 관찰과 연구는 전문가 수준이며 이 관찰은 식물적인 견해를 넘어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인간관계에 대한 묵상으로까지 확산됩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이어지는 그의 양생초 관찰일기는 풀 향기 가득한 식물일기이고 생명일기이며, 감옥에서도 자유로운 한 구도자의 사색일기, 수련일기라고 여겨집니다. - 이해인(수녀, 시인) 중앙일보 - 감옥에서 부른 '들풀의 노래' ... 2002-09-28 외국 유학기간 중 방학을 이용해 찾은 고국. 돌아온 첫날 밤 기관원들에 끌려갔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더욱이 간첩죄목와 함께 무기징역형까지 선고 받는다면. 그런 상황은 신간의 저자 황대권(47)씨에게 실제로 닥쳤던 일이다. 그는 학생운동이 전국 조직을 갖췄던 1985년 당시 신군부 정권이 만들어낸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걸려든 것이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에서 유학하던 황씨가 참여했던 토론 모임의 한 멤버가 귀국길에 북한을 방문한 사실이 간첩단 조작의 빌미가 됐다. 꼬박 13년 수형생활동안 서른살의 지식인은 지난 98년 중년사내가 돼 출소했다. 신간은 황씨의 옥중 서한집이다. 한데 그 신간이 유별나다. '감옥에서 체득한 생태학의 실전'이다. 즉 절해고도 교도소에서 황씨의 유일한 위안거리는 거미, 사마귀, 청개구리와 교도소 운동장에 마련한 화단에서 가꿨던 1백여종의 야생초였다. 신간은 황씨가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 중 야생초와 벌레 관련 편지들만을 모았다. 그가 볼펜으로 그려넣은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야생초 그림이 곁들여진 황씨의 편지들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황씨는 "절실한 필요에 의해서 식용으로 야생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만성기관지염, 요통을 이겨내기 위해 생각다 못해 야생초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끼니마다 야생초를 먹다 보니 온갖 잡풀들을 뜯어다가 물에 살짝 데쳐 된장에 무쳐 먹는 '들풀 모듬', 씀바귀, 민들레, 뽀리뱅이, 제비꽃, 조뱅이, 방가지똥, 닭의덩굴 등 이름도 생소한 풀들로 담근 '모듬풀 물김치', 민들레 뿌리, 냉이, 도라지, 인삼가루 등 10가지 재료를 5일간 뭉근히 졸여서 만든 '십전대보잼' 등 엽기 요리들도 개발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신간은 훌륭한 식물도감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황씨의 속생각은 야생초에 대한 단순한 애정을 넘어선다. '쓸모가 없고 제초제에 내성이 강한' 풀들을 뜻하는 '잡초'의 사전적 정의는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생각이 개입한 결과다. 때문에 잡초라는 이름보다 야초(野草), 야생초로 불러야 맞다는게 황씨의 생각이다. 황씨의 생각은 "파멸의 길로 향하고 있는 도시 문명, 자본주의를 청산하고 수많은 지역 생태 공동체들의 연합으로 국가를 재편해야 한다"는 데까지 나간다.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이라는 생태 위기를 몰고 온 기업형 농업 시스템, 소비자들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 인기 없는 농산물 생산을 중단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수퍼마켓 시스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지역 생태 공동체들이 야생초를 절멸시키지 않고 야생초와 더불어 농사를 짓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씨는 지난해부터 생체공동체 연구모임(www.commune.or.kr)을 이끌며 지역 공동체들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도시를 문닫고 공동체들로 전국을 채우자는 과격한 생태주의적 발상은 아직 우리 현실에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얘기 아닐까. 황씨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도시민들의 3분의 2는 유기적인 전원생활을 꿈꿀 정도로 이미 생태주의는 일반 대중들의 관심사가 됐다"는 게 황씨의 주장이다. 