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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느낌은 다 틀릴테지요 ˘˘ - 제 독후감 입니다..만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28. 10:18


▲ 『눈먼자들의 도시』 책표지.


제목 : 눈먼자들의 도시
원제목 : Ensaio Sobre a Cegueira - 실명에 대한 에세이
지은이 : 주제 사라마구(JOSÉ SARAMAGO- 1922년 ~ )
옮긴이 : 정영목
펴낸곳 : 해냄출판사 (2002년 11월 20일)
책가격 : 9,500원 (인터넷 서점 30% 할인가능)
책두께 : 472쪽 . A5신
ISBN : 8973374931



▲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 작가 주제 사라마구 (사진 왼편)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참가했다가 스페인으로 귀국 도중 수상소식을 들은 사라마구의 소감은 『조국에 영광을 돌린다』였다.


1998년 10월8일 스웨덴 한림원은 포르투갈의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다.
선정이유에 대해 “상상력과 연민, 해학으로 가득찬 그의 우화는 덧없는 현실을 손에 잡힐 듯 그려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날 국내에서는 주제 사라마구란 생경스런 이름의 표기를 둘러싸고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후문도있다.
1922년 11월 6일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주제 사라마구..
가난 때문에 학업을 일찍 포기했으며 언론인, 번역가, 작가로 성장하기 전까지 용접공, 막노동 등 생계를 위해 수많은 직업을 전전해야 했다.
그런 그에게 어쩌면 1969년 공산당 입당과 반정부 공산주의 칼럼 활동은 당연한(?) 행로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는 1975년에 불법적인 공산당 가입과 반정부 운동으로 국외추방을 당하게 된다.
사실 그는 1945년에 첫 번째 결혼을 하고 2년후인 1947년 『죄악의 땅 The Land of Sin』으로 문단에 발을 디디지만..
32년 왕정을 뒤엎고 집권한 우익독재자 살라자르가 포르투갈 민중을 억누르고 있던 36년간 사라마구는 문인이기보다는
공산주의 정치 칼럼니스트로서 활동하면서 사실 별다른 작품을 내놓지 못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문학적 감수성은 세월에 무뎌지기보다는 세월과 함께 원숙함을 갖추며 완성 되어 간다.
1979년 희곡 『밤』으로 포르투갈 비평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희곡상을 수상하며
우리나이로 환갑의 나이인 1982년 『수도원의 비망록 Memorial do convento』- 영어명 『발타사르와 블리문다』로
포르투갈 펜클럽상, 리스본 문학상 수상하며 전세계 20개국의 언어로 자신의 책을 소개하고 명실상부한 세계적 작가로 우뚝서게 된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포르투갈어권 작가 중 가장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주는 포르투갈 최고 시인의 이름을 딴
'까몽이스 상'을 1995년 수상하기도 했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이전 부터 5~6년동안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 되기도 했다.
순탄하기만 할것 같은 거장 문학가의 길은 1991년 발표한 『예수의 제2복음 - O evangelho segundo Jesus Cristo』에서
포르투칼인의 종교적 신념을 공격하고 국가를 분열시켰다는 이유로 인해 유럽문학상 후보에서 배제되는 수난을 겪기도 하며
1993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란사로테로 이주하게 되는 불행중 다행인(?) 수모를 겪기도 한다.
이 작품에선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성을 여지없이 해체하여, 죽음을 두려워하는 한 인간의 적나라한 실존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 주며
세계적 작가라는 명성과 함께 반골적이고 불온한 문제작가로 시치미를 달기도 한다.
사하라 사막의 더운 사막바람이 넘실데는 란사로테로의 이주 후에도 그는 포르투갈의 EU 가입을 반대하는 운동을 하기도 했고
반정부 운동도 서슴치 않았던 작가에게 어찌보면 스웨덴 한림원은 네덜란드 벨기에 등과 더불어 단 한번도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나라
그리고, 유럽연합(EU)의 단결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EU 가입을 반대한주제 사라마구의 선택은 아이러니하기 까지 하다.
물론 노벨문학상 소외국에 대한 스웨덴 한림원의 배려 였는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건 85세가 된 문학의 거장은 지금 30년 연하의 스페인 기자출신 부인 필라와 란사로테에서 행복하게 살고있다고 한다.



