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경제 키워드: 주가지수
1. 지난 주 우리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투매(投賣) 양상을 보였죠? 얼마나 떨어졌습니까?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 사상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한 한 주. 코스피지수의 경우 20일, 월요일 1207.63에서 출발해 938.75로 마감. 한 주만에 22% 이상 빠져. 코스닥지수도 353.09에서 276.68로 급락. 역시 22% 가량 하락. 특히 지난 금요일은 시장이 거의 투매 양상 보여. 하룻만에 코스피 지수는 110포인트 이상, 코스닥은 32포인트 이상 폭락.
- 이런 가운데 우리 증시가 마감되고 나서 끝난 미국 금요일 장 역시 다우지수가 3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장세로 마감해. 당연히 내일, 월요일이 걱정되는 상황. 그러다 보니까 한국은행은 내일 아침 주식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기로 결정.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 요즘은 일요일, 월요일 우리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대책이 나오면 주식시장이 약간 진정되다가 주 중반 이후 급락하는 양상이 거듭되는 추세.
2. 워낙 금융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증시 하락 폭이 더 큰 것 아닙니까?
- 맞아. 미국발 금융 위기에 더해 실물 경제 침체 징후가 완연해진 데 따른 것이기는 하나, 지난 주의 하락 양상은 우리 증시가 다른 나라들, 특히 선진국들보다는 더욱 심각해. 선진국들과 다른 이유를 더 생각해봐야. 우선 우리 경제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히 더 대외의존적이라는 점 감안해야. 세계 경기가 크게 가라앉으면 그나마 괜찮았던 수출이 나빠지면서 우리 경제의 충격은 더욱 클 것이라는 점이 시장에 반영됐다고 봐야. 거기에 지난 주는 몇몇 나라가 국제통화기금,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 증시 불안감 고조돼. 이미 구제금융 협상중인 아이슬란드와 헝가리에 이어 파키스탄이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아르헨티나 역시 외환 위기 직전이라는 소식 전해져. 한 번 외환 위기를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이런 소식들이 시장의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 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지난 주 우리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다른 나라보다는 커.
3. 결국 코스피 지수 1000포인트가 무너졌는데, 이 1000포인트의 의미가 크지 않습니까?
- 세 자리수와 네 자리 지수의 의미가 크게 달라. 코스피 지수 1000은 상징적인 수치. 그래서 지난 주 금요일, 1000포인트가 무너졌을 때 주식시장의 당혹감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것. 사실 증시 전문가들이나 정책 당국자, 대통령 모두 주가지수가 세 자리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음. 지난해 하반기 주가지수가 사상 초유의 수준인 2000선을 넘어서자, 대부분 3000포인트까지 갈 거라고 장담을 해. 그런데 1000선마저 무너져 내리자 이제 어디까지 더 추락할지 누구도 장담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
- 흥미로운 것은 주가 폭락 소식을 전하는 언론마다 1000포인트 붕괴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했다는 점. 어떤 언론은 18년 전으로 돌아갔다고 했고, 어떤 곳은 14년 전, 어떤 방송사는 8년전, 또 3년으로 돌아갔다고 전해. 각각의 시기마다 1000선을 돌파했다가 붕괴한 경험 있어. 그러니까 현재의 위기를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보느냐에 따라 당시와 비교하느라 이런 표현들을 썼던 것.
4. 우리 증시 역사상 1000포인트를 달성했다가 떨어진 예가 그렇게 많습니까?
- 꽤 많아. 우선 1989년 4월 당시로서는 80년대 후반 3저(低)의 경제 환경에 88 올림픽 후광 효과로 1007.77포인트 기록했다가 폭락. 6개월여만에 40% 이상 폭락 경험. 그러다가 1994년 11월에 반도체 반짝 경기에 힘입어 1145.66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듬해 들어서 폭락. 역시 외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난 2000년 1월에 1066.18포인트를 기록했다가 폭락. 1000포인트를 넘어선 후 폭락하는 대신 안정적으로 지수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3년 전. 이 때부터 주식형 펀드로 돈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2007년 10월말에 2064.85로 최고점 찍어. 그 이후 속절없이 폭락하기 시작.
- 그러니까 위의 경험 가운데 현재 상황이 어떤 쪽에 가까우냐에 따라서 언론사마다 언제로 돌아갔느냐를 다르게 해석한 것. 또 앞으로 주가지수 회복 속도가 어떨 것이냐에 대한 전망에 따라 또 과거의 전례 가운데 어떤 것을 주목하느냐에 따라, 몇 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다른 것. 단순히 1000포인트 이하로 내려갔다는 기술적인 점만 감안하면 3년 전으로 돌아간 거겠지만, 폭락 속도와 앞으로의 전망이 굉장히 어둡다는 점을 고려하면 18년 전, 즉 1989년 상황이 가장 비슷해 보여.
5.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는 게, 주가지수라는 것은 어떻게 계산합니까?