시대의 피해자였던 황씨는 생태주의를 통해 현 시대의 병폐를 치료하는 '근본적인 반란'을 꿈꾸고 있다. - 신준봉 기자 (2002-09-28) 문화일보 - 13년 감옥생활 달래준'녹색생명' ... 2002-09-27 서울농대 졸업후 뉴욕 사회과학대학원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전공한 황씨는 왜 하필 ‘잡초’에 인생의 승부수를 걸게 된 것일까. 간첩으로 몰린 데 대한 분노로 징역초기 단식투쟁과 난동을 부리다 모진 고문과 지옥같은 징벌방 생활을 겪은 그에게 돌아온 것은 지친 영혼과 망가진 몸뿐. 만성기관지염등을 자연요법으로 치료하면서 그는 교도소 운동장에 난 풀을 먹기 시작한다. 투사에서 징역생활을 즐기는 생태주의자로 바뀐 것은 그때부터다. 야생초는 감옥살이의 지친 영혼을 지탱해준 그의 연인이었다. 오만과 방자한 마음, 즉 ‘아만(我慢)’을 다스리고 싶어 야생초에 빠졌다고 그는 고백한다. “남과 나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며 뻐기는 인간들은 크건 작건, 못생겼건 잘생겼건 타고난 제모습의 꽃만 피워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감옥 운동장 한구석에 수줍은 듯 피었다가 사라지고 잊을 만하면 얼굴을 내미는 ‘작은 거인’ 주름잎꽃은, 묵내뢰(默內雷·겉으론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속으론 우레와 같다)의 화두를 깨치게 한 감옥살이 스승이었다. 그는 국화꽃·산국꽃 송이, 아니스 씨앗, 말린 쑥을 배합해 직접 개발한 야초차 맛에 탐닉한다. 야생초 배합비율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시행착오를 숱하게 거치면서 ‘조화와 균형’의 의미를 터득하고 그의 잡초철학 내공은 깊이를 더해간다. 반생태주의의 상징인 회색 콘크리트 감옥에서 쓴「야생초 편지」에는 숲그늘의 풍요로움은 없지만 글과 그림에는 초록빛 들풀 향기와 생명의 경이로움이 뚝뚝 묻어난다. 예수와 마호메트가 황량한 사막에서 깨달음을 얻었듯 잡초를 감옥 동지이자 삶의 스승으로 삼으면서 녹색 희망을 노래하는 생명예찬가로 변모하는 수인(囚人)에게서 뭇 생명체에 대한 경외감을 발견하게 된다. 명아주·쇠비름·쇠별꽃·방가지똥등 14가지 잡초를 데쳐 된장에 무친 들풀모듬, 두충잎과 감잎 쑥잎등으로 만든 두감쑥차등 야생초 특미 요리와 차는 지옥같은 징역살이를 즐거움으로 바꿔준다. 변산공동체를 실험하는 철학자 농사꾼 윤구병교수의 책 제목처럼 세상에는 쓸모없는 ‘잡초는 없다’는 걸 확인시켜 준다. 야생초 재배 경험을 토대로 출소후 황씨는 우리 농업을 살릴 생태공동체 구상에 몰두해 있다. 농산물시장이 전면개방되면서 기존 농사방식으로는 우리 농촌의 활로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온갖 약효가 들어있는 야생초의 용도 개발을 위해 정부에서 야생초연구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우리 농촌이 살아남을 유일한 길은 ‘야생초와 더불어 짓는 자연농법’이라는 것이다. 멸종되는 종의 다양성을 지키고 토양침식과 오염을 막는 전위로 야생초를 내세우는 잡초박사의 꿈이 가을햇살에 영글고 있다. (작품성★★★★★ 대중성★★★★, 만점 5개) - 정충신 기자 (2002-0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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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정지용에서 천상병까지) 저자명 : 신경림 출판사 : 우리교육 발행일 : 2000년 06월 01일 352 쪽 「농무」의 시인, 신경림이 3년 여에 걸쳐 한국 현대시사를 빛낸 22명의 시인들의 자취를 찾아 나섰다. 생가와 시비, 살았던 곳 등 시인들의 삶의 족적을 들여다보고 삶의 족적과 시의 긴밀한 관련을 파헤쳤다. 저자 역시 기행을 통해 '시를 재미있게 읽는 법'을 터득했다는데, 시를 재미있게 읽고 싶어하는 사람, 학교에서 시를 가르치는 교사들, 그리고 시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신경림 그는 시인이다. 주로 토속적인 이미지를 지녔지만 지조가 있는 시인이다. 시인은 기능적인 면보다, 정신적으로 사상적으로 풍요롭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인이다. 사실 그의 글이 마음에 닿은 것은 시가 아니라 그와 여러 명이 여행하면서 쓴 『민요기행』이란 책이다. 민요를 찾아 점점 산업화가 되어 가는 우리 시골을 정감 있는 필치로 써 내려간 그의 글은 사라져 가는 전통적인 시골의 모습과 평범한 사람의 체취가 담긴 글이었다. 