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경제이야기

제품?서비스에 문화와 영웅의 얘기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1. 17:23

●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금융위기 속에서도 '축구+스토리 전략'으로 20%의 고성장세를 나타냈다. 선수들의 영광과 고난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이를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경기장 밖 고객까지 끌어들인 덕분이다.

월트디즈니는 미키 마우스와 '토이 스토리'를 앞세워 21억달러 규모의 중국 외국어교육 시장을 뚫고 있다. 조앤 롤링이라는 불세출의 작가를 탄생시킨 영국은 정부에 《해리포터》 전담부서까지 만들었다. 스토리 산업을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21세기는 기술과 감성이 공존하는 시대다. 제품과 서비스에 이야기를 담아내야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세계 스토리산업 시장은 지난해 말 2조달러를 넘어섰다. 문화산업(1조7000억달러)과 관광 콘텐츠(3600억달러)를 합쳐 2조600억달러에 달한다(문화부 추산).8000억달러 수준인 정보기술(IT) 시장의 2.5배다.

스토리산업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롤프 얀센이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예견한 제4의 물결,즉 문화 ? 창조 ? 상상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탁월한 스토리는 인간의 내면을 흔들고 행동을 이끌며 신산업을 만들어낸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더욱 개발이 절실한 분야다. 국내 기업들도 제품에 전통문화를 접목하고 마케팅에 철학과 감성을 도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관광 콘텐츠에 역사와 전설의 향기를 불어넣고 있다. 창덕궁의 '불로문(不老門)'에 외국인이 몰리고 전통음식 '신선로'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적 시나리오 작가이자 경영컨설팅사 대표인 리처드 맥스웰은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5대 요소를 플라톤의 '5원소'와 연계시켜 설명한다. '열정'(불)과 '영웅'(흙),맞서 싸울 '대상'(물),'지혜'(공기),'변화'(공간)가 그것이다.

그는 스토리텔링의 성공조건 네 가지도 제시했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이야기의 전염성,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가변성,충성도를 높이는 결속력,공통의 열정을 아우르는 유연성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스토리 강국]

(1) 존경받는 기업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LG전자는 최근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휴대폰 업계 3위에 올랐다.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꾸준히 시장을 확대한 덕이다.

휴대폰은 LG전자 내에서도 '효자 상품'이다. 지난 1분기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2626억원을 휴대폰 담당 MC사업본부가 올렸다. LG 휴대폰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불과 4~5년 새 일이다. 당시만 해도 LG 휴대폰은 '고장이 잦은 천덕꾸러기'였다.

LG전자의 이 같은 이미지는 휴대폰 개발 뒷얘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스토리텔링 전략' 덕분에 확 달라졌다. 프라다폰과 초콜릿폰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왜 프라다가 LG와 휴대폰을 만들어야 하죠?" 2005년 12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세계적 패션업체 프라다 본사.마창민 당시 LG전자 해외마케팅 담당 상무는 처음 만난 프라다 임원에게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마 상무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3인치 크기의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을 이용한 터치스크린 방식 휴대폰이라는 것 외에는 계획안 전체가 백지였다.

마 상무는 다른 휴대폰 업체들이 전화기를 다 만들어 와서 겉모양만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퇴짜를 맞은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프라다가 디자인을 하면 기술 문제는 LG전자가 알아서 해결하겠다"며 프라다 디자이너들에게 최대한의 디자인 자율성을 보장했다.

프라다폰의 데뷔 과정 또한 달랐다. 제품 설명회 대신 패션 중심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패션위크에서 처음 공개했다. 판매점과 유통망도 제품의 '우아한' 이미지에 맞는 곳으로 제한했으며,TV 광고도 절제되고 품위 있는 이미지를 지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LG폰=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는 순간이었다.

초콜릿폰도 평범치 않은 뒷얘기를 갖고 있다. 2004년 봄.LG전자 휴대폰 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MC사업본부 안승권 사장은 최고경영자로부터 놀라운 약속을 얻어냈다. "제품 컨셉트에 대한 중간 보고는 필요없다. 소요 예산에 대한 제한선도 없다. " 매년 하나씩 업계를 놀라게 할 혁신제품을 내놓는 게 조건이었다.

