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먹을래? 기름진 햄버거 속의 비밀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 에릭 슐로서, 찰스 윌슨 지음·노순옥 옮김/모멘토·1만원
비위생적 도축시설·노동착취· 고 칼로리
전 세계 휩쓰는 패스트 푸드 산업 비판
“변화의 첫 걸음은 햄버거 사먹지 않는 것”
2003년 4월 9일, 미국 해병대의 장갑차가 바그다드 중심가에 있는 사담 후세인의 거대한 동상을 무너뜨렸다. 미국이 마침내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렸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두 달 뒤, 이라크 최초의 버거킹이 문을 열었다.
햄버거는 단지 ‘음식’이 아니다. 1990년 맥도날드가 모스크바에 처음 문을 열었듯이, 패스트푸드 산업은 미국과 미국식 세계화를 상징한다. 최초의 햄버거가 1885년 미국 위스콘신에 사는 찰리 내그린에 의해 등장한 이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산업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입맛을 바꿔놓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20개국에 1만8000여 매장을 갖추고 있는 맥도날드는 한국에서도 300여 점포가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햄버거는 아이들의 기호식품이자, 군부대의 식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친숙한 식품이 됐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햄버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프라이드 치킨 등 패스트푸드에 관한 재미있는 “설명서이자 역사서이며 비판서”이다. 에릭 슐로서는 지난 2001년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발간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제국의 가장 충실한 신민이자 일꾼인 청소년들을 위해 <맛있는 햄버거의 무서운 이야기>를 새롭게 펴냈다.
지은이는 “달고 짜고 기름기 많은 패스트푸드에 대한 갈증에 대해 같이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힌다. 감자튀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소 도축장 환경은 어떤지, 밀크 셰이크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그가 밝히는 도축장 환경은 끔찍하다. 햄버거가 될 소들은 도살되기 전 좁은 비육장에 갇혀 성장 호르몬이 이식된 채, 살을 찌우는 특수 곡물을 먹는다. 이들의 배설물을 담는 구덩이는 8만㎥ 규모에 깊이는 4.5m에 이른다.
죽을 수도 있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O-157균은 소들의 여물통에서 살고, 똥 속에서 90일까지 생존한다. 도축장에서 한 시간에 소 60마리의 내장을 떼어내어야 하는 노동자가 자칫 실수하면 세균으로 가득찬 내용물이 고기 위로 쏟아진다. 한꺼번에 소고기를 넣고 가는 시스템에서는 단 한 마리의 병든 소도 쇠고기 15t을 오염시킬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햄버거 패티가 전 세계로 배송된다.
공장제로 이뤄지는 도축업은 산업 재해 보상도 받지 못하는 이민자들이 일시적으로 종사하는 직종이 됐다. “톱에서 나온 기름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거나, 날아온 칼에 목이 베이거나… 고기를 부드럽게 하는 연육기에 팔이 끼여 잘리거나”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거대한 공장처럼 소를 해체하는 라인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아이들의 비만도 미국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게다가 패스트푸드는 자꾸 커지고 있다. 1950년대 패스트푸드 식당의 콜라는 어른용이 230㎖였지만, 요즘 맥도날드의 콜라는 가장 작은 게 355㎖다. 잘 팔리는 큰 것은 950㎖로, 설탕 약 30 티스푼과 맞먹는 당분이 들었다.
싼 임금으로 아이들을 고용해 ‘맥 잡’(보수가 많지 않고 승진의 기회도 없는 일자리를 뜻하는 신조어)에 부려먹고, 화학 첨가제를 많이 사용하며, 축산농을 몰락시키고 식육가공노동자를 혹사한다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이 책은 들려준다. 동시에 이 책은 변화 역시 가능하다고 말한다. “진정한 변화를 향한 첫걸음은 아주 쉽게 내디딜 수 있다. 사 먹지 않는 것이다. … 어떤 회사의 제품을 사는 것은 그 회사의 정책과 행동에 지지표를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겨레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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