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시리즈를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낀다. 1차전 5회초 발생한 정근우 사건으로 인해 한국시리즈는 완전히 권선징악 시리즈로 돌변했다. 게다가 오늘 조동화의 슬라이딩, 채병룡의 힛 바이 피치드 볼 이후 상황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어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승 못해본 SK를 응원하려 했는데 경기를 보니 도저히 응원할 마음이 안 생긴다 말한다. 그들의 논거는 SK야구에서 스포츠맨쉽과 동업자 정신은 도저히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의 야구팬들은 오늘 조동화가 날린 동점 쏠로홈런 보다는 조동화가 이대수에게 가한 비신사적인 슬라이딩을 더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흔치 않을 것이다. 일명 스크빠를 제외한 거의 모든 야구팬들이 두산을 응원하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죽었다 깨어나도 두산응원은 안하는 LG팬들 가운데도 더티한 SK보다는 서울라이벌 두산을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은 희한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시즌 내내 보여준 SK야구의 특성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여준다 생각한다. 일단 한국인에게는 명분이 중요하다. 즉 더티하게 플레이 해서 이기는 것 보다는 깨끗하게 플레이해서 지는 것을 한국인은 더욱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뒤집어 이야기 하자면 승부에 대해 지독히 집착하여 더티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그다지 한국인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강자가 그럴 경우에는 더더욱이 용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승리 지상주의는 한국시장에서는 한국인의 정서상 안 맞는다고 볼 수 있고, 한국인에게 이는 거부감이 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SK 와이번스라는 팀은 정규시즌 내내 이러한 사실을 망각하고 살았고 포스트시즌에 와서도 변화가 없었다.
만약 승부가 두산의 우승으로 끝이 난다면 우승팀이 결정나게 된 시점은 정근우 사건이 그 시점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SK에게서 명분도 빼앗기게 만들었지만, 가장 큰 것은 SK의 정신전력을 완전히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우승에 대한 명분이 없다는 것, 현실속에서 자신들을 지지해 주는 세력이 너무나 적다는 것을 SK 선수들이 깨닳으면서 시즌 초 SK를 강팀으로 만들었던 근성과 투지는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었다. 심리전에서 완전히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오늘 경기를 보니 이제 SK선수들도 이런 현실을 어느 정도 직시한 듯 보였다. 어제 사건의 주인공 정근우는 예전에 비해 완전히 풀이 죽은 것이 확연히 보였고, 1차전 사건 이후 명분싸움에서 확실히 두산에게 진 SK선수들에게서 정규시즌에 보여주던 투지와 열정은 오늘 많이 사그라진 듯 보였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일부 야구팬들은 SK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두산을 정의로 규정하고, 선과 악의 대결로 한국시리즈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 그대로 권선징악을 바라고 있다.
부가하자면 두산의 베테랑 선수들은 경기중에도 이런 명분싸움을 아주 잘 했다. 오늘도 김동주가 채병룡의 사구에 맞았을 때 채병룡에게 사구를 던졌으면 모자 벗고 사과하려며 시비거리를 만들었고, 이 시비거리는 와이번스라는 팀과 선발투수 채병룡을 송두리채 흔들었다. 결국 그 이후 채병룡은 실점을 거듭하다가 강판되었다. 결국 말로써 상대팀을 자극하는 SK가 두산한테 심리전에서 완패를 인정하는 순간이 된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그 사구가 나왔을 때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투수교체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결과론적으로 채병룡이 김동주에게 사구가 나온 즉시 모자를 벗고 꾸벅 인사를 하는 것이 강우월전략이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이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로 간다면 SK가 시리즈를 뒤집고 우승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우승청부사로 모셔온 김성근 감독의 경우도 우승이라는 경력을 만드는데 실패할 수가 있다.
나는 오늘 경기를 보면서 왜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하는가를 언뜻 이해하게 되었다. 우선 명분싸움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이야기 하자면 한국인의 정서와는 상당부분 큰 괴리를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김성근 감독이 태평양, 쌍방울 같은 약팀을 이끌고 포스트시즌에 기적적으로 진출하면 사람들은 이를 대단하게 생각했고, 약자에 대한 배려심(?) 때문에 불쌍하게 보이기는 해도 많은 적이 양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정규시즌 1위팀을 이끄는 입장으로 바뀌고 나니 과거에 비해 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왜 그럴까? 1위팀을 이끄는 과정이었다면 과거 쌍방울을 이끌던 것과는 많은 부분에서 바뀌어야 했지만 그런 변신과정이 미흡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아마추어 야구팬의 입장에서 볼 때 야신으로 불리는 분의 전술적인 부분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이는 개인적인 시각으로 볼 때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에게 어울리는 전술운용은 아닌 듯 싶었다고만 말하고 생략하겠다. 다만 예전 그 시즌에 약체라던 LG트윈스를 이끌던 모습과 태평양 돌핀스, 쌍방울 레이더스를 이끌고 포스트시즌을 치르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내가 내린 결론은 김성근 감독이 강팀을 맡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승을 못해봤다는 말에 그다지 수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솔직히 김성근 감독은 강팀을 강팀으로서 활용하는데에는 약점을 보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이 든다.
사실 정근우, 조동화, 채병룡 사건의 경우 약팀의 입장에서 강팀과 맡붙을 경우 한국 사람들에게 이해의 여지를 주지만, 강팀의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팀과 맡붙을 경우에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해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현재 명목상 강팀은 SK이다. 즉 SK라는 팀에게 적용되는 도덕적인 기준은 두산에 비해 훨씬 높고 엄격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간과한 듯 싶다.
아무튼 결론은 SK는 강팀이면 강팀다운 마인드를 구축을 했어야 했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하여 도전자를 기다리는 입장이었다면 그에 맞는 전략이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이번 시리즈가 이렇게 끝이 난다면 현재의 강팀을 예전에 약체를 이끌던 방식으로 이끈 것에서 전략적인 패착이 나타났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고 싶다. 즉, 강팀이지만 강팀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진 것이라 말하고 싶다.
다소 장황하지만 결론은 명확하다. 강팀이라면 깨끗하게 신사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이는 선수들에게 정신전력 면에서 강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더티하게 플레이를 한다면 정신전력면에서 약화요인으로 밖에 작용할 수 없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강팀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윤리적 잣대는 약팀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윤리적 잣대보다 훨씬 엄격하다.
SK는 더럽게 야구하는 나쁜 놈들로 낙인 찍혔다. 그들의 가슴에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런 이미지를 희석시키는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도 두산팬은 아니지만 이번 시즌 두산의 우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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