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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린이 책 고르기 원칙 | 내 아이 책 고르기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4. 14. 09:37
나는 11살짜리 아들과 8살짜리 딸이 있다.  매달 3~5권가량 아이들에게 책을 사준다. 책을 골라주기 위해 나도 부지런히 어린이 책을 읽는다.

내가 책을 고르는 제1원칙은 내가 직접 읽어보고 아이들 책을 산다는 것이다. 아이들 책은 어른 책보다 페이지수도 적고,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아, 대개 1시간 안팎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5~6년 동안 내 나름대로 고민하고 선택한 결과인데.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부모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싶어 시간나는대로 두서없이 적어보기로 한다. 전혀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기준이므로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무시해버리기 바란다.  내 나름대로 터득한 어린이 책 고르기 요령은 다음과 같다.

 


1) 될 수 있으면 전집을 사지 않는다.

기획을 잘하고 내용이 좋은 전집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전집을 사는 경우, 부모는 아이들에게 뭔가 해줬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또 책장을 그득 책으로 채워 놓으니 손님들 보기에도 으쓱해지고, 여러모로 전시 효과는 크다.

그러나 대개 아이들은 질려버려 전집으로 된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나는 전집을 사준 적은 없다. 시리즈로 되거나 전집 가운데서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한꺼번에 사주지 말고 한달에 1~2권씩 사는게 좋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아이의 반응을 봐서, 아이가 흥미있어 하고 질리지 않게 1~2권씩 조금씩 조금씩 사주는게 좋다.


2) 책을 사기 전에 부모가 꼭 읽어보라.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좋아하는 책을 몇번이고 본다. 거의 내용을 달달 외우는 경우도 많다. 또 아이들은 책의 내용을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그대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만큰 아이들에게 책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아이 책을 사줄 때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남의 추천만 믿고 사주는 것은 문제다. 어린이책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책을 쇼핑하듯 담지 말고 반드시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이 책이 우리 아이에 맞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판단의 기준은 그 집안의 분위기, 종교, 가족 관계, 아이의 성향 등을 감안하면 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이 책을 내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인지 아닌지 결정하면 된다.그 기준은 집안에 따라 아이에 따라 다르니까 필독서니 추천독서 목록이니 하는 것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각자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


3) 각종 단체의 추천도서목록은 참고자료일뿐이다.

다양한 단체에서 어린이 추천도서목록을 내는데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로 쓰면 된다. 같은 학년이라도 아이에 따리 지적 성숙 정도나 관심사가 다르다. 아이 수준에 맞추면 된다. 1학년이라고 역사에 관심이 많으면 3~4학년이 읽는 책도 사주면 된다. 아이에 따라 맞추면 된다. 추천도서 목로을 앞에 놓고 너무 고민할 필요 없다. 추천도서를 다 읽는 아이는 별로 없고, 내 생각으론 그 추천도서를 읽는 것도 좋지만, 그 시간에 밖에서 뛰어 노는 게 더 좋다. 나는 어린이 추천도서 목록 가운데에서는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내는 것을 가장 많이 참고했고 다른 몇군데 곳에서 내는 추천목록을 참고했다.    

 

4) 주말엔 서점 나들이, 도서관 나들이를 자주 가라.

나는 1주일이나 2주일에 한번 가량은 아이들과 서점이나 도서관에 간다. 주말 가족 나들이인셈인데, 대개 책은 사지 않고 구경만하지만, 1~2시간 가량 서점이나 도서관(가능하면 어린이 도서관이 있는 곳이 좋다)에서 책보며 놀고, 아이스크림이나 빵을 하나 사먹고 집으로 온다.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 외식나들이에 맛들이면 돈도 깨지고 몸에도 별로 좋지 않지만, 도서관이나 서점 나들이를 하면 돈도 들지 않고 아이들이 책을 놀이거리로 친해지는 효과가 있다. 대도시의 큰  서점이나 도서관에는 시설도 잘 돼 있어 주말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적합하다.

 

5)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마라.

없는 돈에 책을 사고 없는 시간 쪼개 책까지 읽어본 뒤 책을 사 줬는데 아이가 책을 읽지 않으면 정말 열 받는다. 나도 그런 경험이 많은데 그래도 참아야 한다. 책 읽어라고 강요하면 그것으로 아이들은 책 읽기가 고역이고 의무가 된다.

일단 사주고 나면 아이가 읽게 내버려둬야 한다. 다만 부모는 아이가 책을 읽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부모가 책을 들고 있는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 책 읽기의 가장 큰 적은 컴퓨터와 텔레비전이다.

나는 2년 전에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을 갖다 버렸다. 엄청난 큰  결심을 하고 멀쩡한 텔레비전을 버린게 아니라, 신혼 혼수품으로 산 텔레비전이 구입한지 10년이 넘어 수명을 다하고 ‘자연사’한 것이다. 망가진 텔레비전을 내다 버린 뒤 새 텔레비전을 사지 않았는데 확실히 텔레비전이 없으니까, 아이들이 책을 자주 본다. 아이의 컴퓨터 사용은 집집마다 알아서 적절히 통제하시길. 이 문제는 나도 답이 없더라.


6) 새책보다는 묵은 책이 좋다.

어른 책과 달리 어린이 책은 신간보다는 몇년 된 책이 좋다. 어린이 책 중에 좋은 책은 어린이나 부모들사이에 입소문이 난다. 대개 나온지 2~3년 정도 지나면 스테디셀러가 된다. 어린이 책의 특성상 나이에 맞춰 구입하기에 한번 검증된 어린이 책은 그야말로 스테디셀러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강아지똥>같은 책은 고전 반열에 올랐다. 각자 기준에 따라 좀 다르겠만, 이런 책 중에서 선택하면 엉뚱한 책을 고르는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어린이 책은 신문 신간 안내에 목맬 필요 없다. 주위에 친척 형이나 오빠, 누나, 언니가 있으면 보던 책을 얻어봐도 된다. 어린이는 나이가 좀 들면 읽지 않는 책이 생기므로 아는 사람끼리 서로 서로 물려주고 돌려보면서 읽는게 좋다. 어린이 책은 누가 헌책 주더라도 기분나빠하지 말고 검증된 책을 주는 구나 싶어 고마워할 일이다.


한겨레 권혁철 기자

출처 : 본연의 행복나누기
글쓴이 : 본연 이해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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