시인을 찾아서란 이 책은 그의 시적 경향이나 사상적인 면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구한말 이후 서양문명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받으면서 생겨난 근대문학에서 많은 시인들이 만들어졌다. 그들 중에 우리 문학에 영향을 끼친 ‘좋은시’를 소개하고 그 시를 쓴 시인을 여러 방면을 탐구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야기하듯 시인 한사람 한사람을 본인의 기억에서 꺼내어 써 내려간 시문학사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책에는 모르는 시인들이 많이 나온다. 학교 다닐 때 이름만 이야기하고 그냥 넘어갔던 시인들도 나오고. 친구들 사이에서, 국어선생님을 개인적으로 찾아가야 거론되었던 시인들도 나온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정지용 시인이다. 그리고 사상적 문제 때문에 이름만 거론되었던 임화 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읽으면서 인상적인 시인은 권태응 시인이었다. 권시인의 시가 우리 생각 속에 깊게 들어와 있음에 놀랐고, 암울한 시대에 우리 역사에 영향을 준 강대국의 영향을 '책자랑'이란 시를 통해서 간단하게 나타내는 그의 시는 대단히 함축적이고 복합적인 면이 보였다. 이 책에서 신경림이 뽑은 시인은 여러 사람과 토론을 거쳤다고 하지만 그가 뽑은 시인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은 시는 민족적인 정서를 지닌 사람으로 일관된 사상을 가진 절개가 있고, 지조가 있는 사람이 쓴 시인 것 같다. 그래야 오래도록 전해지고 낭송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좋은 시가 많이 읽히는 풍토가 만들어지고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책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현직 국어교사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고 한다. 그가 나름대로 좋은 시를 쓴 시인들을 뽑아, 시인의 발자취를 찾아다니고 그들이 쓴 시를 다시 읽는 수고를 한 이유는 이 책이 청소년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맘으로 쓰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교과서에서 접한 시가 마지막 일수도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책 안에서 신경림씨가 지적했듯이 우리나라만큼 많은 시인들이 판치고 그리고 국민들이 시를 한두편정도 못 외는 왜곡된 나라는 드물거라고 한말에 안타까움이 밀려왔고 이번 MBC프로그램을 계기로 이 책이 많이 보급되어 소중한 시인들과 그들의 보석같은, 때론 삶과 같은 무게의 시들을 접하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더 할수 없는 좋은 계기일거라고 본다. 특히 신경림씨가 직접 시인들의 자취가 남은 곳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만들어진 이번 책은 많은 사진이 실리진 않았지만 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개인적으론 솔솔했다. 시인들의 사진 역시 인상적이였다. 이미 고인이 된 시인들의 오래되고 낡은 흑백 사진들이 가지는 이미지와 그들의 시가 가지는 이미지가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시인들의 사진과 신경림씨가 시인들 하나하나에 올린 그들을 묘사한 짧은 글들을 읽고, 보는 기분이 이 책이 가지는 또 다른 재미중에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던 몇 몇의 낯선 시인들도 금새 신경림씨의 따뜻한 시선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사랑해 오던 시인들처럼 느껴졌다. 요즘 서점에 생선들 처럼 깔린 시집들의 가볍고 경박스러움을 느낀것은 부단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 안에서 신경림씨가 한 말이기도 하지만 시란 많이 쓰는 것보단 어떤 시를 쓰느냐가 더 중요하듯이 시인으로 살면서 한편이라도 건질 시가 있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출판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가는 이런 시대에서 좋은 시들을 찾아보기란 그리 쉬운 일들이 아니기에 아예 포기하고 고전적인 시들이나 읽거나 시에 관해서는 진보보다는 추억을 더듬듯이 그렇게 제자리를 가는게 아닌가싶은 안타까움도 들지만 이 책을 통해 시가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를 시가 가지는 중심이 무엇인지를 느꼈다. 