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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주비안나이트] 한여름, 제주에서 행복하게 해수욕하기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31. 17:36

 

[제주비안나이트] 한여름, 제주에서 행복하게 해수욕하기

제주비안나이트를 연재하시는 슈리슈바님은 관광청 독자이며, 현재 제주도에서 민박집을 경영하고 계시는 분 입니다.

 

슈리슈바님은 지긋한(?)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편안하고 감칠 맛나게 써 내려가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덤으로 독자 여러분께 선사해 드릴 것입니다.

 

 

 

가을, 겨울, 봄철 제주에 오면, 그리고 바다를 보면...

 

"아.아! 바다다, 여기가 바로 바다다..드뎌 내가 왔도다!!" 라고 소리 쳐라. 그때서야 비싼 비행기값이 아깝지 않게 느끼지. 이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발도 담가보고 ~~자갸~나 잡아봐라~~닭살 멘트도 날려주고.. 알고 있는 유행가에서부터, 멋진 시, 오페라의 한구절이며, 즉흥 창작극의 대사를 동원하며 찬양을 해도 좋다.

 

그러나 한여름에 제주에 온다면 바다를 보며 시나 노래만 읊을 얼간이는 없다. 어떻게 하냐구?  수영할 줄 몰라도 그야 당근 뛰어들어야지. 한번쯤은 온 몸을 바닷물에 적셔줘야 제맛이다.  

 

아짐도 뛰어 들었다.

 

이 몸은 더위를 극심하게 타는지라 해수욕장만 갔다오면 일주일은 몸이 식질 않아 여름철 바닷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주에 '돈내코 계곡'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건데 나의 팬들이 요청하기를, 그래도 바다에 대해서 알려달란다.

 

 이제 민박 오년차. 몸매는 안받쳐 줘도 머리 하나는 좋은(검은 염색의 라면 파마)이 할망이 그동안 제주도의 뜨거운 여름에 아무 대책 없이 와서 고생하는 푼수들을 보고 겪은바, 또 다른 예비푼수들을 위해 내가 알고 있는 행복하게 해수욕하는 법을 가르쳐주마.

 

제주의 바다는 니덜이 아는 육지의 삼면 바다하고는 틀리다. 니덜이 동해안이나 남해안 갔다와서 쪽빛 바다니 비취빛 바다니 하고 썰 푸는데 제주바다를 때 맞추어와서 바다가 너그러울 때 (성난 바다는 상상에 맡긴다)보면 슬그머니 입 다물게 된다.  

 

돈 좀있는 녀석들은 여기서 퇴장해라. 럭셔리한 호텔이나 기똥찬 펜션에서 팁도 뿌리고 같은 닭다리라도 그냥 삶은것말고 양념해서 모양낸 비싼것 시켜서 품위있게 뜯어가며 주머니 가난한 녀석들을 깔 보며 돈 좀 팍팍 써라. 자본주의의 미덕중에는 소비도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런 애덜이 세종대왕을 가랑잎처럼 뿌려준다면 엎디려 황송해 하며 받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돈있는 놈이 안쓰는 것도 불의에 속한다.

 

근데 이 할망처럼 평생 처음 비행기라는걸 타고 제주도에 온다던지(난 6년전에 처음으로 제주도에 왔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었다!!), 20평짜리집에서 20년이상 살면서 살아도 저축 죽어도 저축! 그렇게 사는사람, 조상들이 남겨준 눈먼 산이나 개골창 밭뙤기 하나 없는 녀석은 여기 제주에 한번 오려면 몇 년 부었던 계를 타거나, 화풀이 대출을 받거나 해야  정지용의 시처럼 예쁘지 않아도 맨발의 가난한 기미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애덜은 내 야기를 자알 듣거라. 멋진 모자도 쓰고 라이방도 쓰고(혹 어린놈들도 있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이도 있겄다. 옛날어른들은 썬그라스를 라이방이라고 했다)출발지 공항에서부터 어깨에 힘주고 뽐내거라. 너도 이제 황금같은 휴가를 즐기는 그것도 비행기를 타고가는 부르죠아가 된거니까!!!

 

 

 

출발 전 여행을 계획할 때 가족 구성원에 맞는 코스를 그러니까 몇 명이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이며 어디다 중점을 두느냐를 생각한다.

 

휴가에 부모님과 다른 친척 한 두분 (고모님 혹은 이모님) 자기들 부부 열 살짜리 애들, 거기다 안오려다 막판에 끼게된 대학생 처남까지 한데 엉겨 있으면 아주 골치 아파진다. 가족들의 취향이 다 틀리니까. 기준을 어디다 둘 것인가를 고민 해야 한다.

 

여름에 대가족이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논다면 나이드신 어른은 고문과 같은 땡볕에서 니덜이 수영하는걸 보며 즐거운 척 연기를 하시게 된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서 집이 최고다,라고 하신다면 그 분들은 순간 순간이 고통이었음을 기억하라. 반대로 어른들을 생각해서 민속촌이나 산수가 좋은곳, 추사 적거지같은 자연위주의 테마로 다닌다면 어린 자식은 징징 짜게 될 것이다. 참고로 어린애들은 말타는것, 잠수함, 테디베어뮤지엄(특히 여자애들) 뭐 그런걸 좋아한다. 사륜 오토바이나 열기구에 관심있는 처남은 나중에 베이비시터가 되어 조카들만 돌보다 왔다고 투덜댈 것이다.

