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에서 승찬(僧璨·?-606)스님의 삶과 '신심명(信心銘)'을 다시 만난 것은 새 삶을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조계종 교육원장을 지낸 무비(無比·64)스님이 중국 선종(禪宗)의 제3조(祖) 승찬스님이 지은 '신심명'에 대해 강의한 내용을 엮은 '무비스님의 신심명 강의'(조계종출판사)를 출간했다.
책 출간을 계기로 4년 만에 서울에 온 무비스님은 16일 "중노릇을 제대로 못해 아직도 부처나 조사(祖師)의 말을 빌리고 있다"면서도 "혼탁한 시절에 선지식의 샘물 같은 말을 전하는 것도 좋은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무비스님의 인터넷 카페 염화실(http://cafe.daum.net/yumhwasil)에서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무비스님은 4년 전 척추 농양이 발견돼 대수술을 받은 뒤 하반신 마비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범어사 염화실에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 대중과 만나왔다.
무비스님은 지속적인 치료로 지금은 엉거주춤 걸을 수 있지만 여전히 거동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신장 184cm 거구인 무비스님은 "인터넷 세상을 만나 이런 몸뚱이나마 잘 써먹고 있다"면서 "언젠가 흙과 재로 돌아갈 몸인데 한껏 써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소리내어 웃었다.
"승찬스님은 출가 전에 나병으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등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았고,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의 의미조차 모를 만큼 불교에 문외한이었던 그가 사십대의 나이에 제2조(祖) 혜가스님을 만나 죄의식에서 벗어나 공(空)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척추의 병으로 고생하면서 '신심명'을 다시 읽으니 승찬스님이 겪었을 고통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신심명'은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이 재가자 시절에 읽고 캄캄하던 앞이 환해진 기분이었다고 말한 책이다. 149구(句) 584자(字)로 구성된 짧은 글이지만 팔만대장경과 1천700 공안(公案·화두)의 요지를 함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선시(禪詩)의 절창'으로 불린다.
이 책에서 "모두 꿈이요 환영이요 헛꽃인 것을 어찌하여 수고로이 붙잡으려 하는가. 이득과 손실과 옳고 그른 것을 일시에 다 놓아버려라"(夢幻空華 何勞把捉 得失是非 一時放却)라며 참다운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분별심을 버리라고 강조했던 승찬스님의 사상을 만날 수 있다.
무비스님은 "염화실 카페에 7천여 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어느 회원은 강의 내용을 신문으로 2만 부 가량 자비 발행해 격월간으로 무료배포하고 있다"면서 "인터넷 강의를 하다 보면 미국, 호주, 캐나다 교포들도 실시간으로 접속해올 정도로 반응이 괜찮은 편이어서 앞으로도 강의를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무비스님은 월정사 탄허스님의 법맥을 이은 대강백으로 범어사와 통도사 승가대학 학장, 종립승가대학원 원장을 역임했으며 '예불문' '반야심경' '천수경' '금강경강의' '금강경오가해' '화엄경강의' '지장경강의' '법화경 상·하'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17일 오후 1시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에서 '신심명 특강'을 진행한다.
ckch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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