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를 고려할 때 꼭 거치는 과정 중 하나가 내가 사고자 하는 부동산의 가격이 과연 ‘이 금액을 주고 사도 괜찮을까’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아무리 투자성 있는 매물이라 하더라도 주변에서 거래되는 금액보다 턱없이 비싸게 매입한다면 투자의 장점이 반감되고 나아가 되팔 때 애를 먹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세는 부동산을 거래하는 업자들이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적이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교묘한 방법으로 시세를 담합, 조작해 손님을 우롱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는 가격 띄우기 작전세력을 만들어 가격 부풀리기로 실수요자들을 속이기도 했다.
사실 부동산 값을 정확히 알아내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부동산의 특성상 개별성과 부동성 때문에 정가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특성 때문에 시장가격은 턱없이 왜곡되어 거래되기도 한다. 투자자입장에서는 투자대상지역 내 가격 형성대와 거래가, 적정 거래가 수준을 알아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은 호가 〉매도희망가 〉시세가 〉급매가 〉공매가 〉경매가 순서대로 싼 게 통례이다. ‘호가’는 팔려고 내놓은 부동산값이라기 보다는 일단 거래되는 금액보다 조금 비싼 값에 내놓은 가격대의 매물이다. 만약 호가와 매도희망가로 매입했다면 비싸게 주고 산 것이다. ‘시세가’란 최근 그 지역 내에서 자유로운 거래방식으로 형성된 금액으로 이것이 바로 ‘거래 시세가’ 개념이다. 이 금액으로 매입했다면 그런 데로 적당한 선에서 매입했다고 할 수 있다.
‘급매가’는 통상 매도자의 급한 사정 또는 특수한 사유에 따라 시장에 내놓은 금액대의 매물이다. 매도자가 빨리 처분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은 이민, 결혼 같은 개인적인 사유와 투자목적으로 여러 주택을 매입한 다주택자가 세금문제 등으로 내놓은 매물, 상속/증여받은 부동산이나 경/공매로 매입 후 시세구현 후 처분하는 부동산, 투기목적으로 단기간 팔고사고를 반복한 후 차익을 얻은 후 내놓은 부동산, 강화된 규제 때문에 규제회피 수단으로 내놓은 단기성 매물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공매’와 ‘경매가’는 세금체납 또는 과다한 대출 때문에 헐값에 처분하려는 위험성(?) 높은 부동산을 처분할 목적으로 매도하는 부동산이다.
부동산시장에서 좋은 값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려면 최소 ‘시세가’ 정도에서 매입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매도자가 부르는 값 또는 한껏 치솟은 가격대에 매입했다면 투자자는 손해를 입거나 투자에 실패하기 쉽다. 투자자는 반드시 투자 전 정확한 부동산 가격을 알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부동산의 특성상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알아내기 어려운 만큼 정확한 시세파악으로 내 재산을 지키고, 적은 돈으로 투자 우량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안전한 부동산투자법인 것이다. 투자 전 시세를 알아보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하려 한다.
최근 거래사례로 ‘시세’ 수준을 파악하라.
아파트, 다세대주택 같은 공동주택은 거래사례를 찾기 쉽다. 그러나 주택이나 땅, 지방의 부동산은 거래가 한산해 매매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초보 투자자들은 바가지 쓰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내가 사고자 하는 지역 내 중개업소에 들러 최근 거래된 사례를 찾아보자. 거래를 알선한 중개업소가 비협조적일 때는 이웃해 있는 중개업소나 현지 주민 등을 통해 개략적이나마 거래가를 알아 낼 수 있다. 다만 한두 개 매물사례만 알면 진짜 가격을 알아내기 어려우므로 되도록 인근 유사 지역 내 몇 건의 거래 사례를 수집해야 한다.
내가 사고자 하는 부동산과 비교해 거래된 사례의 부동산이 면적과 규모가 차이가 난다면 그 또한 시세파악이 곤란하다.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규모가 적은 부동산은 거래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유사한 규모와 금액대의 거래사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부터 실거래가 등기제도 도입 등으로 앞으로는 거래가를 찾기가 쉽지만 그래도 기준가격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동일규모의 부동산 거래사례를 기준해 가격을 파악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매도자, 매수자 입장에서 이중으로 검색하자.
