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만 모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화주제가 부동산으로 바뀐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4~5년 전에 주변 사람이 부동산에 돈을 묻는다면 투기를 의심하고 짭짤한 시세차익을 거뒀다면 혹시 운이 좋거나 탈·불법투자를 동원한 게 아닌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라는 말에 딴죽을 걸 사람은 많지 않다.
사회 분위기가 이제는 좀 더 일찍 부동산에 눈을 뜨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늘었다. 부동산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실전 사례가 무용담처럼 떠돌아다닌다. 부동산 투자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서민들마저 고수의 비법을 배우겠다며 책과 언론으로 유명한 고수들을 찾아 투자기술을 배우려 한다.
내가 가끔 부동산 거래현장과 경공매 투자 현장에서 만나는 숨은 고수들은 그들만의 투자기술을 남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극히 꺼린다. 동종업계 선후배나 동료들과 긴밀하게 업무연락할 때를 제외하곤 특별히 만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여러 사람과 접하거나 노하우가 많이 알려질수록 경쟁자가 늘어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와 교류하는 부동산 투자업계 몇 안 되는 실전 최고수들의 돈 버는 틈새 투자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아파트와 재개발 투자 같은 대중적인 종목으로 성공한 사례들은 흔한 경우임으로 시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고수들의 틈새시장 공략법을 소개하면 투자현장에서 참고가 되리라 믿는다.
■ 택지지구 안에서 자산불리기 - K씨는 40대 중반의 자영업자로 수년째 택지지구 내의 돈 되는 땅만 공략해 엄청난 자산을 불린 숨은 고수이다. K씨는 공사에서 분양하는 단독주택용지와 근린시설용지의 공개매각 공고를 꾸준히 추적해 미분양이나 추첨, 저가분양 물량만을 집중 공략한다. 경쟁자가 몰리는 인기지역보다 광역시와 중소도시 일대의 숨은 알짜매물을 고르고 3순위 일반 실수요자 매물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A급지 거주자 우선공급 물량보다 경쟁률이 낮은 C~D급지 물건 중 저평가된 값싼 물량을 고르되 가치분석을 철저히 해 투자수익성을 확보한 매물만 공략한다. 또 민간택지 내 체비지 ․ 산업단지 같은 지역호재 안의 저평가 물건이 먹잇감이다. 사업지 소속 조합사무실 직원들로부터 정통한 정보를 선점해 분양, 지역정보를 취합한 후에 조합원 매물이나 초기매물을 매입해 자산을 불렸다.
■ 빈틈 채우고 화장해 되팔기 - 50대의 S씨는 수도권 부동산만 투자하는 실전 고수다. 가격상승폭이 적고 장기투자해야 하는 지방보다 수도권 매물이 실속있다고 판단한다. 법무사사무장 출신답게 법과 제도의 틈새를 체크해 다소 볼품없는 땅과 집에 투자한다. 현황 상 맹지거나 모양이 안 좋은 땅, 허름한 주택을 값싸게 매입했다가 전용과 형질과 용도변경 또는 개보수, 합필과 분필을 통해 부동산가치를 높인 후 고가에 되판다.
최근에는 P시에 소재한 부동산을 되팔아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둬들였다. 매입 전 누가 봐도 볼품없는 비탈진 농지를 사들여 주변 땅과 비슷하게 성토와 복토의 방법으로 화장(?)한 다음 지역여건에 맞게 공장용지로 바꿔 실수요자에게 시세대로 매각했다. 특별한 점은 S씨 승용차 안에는 늘 지자체 건축조례 관련 자료가 수북하다는 점이다. 건축 인허가, 지자체 행정자료에 돈 되는 정보가 있다고 믿는다.
■ 값싼 자투리땅 활용하기 - 30대 후반 K씨는 전업 부동산투자자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해 자투리토지와 개발 ․ 활용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실전경험과 투자감각이 뛰어나 건물을 짓다가 남은 땅이나 도심 공터를 보면 곧 바로 개발가능성과 활용방안, 매각 가능성을 판단한다. 개발지 주변이나 배후인구의 발생 잠재력이 예상되는 입지 내 중소 규모 자투리 물건을 활용해 상가나 주택을 개보수, 개발해 되파는 전략이다.
