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경제 키워드: 금리
1. 지난 주 주요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금리를 내렸다.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을 감안하면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 현재의 금융 불안에 대해 전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같이 금리를 내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요 서방 선진 7개국, G-7 국가가 모두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요즘은 러시아를 포함해 G-8 국가가 모이는 경우가 많지만, 그 동안 유가가 뛰어 재미 봤던 러시아는 현재의 협력 체제에서 제외됐다. 이들 선진국들은 현재 미국에서 벌어진 금융 불안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조하기로 합의된 상태. 금리 인하는 금융 불안으로 인한 글로벌 신용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돈이 잘 안 도니까, 금리 인하를 통해 돈이라도 많이 공급하자는 취지다. 비유하자면 배수로가 막혀서 물이 논으로 잘 안 나가니까 일단 물이라도 많이 대자는 정책.
- 우리 한국은행도 지난 9일, 지난 주 목요일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기준 금리를 5.25%에서 5%로 낮춰. 선진국과의 정책 공조를 강화하는 모양새 갖췄다. 현재 경제팀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 IMF와 세계은행 연차 총회에 참석중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 13개국도 G-7과 같이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두 달 전 유가와 물가가 크게 뛰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린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것이다. 그런데 전격적으로 올렸던 것. 그만큼 현재의 금융 불안을 해소해 이것이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다급하다는 뜻이다.
2. 두 달 전에 물가 뛴다고 금리를 올렸는데, 이번에 금융 불안 해소하고 경기 침체 막는다고 물가 올린 것을 감안하면 지난 번 인상 조치가 결과적으로는 좀 엇박자를 낸 셈이다.
- 결과적으로만 보자면 두달 전의 금리 인상 조치는 안 하느니만 못한 셈이다. 그러나 그만큼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이걸 당시에 예측할 수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고, 이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9월 중순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만브러더스사 파산 사태 이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시작됐다. 유가는 정작 떨어지기 시작해서 배럴당 70달러 선까지 깨졌다. 즉 물가 상승 압력은 해소된 대신 금융 불안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또 이로 인해 실물 경기 침체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우리의 경우 기준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보다 경기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 됐다는 점을 공식으로 인정한 것이고 봐야한다. 지난 목요일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서,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추가로 더 내리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3. 금리 인하로 물가도 걱정이 되지만 환율도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금리 인하 조치가 돈을 더 푼다는 얘기니까 경기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킨다는 것은 이해가 되실 것. 금리 인상은 그 반대 효과를 낳고. 그런데 금리와 환율의 관계도 이 참에 이해를 해두시길. 한 나라가 금리를 내리고 올리면 환율에 직접적 영향 미쳐. 금리가 돈값이라고 이 시간에 한 번 설명 드려. 돈값을 내리게 되면 해당 국가 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돈이라는 게 돈값을 후하게 쳐주는 쪽으로 몰려가게 돼 있으니까. 따라서 금리를 내리면 해당국 통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생겨. 반면 금리를 인상하면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니까 해당국 통화 가치가 올라가고, 환율은 하락하고.
- 그런데 지금 환율이 크게 뛰는 상황이니까, 이것만 보면 금리 인하가 적절치 못한 상황. 그런데 금통위의 판단은 금리 인하로 인한 환율 하락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는 것. 즉 현재 환율이 뛰는 것은 지난 주 설명드린 것처럼 우리 외환시장의 구조적 문제에다 수급 불안, 그리고 전세계적인 금융 불안으로 인한 것. 그러니까 금리 내린다고 환율이 더 뛰겠느냐 하는 건데. 이렇게 금리 인하로 인한 환율 하락 효과를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 역시 금융 불안과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것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반증.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 결정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환율 급등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란 언급해. 즉 환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 다시 금리를 내리겠다는 의미.
4. 그런데 한 나라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린다고 실제로 금리가 내려가고 그럴 수 있을까.
