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서비스에 문화와 영웅의 얘기를 담아라
●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금융위기 속에서도 '축구+스토리 전략'으로 20%의 고성장세를 나타냈다. 선수들의 영광과 고난을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풀어내고 이를 체험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경기장 밖 고객까지 끌어들인 덕분이다.
월트디즈니는 미키 마우스와 '토이 스토리'를 앞세워 21억달러 규모의 중국 외국어교육 시장을 뚫고 있다. 조앤 롤링이라는 불세출의 작가를 탄생시킨 영국은 정부에 《해리포터》 전담부서까지 만들었다. 스토리 산업을 국내총생산(GDP)의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21세기는 기술과 감성이 공존하는 시대다. 제품과 서비스에 이야기를 담아내야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세계 스토리산업 시장은 지난해 말 2조달러를 넘어섰다. 문화산업(1조7000억달러)과 관광 콘텐츠(3600억달러)를 합쳐 2조600억달러에 달한다(문화부 추산).8000억달러 수준인 정보기술(IT) 시장의 2.5배다.
스토리산업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롤프 얀센이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예견한 제4의 물결,즉 문화 ? 창조 ? 상상력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계적 시나리오 작가이자 경영컨설팅사 대표인 리처드 맥스웰은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5대 요소를 플라톤의 '5원소'와 연계시켜 설명한다. '열정'(불)과 '영웅'(흙),맞서 싸울 '대상'(물),'지혜'(공기),'변화'(공간)가 그것이다.
그는 스토리텔링의 성공조건 네 가지도 제시했다. 빠르게 퍼져 나가는 이야기의 전염성,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가변성,충성도를 높이는 결속력,공통의 열정을 아우르는 유연성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스토리 강국]
휴대폰에 프라다 입히자 `명품 LG폰` 탄생
(1) 존경받는 기업엔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LG전자는 최근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휴대폰 업계 3위에 올랐다.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급 제품을 중심으로 꾸준히 시장을 확대한 덕이다.
휴대폰은 LG전자 내에서도 '효자 상품'이다. 지난 1분기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2626억원을 휴대폰 담당 MC사업본부가 올렸다. LG 휴대폰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불과 4~5년 새 일이다. 당시만 해도 LG 휴대폰은 '고장이 잦은 천덕꾸러기'였다.
LG전자의 이 같은 이미지는 휴대폰 개발 뒷얘기를 대중에게 알리는 '스토리텔링 전략' 덕분에 확 달라졌다. 프라다폰과 초콜릿폰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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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상무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3인치 크기의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을 이용한 터치스크린 방식 휴대폰이라는 것 외에는 계획안 전체가 백지였다.
마 상무는 다른 휴대폰 업체들이 전화기를 다 만들어 와서 겉모양만 디자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퇴짜를 맞은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프라다가 디자인을 하면 기술 문제는 LG전자가 알아서 해결하겠다"며 프라다 디자이너들에게 최대한의 디자인 자율성을 보장했다.
프라다폰의 데뷔 과정 또한 달랐다. 제품 설명회 대신 패션 중심지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패션위크에서 처음 공개했다. 판매점과 유통망도 제품의 '우아한' 이미지에 맞는 곳으로 제한했으며,TV 광고도 절제되고 품위 있는 이미지를 지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LG폰=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는 순간이었다.
초콜릿폰도 평범치 않은 뒷얘기를 갖고 있다. 2004년 봄.LG전자 휴대폰 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MC사업본부 안승권 사장은 최고경영자로부터 놀라운 약속을 얻어냈다. "제품 컨셉트에 대한 중간 보고는 필요없다. 소요 예산에 대한 제한선도 없다. " 매년 하나씩 업계를 놀라게 할 혁신제품을 내놓는 게 조건이었다.
안 사장은 회사 내에서 주목받고 있던 디자이너 차강희 전문위원을 영입하는 것으로 '초콜릿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술이 '주(主)'가 되고 디자인이 따라오는 기존 방식을 포기하겠다는 게 안 사장의 생각이었다. 차 위원은 포터블 오디오 디자인 컨셉트를 휴대폰에 적용했다. 심플함을 강조하기 위해 순수한 검정색을 사용했고 불필요한 선과 로고 장식도 최소화했다.