인터넷 사용의 증가와 부동산 정보회사의 이용률 급증 탓에 요즘은 부동산가격을 알아내기 쉬워진 게 사실이다. 부동산정보의 공개화도 부동산가격을 양지로 끌어낸 덕택이다. 그러나 아직도 부동산거래는 은밀하며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한동안 사회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던 아파트부녀회의 가격담합이 한 사례이다. 조작된 부동산가격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적정한 가격을 알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몇 군데 중개업소에 전화를 해 파는 사람 입장에서 시세를 파악해봐야 한다. 그 다음에는 사는 사람입장에서 가격을 의뢰해보자. 나름대로 객관적이고 체계화된 금액대의 통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가격 형성대를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중개업소는 매물등록이 많은 목 좋은 업소를 골라야 매물비교를 쉽게 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는 직거래장터에서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생활정보지에 직거래 매물로 나온 유사매물 2~3개 매물을 중심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입장에서 집중적으로 가격을 파악해 크로스체크를 해보면 검색이 손쉽다.
종목별로 시세파악을 달리해야 한다.
부동산 종목에 따라 시세파악을 달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목에 따라 각자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다르고 공급과 효용성이 다르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은 거래가 많고 최초 분양가를 알아내기 쉽다. 분양가는 시행 시공사의 원가와 이윤을 보태고 불확실성에 대한 대가를 더한 후 몇 년이 흘러 프리미엄이 덧붙여진 상태에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 따라서 시장가격과 분양가를 비교해보면 시세파악이 손쉽다. 근린과 중심상가 등 상업시설은 최근의 거래가격 보다는 투자금액 대비 임대수익에 근거해 가격을 파악해야 한다. 즉 영업 상태와 공실 여부, 상권 규모와 입지에 따라 사용가치를 기준해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거래량이 적은 전원/농가주택, 토지 등은 형성된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더 신중하게 가격을 알아봐야 한다. 거래 파악이 어려운 만큼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친한 중개업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최소 3건 이상의 유사매물을 비교 분석한 후 가장 최근에 거래된 매물들을 찾아봐야 한다. 특히 최근에 급하게 매도했던 급매물을 중심으로 가격을 알아내면 정확한 거래시세를 파악할 수 있다. 토지의 경우 표준지 공시지가와 보상가 등도 참고해 가격을 유추해봐야 한다.
거래현장에 있다 보면 거래가를 알아내기 쉽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한 지역 내에 일시에 공급물량이 과다 또는 과소하거나, 매물도 없고 매수세도 거의 없는 고급주택가의 대형 아파트나 연립, 급격한 개발발표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호재지역 등은 부동산값의 적정가를 산정하기 매우 어렵다.
이럴 때는 미래가치와 함께 부동산의 효용성을 중심으로 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아무리 투자성이 있어 보이고 미래가치가 장밋빛이라 하더라도 실제 효용가치가 없다면 비싼 금액을 치룰 필요가 없다. 내가 꼭 사고 싶은 금액을 기준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이 후회 없는 부동산 투자법이다.
초보자가 부동산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가격파악에 실패하는 경우이다. 달랑 한 두개 물건만 보고 투자를 결정하거나 바람잡이나 아르바이트를 동원한 가격조작에 넘어가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거나, 이민과 상속 등 특수상황으로 꾸며 급매물로 위장한 매물도 눈에 띠는 매물이다. 어떤 경우 주인이 매물로 내놓지도 않은 부동산을 매물 등록해 그 부동산을 기준해 가격으로 산정한 다음 초보자를 유인하는 경우도 부동산 사기업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시장상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고 중개업자의 가격담합이나 사기, 거래가격의 심한 왜곡이 있는 경우를 조심해 이중삼중 부동산의 매입 적정가를 확인한 후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가격조사를 해야 한 푼이라도 값싸게 우량부동산을 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