- 중앙은행이 내리는 금리는 공식적인 기준 금리. 미국은 연방기금 금리라고 연방기금 대출 금리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올해 초까지 은행간의 단기 대출 금리인 콜금리를 기준금리로 써와. 그러나 민간 금리를 기준 금리로 쓰니까 금리가 왜곡된다는 지적이 있어서 기준 금리를 바꿔.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로 바꿔. 원래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금융기관이 잘못됐을 때도 중앙은행이 최종적인 대부자로서 돈을 빌려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 영국의 중앙은행, Bank of Englane, 영란은행이 그런 기능을 활용해 금리를 움직여 온 것을 본받아서 전세계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 정해. 우리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 채권이란 것을 우리 금융기관들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사들이거나 팔아서 기준 금리를 조절해.
- 그런데 금융기관이 누구에게든 돈을 빌려줄 때 금리를 결정하는 방식은 한결 같아. 중앙은행이 정한 기준 금리에 spread라고 불리는 가산 금리를 덧붙이는 방식. 그러니까 기준 금리를 내리면 시장 전반에 금리를 인하하는 효과가 생겨. 그러나 현재와 같은 신용 경색 상황에서는 가산 금리가 점점 더 뛸 가능성도 있어. 이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려도 시장의 실세 금리는 오히려 뛸 수도 있어. 기준 금리와 시장 금리가 따로 노는 괴리 현상이 벌어지는데, 앞으로도 금융 불안이 마무리 될 때까지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는 계속되지만 시장 금리는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 높아.
5. 바로 그 점 때문에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조치가 현재의 금융 불안에 별로 도움이 안 될지 모른다는 비판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 맞아. 선진국과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계속해서 금리를 내리겠지만 과연 시장의 금리가 내려가겠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배수로가 막혀 물이 필요한 논에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물을 더 많이 공급하겠다는 것이라고 비유. 그런데 정말 배수로가 꽉 막혔다면 아무리 물을 많이 흘려보내도 논까지 닿지 않을 것. 따라서 앞으로 계속될 선진국의 금리 인하 조치가 금융 불안에 대한 궁극적인 답은 아니라는 지적 많아. 실제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들도 이 사실은 잘 알아. G-7 국가간의 정책 공조 가운데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은 여러 합의 사항 중 하나일 뿐. 또다른 주요 합의사항 가운데 하나가 통화스왑이라는 것. 각국이 필요한 통화로 빌린 다음 원리금 상환 책임을 서로 맞바꾸는 것. 외환이 부족한 국가가 필요한 외환을 쉽게 조달하도록 하는 것. 우리도 일본과는 합의했고, 강만수 장관은 G-7 외에 신흥시장 13개국이 더 이 통화스왑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 IMF 총회에서 피력. 오늘 이게 뉴스가 많이 돼.
- 또 한 가지는 금리 인하가 현재와 같은 금융 불안에 대한 궁극적 답이 아니라는 것은 미국의 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해. 미국의 최근 들어 취한 금리 정책을 잠깐 살펴보면, 지난해 중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줄곧 금리를 내려와. 5.25%에서 1.5%로 떨어진 상황. 우리가 금리를 내리기 직전에 미국이 0.5%포인트를 인하했기 때문. 따라서 앞으로 더 내리게 되면 제로금리 시대가 되는 것. 일본 역시 오랫동안 제로금리를 유지해오다 현재 0.5%인 상황. 따라서 선진국들은 금리 더 내릴 여지가 별로 없어. 따라서 각국의 금리 인하 조치는 당장 금융 불안으로 인한 신용 경색에 조금 도움은 되겠지만 궁극적인 해법은 아님.
6. 그 동안의 시장 금리가 뛰면서 우리 기업들은 돈을 못 구해 쓰고, 가계도 이자 부담이 늘어서 고통이 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금리 인하 조치가 조금 도움은 되지 않을까.