- 전세계 주식시장의 주가지수를 산정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다우지수 방식이라고 해서 미국의 다우 지수를 산정하는 방식. 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들을 뽑아서 이들의 주가 수준을 지수화 하는 것. 현재 65개의 대표 종목들을 선정해서 이들의 평균가격을 지수화 하는 것. 다른 한 가지 방식은 시가총액 방식. 주식시장에 상장된 모든 주식의 가격과 발행물량을 곱한 걸 시가총액이라고 하는데, 이걸 비교시점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방식. 우리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이런 방식. 미국의 S&P 지수도 이런 방식. 이 시가총액 방식이 모든 종목을 다 고려하니까 대체적으로 주가의 수준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보고 있어. 그러나 단점도 있어. 우리 코스피지수의 경우도 그렇지만, 시가총액이 큰 몇몇 회사의 주가 움직임이 전체 장의 움직임을 좌우한다는 것. 우리의 경우 삼성전자, 포스코 같은 회사 주가가 떨어지면 다른 많은 종목 주가가 올라도 전체 주가지수가 떨어져. 이 경우는 전체적으로 대표 종목들에다 적절한 가중치 매긴 다우지수 방식이 더 나을 때도 있어.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주가지수는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코스피지수는 유가증권 거래소의 주가를 대표하는 한국종합주가지수, 즉 KOrean composite Stock Price Index의 약자. 코스닥지수는 정보통신(IT) 기술 분야와 후발 벤처기업 들이 많이 포함돼 있는 코스닥 시장의 주가지수.
6. 우리 주가지수는 비교시점이 언제입니까?
- 그렇죠. 우리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비교시점의 시가총액과 비교해서 산출하는 지수니까 비교 시점이 있어야. 코스피 지수의 경우는 1983년. 정확히는 이 해 첫 거래일인 1월4일 시가총액을 100으로 본 것. 그러니까 현재 지수가 938이란 얘기는 1983년 초의 시가총액에 비해 현재가 9배가 조금 넘는다는 의미. 지난해 10월 말 우리 주가가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시가총액이 1129조원이었는데, 지난 주 금요일 519조원. 그러니까 1년여만에 600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것. 반토막 났다는 말이 실감나.
- 코스닥 지수의 경우는 한참 나중에 생긴 지수. 1996년 7월1일이 기점. 이 당시의 시가총액과 비교하는 것. 현재 276이니까 당시와 비교해서 3배가 아직 안 된다는 것.
7. 지난 주 뉴스 시간에는 모든 종목의 주가가 파랗게 변한 전광판이 자주 등장했는데요. 이렇게 주가 변화를 색깔로 표시하기 시작한 이유는 뭡니까?
- 주가가 뛰면 빨간 색. 떨어지면 파란 색으로 표시해서 구분. 그러다보니까 증권사 전광판을 두고 ‘온통 불이 났다’ ‘고 하는가 하면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고 하기도 해.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서양과 동양이 쓰는 색이 다르다는 것. 동양, 즉 한중일에서는 빨간 색이 주가 상승을 의미, 반면 파란색은 하락을 의미. 왜 그런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분분. 다만 동양에서는 빨간 색이 부(富)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고 또 열기를 표현하는 색. 반면 파란 색은 차갑고 가라앉은 색. 우리의 경우도 중국이나 일본의 전례를 따라 이런 색으로 표현.
- 반면 서양에서는 빨간 색이 주가 하락, 초록 색은 주가 상승 의미. 그러니까 마치 교통 신호등처럼 빨간 색은 경고, 초록색은 순항중임을 표현하는 것. 그래서 주식시세 전광판에도 이런 색을 그대로 써. 그러다 보니까 빨간 색은 동서양이 완전히 반대의 의미로 쓰임. 이걸 혼동하시면, 요즘 미국 시세를 보고 우리 주식 시세 가늠할 때가 많은데 착각할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8. 내일 아침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결정이 나온다면 주식시장에 어떨까요? 도움이 좀 되겠죠?
- 약간은 도움 될 것.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 돼. 주 후반 다시 주식시장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 한 가지 우리 정부나 한국은행이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주가의 지나친 폭락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나 경기 침체 우려 같은 대외적인 악재 요인 때문이기는 하지만 전적으로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 그보다는 외환 위기를 경험한 우리나라가 다른 신흥 국가들의 잇따른 외환 위기에 따라 그들 국가들과 비슷하게 불안정해진다는 점. 분명 현재의 주가 폭락은 우리 경제 상황에 비하면 지나친 면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뜻.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대외적인 문제 탓으로만 돌리면서 시장의 예상보다도 안이한 대처에 그치고 있다는 것. 시장 예상보다 더 파격적인 대책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계속되고 있는 외환 위기의 악몽을 잠재우지 못하면 결코 현재의 하락세 잠재우지 못해.
9. 앞으로 주가는 어떨까요? 그런 상황에서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한 개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전망 쉽지 않아.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 정부가 국내외의 유동성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실제 경제 상황보다 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 만일 이런 상황이 계속돼 불행한 일이지만, 외환 위기 상황까지 간다면 주가는 500포인트 밑으로 갈 수도 있어. 그러나 그 전에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성공한다면 그 이상의 수준에서 바닥을 칠 수 있어. 그러나 그 경우라 하더라도 대외적인 불안 요인은 우리가 고스란히 안고 있어서 상당기간 주식시장 불안정한 상태 유지 될 것.
- 더욱이 지난 시간 얘기한 것처럼 이번은 금융 위기에서 바로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침체가 계속될 전망. 따라서 ‘둔덕을 계곡으로 오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즉 섣불리 바닥이라고 판단하고 뛰어들어서는 안 돼. 지난 9월 17일 대통령을 포함해 경제 관료들이 ‘나라면 펀드를 사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그 때 주식이나 투자샀다면, 한달여만에 주가는 25% 가량 떨어졌을 거고, 펀드는 17% 가량 더 손해봤을 것. 이미 투자하고 계신 분들에게는 묘안이 없는 상황. 자금의 성격에 따라 워낙 다급한 돈은 불가피하게 손해를 감수하고 빼야 될 수도. 그리고 나중에 바닥을 치는 걸 확인하고 손해를 일부 만회하는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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