그건 아주 값진 것일 것이다. 요즘처럼 척박한 세상에서 시가 가지는 힘은 아주 클 거라고 본다. 시인에게 처음 시상이 떠오를때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아름답고 진실해지길 소망하면서 글을 다 읽었다. 경향신문 : 전작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MBC 프로그램 ‘느낌표’ 덕분에 뒤늦게나마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일까.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2’(우리교육) 표지에 실린 신경림 시인의 모습은 보기 드물게 활짝 웃고 있다. 신시인은 ‘시인을 찾아서’ 1편에서 정지용부터 천상병까지 작고 시인 22명을 다룬 데 이어 2편에서는 김지하부터 안도현까지 현재 활동중인 시인 23명을 소개했다. “역시 시는 자연스러울 때, 삶에 깊이 뿌리박고 있을 때,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이 나는 것은 틀림이 없다”는 평소의 지론대로 시와 시인의 삶을 함께 다루고 있다. 저자가 가까이 지켜본 이들이기에 더욱 다가온다. 신시인은 김지하 시인의 ‘1974년 1월’을 처음 읽었을 때 온몸이 떨리고 손이 굳어 펜을 잡을 수 없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1974년 1월을 죽음이라 부르자/오후의 거리, 방송을 듣고 사라지던 네 눈 속의 빛을 죽음이라 부르자/좁고 추운 네 가슴에 얼어붙은 피가 터져/따스하게 이제 막 흐르기 시작하던/그 시간/다시 쳐 온 눈보라를 죽음이라 부르자’ 1974년 1월은 아무도 유신헌법을 비판할 수 없으며 비판했다는 사실을 퍼트려서도 안되며, 이를 어길 시에는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농담 같은 긴급조치가 공포되던 달이었다고 회상한 저자는 “이 시에는 주술성이 있어 우리를 불안에서 구해주기도, 손발이 묶인 듯 움직이지 못하게도 만든다”며 “좋은 시의 반응은 머리로 오는 게 아니라 육체로 오는 것”이라고 했다. ‘국토’의 시인 조태일 편에서는 99년 그의 임종 당시 모습을 소개했다. 58세의 이른 나이에 암에 걸린 그는 “수의도 만들어 놨어요. 입어보니까 잘 맞대요. 영정도 옛날에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드는 게 있어 아이들 시켜 확대해 놨는데 아주 잘 나왔어요. 한번 보실래요?” 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스님의 아내로 절에서 살았던 어머니를 보내면서 지은 시가 ‘태안사 가는 길2’이다. ‘반야교를 지나며/어머니,/오오냐아.//해탈교를 지나며/ 어머니,//오오냐아, 오오냐아.//금강문을 지나며/어머니,/오오냐아, 오오냐아, 오오냐아’. 시인은 지금 어머니를 따라 태안사에 영면했다. 저자는 이밖에도 낮고 작은 목소리로 높고 큰 울림을 준 정희성 시인, 장바닥을 뒹굴면서도 당차고 새된 시를 쓴 민영 시인, 시를 가지고 세상의 불구를 고치려 한 이선관 시인, 산을 통해 세상을 보는 이성부 시인, 균열이 심한 물사발 혹은 마디 굵은 대(竹) 같은 서정춘 시인 등을 소개한다. 여성은 강은교 시인과 이해인 수녀 둘뿐이라서 조금 아쉽다. - 한윤정 기자 (2002-09-28) 국민일보 : 3년전,시인 신경림씨(67)는 교육전문월간지 ‘우리교육’ 연재물인 ‘시인을 찾아서’의 기행대상으로 조태일씨를 예정해놓고 있었다. 그러나 조태일씨가 느닷없이 입원한 바람에 그를 찾아가겠다는 결심은 차일피일 미뤄졌다.치료와 요양을 위해 병원과 시골집을 전전하던 그를 만난 것은 링거를 꽂은 채 누워있는 광주의 한 병원에서였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지구상의 60억 인구중 하필 암이란 놈이 나한테 와서 붙다니요. 저도 살겠다고 들어온 걸 괄시할 순 없고, 그래서 살살 달래서 내보내야 할 것 같네요” 병상에 누워 선배 시인의 병 문안을 받은 그는 “수의도 만들었고 영정도 준비해놨다”며 남의 얘기하듯 자신을 찾아온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닷새 뒤 조태일씨는 저 세상사람이 되었다.