안 사장은 회사 내에서 주목받고 있던 디자이너 차강희 전문위원을 영입하는 것으로 '초콜릿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술이 '주(主)'가 되고 디자인이 따라오는 기존 방식을 포기하겠다는 게 안 사장의 생각이었다. 차 위원은 포터블 오디오 디자인 컨셉트를 휴대폰에 적용했다. 심플함을 강조하기 위해 순수한 검정색을 사용했고 불필요한 선과 로고 장식도 최소화했다.

휴대폰 같지 않은 이 휴대폰은 전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지금까지 LG가 개발한 휴대폰 중 가장 많은 2100만대나 팔린 것은 이처럼 '우아한 혁신 스토리' 덕분이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소녀들만의 로망? 바비인형의 장수 코드는 '섹시, 그리고 꿈'

기사입력 2009-04-29 18:33 | 최종수정 2009-04-30 10:01기사원문보기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2) 영웅의 힘

오드리 햅번 예쁜 발엔 '페라가모'
귀족 부인 이름딴 명품 '고디바'
불황일수록 더 빛나는 '영웅 코드'

아이젠하워와 맥아더,푸치니,코난 도일에겐 공통 분모가 있다. 이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파커' 제품과 함께했다.

아이젠하워는 2차대전의 종식을 알리는 파리 협정문에 파커 만년필로 서명했다. 맥아더 장군은 일본의 항복문서에 파커 펜으로 사인했다. 푸치니가 오페라 '라보엠'의 선율을 오선지에 옮길 때나 코난 도일이 소설 《셜록 홈즈》를 집필할 때 쓴 것도 파커였다.

파커는 '위대한 인물의 위대한 펜' 시리즈 광고를 통해 이러한 스토리를 전파시켰다. 사람들의 뇌리에 '파커 제품은 중차대한 업무에 잘 어울린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이다.

스토리 텔링의 요소 중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영웅'이다. 대중은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쉽게 매료된다. 영웅들의 얘기는 감동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다. 전파력도 빠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소비자의 머릿속에 강하게 박힌다. 그래서 잘나가는 기업들은 영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영웅 스토리'는 요즘 같은 불황기일수록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광고회사 오리콤의 허웅 브랜드전략연구소장은 "불경기엔 반응이 즉각적인 마케팅 기법을 선호하는데 그런 면에서 영웅 스토리가 효과적"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무조건 영웅을 만들어 낸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파커의 전략은 '영웅 마케팅'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보석 브랜드 '쇼메'가 나폴레옹 이야기로 급성장한 것도 영웅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1780년 어느날 밤 파리 생토노레가의 작은 보석상 쇼메에 누군가에게 쫓기던 한 청년이 뛰어들어왔다. 주인은 그를 숨겨 주고 돌봐 줬다. 청년은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가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대관식에 필요한 왕관 등 장신구를 모두 쇼메에 의뢰했다. 부인인 조세핀의 결혼 예물도 맡겼다. '나폴레옹이 선택한 보석'이라는 후광 효과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쇼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스토리 텔링의 중심 축인 '영웅'은 플라톤의 5원소 중 '흙'에 해당한다. 그만큼 활용 범위와 폭이 넓다. 위대하고 강한 이미지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영웅 스토리로 활용할 수 있다.

벨기에의 명품 초콜릿 '고디바'가 그 예다. 고디바는 11세기 영국 코번트리 지방을 다스리던 영주의 부인 이름이다. 그녀가 남편에게 "농민들의 세금이 과중하니 줄여 달라"고 부탁하자 남편은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돌면 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녀가 알몸으로 말에 올라 거리로 나서자 농민들은 모두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린 채 부인의 고귀한 품성에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 그녀의 고결한 정신과 희생은 고디바 제품의 '순수하면서도 귀족적'인 이미지로 이어졌고 고디바는 세계적인 명품 초콜릿의 대명사가 됐다. 고디바의 패키지에는 말을 탄 고디바 부인의 모습이 심벌로 그려져 있다.

