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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오바마시대 - 민주당 예비선거, 오바마 vs 힐러리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3. 16. 16:45

민주당 예비선거, 오바마 vs 힐러리


오바마는 한파가 몰아치던 2007년 2월 10일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에 있는 옛 주정부 청사 앞 광장에서 대권도전의 출사표를 던졌다. 이곳은 제16대 링컨 대통령이 1858년 “내부가 갈라진 집은 서 있지 못 한다”는 명연설로 노예해방의 정치투쟁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역사적 소명의식을 갖고 출발한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상원의원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민주당의 힐러리와 공화당의 줄리아니가 대선에서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특히, 전 영부인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출마한 힐러리는 클린턴 대통령이 구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낙관했다. 2007년 11월까지 힐러리는 오바마를 10% 이상 앞질렀다.


그런데 2007년 11월 29일 힐러리는 어느 지방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말이 꼬이면서 실수를 하고 만다. 관중석에서 “불법체류자에게 합법적인 운전면허증을 내주겠느냐?”는 민감한 질문을 했는데, 이를 “해줄 수도 있고, 안 해줄 수도 있다”고 애써 피해가면서 답변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다음 날 미국 언론은 일제히 힐러리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비판했고 순식간에 지지도가 2∼5% 하락했다.


그 이후 힐러리와 오바마는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사상 유래 없는 대접전을 펼쳤다. 한마디로 연령·인종·성별에 따라 정확히 반반으로 갈린 선거였다. 오바마는 주로 44세 이하 젊은 유권자, 흑인, 고학력 백인 남성, 무당파가 주된 지지자들이었고 힐러리는 여성, 중장년층, 히스패닉, 고졸 백인 남성들의 지지를 받았다.


오바마의 연설 스타일과 내용은 케네디의 참신함과 지적 향기, 킹 목사의 진실성과 절실함을 함께 갖추었다고 평가된다. 유창한 연설을 하면서도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지 않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하는 솔직함도 겸비했다. 예컨대 오바마는 노인들이 많이 참석한 대중연설회에서 노인 연금액을 올리는 것은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므로 이를 공약할 수 없다고 시인했고 오히려 더 큰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는 경선초기에 경험이 부족한 후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참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변화’와 ‘희망’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단숨에 선거의 판세를 역전시켰다. 일반 정치인처럼 복잡한 정책공약을 나열하기보다 희망·변화·꿈·이상·미래에 대한 포부를 중심으로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젊은 유권자뿐만 아니라 여성, 이민자, 보수정치에 실망한 국민 모두를 끌어 모을 ‘당적을 초월한 정치인’으로 추앙받게 된 것이다.


힐러리와 달리 오바마의 연설은 지식보다 감성에 호소하면서 논리와 감성이 함께 작동하여 감동을 주는 데 중점을 둔다. 출세의 길을 거부하고 시카고지역 사회운동가로서 봉사와 헌신을 하면서 경험했던 사례들을 많이 인용한다. 힐러리는 오래 연설하거나 저녁때만 되면 목소리가 잠겨 불리한 반면, 오바마는 탁 트인 음성을 기반으로 영문 시에서 나오는 ‘약강 5음보’를 쓰면서 청중을 몰입시킨다.


오바마 : 나는 초등학교 때 대통령이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내가  대선에 나선 것은 킹목사가 말하는 지금의 강박한 위기감Fierce Urgency of Now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 결정적인 시점Defining Moment에 있습니다. 미국이 전쟁 중이고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가 위험에 있으며, 경제가 피폐되고 건강보험은 무용지물이며 교육수준은 기대이하이므로 우리는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아이오와 선거유세, 2007년 12월 27일)


나는 흑인을 위한 오바마도 아니고 백인을 위한 오바마도 아니고 황인을 위한 오바마도 아니고 여성을 위한 오바마도 아니고 남성을 위한 오바마도 아니고 동성애자를 위한 오바마도 아니고 오로지 미국을 위한 오바마입니다. (남부지역 선거유세, 2007년 12월 30일) "이번 예비선거는 부자 대 가난한 자, 젊은이 대 중장년층, 흑인 대 백인의 대결이 아닙니다. 이번 선거는 바로 과거 대 미래의 대결입니다. 우리 각자는 다르지만 우리 전체는 하나입니다. 우리가 숨쉬는 한 ‘희망’과 ‘변화’를 잊어선 안 됩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선거승리 답사, 2008년 1월 19일)


오바마는 미국을 이끌어 나갈 ‘미래’이고 힐러리는 미국의 지나간 ‘과거’에 불과하다. 이 한마디가 예비선거의 승패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힐러리는 클린턴 집권 8년 동안 정치의 중심에 너무 오래 있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없는 구시대의 유물로 낙인찍혀 버렸다. 그 이후 힐러리 캠프에서도 연설문에 ‘변화’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이미 타이밍을 놓친 상태였다.


[ 출 처 : 오바마 시대의 세계를 움직이는 10대 파워 ]

 

출처 : 도움이 되는 한권의 도서
글쓴이 : 재무제표분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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