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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진정 위대했던 남자, 개츠비를 그리워하며...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4. 11:17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03.5.6
장르
소설베스트셀러보기
책 속으로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로 꼽히는 위대한 개츠비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그동안 국내에 번역된 위대한 개츠비는 무수한 오류가 발견된 이전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번역된 것으로, 이 책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이 책은..

어린 시절 가슴을 콩당거리며(그땐 이 소설을 단순한 사랑이야기라고, 그것도 너무나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로 여겼었거든요) 읽었던 프랑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펼쳐들었을 때 전 좀 더 이 소설을 가깝게 알게
되길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읽고난 지금 예전보단 조금 더 깊이 개츠비
를 이해할 것 같단 느낌이 듭니다.

개츠비에게 '위대한'이란 어휘를 붙여준 작가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개츠비의
무엇이 과연 위대한 것인 걸까요? 처음 얼핏 들었던 생각으로는 그의 '맹목적이고,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환상'을 단맛, 쓴맛 다 본 전후의 미국 사회, 그리고 혼동의
시대에 견주어 약간은 칭찬의 의미로, 또 약간은 역설적인 의미로 붙인 게 아닐까 싶
었었습니다.

다시 말해, 전후 누렸던 미국의 물질적 풍요로움의 극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개츠비의
집과 라이프 스타일이나 그보다 더 귀한 그의 첫사랑에 대한 순수성, 또는 열정을 높
이 찬양한 게 한 측면이라면, 다른 측면에선 물질의 풍요와 더불어 정신이 황폐해져
버렸던 당시의 사회상과 개츠비의 잘못 고른 여자를 향한 어리석은(?) 사랑을 냉소적
으로 비꼰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아마 예전의 저라면 당연 전자를 철썩같이 믿길 원하고, 그랬을
듯 하지만 이번 이 소설을 다 읽고난 느낌은 후자 쪽에 더 가깝다고 여겼었구요. 1차
세계대전 후 미국 사회가 겪은 물질적 풍요에 버금가는 정신과 도덕의 타락과 방종,
향락적 측면을 절감하면서 이 소설의 주인공 개츠비가 사랑한 여자 '데이지'란 이름
의 천박하고, 가볍고, 이기적인 그 시대 상류층 여성을 또 보면서 개츠비의 진실성이
훼손되었음에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오로지 하나를 위한 염원(물질적인 성공에 도달해 사랑하는 여자를 꼭 다시 찾아오겠
다는)을 향해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불살랐던 한 사나이의 열정과 몸부림이 어이없는
결말로 끝장났을 때 전 그야말로 생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부조리와 악덕에
몸서리쳐졌지요. 어찌 그렇게 허무한 말로를 그에게 남겨놓을 수 있었던 걸까? 작가
피츠제럴드를 원망하고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의 이러한 극단적 구성이 바로 이 소설을 '최고의 미국
소설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한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드라마틱한 결론이
더 짜릿하고, 진한 감동을 독자에게 남기는 건 사실이니까 말입니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치고 어느 누가 이 가여운 주인공에게 한없는 동정심과 애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며 감히 돌을 던지겠는지요? 또한 그의 순수성에 한 표를 던지지 않겠는지요?

그리고 바로 이런 면에서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개츠비를 결코 바보라고 손가락질
하거나 그를 과소평가할 수 없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그는 모두의 동정심은 불러일
으켰을지언정 결코 아무 가치없이 자신의 목숨을 던진 건 아니었으니까요. 우리 모두
의 꿈인 '진정 자신이 확신한 사랑에 목숨 걸었던, 용감한 사람'이었음이 분명했고,
그러하기에 알되 행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를 대신해 순교했다고 볼 수 있으니까 말입
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역시 그는 '위대한 개츠비'가 확실합니다.

이 소설 속의 관찰자인 무심함의 대명사 같은 닉 역시도 겉의 화려함과는 달리 속깊이
여린 감성을 간직한, 순수하고 때론 많이 무모해도 보이는 개츠비의 본연의 모습을 좋
아해서 그가 죽은후 비정하게 처신하는 그의 친구들이라 이름 붙여진 군상들의 행태
에 대해 격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남아
있는 사람들의 속되고, 부박한 몸사리기를 통해 상대적으로 개츠비는 얼마나 순수한
인간이었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은 작가가 표현하는 것이지만 닉이 표현하는 이 마지막 문장에서 바로 개츠비의
위대함(우리에게 한 영혼이 보여준 확고한 신념과 훌륭한 전범으로서)은 빛을 더 발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며 이 문장을 옮깁니다.

< .......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한 해 한 해 우리 앞에서 뒤로 물러가는 황홀한
축제 같은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때 우리로부터 달아났다. 하지만 상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팔을 좀 더 멀리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엔.....

그처름 우리는 헤쳐 나아간다. 물살에 맞선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되밀려가면
서도.>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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