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vs 뉴라이트, 역사를 말하다 |
길들이기와 편가르기… / 박노자·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
“이광수에게 파시스트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것은 ‘개인의 부재’와 함께 그가 끝내 해체시키지 못한 ‘국가의 신화’였을 것입니다. (…) 초기에나 만년에나 소수의 지배자들이 대다수를 분류, 통제, 착취, 우민화하는 폭력단체인 국가가 그에게는 당연히 존재해야 할 ‘문명의 단위’이자 ‘국민’이 당연히 충성해야 할 대상이었습니다.”(박노자) “저는 신화화된 ‘민족’이나 ‘민중’의 이름으로 이광수 같은 친일세력을 심판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신념처럼 여겼던 ‘민족을 위한 친일’의 논리구조를 파헤치고, 필경 시민적 자유의 적이 될 ‘우리 안의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풀어야 할 우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허동현) 이광수에 대한 평가에서 나타나듯 책의 공동 저자인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 교수와 허동현 경희대 교수는 역사를 보는 관점이 상반된다. 하지만 한국 근대사를 전공한 두 사람은 그동안 펴낸 ‘우리 역사 최전선’(2003)과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2005)를 통해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한국 근대 100년의 다양한 모습을 독자들에게 제시해왔다.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박 교수와 허 교수는 거칠게 말하면 진보 대 뉴라이트 계열로 입장이 나눠진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절대적 진실’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역사 쓰기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 합의함으로써 동일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공동 저작물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이광수로 대표되는 지식인과 친일, 여성, 대중문화, 종교 등을 다루고 있는 책은 두 사람의 그동안 논쟁을 일단락짓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 근대 100년을 말한다’는 부제가 붙은 책에서도 두 사람은 각자의 사관에 입각한 해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령 이 책에서 박 교수가 보는 한국 근대 100년의 특징은 ‘국민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길들이기’로 요약된다. ‘근대국가 만들기’와 ‘선진국 따라잡기’라는 최우선의 목표에 따라 근대 국민으로 길들여진 우리에게 남은 것은 소수자에 대한 무관심과 후진국에 대한 경멸뿐이라고 박 교수는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반면 허 교수가 보는 한국 근대 100년의 자화상은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편가르기’로 특징지어진다. 아울러 ‘친일이냐 반일이냐’, ‘민족이냐 아니냐’를 잣대로 너와 나를 구별하던 편가르기를 넘어설 때 좀 더 나은 내일이 가능하다고 허 교수는 강조한다. |
출처 : 하늘 정원 쉼터
글쓴이 : 보람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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