 

고로 가장 중심이 되는 중요한 인물의 취향에 맞게 테마를 잡되, 한가지씩은 골고로 좋아하는 관광지를 끼워놓아야한다.

 

 

숙소를 꼭 정해놓고 관광지나 해수욕장을 미리 동선을 그어가며 생각하거라.

 

대가족이 아침,저녁 밥 해먹고 바비큐도 하고 애기 우유병도 삶아야 하는 구성원이 여기저기 숙소를 옮긴다면 그건 최악이다.  아침마다 보따리를 싸고 냉장고 속의 남은 음식도 싸 가지고 다음 숙소로 찾아가면서 시간 버리고, 그쪽 체크 인 시간에 걸려 들어가지도 못하고 더운 차 속에서 음식은 상하고.. 하루일정을 다 망가뜨릴 수 있다. 대체로 그런 경우 음식물은 받아주기도 하지만 한여름에 그게 뭐하는 거냐.. 어지간하면 성수기엔 한곳에 엉덩이 디밀고 있어라. 특히 대가족 말이다!! 3끼니를 다 밖에서 사먹는다면 옮기는 것도 괜찮다~

 

 

숙소에 세탁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가를 미리미리 살펴라.

 

여름처럼 빨래가 많이 나오는 계절이 어다 또 있으랴. 바다에 다녀오지 않아도 워낙 덥다보니 온몸이 끈적끈적해서 온 식구가 샤워해야 하는데 해수욕까지 하게 되면 그걸 안빨고 다음날 워찌 놀라고? 빨랫감을 그냥 가방에 쑤셔넣고 비행기를 탈 수 없다. 아마 썩는 냄새 때문에 탑승이 거절 될 것이다!!

 

그러니까 세탁을 할 수 있는지(혹은 하다못해 탈수라도)를 숙소 예약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해수욕은 숙소에서 가까운 해수욕장을 택하고 되도록 오후에 해라.

 

일년에 서너번씩 제주에 오기 때문에 다른 관광은 필요없고 하루종일 해수욕만 하겠다라면 어디서 해수욕하든 말리지 않겠다.

 

그러나 다른 관광을 하다가 중간에 멋진 바다가 보인다고 뛰어들면 다시 그 많은 식구가 벗고 씻고 갈아입고 산더미 같은 젖은 빨래를 차에 싣고 다녀야 된다. 더군다나 해수욕장 샤워비는 목욕탕비 보다 결코 싸지 않다. 그러니까 관광을 하고난 뒤인 약간 늦은 오후에 해수욕을 하고 어둑해질 무렵 젖은 옷 툭툭 털고 숙소에 와서 제대로 씻고 숙소에서 바비큐를 하는게 돈도 덜 들고 고생도 덜한다. 그리고 한마디 더!  저물?에 바다에 몸을 담그고 바라보는 일몰이 가장 아름답다.

 

 

제주에 올때는 파라솔로도 쓰고 우산으로도 쓸 수 있는 것을 두개쯤 준비 해라.

 

이곳은 열대 지방의 스콜처럼 맑은 하늘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앞이 안 보이다가 금새 불 같은 태양이 사정없이 이글 거린다.  바람은 또 워낙 세게 부는 곳이라 모자같은건 날아가서 햇볕을 가리기가 힘들다.

 

비가 쏟아질 때는 우산으로, 해가 쨍쨍 내리 쬘때는 파라솔로, 해수역장에서는 시선을 가리며 옷을 입거나 벗을때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마트에서 3000원짜리 은박지 깔개를 사갖고가거나 숙소에서 빌리면 삼만원짜리 대여 파라솔없이도 오후 해수욕 정도는 거뜬히 할 수있다.

 

 

숙소 예약시 여름 성수기 장사만 하는 곳인가를 잘 살펴라.

 

평소에 손님이 없어 비워 두었다가. 여름 피서객만 받아 일년 먹고 사는집도 있다. 대형콘도나 리조트는 대체로 자체 방역을 하기 때문에 괜찮지만 폼만 그럴듯한 여름 한철나기 팬션은 그런데 신경 안쓴다.  

 

제주도 모기가 얼마나 특히 바닷가 모기가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놀랄 분은 잠깐 여기서 담배 하나 피우셔..  
두꺼운 청바지도 뚫는다.

 

그런데 정원에서 바비큐를 한다구?  히치콕 감독의 '새'를 본사람은 대체로 감을 잡았을 것이다~

한적한 바닷가나 산꼭대기 팬션에서 주인이 열쇠만 주고 사라진다면 애로사항이 있을때 급히 도움받기 어려워 자칫하면 최악의 밤을 보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난다든지, 한밤중 모기에 시달리는데 모기약이 없다든지, 한낮에 해수욕하다가 화상을 입어서 밤새 화끈화끈거리고.. 별안간 급수장치에 고장이 난다든지 그럴때다.  현지 사정이 밝은 주인이나 관리자의 도움을 최대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저렴하게 제주여행 왔어도 돈을 아낀다고 '육지것'이라고 깔 보이지 않게 쪽 팔리는 짓은 하지마라.

