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파랑새의원( 제주도)과 섬이야기

[스크랩] 쉿! 너희들만 알고 있어 제주의 비경 2탄 거기, 이어도가 보이는 곳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31. 17:35

[제주비안나이트] 쉿! 너희들만 알고 있어 제주의 비경 2탄 거기, 이어도가 보이는 곳

돌상 무렵 내고향은

바다에도 아니든다.

해마다 칠월 초닷새 날은

수평선만 바라보는 마을사람들

물 봉봉

드는 바닷가

돌아오지 않는 주낙배들

누가 떠나고 누가 돌아왔는고

아버님 할아버님

다 뜨시고 빈마을

앞개는

이승의 한끝

이어도 가는 포구였네

 

‘바다도 지우지 못한 슬픈 마을’ 중에서 제주시인 오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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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후 지도창을 띄운 후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제주도는 252km의 해안선으로 되어 있다.

그중 빼어나고 수려하며 입지가 좋은 곳은 이미 근사한 호텔이나 횟집, 골프장이 자리를 잡았다고 해야겠다. 그러나 아직도 아무렇게나 흡사 버려진 듯이 무심히 뒹구는 돌멩이들이 널려있는 포구. 대평리 포구가 있다.



12번 일주도로에서 안덕계곡을 끼고 고개를 숨가쁘게 넘어가면 숨겨두었던 것처럼 작은 어촌이 내려다 보인다. 지금은 대평리라고 하는데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개웃개라는 옛 지명을 쓰기도 한다.

 





당나라에 조공을 바치기 위해 소나 말을 몰고 많이 다닌 고갯길을 쉐울목 혹은 말길 이라고 하며, 지금 이 대평리 넘어가는 쉐울목은 꾸불꾸불한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

고갯마루 쉐울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병풍기정 혹은 박수절벽이라고 하는 바다로 향한 절벽이다. 병풍처럼 생겨서 병풍바위라고 부른다.

 



송림을 머리에 잔뜩 이고 바다를 향해 우뚝 서서 원양에서부터 몰아오는 기세등등한 서갈 바람을 맞으며 서있는 절벽. 예전부터 병풍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의 하얀 포말을 눈여겨보고 태풍이나 바람의 강도를 미리 감지해 배를 띄우거나 묶어놓거나 했단다. 고즈넉한 이 마을엔 돌담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병풍바위앞에 있는 포구로 나오면 작은 시멘트 다리앞에서 멈추게 된다. 한눈에도 아주 작은 포구인데 그냥 고깃배 두어척 무심한 바람에 건들거릴 뿐이다.



당케포구라는 이름이 있을 정도로 옛날엔 당나라 가는 배가 떠나는 포구였고 일제말까지도 제법 큰 청루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못해 쓸쓸하다.

이곳 어부들은 자기가 아는 고기자리(고기가 잘 잡히는 장소)를 다른이들에겐 알려주지 않고 대를 물리며 옥돔이나 자리돔을 잡는단다. 용왕 할망의 딸이라는 되넘이(물고기 이름)를 잡을 경우 술과 소라를 먹여 되돌려 보내야 재수가 좋다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곳이다. 제주의 젊은 시인 오승철의 싯귀에서처럼 바다에서 이승을 하직한 보재기(어부)가 죽은지 일년되는 날을 ‘돌상’이라고 하는데 애도의 뜻과 해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날은 모두 바닷일을 쉰다. 이 바다에서 바로 보이는 너머 어딘가가 이어도이다.

1980년 KBS 취재단에 의해 수충암초가 있는 곳이 발견되었고 그래서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진 곳이 이어도다.  지금은 과학기지가 세워져 있지만 이 암초가 제주 옛사람들이 꿈에 그리던 유토피아 이어도 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무러면 어떠랴..이어도는 예나 지금이나 피안의 섬으로 현실이 척박할수록 희망이라는 티켓을 끊어 가고 싶은 섬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병풍바위에서 좁은 어촌골목을 누비며 마을을 벗어나면 투박한 시멘트로 포장된 해안도로가 나오는데 이곳을 난드르 해안이라고 한다. 난드르란 들판에서 바다쪽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어떤 지도에는 열리 해안도로라고도 표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곳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보면 보이는 자그마한 등대가 조용한 바닷가 운치를 더해준다.