고디바가 귀족 부인의 '아름다운 영혼'과 '맛'을 접목시켰다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는 유명 여배우의 '아름다운 이미지'와 '멋'을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페라가모' 하면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먼저 떠오른다. 헵번은 페라가모 마니아로 유명하다. 키가 크고 늘씬했던 헵번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너무 큰 발이었다. 예쁜 구두를 신고 싶었지만 늘 발이 받쳐 주지 않아 속상해하는 그녀를 위해 페라가모는 '헵번 슈즈'를 만들어 냈다. 이후 페라가모 신발은 불티나게 팔렸고,여기에 마릴린 먼로가 가세하자 매출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영웅은 때로 만들어 진다.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담배는 '가상의 영웅'으로 승부를 걸었다. 원래 말보로는 여성용 필터 담배였다. 남성 위주의 담배 시장에서 순한 담배는 성장 가능성이 낮았다. 고민하던 회사는 가상의 인물 '말보로 맨'을 만들어 냈다. 미국 서부 출신으로 손등에 문신을 새긴 남자.카우보이 모자를 비스듬히 걸치고 담배를 입에 문 채 포즈를 취한 말보로 맨은 전 세계 남성들에게 '진짜 사나이'의 상징으로 추앙받게 됐다. 여성들에겐 멋진 남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말보로는 바람과 같은 자유,영원한 대자연,강인한 독립정신을 담은 브랜드가 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2) 영웅의 힘

'피겨 요정' 김연아는 음반 시장에서도 '히로인'이다. 김연아 클래식 앨범으로 불리는 '페어리 온 디 아이스(Fairy on the Ice)'가 3개월 만에 5만장의 판매량을 돌파했다. 이 음반을 그냥 '생상스-죽음의 무도''림스키 코르사코프-세헤라자데 2악장''요한 슈트라우스-박쥐 서곡'으로 판매했다면 잘 팔렸을까.

그는 참 예쁘다. 빙판을 가로지르는 자태는 우아하고 매혹적이다. 경기 중 트리플 러츠와 점프를 시도할 땐 전 국민의 가슴까지 두근거린다. 내 딸 같고 우리 동생 같아 기특하기만 하다.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신기록을 세운 뒤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그가 흘리는 눈물을 보며 대중도 함께 울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다. 등교할 때는 무슨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드는지,액세서리는 뭘 착용하는지….그가 걸친 제품들은 다음날 품절이 된다. TV를 켜면 그의 CF가 쏟아지고 신문을 펼쳐도 그의 광고들이다. 그래도 식상하지 않는다. 하루 평균 13만명이 그의 미니 홈피를 방문한다. 그가 올린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지며 네티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역경의 스토리는 '히로인 김연아'의 몸값을 더욱 높여 줬다. 화려함 뒤에 눈물 어린 노력이 감춰져 있기 때문에 '김연아 효과'는 배가된다. 여러 번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영웅 스토리'가 사람들의 공감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영웅과 기업의 궁합이 잘 맞으면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가 생긴다. 특히 춤과 노래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피겨 스케이트의 특성은 기업의 활용폭을 더 넓혀 줬다.

김연아는 지난달에만 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매일유업 우유,현대자동차 기업 PR,LG생활건강 라끄베르 화장품,아이비클럽,위스퍼 생리대,LG샤프란,롯데 아이시스 생수 등 8개 광고에 출연했다.

지난해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운 ESL 저지방 칼슘우유의 매출액은 5배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10%대에서 30%대로 상승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씽씽 예약 대축제' 기간의 에어컨 판매량은 매주 1.5배씩 증가했다. 라끄베르의 화장품 매출액도 두 배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김연아의 '영웅 효과'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회사 이노션의 김정환 브랜드마케팅팀 부장은 "경기 성적이 좋지 않거나 스캔들 등 돌발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스포츠 스타의 '영웅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4) '음식'에 이야기를 비벼라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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