매입가격이 비싸더라도 최고 입지만 고집하는 특별함이 있다. 주변 상권의 특성을 감안해 미니 상가나 업무시설로 지은 다음 구분 시설로 구획해 분양하거나 되판다. 매입가가 비싼 만큼 분양가가 비싸 초기분양률이 저조하다. 그러나 지역이 개발되거나 상권성숙이 이루어지는 시점에는 어김없이 분양률은 100%에 달한다. 목 좋은 곳만 고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언젠가 찾는다는 경험과 투자실무를 꿰뚫고 있는 고수다.
■ 수용지역 선점해 보상받기 - S씨는 한 때 잘나가는 무역업체 사장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고 지방으로 이주하면서 보상토지에 눈을 떴다. 살고 있던 지방 주택이 우연찮게 택지지구로 편입돼 거액의 보상비를 챙긴 이후로 한발 앞서 보상토지와 농가주택만 집중 공략해 차익을 챙긴다. S씨는 택지지구로 편입될 토지나 주택을 급매물로 사들인 후 오를 때를 기다린 다음 보상시점에 수용보상금을 받는 방법을 이용한다.
초기에는 수용 보상가를 예측하지 못해 투자금보다 적게 보상금이 나와 손해를 입기도 했지만 사전에 철저한 보상가 예측과 분석 경험이 붙으면서 이제는 고르는 부동산마다 투자금의 40~50% 고수익을 올린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유지분이나 공동투자에 나서고 분산투자를 철칙으로 한다. 양도세를 제외하고 1년에 꾸준히 수 천 만원의 수익을 꾸준히 거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고수 중 한명이다.
■ 지하 매물 싸게 산 후 되팔기 - H씨는 지하매물 전문 투자자다. 주변에는 ‘지하의 달인’이라 부른다. 아케이드 ․ 택지지구 근린상가, 다세대와 연립의 저평가된 지하 매물을 전략적으로 고른다. 지하 매물은 환금성과 유동성이 결여돼 초저가 매물이 많고 감정가 대비 절반값 수준에 경매와 공매물건만을 매집해 큰돈을 벌었다.
H씨가 얼마 전 투자한 사례로는 경매에 부쳐진 도심 집적상가 내 지하상가 165㎡를 감정가의 50%선에 낙찰 받았다. 이 상가는 얼마 전 대기업 유통회사가 지하상가 전체를 할인점으로 개발하면서 지분소유권자들로부터 감정가대로 매입하는 과정을 거치며 불과 수개월 만에 30%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외에도 미리 재개발 ․ 재건축 추진 정보를 얻은 다음 흠집 있는 지하매물을 헐값에 인수해 차익을 챙기는 마이더스의 손이다. 10여 만에 소액투자로 수십억 자산가의 반열에 오른 틈새투자의 고수다.
■ 경매․공매 특수물건 공략하기 - 공립학교 교사 출신의 47세 J씨는 부동산 고수들만이 모인다는 경매시장, 그 중에서 고난도의 특수권리 경매물건 만을 전문적으로 투자해 5년 남짓 기간에 수도권에 건물을 사들인 자산가로 변신했다. J씨는 주로 유치권 있는 경매물건을 감정가의 절반 값 수준에 낙찰 받고 일정 임대수익을 올려 되파는 방법으로 거액을 벌어들였다.
유치권 뿐 아니라 법정지상권 ․ 분묘기지권 등 경매 선수들도 함부로 뛰어들지 못하는 고난도 경매물건만 취급한다. 초기에는 법률전문가로부터 고액 자문을 받으며 지식을 터득한 이후로 탄탄한 법 지식을 바탕으로 이제는 나 홀로 소송과 합의 및 조정방안을 찾아내 권리를 푸는 방법으로 고수익을 거둔다. 골치 아픈 경매물건이 J씨에게는 돈 벌어주는 틈새인 셈이다. 종자돈 5000만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주택임대사업자로 탈바꿈했다.
숨은 고수들의 틈새투자처는 이외에도 농어촌주택, 신설 도로 개통지 정보를 한발 앞서 얻은 다음 수익률 높이기, 산지 ․ 묘지 등 임야를 헐값 매입했다 개발 차익을 챙기는 사례 등이다.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기는 어려운 부동산시장에서 투자의 틈새를 활용해 자산을 일군 실전 투자 고수들은 여럿이다. 숨은 고수들은 무리를 쫓으며 돈을 버는 행운을 얻은 게 아니고 무리 반대편에서 철저하게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지식 쌓기에 전념하여 그 분야 전문가의 경지에 올랐다. 운과 요행을 바라지 않고 투자의 전문지식을 쌓아 주특기 투자종목 만들기에 노력하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점에서 고수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늘 느끼며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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