가끔씩 갯바위 낚시를 하러오는 사람들 이외에는 인적이 드물어서 한가한 바다를 즐기기에는 딱 좋다. 난드르 길 옆으로 가을 들국화가 흐드러지게 피는데 지역민들은 이 꽃잎을 따서 말려 베개속에도 넣고 국화주도 담그고 한단다.

난드르는 길은 대자연과 적막만이 감도는 아름다운 길이다. 단지 길이 비좁고 막다른 곳도 종종 있어서 불편하다는 점은 알고 가자. 이곳이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 길도 넓고 편하게 포장은 되겠지만 대신 유료화되고 상업화 돼서 고즈넉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겠는가?



난드르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오른쪽에 사진처럼 기이한 바위들이 보인다. 여기가 예례 주상절리다. 예례 주상절리는 중문에 있는 지삿개 주상절리의 1/10크기쯤 될까.

주상절리는 시적으로 표현하면 ‘신들의 궁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주상절리란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마그마가 바닷물과 만나  갑자기 식으면서 수축하며 중심점이 고르게 분포하면서 4각형, 5각형, 또는 6각형 등의 패턴으로 굳어진 것을 말한다. 용암이 수직적인 다각형 기둥으로 무수히 굳어진 기하학적 돌들은 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경이로운 작품으로 보인다. 거기에 파도가 밀려와 부딪치며 만들어지는 하얀 포말이 어우러지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시인이 되어봄직 하다.

중문에 있는 지삿개 주상절리대는 이미 그 이름이 유명해 뛰어난 관광지가 되어 몇 년 전부터는 입장료가 있지만 아래에 소개하는 갯각 주상절리대는 아직 찾는이가 드문편으로 숨은 비경중 한 곳이어서 소개하니 한가로이 거닐어보며 외로움과 웅장함을 즐겨보거라.

 



난드르 길 양옆으로 논짓물,큰이물,동방수,공새미,남바치물 등 용천수 웅덩이들이 있다. 맛좋고 맑고 차갑고 향기로운 물이 쉴새없이 퐁퐁 솟는다. 여름에는 논짓물 축제가 벌어질만큼 지역민들에겐 꽤 유명한 곳인데 요즘은 종종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모양이다. 여름 성수기때에는 마을에서 대형 천막을 설치해놓는다. 이곳은 대대로 해녀들이 잠수일을 하는 어장이기도 하다. 예전엔 전복, 소라 미역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소라를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키워서 따기도 한다. 물질이 끝난 후 불을 피워 몸 녹이며 옷 갈아입고 쉬는 장소인 ‘불턱’ 주변엔 돌을 쌓아 놓아 시선을 차단하기도 한다.








난드르 동쪽 바닷가 끝으로 가면 상예 하수종말 처리장 건물이 보이고 그 입구에 반딧불이 보호지역 안내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 무료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 안내문을 끼고 갯각다리를 건너서 하수종말처리장 건물의 정문을 지나야 갯각 주상절리 가는 몽돌밭 길이다. 정문을 지나칠때의 하수처리 내음은 멋진 절경을 볼 수 있는 입장료로 생각하길 바란다.

참고로 하이힐 같은걸 신고 들어갔다가는 나를 원망하게 될지어다. 온통 오이지 누르기 딱 좋게 생긴 둥근 돌투성이 길이라 건강하고 다리 튼튼한 이들만 도전하길 바란다. 돌 이쁘다고 주워가지 말고.. 공항에서 다 걸린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주상절리 절벽이다. 어찌나 웅장한지 이런곳이 아직도 관광지 개발이 안되었다는 것이 다행일지 불행일지 모르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마음이 심란하고 가슴이 쓰린날. 맥주 두어캔과 새우깡을 싸들고 이곳을 찾았었다. 눈시린 햇살아래 바람과 파도소리를 느끼며 바위틈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렸는데 아아. 이승에서 이보다 더 분위기 좋고 술맛나는 곳이 또 있으랴.

무반주지만 듣는이 없어 목청껏 유행가 가락을 읖조리다가 저절로 흥이나서 보고싶은 사람들 이름도 불러보고- 맥주가 두어캔 더 있었으면 하고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오로지 적막. 적막 뿐이었다. 홀로 여행와서 분위기 즐기고자 하는 이는 넉넉하게 싸짊어지고 갈지어다.

이 주상절리 안쪽에는 길이가 30m 정도 되는 해식동굴이 있는데 조만간 영화나 CF배경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기막히게 아름답다.







