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파랑새의원( 제주도)과 섬이야기

[스크랩] 겨울이 되면 더 생각날 제주도 밀면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7. 23:03

 

<배불러도 꼭, 밀면의 추억>

 

 


밀가루로 만든 밀면. 모슬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일정이라고 해 봤자 먹고 노는 거지만...) 돌아가려던 차에, 눈에 띈 산방 식당. 1일 5식을 목표로 한 내 미식 여행의 종점을 왠지 저기서 찍어야 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자신감 있는 메뉴. 자부심 있는 맛 집의 특징 중 하나가, 메뉴의 일관성과 단출함이다. 서울에도 분점을 낼 정도니 그 맛은 가히 예상이 되지만, 배가 무척 부른 관계로 일단 밀면부터 주문해 본다. 수육까지 먹으면 내 자신을 ‘짐승’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직전 과식이 심각한 상태였다.

 

 

따뜻한 것은 고기우동이라 불렀다. 외지 사람인 내게, 이 음식의 정체성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자리에 함께했던 제주도 출신 선배는 약간의 과장을 보태 ‘눈물이 울컥’한 듯 보였다. “예전에 우리 이렇게 먹었어. 잔칫집에 가면 이렇게 고깃국물에 면 삶아서 주곤 했는데... 안되겠다. 우리 수육도 먹자.” 그의 말에 냉큼 수육 小(소)를 주문했다. 사실 난 아까부터 수육이 먹고 싶었다. 음식에 너무 욕심을 내는 것 같아, 잠깐 참고 있었는데 정말 반가운 반응이었다. 

 


 

수육을 주문하려는데 밀냉면이 나왔다. 아, 이건 정말 감동적이었다. 뜨거운 고기국수는 일본 라멘의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느껴졌는데, 밀냉면은 그 자체로 완벽한 맛이었다. 을밀대도, 마포나루도... 이런 맛은 아니었던 거다. 시원한 듯 부드럽고 칼칼하면서도 깊은 국물에 쫄깃한 듯 심심해서 더 매력적인 면발이 어우러졌다. 배고픔을 해소한다기보다는 갈증을 없애주는 그런 느낌.  

 


혼자 밀면 감상에 젖어 있는데 수육 접시가 앞에 떡 놓인다. 보랏빛 도장이 제주산 흑돼지임을 증명해 준다. 비계는 부드럽게, 고기는 단단하게 삶아져 씹을수록 입안에서 단맛을 우려낸다. 제주도에서 잔칫날이면 꼭 먹는다는 돼지수육이다. 마늘과 김치를 척척 얹어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말이 필요 없음을 또 설명해야 할까. “난 아직도 산방 식당이 생각나.”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그 선배는 계속 수육과 밀면 얘기를 했다.

 

 

손님들 집어가라고 내놓은 귤. 그리고 옛맛 느껴지는 주판. 제주에서의 따뜻한 추억 한 그릇.


(064)794-2165

출처 : Lifestyle & Trend Report
글쓴이 : 여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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