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프로파일러가 파헤친 ‘살인마의 탄생’ |
인간이라는 야수 / 토마스 뮐러 지음, 김태희 옮김 / 황소자리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사형제 폐지 불가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며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같은 엽기적 사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접근법은 아직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파일링(profiling)’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범인 유형 분석’으로 번역되는데, 특히 병적인 동기를 지닌 범인이 범죄 현장에 남긴 미세한 증거와 눈에 보이지 않는 범죄 성향을 조사해 대략적인 범인의 유형을 찾고 범위를 좁혀나가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프로파일러’는 그 같은 수사전문가로, 이 책의 저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저명한 프로파일러다. 저자는 순찰경관으로 시작해 프로파일링에 호기심을 갖고 대학(심리학)과 미국연방수사국(FBI)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범죄심리학의 창안자이자 엽기적 살인마를 다룬 영화 ‘양들의 침묵’의 실제 모델인 로버트 레슬러의 제자로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활약한 수백건의 강력사건 수사경험과 그 범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사례 속에서 엽기적 범죄자의 유형을 찾아내고자 하며 그들이 생겨나는 원인과 이후의 행동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책을 보면, 여러번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1개(더 있을지 모르겠으나)밖에 보지 못했다. 강력범죄자들을 ‘정신이상자’로 단순히 치부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할까. 입에 담기도 역겨운 수많은 엽기살인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프로파일러로서 저자가 강력범죄자들을 어떻게 보는지 짐작하게 한다. 저자는 그 점에서 두 가지 잣대를 가진 것 같다. ‘이해’와 ‘배제’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저자는 강력범죄자의 발생이 특히 어릴 적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의 결핍’에서 온다고 이해한다. 그들은 7~8세 무렵에 가정 폭력과 의붓아버지에 의한 성폭력 등 스스로 이겨내지 못할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었다.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어 고독했고 혼자 동네를 배회하거나 땅에 구멍을 파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들은 갑자기 힘을 가지게 되고 위대해지는 영역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영역은 ‘팬터지’, 특히 폭력의 팬터지였다. 그들은 눈을 감으면 갑자기 강해지고 친구와 교사에게 굴욕을 줄 수 있었지만 현실은 그 반대였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폭력들은 이 폭력적 팬터지에 더해졌고, 13~14세쯤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성(性) 팬터지가 폭력의 팬터지와 결합하게 된다. 엽기적인 살인마의 탄생 과정이다.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목청을 높인다. “우리는 스스로의 욕망과 충족에 너무 탐닉한 나머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인식하고 충족시켜줄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일단 강력범죄자에 대한 저자의 태도는 단호하다. “누군가 어떤 말을 하는지가 아니라 그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더 결정적이다”는 것이 이들에 대한 저자의 전제다. 그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자신의 윤리적 태도에 기초해 판단하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 특히 그 사람이 우리가 전혀 들어서본 적이 없는 경험세계 안에 살고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고 단언한다. “그 친절한 사람이 그럴 리 없어. 얼마나 선하고 상냥했는데.” 어디선가 들어본 이 말은 강력범죄자가 체포됐을 경우 이웃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저자는 “적은 너의 집 그늘 아래 있다!”고 단언한다. 또 강력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식 법의 단죄에 대해서도 그는 비판적으로 경고한다. |
출처 : 하늘 정원 쉼터
글쓴이 : 보람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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