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테크/책방이야기

[스크랩] [정경모]찢겨진 산하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21. 06:18

     도서명 : 찢겨진 산하
                 (김구·여운형·장준하가 말하는 한국 현대사)

     저자명 : 정경모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발행일 : 2002년 07월 295쪽

     우선 이 책의 형식이 매우 독특하다는 걸 먼저
말하고 싶다.

     역사문제를 좌담형식으로 전개한 책은 본적이 없다.

    

     따라서 현대사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듯 하다.

형식이 아무리 좋더라도 내용이 여물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은 것. 이 책은 저자 정경모씨가 일본어 잡지<씨알의 힘>에 연재한 글을 단행본 형태로 84년에 발간했는데 이를 저본으로 한겨레신문사가 다시 증보판을 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전체적 내용구성은 10년의 시점으로 이루어졌고 때문에 일부 내용은 후시적 면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현대사를 조망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동안의 남한에서의 현대사 연구는 대한민국의 비극적 탄생에서 비롯된 매판적 반민족적 극우세력에 의해 좌익진영의 민족운동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행보를 철저히 배제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매국적 행태를 보여온 우익진영에 비해 상대적으로 독자적 반외세 민족자주노선을 견지해온 좌익진영에 대한 옹호를 펼침으로서 대한민국에 대한 정통성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또한 여기서 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을 찾고 있기 때문에 남한의 지배세력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래서 한때 이 책은 금서로 낙인찍힌 경력도 있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은 일제의 앞잡이로 그리고 미제의 앞잡이로 진화해온 남한 매국적 수구세력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놓았고, 현재 우편향적 역사인식에 젖어 이러한 무리들과 동조하는 세력들(조,중,동과 정치권)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책이 좌편향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데 나는 오히려 우리사회가 그만큼 우편향적이라는 반증이지 이 책 자체가 좌편향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김구, 김규식, 장준하 등으로 대표되는 남한의 우익진영과 여운형을 중심으로 하는 좌익진영 그리고 매국 세력에 대한 역사기술이 상당히 균형을 맞춘 몇 안 되는 양서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래서 현대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소개

책소개 위로 이 책은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이후 20년 만에 재출간되는 것이다. 초판본의 오역과 내용 일부를 수정, 보완하고 저자의 머리말을 새로 덧붙였다. 여운형과 김구, 장준하 세 사람이 사후세계에서 만나 가상의 대화를 나눈다는 형식으로 씌어졌으며 , 해방 이후 미.소의 남북 분할 점령과 좌우 대립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격동기에 우리의 선각자들이 어떻게 싸워왔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경모

1924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중학을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 대학 의학부, 서울대 의대에 다니다가 미국 에모리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1970년 일본으로 건너가 문필활동으로서 민주화, 통일운동을 지원하였다.

일본에서 1981년 한국문제 전문지 「씨알의 힘」을 발행하였고, 1991년에는 일본의 평화와 조선의 통일을 생각하는 '씨알의 힘" 모임을 발족하여 기관지 「씨알」을 현재 35호까지 발행하였다.



1980년대 해적판으로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었던 정경모의 '찢겨진 산하(한겨레신문사 刊)'가 증보판으로 새로이 발간됐다. 故문익환 목사가 조직했던 '통일맞이' 사업의 일환으로 계획됐다가 그의 타계 이후 10여년동안 방치됐다가 이번에 나오게 된 것.

망명언론인 정경모가 김구, 여운형, 장준하 등 세 명의 민족주의자가 천상에서 나누는 가상정담이라는 형식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새롭게 재구성했다.

우리나라 헌법의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시작되는 전문 내용에 대해서 냉철하게 따져볼 것을 독자들에게 주문하며, 글이 전개된다.

이 책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때 벌어졌던 '찬탁' '반탁' 대신 '통일세력'과 '분단세력'을 중요한 중심축으로 삼는다. '용공'과 '반공'이라는 대립축도 '통일'과 '분단'의 관계속에서 이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친미반공'이라는 한국의 국시 또한 '친일'의 연장속에 있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중심축을 놓고 보면 좌익세력이던 여운형은 좌우합작운동을 통해 남·북간 통일을 이루려 했고, 반탁운동을 했던 김구는 외세의 배격을 통한 완전한 통일을 이루려고 했다는 점에서 '통일세력'에 포함된다. 그러나 미국의 힘을 빌어 단독정부 구성을 추진했던 '이승만', '반탁'을 내걸었지만, 친일의 굴레 때문에 분단을 필요로 했던 친일 민족주의 세력인 '한민당', '통일세력'을 '반공'을 빌미로 탄압했던 박정희를 '분단세력'으로 구분한다.

