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시간을 때우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특이한 책들을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독립서점의 서가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전국적으로 그러한 서점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걸 보면 분명히 더 좋은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지적 문명의 요새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의 도시에서도 독립서점들은 참패를 겪고 있다. 맨해튼의 유서 깊은 콜로세움 북스(Coliseum Books)는 곧 5년 만에 두 번째로 폐업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영원한 이별이 될 것 같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불과 2-3개월 만에 동네 서점 몇 곳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샌프란시스코만 너머 버클리에서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 중 한 곳인 코디스(Cody's)가 7월에 텔레그래프 애비뉴점을 폐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연안지역과 내륙지역을 불문하고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바로 대형 체인 서점과, 1회용 기저귀 옆에 베스트셀러들을 잔뜩 쌓아둔 월마트 등의 대형 할인매장, 그리고 온라인 서점들이 의기투합하여 이런 소형서점들을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얘기이다. 체인 서점은 독립서점에 비해 다양한 책들을 구비하고 있다. 물론 비교적 안전하고 예측이 가능한 (즉, 상업성이 높은) 책들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체인 서점들은 책만 판매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이 음반과 DVD까지 판매하고 있다. 2007년도 “사랑하는 내 고양이(I Love My Cat)” 벽걸이 달력을 찾는다면 반스 앤 노블(Barnes & Noble)로 가면 확실할 것이다.
아마존닷컴이나 기타 온라인 서점들에서 책을 사면 (가끔) 독립서점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도 한다. (‘가끔’이라고 한 것은 배송료나 수수료를 고려하면 실제로 절약되는 금액이 극히 적은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진짜 서점이 약 15킬로미터 이내에 있는데도 코스트코나 월마트에서 책을 사는 사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요는, 기업들과 인터넷이 이 땅의 상업 판도를 완전히, 그것도 나쁜 쪽으로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독립서점들의 희생 사례는 이런 혼란스러운 동향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 엔터테인먼트 기술은 상영관이 하나뿐인 영화관이나 동네 음반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동네 비디오 대여점 역시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기업화된 커피전문점들이 소규모 카페들을 밀어낸 탓에 이제 우리는 천편일률적인 스타벅스 풍의 커피를 마실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거의 모든 업종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지역사회의 중추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 역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아마존을 통해서 좀더 편리하고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당신의 삶의 질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아는가? 가장 좋은 것은, 그리고 필경 가장 행복한 기분을 안겨주는 것은 마을이든 도시든 집밖에서 사교 활동이 이뤄지는 경우이다. 동네 가게 주인들과 잘 알고 지내며 가게에 가다가 이웃사람을 마주치는 경우 말이다. 온라인으로 최신 베스트셀러를 5달러 싸게 사는 것이 동네 가게 하나를 문 닫게 만들만한 정도의 가치를 지닌 일일까?
여러 가지 책을 골고루 갖춘 독립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 한 가지는 예기치 못한 것들을 발견하는 기쁨이다. [이것을 “브라우징(browsing: 훑어보기)”이라 하는데, 말 그대로 진정한 브라우징이라 할 수 있다. 영혼이 결여된 온라인 쇼핑에 만족감을 주기 위해 억지로 꿰맞춰 만들어진 “웹 브라우징”과는 다르다.] 당신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찾으러 들어갔다가 1시간쯤 후에 아침까지는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들의 책 두세 권을 함께 겨드랑이에 끼고 나올 것이다.
필경 그 작가들을 알게 된 것은 독립서점 직원들이 책에 대해 아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점은 보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책들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독립서점을 체인 서점과 구별 짓는 한 가지 특징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대형 서점보다는 소형 서점을, 수동적인 서점보다는 적극적인 서점을, 온라인 서점보다는 진짜 서점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나도 동네에 서점이 없으면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경험상 그런 경우는 드물다. 서점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디 온라인으로 책을 구입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그것은 작고 약한 자들을 희생시켜 기업 괴물을 살찌우는 행위이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당신 역시 작고 약한 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설사 스스로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말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대부분은 약자이다. 그리고 소비자 기술은 계속해서 우리를 더욱 약자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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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롱은 와이어드 뉴스의 편집장이다.
wired news2006.10.16
서적 유통과 관련해서 제가 좋아하는 글 올려봅니다. 집앞 학교앞 서점에서 책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연구소 회원님들 모두 갖을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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