▲ 포루투칼 원어본『Ensaio Sobre a Cegueira』 책표지.


위에서 언급했듯 문제적 작가라는 호칭에 걸맞게 『눈먼자들의 도시』 는 상당한 문제작(?)이다.
일단 책을 읽다보면 작가는 문제적 작가에 걸맞게 독자를 전혀 배려하고 있지않다.
다른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화체에서 흔히 보이는 따옴표 등으로 화자들의 대화를 분리하고 있지 않다.
본문 내용만 461쪽(개정판)에 달하는 이책은 그래서 대충대충 보았다가는 화자들의 대화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터운 책은 환상적 리얼리즘의 대표작에 걸맞게 독자를 끝까지 책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사내가 갑자기 눈이 멀면서 이책에 나오는 모든 화자들은
눈이 멀기 시작하며 단 한 사람만이 그 상상할 수 없는 비극의 소용돌이에서 자유롭다.
눈이 먼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할 것 같은 주제에 작가는 오직 한 사람을 제외하곤 모든 사람의 눈을 실명 시켜버린다.
하지만 책의 매제로 이용된 실명은 현상과 형상을 구분못하는 실명이 아닌 이성과 감성의 실명까지 야기 시킨다.
'눈이 멀었다' 라는 사실은 내가 몇줄의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보다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작가는 '눈이 멀었다' 라는 잔인한 설정을 통해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건네고 있다.
눈으로 보여지는 문자와 책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혹은 책으로 그려지는 크로키가 전부는 아닌것 처럼..
너무도 잔인하게 독자를 몰아세우지만 단 한 사람을 그 아수라장에서 목도하게 함으로써
작가는 실명에 대한 백신을 접종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어쩜 눈이 멀지 않았음에도 눈이 먼 남편을 따라 눈이 먼 사람들과 함께 하는 한 인물을 통해
이 책 전반에 걸친 비릿한 느낌과 먹먹하고 답답한 독자의 감성을 포근하게 앉아주고 있는건 아닐까.
거장의 거작에 모자란 첨언을 책 속의 글귀로 대신하며..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 거죠.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응, 알고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 영어 번역본 『Blindness』책표지.


그냥.. 몇 마디..
번역가 정영목님의 번역본을 몇 번 읽어본 독자로서 이번 『눈먼자들의 도시』역시 그의 당의를 입히지 않는 깔끔한 번역을 볼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쉽다면 영문학 번역물 전공자인 정영목님의 번역본은 아마도 『Blindness』였을거란 막연한 짐작을 해 본다.
번역자가 포르투갈 원서를 번역한 것인지 혹은 영어 번역본을 다시 번역한 것인지 독자로선 알 수가 없다.
번역한 책에 대한 짧은 소개역시 당의를 입히지 않는 번역자의 또다른 의무라고 생각된다.
자료를 찾으러 포르투갈 원서였던 『Ensaio Sobre a Cegueira - 실명에 대한 에세이』만 찾다간 낭패를 많이 보았다.
물론 원서를 번역한건지 재 번역본을 번역한건진 알 수 없지만 번역본을 소개 해 주셨더라면 시간을 좀 아낄 수 있었을 듯 싶다.


이따금..
책이나 음악을 보고 들으면서..
책의 완성도나 작가의 역량이나 사회적 지위..
음악의 쟝르나 완성도에 관계없이..
그 존재함 자체에 감사함을 느낄 때가 있다.
아마도..
『눈먼자들의 도시』와..
글에 덧 입혀진 "Charlie Haden & Pat Metheny [Beyond the Missouri sky] 앨범 중에서 .. Spiritiual" 이..
그런 존재의 감사함이 아닐까 싶다.


cafe.daum.net/bookalley@ 28.01.2007 - 따사로운 바람 너울거리는 오후에 보보 서재에서..
FROM : AFRICA BRUKINA FASO : BOBO - DISSO
Charlie Haden & Pat Metheny [Beyond the Missouri sky] 앨범 중에서 .. Spiritiual
출처 :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글쓴이 : 딸깍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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