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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수전 손택 단편소설집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 중...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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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이란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작품은 읽어볼 기회가 없던
중 이웃 블러거 양송이님께서 보내주신 책 중에 그녀의 책이 두 권이나 있었기에 드디
어 그녀의 작품을 만나볼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미국 뉴욕에서 유태인 부모로부터 태어났는데 원래 그녀의 성은 '로젠블랏'이
었다가 그녀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가 재혼을 하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새아버지의 성을 따라 '손택'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
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 찾아본 것이었지요.

그녀는 아리조나주 턱손에서 그리고 로스 엔젤레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걸로 되어
있고, 대학은 버클리를 다니다가 University of Chicago에서 철학, 문학을 공부했고,
또 하버드에서 이론학을, 영국 옥스퍼드, 프랑스 소르본에서도 수학한 것으로 되어 있
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 여러 장소를 옮겨다니며 여러 학문에 힘쓴 덕분에 그녀의 사
고가 좀 더 유연하면서도 독특해진 것 같단 제 나름대로의 추측도 해보았구요.

그녀는 또 17 세에 결혼을 해서 아들 하나를 남기고 8 년의 결혼생활을 끝낸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제가 보통 때와 달리 이렇게 한 작가의 생에 대해서 말하는 이유는 개인
적으로 그녀에게 관심이 가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을 읽기 위해서 유난히 그 작가
의 성향과 가치관에 천착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이 수전 손택이란 유명 작가
이자 수필가, 예술평론가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읽기 수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사상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
이 없을 경우에는 한 여인의 시니컬한 독백을 그저 받아내어야만 하는 것인지 내지 그
녀만의 세계라는 거대한 미궁을 헤매는 듯한 감성에 당황하게 되어 쉽사리 그녀의 글
들을 포기하게 될 것 같단 느낌을 그녀의 첫 작품에서부터 강렬하게 받았기 때문이기
도 합니다. 제 자신 바로 이런 느낌으로 다른 책에 비해 진도가 훨씬 더디게 나간다
는 걸 절감했기에 말입니다.

대개의 경우 책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 우리들은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고 봅니다.
모르는 채 그대로 책 읽기를 진행시키는 경우와 결국엔 책뚜껑을 덮어버리고 마는 경
우 두 가지지요. 그렇게 포기하다가 언젠가 다시 책을 펼쳐들 수도 있긴 하지만 또 대

개는 그냥 영원히 덮어버리는 수도 많구요. 부디 이 책이 그렇게 되지 않기를 기도하

면서 읽었다면 제가 얼마나 이 작가와 작품에 애정을 가지려고 노력했는지 아시겠지요? ㅎ

제 경우를 보자면 책이나 영화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 감상도 변한다는 것을 또 경
험으로 알기에 지금 마음에 안 든다거나 이해가 안되었던 것들을 주로는 후에 다시 시
도하는 편인데 그녀의 소설들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제가 그녀가 말하고
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정확히 판단내릴 수 없었단 것이랍니다. 왜냐면 그녀를
전혀 알지도 못했고, 그녀의 사상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저 보이는 그대로를 읽으면서 제 나름의 느낌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면 또 여지없이 드러나는 저의 무지에 짜증이 나기도 여러 번이었고, 또 그
러다 보면 이거 그냥 한 여자가 횡설수설하는 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건
아닐까란 의심도 솔직히 몇 차례 들었답니다. 그렇게 보통의 독서 방식과 다르게 천
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읽었던 단편들이었는데 그 중에서 오늘은 역시 다른 때와 달리
한 편에 대해서만 이야기할까 합니다.

먼저 이 책에서 맨 처음으로 소개되는 ‘인형’이란 작품은 다 읽은 후 찾아보니 그녀가

1963년에 쓴 것으로 되어 있던데 어떻게 그 당시 이미 인간의 복제란 문제를 점칠 수

있었는지 놀라웠습니다. 한 마디로 그녀가 미국의 지성으로 알려진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던 충분한 증거를 발견한 셈이라고나 할까요? 그녀의 혜안이 놀라우면서도 그녀

의 예지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 게 확실하단, 일종의 자극을 받게 되었지요.
더불어 제 자신도 더욱 노력해야겠단 결심을 굳혔습니다. 그런데 인간 복제란 문제가
이미 그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던 그런 사안은 아니었겠지요?

이 소설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과 똑같은 인형을 복제해 낸다 할지라도 앞
으로 벌어질 생은 예측 불허이기에 결코 안전할 수가 없다는, 다시 말해 아무리 지겹고
따분한 현실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쳐봤자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또 이전과 크게 변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한다는, 결국 처음과 별 차이없는 그런 일상의 연속이라는 대단히
비관적인 결론을 인식시켜 줍니다. 물론 누구라도 예외가 없다는 것에서 조금의 위로
를 받을 순 있었지만 분명 슬픈 현실을 정확히 찔리게 되니 “아얏!~” 소리가 절로 나
오더군요.

또한 우리가 늘 접하면서 잘 안다고 믿는 가족조차도 어쩜 우리들의 변화에 그리 예민
한 반응을 보여줄 수 없는 슬픈 관계로 전락하고만 현대사회의 사랑 부재, 개별성에
대해서 작가는 소리 높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또 해봤습니다. 우리 모두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또 꼬집고 싶었는지두요. 그러니 그녀의
표현이 그렇게나 냉소적이지~ 싶었구요.

그리고 결국 아무리 자신을 분열시키고 또 분열시켜봤자 돌아오는 결과를 몽땅 끌어
안아야 하는 건 오로지 자신 스스로라는 걸 깨달게 만들면서 일상에서 느끼게 되는 무
료함에서 비롯된 헛된 망상의 여지를 싹둑 자르는데 일조하긴 했습니다…만, 이러다
또 언제 다시 싹이 자라 시시콜콜 투덜거리면서 내 맘대로 공상의 나래를 펴댈지는 장
담할 수가 없네요.ㅠㅠ

그런데 어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우리들의 불완전성과 그와 동시
에 일탈을 꿈꾸는 우리의 희망을 묘하게 겹쳐 보여주므로 우리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
하게 하려는 게 아니었을까란 망상(?) 혹은 공상을 또 해보게 되었지요. 독특한 그녀
만의 시선으로 우리들을 주목하게 만들고 우리들을 일깨우면서 ‘인생, 그거 뭐 별 거

있나?’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단편을 다시 여러 번 읽으며 그녀의 진정한 의

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탐구해봐야겠단 결론에 도달했고, 그렇게 하려니 기운이
솟음과 맥 빠짐이 동시에 펼쳐지는군요.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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