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파랑새의원( 제주도)과 섬이야기

[스크랩] 제주도에서 만난 조림의 달인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7. 23:01
 

<조림의 달인을 만나다, 덕승 식당>

 

 

올해만 십여 회, 내가 했던 제주 미식 여행 중 가장 바보 같은 짓을 고르라면 단연 호텔 조식 뷔페다. 빵, 계란, 햄, 주스는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건데. 제주의 맑고 신선한 기운을 아침부터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게다가 가격은 또 얼마나 비싼지. 아침 일찍 일어나 네비게이션에 ‘모슬포’를 찍었다.

 

 

 

모슬포 뒷골목에는 자그마한 식당들이 있다. 허름하지만 다들 내공 있는 집들. 그 중에서 덕승식당은 식당 아저씨가 모는 덕승호에서 잡은 자연산 생선만을 사용해 요리한다. 무엇보다 가격이 전 메뉴 6000원. 이건 뭐, 공짜나 다름없다.

 

 

서울에서 왔다니까 주인 아주머니, “그럼 내가 쥐치조림 한번 해볼까?”라신다. 갈치조림은 알아도, 쥐치조림은 처음이다. 쥐포 만드는 그 물고기가 쥐치. 그걸로 조림을 한다고? 떨린다. 아침잠 줄여가며 찾아온 모슬포, “전투에 실패한 장군은 용서 받아도 배식에 실패하면 사형”이라는 선배를 끌고 왔는데... 쥐치, 괜찮을까?

 

 

혹시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국물 요리는 뭐가 좋을까요?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라고 둘러댔더니 주인 아주머니 한술 더 뜨신다. “그럼 아나고 탕을 한번 해줘볼까?” 아나고탕이라. 붕장어로 탕을 끓인다고...불안한 마음에 가게 밖을 서너 번 들락날락했다.

 

 

불안한 마음은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내 코가 느낀 냄새들이 자연 진정시켜 주었다. 내공있는 간장 내음과 망설임이 없는 손놀림, 불안은 기대로 바뀌며 엉덩이가 나도 모르게 의자에 붙었다. 자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밑반찬으로 입안을 정갈하게 씻으며 조림을 기다렸다.

 

 

냄비에 살짝 들러붙은 쥐치는 탱글탱글한 살점이 양념이 잘 베어 최고의 밥반찬 노릇을 했다. 과하지 않은 야채의 곁들임, 더없이 자연스러운 조합이다. 뼈가 거의 없고 있어도 부드러워 술이 덜 깬 아침 식사 반찬으로 이보다 좋을 수 없다(아침부터 뼈 씹으면 기분 나쁘니까 -_-;). 제주하면 갈치조림만 생각했었다. 경험하지 않고는 말을 말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 준 쥐치조림.

 


이어 등장한 아나고(붕장어)매운탕. 1인분만 달라고 했는데도 기여이 일을 내신 주인 아주머니. 이건 4인용 아닌지. 남기고 가면 왠지 죄책감이 들 것 같아 다 먹으려 애썼는데도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조금 남기고 온... 회로만 먹던 붕장어가 탕에서 이토록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건 아주머니의 손맛 덕일까, 제주의 청정 자연 덕일까. 한숫갈 두숫갈 떠먹다보면 천국 가는 붕장어매운탕. 단점이라면, 어제 먹은 술이 그새 해장돼 또다시 소주를 부르게 된다는.       

 

 

배를 두드리며 나와 보는 포구. 예.쁘.다.

 

 


출처 : Lifestyle & Trend Report
글쓴이 : 여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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