휴대폰 같지 않은 이 휴대폰은 전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지금까지 LG가 개발한 휴대폰 중 가장 많은 2100만대나 팔린 것은 이처럼 '우아한 혁신 스토리' 덕분이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소녀들만의 로망? 바비인형의 장수 코드는 '섹시, 그리고 꿈'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맥아더가 `파커` 키우고 나폴레옹이 `쇼메` 살렸다 (2) 영웅의 힘 오드리 햅번 예쁜 발엔 '페라가모'
스토리 텔링의 요소 중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영웅'이다. 대중은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쉽게 매료된다. 영웅들의 얘기는 감동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하다. 전파력도 빠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소비자의 머릿속에 강하게 박힌다. 그래서 잘나가는 기업들은 영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영웅 스토리'는 요즘 같은 불황기일수록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광고회사 오리콤의 허웅 브랜드전략연구소장은 "불경기엔 반응이 즉각적인 마케팅 기법을 선호하는데 그런 면에서 영웅 스토리가 효과적"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무조건 영웅을 만들어 낸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다.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파커의 전략은 '영웅 마케팅'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보석 브랜드 '쇼메'가 나폴레옹 이야기로 급성장한 것도 영웅 마케팅의 성공 사례다. 1780년 어느날 밤 파리 생토노레가의 작은 보석상 쇼메에 누군가에게 쫓기던 한 청년이 뛰어들어왔다. 주인은 그를 숨겨 주고 돌봐 줬다. 청년은 은혜를 갚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가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대관식에 필요한 왕관 등 장신구를 모두 쇼메에 의뢰했다. 부인인 조세핀의 결혼 예물도 맡겼다. '나폴레옹이 선택한 보석'이라는 후광 효과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쇼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스토리 텔링의 중심 축인 '영웅'은 플라톤의 5원소 중 '흙'에 해당한다. 그만큼 활용 범위와 폭이 넓다. 위대하고 강한 이미지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영웅 스토리로 활용할 수 있다. 벨기에의 명품 초콜릿 '고디바'가 그 예다. 고디바는 11세기 영국 코번트리 지방을 다스리던 영주의 부인 이름이다. 그녀가 남편에게 "농민들의 세금이 과중하니 줄여 달라"고 부탁하자 남편은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돌면 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녀가 알몸으로 말에 올라 거리로 나서자 농민들은 모두 창문을 닫고 커튼을 내린 채 부인의 고귀한 품성에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 그녀의 고결한 정신과 희생은 고디바 제품의 '순수하면서도 귀족적'인 이미지로 이어졌고 고디바는 세계적인 명품 초콜릿의 대명사가 됐다. 고디바의 패키지에는 말을 탄 고디바 부인의 모습이 심벌로 그려져 있다. 고디바가 귀족 부인의 '아름다운 영혼'과 '맛'을 접목시켰다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페라가모는 유명 여배우의 '아름다운 이미지'와 '멋'을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페라가모' 하면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먼저 떠오른다. 헵번은 페라가모 마니아로 유명하다. 키가 크고 늘씬했던 헵번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너무 큰 발이었다. 예쁜 구두를 신고 싶었지만 늘 발이 받쳐 주지 않아 속상해하는 그녀를 위해 페라가모는 '헵번 슈즈'를 만들어 냈다. 이후 페라가모 신발은 불티나게 팔렸고,여기에 마릴린 먼로가 가세하자 매출은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영웅은 때로 만들어 진다.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담배는 '가상의 영웅'으로 승부를 걸었다. 원래 말보로는 여성용 필터 담배였다. 남성 위주의 담배 시장에서 순한 담배는 성장 가능성이 낮았다. 고민하던 회사는 가상의 인물 '말보로 맨'을 만들어 냈다. 미국 서부 출신으로 손등에 문신을 새긴 남자.카우보이 모자를 비스듬히 걸치고 담배를 입에 문 채 포즈를 취한 말보로 맨은 전 세계 남성들에게 '진짜 사나이'의 상징으로 추앙받게 됐다. 여성들에겐 멋진 남성상으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말보로는 바람과 같은 자유,영원한 대자연,강인한 독립정신을 담은 브랜드가 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연아가 하면 무엇이든 이야기가 된다
(2) 영웅의 힘
'피겨 요정' 김연아는 음반 시장에서도 '히로인'이다. 김연아 클래식 앨범으로 불리는 '페어리 온 디 아이스(Fairy on the Ice)'가 3개월 만에 5만장의 판매량을 돌파했다. 이 음반을 그냥 '생상스-죽음의 무도''림스키 코르사코프-세헤라자데 2악장''요한 슈트라우스-박쥐 서곡'으로 판매했다면 잘 팔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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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뉴스다. 등교할 때는 무슨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드는지,액세서리는 뭘 착용하는지….그가 걸친 제품들은 다음날 품절이 된다. TV를 켜면 그의 CF가 쏟아지고 신문을 펼쳐도 그의 광고들이다. 그래도 식상하지 않는다. 하루 평균 13만명이 그의 미니 홈피를 방문한다. 그가 올린 글은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지며 네티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역경의 스토리는 '히로인 김연아'의 몸값을 더욱 높여 줬다. 화려함 뒤에 눈물 어린 노력이 감춰져 있기 때문에 '김연아 효과'는 배가된다. 여러 번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영웅 스토리'가 사람들의 공감 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영웅과 기업의 궁합이 잘 맞으면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가 생긴다. 특히 춤과 노래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갖춘 피겨 스케이트의 특성은 기업의 활용폭을 더 넓혀 줬다.