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였던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우리교육)의 둘째 권이 출간됐다. 첫 번째가 이미 유명을 달리한 시인을 다루었다면 속편은 조태일 시인을 필두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23명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했다. 민영 고은 김규동 등 칠십에 다가선 원로시인을 비롯,김지하 정희성 김준태 도종환 정호승 김용택 등 중견시인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작고시인에 비해 현역 시인들에 관한 글은 더욱 쓰기 힘들었다.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자 제약이 많았다.변화하고 발전하는 대상인데다 평가도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서정주 시인의 경우 약속은 해 놓고 끝내 취재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질옹배기처럼 투박하면서도 그 빛이 은은하여 그늘에서도 반질거리는 듯 신씨의 글은 감칠맛을 준다. 때로는 그 시각이 문학평론가의 본격적인 평문보다 번뜩인다. 예를 들어 그는 “대낮에/마당 복판에 갑자기/참새 한 마리 뚝 떨어져/머리 피투성이로 파닥이다 파닥이다/금세 죽어 숨진다/아내가 부삽으로 흙에 파묻고/장터 가려는 내 길 막고 서서/몸 부르르 떤다”는 김지하의 ‘그 소.애린32’를 인용한 다음 1991년 강경대 사건으로 필화를 겪었던 시인의 내면을 날카롭게 진단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김지하 시인이 조선일보에 써서 말썽이 되었던 칼럼을 생각했다…운동권을 중심으로 김지하 비판이 봇물을 이루었지만 후배를 아끼는 운동권 선배로서 또 생명을 중시하는 시인으로서 이에 침묵하는 것이 과연 미덕이었을까. 가령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부득이한 폭력은 용납한다는 것이 혁명의 논리일 수는 있겠으나 나는 이 시에서 그런 폭력조차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정서를 읽은 것이다” 지난해 만해문학상 을 수상한 정희성 시인에 관해 신씨는 “그 시를 보고 사람을 보면 시(글)가 곧 사람이다라는 격언이 결코 헛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는 자신의 시처럼 단정하고 단아하지만 단아한 외형속에는 강철이 들어있다”는 인상기를 적고 있다. 1980년대 정희성 시인은 모교인 서울대에 교수로 남을 수도 있었으나 술자리에서 만난 지도교수인 정한모씨에게 “다들 잡혀가고 죽고 하는데 혼자서 잘 살겠다고 대학교수 공부하는 것이 싫었다”고 답변한 것은 그의 정신에 강철같은 것이 들어있기에 가능했다는 것. 이밖에도 신씨는 양채영 시인을 ‘풀꽃과 노새의 시인’으로,전교조 운동을 하다 위암으로 쓰러진 신용길 시인의 아내 조향미 시인을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시인’으로, 고 천상병과 같은 마산 출신으로 생전의 천상병을 형님처럼 가까이 했던 이선관 시인을 ‘시를 가지고 세상의 불구로 바로잡는 시인’으로 자리매긴다. 신씨는 ‘여는 글’에서 “요즈음 시에 리듬이 없다는 지적은 시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말이며,시는 진실과 가장 가까이 있을 때 울림이 크고 빛이 난다”고 적었다. 신경림의 눈에는 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치 시 한편으로 풀어져 가을 하늘의 흰구름처럼 떠다니고 있다. - 정철훈 기자 (2002-09-27) 중앙일보 : 아무래도 신경림(67)시인은 시를 저울질할 때 시의 우열과 완성도 자체보다 시인 삶의 치열함을 우선하고 있다. 책 제목이 '시를 찾아서'가 아니라 '시인을 찾아서'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책은 작고(作故) 시인을 다뤘던 제1권의 후속으로 요즘 시인 23명을 다루고 있다. 1권은 2~3년간 묻혀 있다가 MBC-TV의 '!느낌표'에 소개되면서 벼락 베스트셀러가 됐다. 독재, 1980년 광주, 전교조 사건 등 동시대 역사가 스며든 2권의 이야기는 거친 숨소리를 낸다. 김지하.정희성.도종환.고은.이성부.강은교.이해인.정호승. 김용택.안도현 등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시인에서 부터 그보다는 덜 알려진 시인까지 저자는 발품을 팔아 만나고 얘기하고 술을 마시며 글을 썼다. 우선 첫머리에 배치된 김지하 시인의 시에 대해 "알려진 몇 편의 저항시를 제외하면 오히려 섬세하고 서정적이다. 