 사진자료를 위해 12월 중순에 찾아갔을때도 따뜻한 제주도라 그런지 겨울에도 온통  국화꽃 천지여서 그 향기에 정신이 아찔하기조차 했다. 그 옆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된 유적지인 자연동굴도 있다.  적갈색 무문토기편들이 발견되었다는데 바위그늘 집터라고 한다.





여기서 발바닥이 무지 아프겠지만 파도가 심하지 않는 날이라면 좀더 동쪽으로 가보자.

절벽코너를 돌면 눈앞에 펼쳐지는 지상낙원, 조근모살이 있다.





조근모살은 절벽아래에 있는 작은 해변인데 바로 옆에 보이는 중문해수욕장(진모살)보다 사람이 드물고 하얀 백사장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너무 다리가 아프다면 바로 연결된 하얏트 호텔로 올라가서 쉬거라. 그동안 운전기사(?)는 왔던길을 돌려보내서 하얏트 호텔 주차장으로 오도록 하면 된다. 이럴 땐 운전 못하는 것도 정말 신나는 일이렷다.

서비스로 추천 하나 더..



대평리로 넘어가는 좁은 아스팔트 왼편으로는 흡사 텐트를 친 것같은 봉우리의 산이 있다. 군대의 군막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이 군산이라고 한다.

옛날 이 산 아래에 있는 작은 창천마을에 강씨선생이 살았는데 글을 읽을 때 마다 방문 밖에서 무엇인가가 흉내내며 따라하더란다. 그렇게 3년이 지난 후 글을 따라 읽던 귀쟁이(바닷고기의 일종)가 그동안 글을 배운 답례로 소원을 들어주겠다 하였는데, 파도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공부를 하기에 어렵다 하니 귀쟁이가 앞으로 7일간은 절대로 방문을 열지 말 것을 당부하고 떠난다. 그날 밤 부터 비바람이 몰아치며 천지가 무너지듯 시끄러웠는데 잘 견디어 내던 강씨선생, 원래 이런 금기 사항이 있으면 호기심이 넘치는 법. 마지막 날에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갑자기 천지개벽같은 소리와 함께 혼절하였는데 깨어나보니 마당앞에 커다란 산이 생겨있더란다. 굴도르 생겼다 (굴도르-갑자기 라는 제주도 방언) 하여 군뫼, 군뫼오름 이라고도 부른다.

정상까지 30분도 채 안걸리는 데다가 한라산, 중문, 서귀포, 남해바다, 마라도까지 어우르는 황홀한 절경때문에 가벼운 산책코스로 추천한다.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1월 1일엔 관광객도 많이 모이지만, 부근 마을주민들이 일출제를 지내니 새해 소원도 빌고 도새기 안주로 음복주 한잔 얻어마시는 기분도 의미있는 체험이리라.

군산에 올라가려면, 쉐울목에서 차량으로 쉽게 갈 수 도 있으나 길이 좁아서 불편하다.

12번 도로, 대정에서 중문방향으로 창천 삼거리를 지나자마자  우측에 ‘군산산책로’라는 이정표를 끼고 시멘트 포장길로 올라가는 길이 낫다. 주차장 주변에는 묘지가 많아서 얼핏 보면 공동묘지로 알기 쉽다.

원래 아무곳에나 무덤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풍수지리에 따르면 군산 봉우리 주변은 쌍선월형의 명당자리란다. 아주 좋은 금당지여서 아주 오래전부터 살금살금 야금야금 하나둘씩 알게모르게 조상들을 매장에 오다가 지금은 공동묘지처럼 되어 버렸다. 거기 봉우리에 올라서서 왜 이곳이 금당지인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 많은 무덤들의 후손이 모두 발복을 하였는가. 허물어지고 잡초가 우거져 무덤인지조차 알아보기 힘든 어느 무덤들을 보면 어째 그 중에는 복을 받지못한 후손들도 있는 것 같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동안 왼쪽으로는 드넓은 바다와 오른쪽엔 산방산, 뒤로는 한라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이곳을 걸을랴치면 저절로 나오는 가락.

 ‘낙양산 십리하에 높고 낮은 저 무덤아 절대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번가면 저기 저 모양 될 것이니~~’

독자들에게 당부하오니, 제주의 숨겨곳 비경들을 주변사람들에게 알리지 말고 속닥속닥 스리슬쩍 다녀가시라!! 여기도 너무 많이 알려지면 길도 넓히고 그러다가 자생하고 있는 국화꽃밭 마저도 모조리 사라질 것이다. 쉿!!!

출처 : 제주 사랑채
글쓴이 : 제주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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