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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라요시토모의 작품에 대한 설명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0. 21. 06:53

나라요시토모의 작품에 대한 설명

심술궂게 치켜뜬 눈, 샐쭉하게 꽉 다문 입. 2등신의 귀엽고 순진무구한 아이를 기대한다면 그의 작품은 철저하게 그 기대를 저버리고 만다. 그 어떤 화가나 작품보다 인터넷 세대에게 크게 공감을 얻고 있는 나라 요시토모. 그가 작업실과 작품들을 통째로 한국으로 옮겨왔다.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내 서랍 깊은 곳에서>라는 전시회를 들여다본다.

앙팡테리블? 불안한 어른들의 초상화!

그의 작품에는 늘 어린아이나 개, 고양이 같은 의인화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귀엽고 순한 모습만을 보여 왔던 그들은 나라 요시토모의 캔버스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천진한 모습에 피 묻은 칼을 쥐고 해골을 밟고 있는 섬뜩한 모습('칼 휘두르기'), 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깊고 깊은 웅덩이에서')이나 비웃는 듯한 입('거절을 즐기면 행복해진다')을 한 어린아이는 앙팡테리블(enfant terrible: 무서운 아이) 그 자체다. 꼭 '나랑 한판 할래?' 아니면 '날 건드리지 마!'라며 덤벼드릴 것만 같다.



▲ 나라 요시토모의 작품들
ⓒ2005 로댕갤러리

하지만 세모꼴의 눈에서는 어린애답지 않은 반항심이 느껴지는 동시에 두려움과 고독감도 서려 있다. 복잡한 감정선이 꼭 어른의 그것 같다. 어린아이나 귀여운 동물에 어른의 심리를 담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사실 살벌하게 칼을 쥐고 있는 것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어본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나라의 작품들에 기묘하게 이끌리는 까닭은 세상을 향해 주먹을 움켜쥔 우리들 모습과 조금은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귀여운 체 하면서 사악한 표정을 슬쩍 드러내는 것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그 때문에 더 인기이기도 하다.


 

볼거리를 앓는 꼬마

이번 전시에 출품된 122점의 드로잉 중 하나인 ‘볼거리’. 심통이 나서 잔뜩 얼굴이 부은 꼬마의 얼굴은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생명의 샘(2001)

뾰족지붕 집의 창문을 들여다보면 눈에서 눈물을 흘리는 순례자들의 얼굴이 애잔한 느낌을 준다.

 

훌라훌라 정원(1994)

훌라훌라 정원을 내려다보는 조각상에는 제각각 이름이 있다. 네 꿈속의 양, 둥근 눈의 조종사, 아무로(아무로 나미에), 싱글대는 작은 토끼, 빨간 망토 소녀, 화난 새끼고양이 등 익숙한 캐릭터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작은 순례자(2005)

지하세계에 살고 있는 작은 순례자는 몽유병 환자처럼 어두운 공간 속에 서 있다.

 

낡은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추억의 집

서울하우스 앞에 줄을 서서 관람을 기다리는 관객들. 푸른색 셔츠를 입은 안내원 뒤로 보이는 고동색 구멍 두 개를 들여다보면 예상치 못한 지하세계가 펼쳐진다.

 

구멍을 통해 바라보는 또 다른 공간

작가는 서울하우스 곳곳에 숨겨진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서울하우스 외벽을 따라 돌다 보면 동그란 강아지 스탬프가 찍힌 곳이 있다. 그 근처를 유심히 보면 큰 구멍이 있는데 그 틈으로 서울하우스 내부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서울하우스’ 내부

작가가 한국에서 직접 구한 낡은 판자들로 자신의 작업실을 재구성한 ‘서울하우스’(2005). 디자인 그룹 graf팀과 함께 만든 이 작품은 조그만 2층 집으로 지어졌다. 관람객은 집 속에 들어가 작가의 작업 공간을 내려다보거나 함께 전시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나라 요시토모의 원더랜드

이번 전시에서는 마치 동화 속 마을을 걷는 듯한 입체적 구성이 눈길을 끈다. 작가의 내밀한 마음 풍경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전시 전경

왼쪽부터 긴 긴 밤(1995), 우주 스키어(1995), 착한 새끼고양이(1994). 전시장 내벽을 전부 낡은 판자로 덧대어 공간의 일관성을 추구했다















요시토모의 그림을 보면 예전에 본 쬐끄만 악마들이 나오는 일본 만화영화가 생각난다

깜찍한 듯, 허무한 듯… 소녀가 태어나기까지

 

나라 요시토모, 자서전 펴내

나라 요시토모(46).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이 작가의 이름은 몰라도 성난 듯 귀여운 여자 아이 그림은 낯익을지 모른다. 깜찍하면서도 반항적인 눈빛이 번뜩이는 그림은 달콤한 포장 속에 허무와 고독, 공포를 품고 있다는 평. 나라 요시토모가 왜 특유의 어린아이·동물 그림을 그리게 됐는지 직접 설명하는 이색 자서전 ‘작은 별 통신’(시공아트)이 나왔다.

혼자 낙서하듯 꼬물꼬물 그림 그리던 젊은 시절, 루 리드·섹스 피스톨즈 등 록 음악에 미쳐있던 날들, 유럽으로의 배낭여행, 뒤셀도르프 아카데미 유학생활, 세계를 누비며 전시를 여는 스타 작가의 일상 등을 시종일관 겸손하면서도 경쾌한 톤으로 펼치는 책은 한 편의 쿨한 일본 소설을 닮았다.

번역은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등의 작품을 옮겨온 김난주씨가 맡았다. 특히 작가가 자신이 살았던 방과 동네를 그린 섬세한 드로잉을 보는 재미가 크다. 마침 올 여름에는 서울 로댕 갤러리에서 나라 요시토모의 대형 개인전(6월3일~8월15일)도 열린다.

[조선일보 2005-02-16 19:02:36]

출처 : 살맛 나는 세상이야기들...
글쓴이 : 크레믈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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