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원상회복의무
임대차계약서상에 거의 빠지지 않고 기재되는 문구가 바로 “임차인의 임대차목적물 원상회복의무” 조항이다. 즉,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차목적물을 원상으로 회복해서 반환한다’거나 ‘원래 상태 그대로 반환한다’는 취지의 계약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 조항을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분쟁이 적지 않다. 임대차목적물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방법과 그에 필요한 금액을 두고 양자간에 시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임대인의 금액요구가 임차인 입장에서는 너무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분쟁 액수가 그리 큰 금액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될 입장에서 있는 임차인이 억울하더라도 더 양보하는 식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금액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많지 않은 원상회복비용 때문에 그 보다 훨씬 액수가 큰 보증금 전체를 장기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상회복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문제가 된 금액의 범위가 아니라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부하는 임대인의 태도는 도의적인 측면에서 횡포일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적법하지 못하다. 판례 역시, 임차인이 불이행한 원상회복의무가 사소한 부분이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액 역시 근소한 금액인 경우에까지 임대인이 그를 이유로, 임차인이 그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혹은 임대인이 현실로 목적물의 명도를 받을 때까지 원상회복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부분을 넘어서서 거액의 잔존 임대차보증금 전액에 대하여 그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공평의 관념에 반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고, 그와 같은 임대인의 동시이행의 항변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 되어 허용할 수 없다고 하여, 보증금을 늦게 지급한데 대한 지연이자까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차인의 원상회복의 범위와 관련해서도 그동안 임대인에게 치우쳐왔던 우리의 관행을 뒤집는 주목할만한 판결이 최근 선고된 바 있다. 바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5. 31. 선고 2005가합100279호, 2006가합62053호 판결인데, 임차인의 원상회복의무의 범위와 관련해서, 단순히 임대차개시 당시의 최초 상태로 되돌리는 의무가 아니라 임대차계약에 따른 통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가치감소 즉, 통상적인 손모(損耗)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에 대해서만 원상복귀하게 할 의무가 있을 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임대차계약은 임차인에 의한 임차목적물의 사용과 그 대가로서 임료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 임차목적물의 손모의 발생은 임대차라고 하는 계약의 본질상 당연하게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통상의 임대차에서는 임차인이 사회통념상 통상적으로 사용한 경우에 생기는 임차목적물의 상태가 나빠지거나 또는 가치감소를 의미하는 통상적인 손모에 관한 투하자본의 감가는 일반적으로 임대인이 감가상각비나 수선비 등의 필요경비 상당을 임료에 포함시켜 이를 지급받음으로써 회수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따라서, 원상회복이라는 명목으로 통상적인 손모 부분까지도 임차인이 원상회복할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면 이는 임대인의 이중이익으로 이어져 부당한 결과가 된다는 판단인 것이다. 통상적인 손모를 고려하지 않고 임대차계약 개시 상태로 되돌리는 비용 정도로 기계적으로 판단해온 기존 판례와는 차별화된 판단인 것이다( 다만, 통상적인 손모의 범위를 액수로 가름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전체적인 원상회복비용 3천만원에서 통상적인 손모가 차지하는 정도를 50%로 보고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원상회복비용으로 지급해야 할 최종 금액은 1,500만원으로 판단하였다).
임대차과정에서 발생한 통상적인 손모를 고려한 것은 이 판결이 처음인데, 상당히 합리적이면서 의미심장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원상회복과 관련된 앞으로의 분쟁에서 훌륭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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