 

일인분 메뉴가 4천원인 현지 식당에 가서(관광지 식당에는 5천원 아래로는 없다) 해장국을 시키면서 초등학교 고학년이지만 이미 다 커서 성인 뺨치게 밥 잘먹는 애들, 입맛이 없다는 핑계로 안잡수신다는 어르신 , 식구수대로 주문하지 않고 모자라게 시켜서 추가밥 몇 개 더 시키고 반찬 더 달라고 하면 주방에서 '육지것들'이라는 욕도 함께 먹어야 한다. 참고로 제주도에서는 '육지것'이라는 표현은 욕이 된다.

 

4천원짜리 밥도 식구수대로 못먹을 정도로 가난하다면 그렇게 대식구들을 몰고 폼 잡지 말던가.. 자전거 하이킹을 하거나 다리품 파는 어린 학생들에게  밥 한그릇은 더 줄줄아는 인심이 넘치는 현지인을 얏잡아보면 안된다.

 

그런 가족들일수록 오히려 폼잡는다고 엉뚱하게 비싼데 가서는 바가지를 쓰고 오더라.

 

 

제주도에서는 해수욕은 추석때까지 할 수 있다.

 

동해 바다는 8월15일 광복절이 되면 한물간 퇴기처럼 이미 철수할때다. 그러나 제주바다는 8월 15일이 넘어야 기가막힌 모습을 드러낸다. 벌써 물 색깔 하늘 색깔이 확 틀려진다. 그때 오는 사람은 진짜 바다라는게 뭔가를 제대로 보고 갈 수 있다.

 

단, 태풍을 만나 바람과 큰 비에 오들 오들 떨게 되는 상황은 순전히 그대의 불운 탓이다. 물론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은 아파트 10층은 되는것 같은 엄청난 파도를 구경하며 인간의 나약함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고 간다. 여행 날짜를 조절할 수 있다면 8월 중순 이후로 잡는 것도 경비면에서도, 관광면에서도 좋은 방법이다.

 

 

해수욕장은 여기를 추천한다.

 

 

 중문해수욕장

 

 

폼나는 수영복이 준비 되었거나 물 좋은데를 찾는다면 여기를 권한다. 내가 얘기하는 물을 바닷물로 아는 바보는 없겠지?!

 

이곳은 파도와 물살이 세고 경사가 심하므로 애기들이 있다면 절대로 가면 안된다.

급경사로 된 해수욕장으로 애들 데리고 가면 부모는 놀지도 못하고 특공대처럼 애들을 지켜야 된다.

 

 

 협제/금릉해수욕장

 

 

애기들이 있는 가족에게 추천한다. 허리까지만 오는 아름다운 색깔의 바닷물이 1km이상 펼쳐져 있으니 노인이나 아이거나 젊은이거나 물놀이 튜브를 타며 실컷 놀 수 있단다.

 

바로 앞에 비양도가 있는데 그 녀석이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잔파도만 밀려오거든.

 

 

 함덕해수욕장

 

 

여기도 아그들 가기엔 좋은 얕은 바다와 그 너머로 깊고 갖가지 수상레져를 할 수 있는 젊은이용 바다, 이렇게 두개가 있다.

 

한여름엔 사람들이 무지무지하게 많지만 백사장에다가 바다 때깔도 좋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지.

 

 

 삼양해수욕장

 

 

검은 모래땜에 찜질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지. 그 옆에 무지 차가운 용천수가 있어서 바로 몸을 식힐 수도 있고.

 

그 외 기가막히게 좋은 해수욕장이 섬을 돌아가며 많지만..사람이 너무 없어도 재미가 없지. 육지에서는 기를쓰고 조용한곳을 찾지만 여기는 너무 조용한곳이 많으므로 반대로 구경할 사람이 있는 곳에 가고 싶단다. 그래도 사람없고 한적한 아름다운 해변을 찾는다면 sos날려~ 너무 썰이 길어지므로 다음 호에 연재해주께.

 

사실 이따위 글은 굳이 읽지 않아도 머리좋은 사람은 인터넷에서 금방 검색할 수 있는 얘기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대책없이 엉뚱한 분들이 계셔서 피같은 돈을 헐렁하게 쓰고도 온 가족이 거의 해병대 입소 하러 제주에 온 것처럼 고생하고 있거든. 그래서 이 할망이 씰디없이 잔소리하게 되었다.

 

무릇. 가장이 된다는 것은 일가를 자알 다스리는 것.

손구락이 쥐가 나도록 마우스를 눌러대며 좋은 정보를 많이 찾거라~

그래야  휼륭한 아들.  위대한 아버지.  그리고 멋진 남편으로 대접받고, 2005년 여름 휴가가 평생의 성공적인 사업으로 자리 매김하게 될 것이다.

출처 : 제주 사랑채
글쓴이 : 제주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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