- 아마 그럴 것. 다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기준 금리가 아니라 실제 시장 금리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 현재 기업들은 사실상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또 자본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도 어려운 상황. 주식시장은 폭락 장세고 채권시장에서도 물량이 소화 안 돼. 일전에는 꽤 괜찮은 회사인데도 15% 할인율로 채권 발행 못해 18%까지 할인해서 자본 융통하는 걸 봐. 쉽게 얘기하면 18%까지 선이자 공제해주고서야 간신히 돈을 구했다는 뜻. 평상시 같으면 6~8%의 금리면 돈을 구해 쓸 수 있는 우량 기업인데. 그만큼 신용 경색이 심각하다는 뜻. 금리 인하가 본격화돼 시장 금리가 좀 내려가면 채권과 주식 같은 자본 시장에 숨통이 좀 트이고 돈을 구해쓰기도 약간은 수월해질 것.
- 또 현재 680조원에 이르는 빚을 안고 있는 가계는 일부 변동 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자 같은 경우가 10%를 넘어가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던 상황. 실제로 시장 금리가 조금 내려간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 현재는 10가구 가운데 3가구가 돈 벌어 빚 이자도 못 갚고, 모든 가구가 평균적으로 수입의 4분의 1을 빚 이자로만 쓰고 있는 형편.
7. 그런 점에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다음 주를 전세계적인 금융 불안이 어느 정도 가라앉느냐? 아니면 더욱 악화되느냐의 고비로 본다.
- 전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공조로 시장 금리가 과연 안정될 것인지 판가름 나기 때문. 그런데 지난 8,9일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 선진국과 신흥시장이 잇달아 금리를 내렸는데도 주식시장 상황은 안 좋아. 큰 폭의 하락세 보였는데. 그러자 미국이 더욱 초강수를 내놓기 시작. 부시 대통령은 ‘무슨 수든지 쓰겠다’고 했고. 헨리 폴슨 주니어 재무부 장관은 ‘은행의 지분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안에 대해 시장이 낙관하지 못하자 그야말로 초강수 쓰겠다는 발언. 각 금융기관들이 보유중인 모기지, 장기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실채권을 사들이겠다는 것이 구제금융안. 그런데 돈이 더 들거다, 그것만 갖고 금융기관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지자 아예 금융기관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미 정부가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밝힌 것. 우리가 외환 위기 직후에 했던 금융 구조조정과 같은 방식. 사실 이 시간에 한 번 설명드렸지만, 미국에서는 정부가 은행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해. 그런 점에서 극단적인 대처방안.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시장 분위기를 바꿀 것.
- 우리의 경우도 시장이 약간 진정되는 기미가 시작돼. 주식시장 자체는 금요일 큰 폭 하락하면서 마감했지만 환율이 어느 정도 진정돼. 정부의 독려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생각에서 수출 대기업들이 달러를 외환 시장에 내놓으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90원대로 떨어져. 한 때 1460원대까지 치솟았던 것 감안하면 대단한 진정세. 강만수 장관도 내일부터 환율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호언장담.
8. 다음 주 우리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된다고 해도, 우리 기업이나 가정에서는 금융 불안이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
- 맞아. 일단 기준 금리와는 무관하게 시장 금리 추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어. 실제로 대출이 잘 되고 자본시장에서 주가가 회복되고 채권 발행이 소화되는지 봐야. 더욱이 이미 실물 경제 부분에 금융 불안이 영향을 미친 상태이기 때문에 각종 경제 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잘 봐야. 금리가 안정된다고 판단하고 빚을 더 얻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돼. 시장의 추이를 관망해야 하는 상황. 일단은 위험성 높은 투자보다는 안전하고 환금성 높은 저축에 주력하면서 소비, 특히 해외 소비를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 그렇게 현금이나 현금에 준하는 예적금으로 돈을 모아놓고 있다 보면 다시 투자에 나설 기회가 올 것.
'주인장 토요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작가 김중만씨와 대담 (0) | 2008.12.08 |
---|---|
을숙도 CBMC CEO회원 및 저를 아는 ceo여러분 김명호입니다 (0) | 2008.12.08 |
[스크랩] 세계경제, 최악의 시나리오 (0) | 2008.12.07 |
[스크랩] 돈을 아무리 써도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 (0) | 2008.12.07 |
[스크랩] 금리인하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0) | 2008.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