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의 현대 소설을 읽었던 건 아마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임신한 그 기간뿐인 듯 한데요. 사실 그러고 보니 별로 한국 소설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게 진실에 더 가깝네요. 미국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또 먹고 살기 바빠 열심히 뛰느라 책 읽을 기회가 별로 없었고 말이죠. 이건 한국의 고전 말고 현대 소설에 관한 이야기긴 하지만, 그래도 90년 대 들어 인기 있다는 작가의 작품도 거의 2000년 들어 읽어본 듯 하니 저의 이런 기 억이 가히 틀린 건 아닐 듯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 없었답니다. 제 2회 세계문학상 공모 1억 원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때가 바로 그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 때였으니까요. 그리고 여러 매체에서 그의 이 소설을 소 개했을 때 꽤 호기심이 일어 꼭 읽어봐야지! 했다가 어느 새 깜박하고 있었는데, 다행스 럽게도 이곳 몬트리얼 한인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지 뭐겠어요? 그래서 기쁜 마 음으로 얼씨구나~ 하곤 빌려왔답니다.
우선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참 현대 소설을 쓰는 작가 중에는 재담꾼이 많 은 것 같다는 거였는데요. 축구와 도발스럽고도 발칙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이야기를 씨줄과 낱줄로 엮어대는 작가의 솜씨에 매료 당해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답니다. 아주 빠르게 읽혀지는 속도감하며, 사회의 통념을 과감하게 타파하면서도 설득력 또한 크게 떨어지지 않는 그의 이야기 솜씨, 거기에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인지 아님 철저 한 연구인지 모를 그의 축구론까지 한 마디로 재미 만점, 흥미진진한 소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백은 매우 위험하고, 욕먹을 부담을 감수해야 할 것이긴 하지만 솔직히 저 역시도 이런 소재의 소설을 구상해 본 적이 있었기에 그의 소설이 재미있긴 했으되, 약간은 배 아픈 심정도 있었음을 불지 않을 수가 없네요. ㅋ(저의 아이디어를 마치 도 둑 당한 듯한 착각에서 말이죠.^^)
혹자는 가벼움의 극치, 또는 젊은이의 치기 어린 상상력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독특하면서도, 약간은 황당한 듯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유형의 결혼관 내지 애정론이 등장한다고 해서 뭐 하루 아침에 지구가 멸망할 일도 없겠거니와 더군다 나 이미 인생이라는 것을 알만큼 아는 성인들에게 해악을 미칠 일도 전혀 일어날 것 같 지는 않으니 이런 의외의 소설을 그저 맛보는 것이 하나의 색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 어졌지요.
일부 그의 이 소설을 비판하는 분들에게는 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답니다. “이 제 우리도 다양한 생각과 의견 제시를 품을 수 있을 만큼, 의식주뿐만 아니라 정신적 으로도 많이 성장하지 않았나요?” 라고요. 뭐 자신의 생각과 사회 통념과 다르다고 그 렇게까지 열 내고, 단순히 혼자 열 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작가에 대해 험담을 마구 퍼붓는 몰상식한 행태(이건 제가 이 책에 대한 반응이 어떠했나 궁금하여 한 번 검색해 봤더니 작가에 대한 호감보다는 비호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문구가 언뜻 보기에 많 았던 듯 하기에 덧붙이는 말입니다.)를 보이다니! 싶으면서 안타까워지더군요.
또한 그의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본 분이시라면 작가가 그저 가볍게만, 또 현대의 하나 의 코드가 되어버린 ‘센세이셔널리즘’에만 천착하여 이 소설을 쓴 건 절대 아니라는 것 을 아실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답니다. 그는 사뭇 진지하게 이런 가능성 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모색했다고 보여지고, 또 축구의 규칙과 소우주적인 그 세계와 이런 색다른 이야기를 아주 절묘하게 엮어내어 읽는 이들에게 재미 또한 한껏 제공한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이 소설을 근거로 만들어진 영화에 대해서는 더 안 좋은 평들이 있는 걸 보면서 역시 아직 우리나라 의식으로는 이런 소설과 영화가 무리구나!~ 싶어지는 마음이 들기 도 했는데요. 어쩌면 소설을 영화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벌어진 구조적인 문제일 수 도 있겠지만, 그저 조금 다른 하나의 정서로,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지 않나? 정도의 색다름으로 받아들여지기에는 이 이야기의 발칙성이 너무 오버했나? 다시 자문해 보 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이 책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다른 한 편에서는 실제로 이런 삶이 존재하고 있기도 하고, 또 우리의 예를 보더라도 물론 이중 결혼은 아닐지라도 아 내를 몇씩 둔 남정네의 이야기는 꽤나 흔했던 과거가 있으니 전혀 해괴하고, 망칙스런 발상은 아닌 게 맞지 않나 싶으며 작가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되었답니다. 그 리고 작가가 여자도 아닌 남자이니 좀 더 대범하게, 또 재미있는 하나의 가상적 이야기, 즉 말 그대로 “소설”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여자라면 정말 작가의 집에 테러 까지 가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죠. ㅎㅎ
어쩜 제가 너무 재미나 색다름을 추구하는 사람이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이 소설을 아주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소설 구성도 그렇고, 그의 축 구에 대한 열정 내지 탐구심도 그렇고, 아무튼 그의 노력만큼은 높이 쳐주어야 하지 않 을까 란 생각이 들었고, 또 그의 소설에 대해 유명 작가, 평론가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꽤 있는 걸 보곤 우리의 가치라는 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니고, 가변성을 가지 고 하나의 시대적 욕구를 반영하는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도 되었지요.
그런데 이 소설이 꽤 불편했다는 분들은 도대체 이 소설의 무엇이 그렇게나 그들의 심 기를 건드린 걸까요?@#$%^& 요것이 정말로 궁금한데 어쩌면 너무도 똑부러지게 두 집 살림을 완벽하게 해내는 여주인공의 수퍼우먼 파워에, 또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면서 동 시에 두 사람을 보다듬는 그 능력(?)에 은근한 시샘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봤답니다.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도 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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