실존적 철저성에서 오는 진솔함 그 자체다"라고 설명한다. 이미 민중시의 시 형식 결여를 질타한 바 있는 저자는 '1974년 1월'과 '타는 목마름으로'를 민중시의 전범으로 내세우며 "급박한 호흡과 화려한 이미지의 변화, 시가 갖는 회화성과 음악성의 절묘한 배합"이라고 극찬한다. 산문이 시가 되기 위해서도 유신에 대한 저항만큼의 목숨을 건 도약이 필요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대낮에/마당 복판에 갑자기/참새 한 마리 뚝 떨어져/머리 피투성이로 파닥이다 파닥이다/금세 죽어 숨진다/아내가 부삽을 흙에 파묻고/장터 가려는 내 길 막고 서서/몸 부르르 떤다."('그 소, 애린32' 전문) 저자는 이 시를 뒤늦게 읽고 난 뒤 김지하 시인이 91년 분신 정국 때 운동권을 질타한 일을 따뜻한 이해의 시선으로 보듬기까지 한다. "운동권을 중심으로 '김지하 비판'이 봇물을 이루었지만 후배를 아끼는 운동권 선배로서, 또 생명을 중시하는 시인으로서 아예 침묵하는 것이 과연 미덕이었을까. 가령 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득이한 폭력은 용납한다는 것이 혁명의 논리일 수는 있겠으나, 위의 시에서 나는 그런 폭력조차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정서를 읽은 것이다." 다른 장도 마찬가지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시인 정희성의 단아한 성품에서 압축미를 설명한다거나, 김용택 시인의 거짓말 못하는 성격을 거론하며 시의 진솔함을 연결시키고 있다. "콩타작을 하였다/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콩 잡아라 콩 잡아라/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콩 잡으러 가는데/어, 어, 저 콩 좀 봐라/쥐구멍으로 쏙 들어가네//콩, 너는 죽었다."(김용택 '콩, 너는 죽었다' 전문) 어느날 소설가 박완서씨가 김용택 시인이 근무하는 시골 분교를 방문한다. 시인의 학급에는 학생들의 시를 붙여놓은 '우리들 차지'라는 게시판이 있다. 거기서 어느 시를 놓고 박완서씨가 "이건 참 잘 썼네요.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네요. 잘 가르치세요"라고 한다. 그런데 그 시는 시인의 시였다. 그래도 시인은 "야, 정말이라니깐. 박완서 선생님이 내 시가 좋다고 했어야!"하며 자랑을 했다고 한다. "여러 새가 울었단다/여러 산을 넘었단다/저승까지 갔다가 돌아왔단다."('단풍놀이' 전문) "꽃 그려 새 울려 놓고/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소식."('봄, 파르티잔' 전문) 위 시의 서정춘 시인은 등단 30년에 시집 한 권을 낸다. 대개 짧은 시 속에 "어린이의 순진함과 마술사의 솜씨"를 겸비하며 세상사의 진리 한 토막을 핀셋으로 뽑아내는 시인은 평소 "아직 배운 게 모자라서…"라며 시를 아끼고 아껴왔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스물 세명 시인을 만나고 난 뒤 시에 대해 다시 한 마디를 남긴다. "적어도 말의 고저나 강약이 크게 기능하지 못하는 우리말의 경우, 시의 리듬이란 자연스러움 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요즈음 시에 리듬이 없다는 지적은 결국 시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말이요, 그것은 시를 억지로 꾸미다 보니까 저질러지는 잘못이라는 얘기가 된다. 자신을 속이고 남에게 거짓말하고, 사기 치고 날조하고, 이것이 적어도 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 될 터이다." 다시 책은 "시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본질적이라 함은 근본을 묻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저자는 시의 근본을 치열함과 절규에서 찾고 있다. 치열함과 절규는 삶이 언어(시)를 배반하지 않고 언어 또한 삶 위나 바깥에서 고독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그 때에야 시가 내게로, 우리에게로 온다고 한다. - 우상균 기자 (2002-09-28) |
출처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글쓴이 : 크레믈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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