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토요편지

[스크랩] 세계경제, 최악의 시나리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7. 23:47

R 공포란 무엇인가

 

 


1. 미국의 구제금융과 국제적인 공조로 안정감을 찾아가던 국제 금융시장이 지난 주 후반 크게 흔들렸죠? 이 때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이 ‘R 공포’라는 말이었죠?


- R. recession. 경기침체라는 의미.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전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린 한 주. 특히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크게 추락해. 우리 증시 역시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가 1200선도 무너진 상황.

 

-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해서 유가도 큰 폭으로 하락. 전세계 경제가 나빠지면 기름 소비도 줄테니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 유가 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3대 대표 유종 역시 배럴당 70달러대로 추락. 지난 7월 중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근접했던 것 감안하면 석달여만에 반토막 난 상황.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


2. 사실 전세계 경제가 나빠질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인데도, 이렇게 전세계 금융시장이나 원유시장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왜 그럴까요?


-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 그리고 본격적으로 악화된 것은 리먼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올해 9월부터. 그 전부터 경제 주기상 미국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점은 누구나 어느 정도 예상. 그런데 지금 전세계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주기적인 경기침체가 아님. 경제 주기상 나빠질 타이밍에 금융 위기까지 겹쳐,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심각한 침체가 오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 그래서 그냥 경기침체, recession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recession에 대한 공포라고 하는 것.

 

- 기존 통설은 경제성장률이 2분기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 경기침체로 봐. 이런 경기침체는 서서히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다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 그런데 지금은 이런 주기적인 것과는 달라. 아직 미국을 포함해 주요 선진국의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지는 않았지만, 돌아설 가능성 꽤 높아. 그렇게 되면 마치 호황을 방불케 하는 성장률을 보이다가 갑자기 뚝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 이런 상황에 대한 공포감이 전세계 시장을 휩쓰는 것. 그리고 경기가 나쁜 상황이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따라서 R 공포가 ‘D 공포’나 ‘GD 공포’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어.


3. 아닌게 아니라 언론에서 'D 공포‘나 ’GD 공포‘라는 말도 쓰던데요. 이건 무슨 뜻일까요? 그리고 왜 무슨무슨 공포라는 표현을 쓰는 걸까요?


- 우선 D 공포라는 건 depression, 즉 불황에 대한 공포라는 뜻이고, GD 공포라면 Great Depression, 즉 대공황에 대한 공포라는 뜻. 특히 1930년대를 휩쓸었던 대공황과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는 의미.

 

- 무슨무슨 공포라는 것은 미국식 표현. 미국 증시에서 'recession fear' 같은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걸 국내 증시에서 R 공포 이렇게 더 압축해 불러. 공식적인 경기 관련 용어는 아니고 시장의 심리를 표현하는 단어. 올해 들어서 유가가 천정부지로 뛸 때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즉 I 공포가 증시를 휩쓸다 그 후 인플레이션에 경기 침체 기미까지 가세하자 S공포, 즉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란 말이 유행처럼 번져. 그러다 금융 불안이 본격화 되고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가 폭락하자 R 공포, D 공포, GD 공포란 말이 번지는 것. 그만큼 최근 세계 금융시장의 심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반영한 용어. 공식 용어가 아니라 시장 심리에 관한 용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그렇게 사용을 권하고 싶지는 않은 용어. 꼭 써야 한다면 경기침체나 불황, 대공황에 대한 우려 정도로 쓰면 될 듯.


4. 그러면 일단 I 공포나 S 공포, 즉 인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는 사라진 걸까요?


- 말씀드린 것처럼 유가가 지난 석 달간 반 토막이 나면서 일단은 크게 수그러들어.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어. 최악의 경우는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을 완화한다고 각국이 무한정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것. 그렇게 되면 경기 침체가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돼. 올해 7월까지 2년여간 크게 뛰었던 유가 때문에 여전히 물가 상승 피부로 체감하는 경우 많아. 유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이 추세가 바뀌면 물가 크게 뛸 가능성 남아 있어.


5. R 공포,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이미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고 봐야겠죠?


- 미국의 성장률 기준으로 보자면 아직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고용 지표상으로는 사실상 경기 침체기 수준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현재 실업률이 6%인데, 8~9%까지 뛴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 실업률이 24%까지 올라갔던 대공황 당시만은 못하지만 통상적인 경기 침체기의 6%대는 이미 뛰어넘는 상황. 여기에 산업활동과 소비 같은 지표도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 아직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나 재무부 같은 기구에서 공식으로 경기 침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는 않지만, 사실상 경기 침체라고 보기 시작하는 분위기.

 

- 우리의 경우도 아직 지표상으로 크게 나빠진 것은 없어. 그러나 경기 침체의 사전적 징후는 보이기 시작. 소비의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인 백화점 매출액이 줄기 시작. 사실 백화점 매출액을 소비의 주요 지표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논란. 예를 들어 최근까지 백화점 매출액이 줄지 않은 것은 환율이 크게 뛰어 해외로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그 대신 국내 백화점에서 명품 많이 사들여서 그렇다는 것이 정설. 백화점 매출액은 소비 지표 치고는 후행적 지표. 여기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물론 브릭스 같은 신흥시장의 경기 침체가 가시화 되면서 우리 경제를 그간 간신히 지탱해온 수출이 둔화될 가능성 높아지고 있어. 연말쯤이면 한미 양국 모두 거의 모든 통계지표로 경기침체가 확인될 것.


