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쓴 작가인 하퍼 리는 단 하나의 작품, 바로 이 ‘앵무새 죽이기”를 써 미국의 권위 있는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이후 여러 가지 상과 극찬을 받았다고 하지요. 너무나도 유명한 이 소설을 오래 전에 읽긴 했었지만 한 동안 잊고 지내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 읽어보니 역시 다른 감회가 느껴졌고, 감동이라는 것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는 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을 읽고 느낌을 적어 내려가는 리뷰를 쓴 지가 너무 오랜 만인데, 그 동안 읽었던 책 은 꽤 있었지만 왠지 요즘 책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를 쓰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뭐랄까 요? 다른 것(내 개인적 일상 같은)도 물론 그렇지만 요즘 제 자신의 주관적 견해에 대해서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따지면 영화에 대한 감상도 그렇긴 하지만 왠 지 책에 비해 영화는 그래도 조금 더 즉흥적인 접근이 용이하다 라고 여겨졌다면, 책은 좀 더 숙고된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지배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평소 제가 뭐 그렇게 신중함을 내세워 생각들을 묵히고 다듬어 표현하는 사람에 속하는 편 은 아니지만 책에 대한 제 느낌만큼은 섣부르게 저의 조야한 감상들을 표현하고 싶지 않았 던 게 사실이고 보면, 저는 아무래도 영화보다는 책에 더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게 맞지 싶기 도 합니다. 후후…
얘기가 조금 샛길로 샜지만, 아무튼 오랜 만에 다시 읽어본 이 소설은 제게 어린 시절의 순 수한 동심과 해맑은 영혼을 다시 상기시켜준 고마운 존재가 확실합니다. 더불어 옳음과 그 걸 실천할 수 있는 결단력, 진정한 용기에 대한 정의, 또 진정한 정의와 평등에 대한 우리들 의 사고를 다시 되잡을 수 있었던 귀한 기회를 제공했고, 그 덕분에 아주 행복해졌고, 나도 꼭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결심을 진하게 하도록 만들었고 말이지요.
스카우트이라는 어린 소녀와 그녀의 오빠 젬은 장난을 좋아하고, 아직 철이 안든 또래의 아 이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아이들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점점 육체적 성장과 더불어 정신의 성장을 이루어나가고, 그 둘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모델이 되고 있는 것은 말 보다는 실천을 앞세우는 그들의 아버지 애티커스 변호사입니다.
그는 아들과 딸 둘을 자유롭되, 진정 실천적이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양육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로만 떠드는 불의에 맞서는 용기 있는 결단을 그 자신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자 녀들에게 보여주지요. 이 소설의 배경이 1930년 대이고 보면, 아무리 민주주의가 이미 꽃 피웠던 미국이라고 할지라도 그건 오늘 날처럼 쉬운 문제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들 또한 우리네처럼 주류가 이끄는 암묵적 사회분위기라는 게 존재했으니 말이지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애티커스 변호사의 행동은 오늘날 입으로만 앵무새처럼(많이 아이러 닉한 것이 우리가 흔히 표현하는 앵무새는 이렇게 입으로만 모든 걸 다 하거나 말만 많은 걸 주로 상징하는데 이 소설에서의 앵무새, 아니 정확하게는 앵무새 과의 ‘모킹버드’는 아 무런 해는 주지 않고 인간들에게 노래만 불러주는 새로서, 다시 말해 소설에 등장하는 인 물 ‘톰 로빈슨’과 ‘부 래들리’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떠들고 있는 대다수 부모들의 허위와 가식을 심히 부끄럽게 만들고 있단 사실입니다.
그리고 진정 이러한 실천적 삶을 살 때만이 그에 합당한 찬사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진 실(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담을 기초로 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바로 이와 같은 진실성에 힘 입어 단 하나의 작품이 그토록 많은 명성을 얻고 큰 감동을 던 져주고 있으니 말이죠.)을 드러내고 우리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다름 아닌 이 소설의 주제는 바로 어떻게 우리 각자는 양심을 지켜나가고, 진실을 진실로 써 보호해 나갈 수 있느냐는 문제, 또한 보여지는 것만이 다가 아니고, 늘 우리는 깨여있어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선한 양심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것과 더불어 인간적이란 단어에 대한 선명한 의미를 깨닫고 실천 하는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이 아닐까 싶은데요.
사족으로, 우연하게도 이 소설과 함께 빌려와 읽게 된 ‘진중권’이라는 문화평론가가 쓴 책 “시칠리아의 암소”는 읽고 나서 한참을 헷갈리고 불편한 심사가 되었는데, 확실한 것은 그 의 지나친 듯한, 또 편향된 듯한 사고방식에는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고 그러면서 동시에 그의 시원한 일갈에 때론 공감도 느꼈으니, 아무래도 그의 사상과 논조를 좀 더 시 간을 두고 살펴봐야지 싶습니다. 다시 한 번 그의 글들을 일부 읽고 나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 된다면… 이라는 전제 하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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