김연아는 지난달에만 삼성전자 하우젠 에어컨,매일유업 우유,현대자동차 기업 PR,LG생활건강 라끄베르 화장품,아이비클럽,위스퍼 생리대,LG샤프란,롯데 아이시스 생수 등 8개 광고에 출연했다.
지난해 김연아를 모델로 내세운 ESL 저지방 칼슘우유의 매출액은 5배 증가했고 시장점유율도 10%대에서 30%대로 상승했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최근 '씽씽 예약 대축제' 기간의 에어컨 판매량은 매주 1.5배씩 증가했다. 라끄베르의 화장품 매출액도 두 배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김연아의 '영웅 효과'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회사 이노션의 김정환 브랜드마케팅팀 부장은 "경기 성적이 좋지 않거나 스캔들 등 돌발 변수만 생기지 않는다면 스포츠 스타의 '영웅 효과'는 엄청나다"고 말했다.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식객 곰탕집 성공비결은 `36,2,0,60`
(4) '음식'에 이야기를 비벼라
"산딸기는 제가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먹여드린 음식입니다. 다쳐서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어머니가 너무도 걱정스러워 산딸기를 대신 씹어 어머니의 입에 넣어드렸습니다. "
탤런트 이영애를 일약 한류스타로 만든 드라마 '대장금'의 한 대목이다. 대장금은 산딸기를 꼬챙이에 꿰어 구운 산적이 왜 최고의 음식인지를 묻는 중종에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이어 "미천한 것을 먹고도 미소로 화답해 주셨던 제 어머니처럼 만백성을 굽어 살펴달라"고 간언한다.
대장금의 이야기에 감동한 중종은 "산딸기는 내게도 최고의 음식"이라며 "홀로 남아 어찌 살아갈까 노심초사했을 어머니의 마음을 잊지 않고 정사를 펼치겠다"고 답한다. '대장금'의 얼굴로 퍼져나간 한류(韓流)는 기실 '산딸기 산적'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의 공명을 울렸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마요르광장 옆 골목엔 '보틴(Botin)'이라는 허름한 레스토랑이 있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에 있는 이 식당은 대문호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스토리를 업고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다. 독일의 중세도시 하이델베르크 거리의 한 귀퉁이에 있는 주점 '줌 로텐 오셴'엔 늘 손님이 몰린다.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촬영지라는 족보가 고성을 찾는 관광객의 구미를 당기기 때문이다.
명소(名所)나 명품음식은 이처럼 스토리라는 '옷'을 입으면서 최고로 거듭났다. 실제 외식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스토리텔링의 덕을 본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할리우드가 만든 '스시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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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무기는 '퓨전 일식'이었다. 가자미에 뜨거운 기름을 부은 '뉴 스타일 사시미'가 대표적인 히트작이다. 겉은 뜨겁게 익고 속은 차면서 쫄깃한 퓨전 요리는 날생선의 비린 맛을 싫어하는 서양인들의 입맛을 금세 사로잡았다.
스토리텔링 전략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명사들과 사업을 같이하는 방법을 썼다. 뉴욕점은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드니로,밀라노점은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시카고점은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함께 했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쌓은 친분으로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스토리는 이미지를 낳았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능숙한 젓가락질로 노부 스시를 먹는 장면이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일식=상류층'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식객'과 '미스터 초밥왕'의 힘
1939년에 문을 연 서울 을지로의 한 곰탕집은 인기 만화가 허영만의 대표작 《식객》 덕에 인터넷 포스팅 1~2위를 다투는 식당으로 발돋움했다.
36,2,0,60이란 네 개의 숫자가 식객 곰탕집 스토리의 핵심이다. 36개월 이하의 소를 사용하고,기름을 두 번 걷어내고,조미료를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지막 60은 이 가계 연륜으로 60년이 넘은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곰탕집 외에도 식객의 덕을 본 음식점은 수두룩하다. 만화에 소개된 집들이 앞다퉈 내거는 현수막은 '허영만의 식객이 다녀간 집'이다.