6. 이제 남은 것은 과연 이번의 경기 침체가 과연 얼마나 심각하게,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아니겠습니까? 어떨까요?


- 미국의 경제사를 들여다 보면 네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어. 첫번째는 1987년 주가가 하룻만에 23%나 빠졌던 블랙 먼데이, 또 남미에 돈을 빌려줬던 주요 은행들이 채권 회수 불능 사태에 빠졌던 1990년대 초반과 같은 금융 불안 상황에서 마무리 되는 것. 미국 금융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비정상적 긴장 상태, unusual strains라고 함. 그러나 현재 국면은 이 단계를 넘어선 것이 확실해 보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해 전세계적인 신용경색이 벌어졌고, 즉각적인 유동성 공급과 구제 금융, 그리고 국제적 공조를 통해 이를 막으려 했지만 여기에 실패. 돈이 제대로 안 돌면서 실물 경제 자체도 크게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임. 과연 얼마나 더 심각하게, 오랫동안 나빠질 거냐는 세 가지 시나리오. 주기적인 실물 경기 침체라면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IT 거품 경제가 빠졌을 때의 경기 침체와 같은 수준과 강도. 내년 하반기 정도면 이런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런데 만일 경기 침체의 수준과 강도가 더 높아진다면 1980년대 이후 비교적 순항해온 세계 경제가 30년만의 경기 침체기를 만나게 될 것. 말하자면 D 공포. 불황 시나리오. 이렇게 되면 경기는 2010년 이후에도 회복되기 어려워. 최악의 상황은 GD 공포로 상징되는 대공황 시나리오. 1929년 미국 주식시장 대폭락으로 시작돼 거의 1930년대 내내 전세계에서 지속된 대공황처럼 되는 상황. 이 경우는 단순히 실물경제가 침체되는 것만이 아니라 자산인플레와 보호무역주의가 동시에 나타나야. 1930년대 대공황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 두 가지가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에 겹쳐서 일어나.


7. 앞으로 자산인플레라는 것과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나타나면 대공황과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긴데. 보호무역주의는 알겠는데, 자산인플레는 또 뭡니까?


- 1930년대 대공황이 벌어진 데는 보호무역주의가 큰 몫 차지.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가 닥쳐오자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유럽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는 법안 통과시켜. 이에 격분한 유럽 각국이 역시 보복 관세를 강화하는 법안 통과시켜, 보호무역주의의 악순환에 빠져. 무역이 크게 줄면서 경제 활력 실종돼.

 

- 자산 인플레, asset deflation이란 용어를 이해하려면 이 용어를 만든 어빙 피셔 교수를 알아야. 1929년 대공황 직전 하버드대 교수였던 이 사람은 ‘미국의 주가가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고원 상태에 도달했다’고 선언. 몇 주 있다 주가 폭락했으니까 대망신, 평생 동안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돼. 많은 사람들은 이 사람이 망신 당한 후의 행보를 모르지만, 사실 이 사람은 자신의 엉터리 예측에 대한 속죄 차원에서 1930년대의 대공황이 왜 왔는지를 규명하려고 노력하다가 1947년 가난과 고통 속에 죽어. 그가 쓴 논문에서 바로 이 자산 인플레를 대공황의 주범으로 지적. 1920년대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어서 소비도 늘리고, 경제도 좋았는데. 어느 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니까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주식이나 부동산 담보로 돈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부실화되고, 그래서 경기가 곱절로 나빠지더라는 것. 이 사람의 자산디플레론이 가장 극적으로 현실화 된 곳이 바로 1990년대의 일본. 그리고 미국도 지금 어느 정도 현실화된 상태. 이게 어떻게 되느냐가 앞으로 미국 및 세계 경제의 향방과 관련해 중요.


8. 자, 그렇다면 이제까지 정리한 시나리오들 가운데서 어떤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클까요.


- 일단 대공황시나리오까지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우선 유동성 공급과 구제 금융 등에서 국제 공조가 이뤄지는 것 보면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짙어지지 않을 것. 거기다 미국 외의 지역에서는 자산 디플레가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중.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주가나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폭락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정부가 고심중. 그렇다면 경기 침체나 불황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일 것.

 

- 장기 불황으로 가지 않으려면 현재 각국이 공조해 벌이고 있는 유동성 공급과 구제 금융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고. 또 수출과 투자처럼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이 활력을 잃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씀씀이를 더 늘리는 재정 정책을 펼 수밖에 없어. 이런 경기 조절 정책을 통해 지나치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지 않도록 해야. 일종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따라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단순한 경기 침체로 끝날 수도 있고, 장기 불황으로 갈 수도 있어. 우리의 경우는 물론 이런 종합적인 정책 조합으로 장기 불황으로 가는 일 막아야. 그래야 내년 하반기쯤이면 경제가 다시 안정화되는 것 기대해볼 수 있어.

 

 

 

출처 : Lifestyle & Trend Report
글쓴이 : 김방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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