대한민국 주류는 '분단세력'에 의해 장악됐고, '분단세력'은 '통일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친일세력, 외세인 미국과 손잡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안타까워한다. 특히 외세인 미국을 끌어들인 과오는 당나라를 끌어들여 통일을 이룩했던 신라의 김춘추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한다.

책속에는 '찬탁'과 '반탁' 논쟁속에 얼마나 많은 비밀과 음모가 있는지를 하나하나 끄집어내면서 이승만의 찬탁과 김구의 찬탁은 여운형과 김구보다 훨씬 큰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반탁'의 깃발을 내걸며 미국과 소련의 배제를 외쳤던 이승만이 '소련군은 즉시 철수해야 하지만 미군의 철수는 곤란하다'며 입장을 바꾼 사실을 통해 이승만의 이중성을 밝힌다.

진정한 민족주의자였던 최능진과 조봉암이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김성수, 조병옥, 장택상 등이 한국야당의 대부로 인정받는 것은 통탄할 만한 일이라고 말한다. 한국 야당의 뿌리인 한민당은 이승만과 함께 단독정부를 만들었으며, 친일자본이었다는 점에서 일제시대 '일진회'라고 폄하한다.

한민당 창당을 주도한 김성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표현으로 묘사된다. 동아일보의 가장 큰 업적으로 여겨지는 일장기 말소사건은 여운형이 사장으로 있던 중앙일보가 먼저 보도했고, 뒤늦게 보도했던 동아일보는 "이후로는 더욱 몸을 삼가고…대일본제국의 언론기관으로서 공정한 사명을 다하고, 그로써 조선 통치의 익찬(翼贊)을 기한다"라는 사고를 내면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게다가 200석의 토지를 물려받았던 김성수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1만5000석의 갑부로 증가한 비밀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되묻는다.

이외에 윤치영, 장택상, 조병옥 등은 권력의 비호 아래 테러단 '백의사'를 조직하고, 친일고등경찰인 노덕술, 이익홍과 정치깡패 김두한 등을 동원해 정적들을 제거하는데 앞장섰다고 설명한다.

광복군 출신인 장준하와 만주군 출신인 박정희의 대립도 김구, 여운형과 이승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지적한다. 만주군 출신인 박정희가 광복군 출신인 장준하에게 심한 콤플렉스를 느꼈으며, 이것이 끊임없는 감시와 살해기도, 암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심리분석도 곁들인다. 김원봉이 의장으로 있던 '민전'에 대한 잔인한 박해를 가했던 장택상도 부친이 항일운동 자금의 기부를 거부하다 독립운동가 손에 사살된 적이 있다고 서술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적극적인 친일을 한 세력들이 양심적인 민족주의자들에 대해서 심한 적대감을 가진 것도 '양심'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저자는 결국 이 세 사람이 이루고자 했던 것이 '민족의 통일'이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민족적 과제라고 말한다. 분단을 통해 한국을 '반공 군사기지'로 유지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속에서 분단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준전시상태'라는 것이다.

친일청산과 토지개혁을 통해 민중의 요구를 수용했던 북한정부가 전체와 개인의 요구가 동일시되면서 개인의 독창성이 줄어들고, 민중의 요구를 억누르면서 등장한 한국정부가 오히려 민중의 독창성을 키우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고 해석하는 부분이 신선하다.

창부들에게서 어머니를 찾았던 김지하, '천(賤)이 곧 천(天)'이라고 말했던 동학, 고통받는 나그네가 곧 그리스도였다는 본회퍼, 한민족이 고난을 당해온 민족이기 때문에 인류사회 전체를 변혁시킬 만큼의 힘을 갖고 있다는 김구의 해석 등이 변증법과 닿아 있다는 여운형의 해석이 통쾌함을 선사한다.

가상대담이지만, 국내와 일본, 미국 언론, 관련자들의 발언 등을 통해 글을 구성했고, 각 인물들에 대한 각주를 통해 인물에 대한 기본지식이 없어도 읽기에 부담이 없다.

이 책은 일본어 잡지에 실렸던 '삼선각 운상 경륜문답'을 정리해 1984년 발간한 것으로, 이번에 증보판으로 발행됐다.

저자인 정경모는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50년 6·25가 일어나자 미 국방성 직원으로 판문점에서 열린 휴전회담에 참가했다. 1970년 일본으로 건너가 '씨알의 힘' 등 문필활동을 통해 민주화, 통일운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김대홍 기자

출처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글쓴이 : 크레믈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