스토리가 외식업의 지도를 바꾼 사례도 있다. 2000년을 전후해 프랜차이즈형 회전초밥집이 인기를 끌었다. 배경이 된 것은 한 권의 만화였다. 다이스케 데라사와의 《미스터 초밥왕》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요리사 가네다 쇼타로의 이야기에 매료된 젊은 고객들이 앞다퉈 초밥을 찾으면서 초밥의 저변이 넓어졌다.
스토리에 기대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소박한 뒷골목 음식점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낙원동 아구찜 골목에서는 혹부리 할머니 얘기로 손님을 모은다. 마산 오동동에서 장어국을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아구를 된장과 고추장,마늘,파 등을 섞어 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는 게 이야기의 전말이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극 중 이미지를 활용,외식사업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홍콩 영화배우 성룡이 만든 딤섬 전문점 '젝키스 키친'이 유명하다. 세간에 '400억 프로젝트'로 알려진 한류스타 배용준의 한식당 체인 사업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주요 국가에 문화와 이야기를 접목한 한국 궁중요리 전문점 '고시레'를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400억원은 그가 계획하고 있는 연간 매출 목표다.
●서호에서 '동파육'을 찾는 이유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상품이다. 중국 송나라 시인 소동파가 만든 돼지고기 요리 동파육은 중국 항저우의 명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서호를 둘러본 관광객의 대부분이 이 음식을 찾는다. 관광객들을 끌어들인 것은 소동파에 얽힌 고사다.
그는 항저우 태수를 지내면서 서호 치수를 위해 고생한 백성들에게 동파육을 나눠준다. 소동파가 지은 동파육 관련 시도 관광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질 좋은 돼지고기는 아주 싼값이지만 잘 사는 사람은 먹으려 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은 삶지를 못하는구나. 물을 적게 넣고 약한 불로 삶으면,다 익고 나서 스스로 제 맛이 나누나. '
●일본이 한식 메뉴로 떼돈 버는데…
한국은 외식산업에 스토리를 접목시키거나 음식을 문화코드로 만들어내는 데 미숙하다. 해외는 고사하고 국내 호텔에서도 제대로 된 한식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이야기와 문화의 빈곤 때문이다.
우리가 멈칫하는 사이에 한국 음식은 일본 음식의 탈을 쓰고 세계로 팔리고 있다. 일본 외식업체인 레인즈인터내셔널은 가루비(갈비),비빔바(비빔밥),구파(국밥) 등의 한식 메뉴를 판매하는 글로벌 음식점 체인인 '규카쿠(牛角)'를 통해 매년 2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한식이 가지고 있는 '웰빙'의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전파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한식 세계화 2009 국제심포지엄' 브리핑에서 "한식 국제화를 위해 스토리텔링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심금을 울리는 스토리가 더해진 음식은 맛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스토리 강국을 만들자]
전통 막걸리에 `욘사마 코드` 얹으니 수출도 훨훨
(4) '음식'에 이야기를 비벼라
일본 도쿄 신주쿠 거리.막걸리에 과일을 섞은 '칵테일 막걸리'를 즐기는 여성들로 북적댄다. 이동막걸리를 생산하는 ㈜이동주조가 1993년 일본에 진출한 뒤 서울막걸리와 국순당 등이 잇달아 수출에 나서면서 막걸리가 한류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막걸리는 4891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금액으로도 53% 늘어난 403만달러(약 60억원)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관세청 자료).
해외에서 막걸리가 인기를 끄는 것은 맛뿐만 아니라 '이야기 안주' 덕분이다. 국순당은 한류스타 배용준과 손잡고 '고시레 막걸리'를 개발해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스타 이야기에 '다양한 재료'가 활용되면서 막걸리 스토리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매생이와 배 ? 누룽지 ? 포도 막걸리도 선보였다.
일본인들은 한국인처럼 '벌컥벌컥'이 아니라 달달한 과일주스 등을 타서 '홀짝홀짝' 마신다. 막걸리와 맥주를 반반 섞은 '하프 앤 하프'('막맥')에 이어 '막사'(막걸리에 사이다를 섞은 것),'막오'(오렌지주스를 혼합한 막걸리),'막카루'(우유탄산음료),'막링'(사과주스),'막거'(거봉주스)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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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미국과 동남아 등 1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정부가 쌀 원가 대비 8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내는 막걸리 산업에 주목하고 수출 물류비 보조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어 다행이다.
국순당의 '백세주 신화'도 마찬가지.조선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나오는 '구기 백세주' 설화로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한 것.구기 백세주를 먹어 늙지 않는 '젊은 아버지'가 80세에 낳은 '노인 아들'을 회초리로 때리는 포스터로 '건강주' 이미지를 강조한 게 주효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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