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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닥종이 작가 김영희의 “밤새 훌쩍 크는 아이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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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맨 처음 그녀를 보고 조금 놀랐던(?) 일이 떠오릅니다. 

녀의 섬세한 닥종이 인형을 구경했던 게 먼저였는지, 그녀의 책을 읽었던 게 먼저였는지,

아님 그녀의 조금은 특별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게 먼저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무튼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좀 의외네!’란 저의 느낌만은 또렷히 기억하고 있거든요.

 

좀 더 자세하게 표현하자면, 저는 감수성 풍부하고, 보기만 해도 넉넉하면서도 귀염성으로

똘똘 뭉친 닥종이 인형들을 생각하면서 그걸 만든 작가 역시 귀염성 넘치고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길 거라고 지레짐작했었고, 14세 연하의 미남 독일남자의 청혼을 받은 여자라면

아주 야리야리하면서 꽤나 미인일 거라는 세속적인(?) 추측을 했던 게 솔직한 고백인데,

런 저의 예상이 많이(?) 빗나갔기 때문이랍니다.

 

그녀는 겉 모습만으로는 일단 강단 있고, 개성이 많이 넘쳐 보여 절대 섬세한 종이 인형을

만지는 작가일거라고 상상하기가 쉽지는 않았고, 그녀 자신이 고백하듯이 그다지 미인 측

에 끼지도 않았으니까요. ㅎㅎ 하지만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곧 그녀가 그 어떤 이보다 여

성스럽고,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라는 걸 깨닫곤 저의 무지와 편견에 대한 반성을 했었던

기억이 또 새롭네요.

 

아무튼 저는 그녀가 쓴 책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뮌헨의 노란 민들레란 책을 오래 전

에 읽었었는데, 바로 며칠 전에는 이곳 몬트리얼 문학회 같은 회원이신 박소자 선생님께서

이 책을 빌려주셔서 읽어보게 되었지요.  그 분께서는 특별히 김영희씨와 저의 삶이 좀 닮

아 있으니 다른 회원 누구보다도 제가 더 관심을 가질 듯 해 제게 먼저 빌려주신 듯 싶습니

다만.^^

 

그런데 저와 닥종이작가 김영희씨의 삶이 닮았다는 것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둘 다 외

국인을 만나 재혼을 한 처지도 그렇고, 둘 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한국 아이들과 함

께 이국 땅으로 이민와 살게 되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지요.  여기에 굳이 하나를 더 덧붙

이자면, 둘 다 연하의 남편과 살고 있다는 점도 있겠고요.(물론 그 분은 14 살 차이이고,

는 겨우 2 살 차이지만서두요.)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제가 이 책을 읽은 감상은 다른 분들과 조금은 달랐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겠지요.  저와 비슷한 처지의 그 분의 심사가 그 어떤 이들보다 가깝게 전달되는 듯

한 느낌을 지니고 이 책을 읽어내려 갔고, 그 분의 자녀 교육 철학에 있어서도 저와 상당히

비슷한 사고를 읽을 수 있었기에 더욱 친근감과 공감을 가지고 독서를 할 수 있었고요.

 

저 역시 그 분처럼 자식이란 저의 태를 빌려 제게 잠깐 왔다 갈 수 밖에 없는 손님 같은 존

재이지, 절대 저의 소유가 아니라는 걸 일찌감치 감지했었고, 또 이것을 말로만이 아닌 실

천해야 하는 것으로 늘 염두에 두고 있답니다.  또한 좋은 엄마 노릇에 대해 작가처럼 늘

고민하면서 하루는 이랬다, 하루는 또 저랬다 갈팡질팡하고 있고요.

 

자식 농사가 제일 어렵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절대 예사말이 아니었구나! 를 늘 되새기

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자녀 교육을 자식농사라는 말로 부르는 것 자체가 내가 할 수 있

는 뭔가로 크게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스스로에게 자문하기도 하지요.  물론 자녀

교육에 부모로서 어느 정도의 가이드 라인을 세워주고, 또 조언해 줄 수는 있겠지만 그러

한 교육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도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들의 선택인 것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자니 제 자신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어떤 뚜렷한 철학이나 대안도 없이 제 아

이들에 대한 교육이 드넓은 바다의 일엽편주처럼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리는 적이 주로

이고, 그러다 보니 이 분의 책을 읽으며 일종의 위안도 얻고, 실로 부모 역할이라는 게 어

마어마한 멍에로 다시 다가왔던 것이랍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다고 포기할 수 있는

업(?)도 아니니, 정말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헤매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고 말이지요.

 

또 하나는 아무래도 저를 따라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우리 아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저의

결정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그 반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안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김영희씨 역시 그러한 마음을 살며시 내

보이는 것에서 또 다른 공감이 진하게 느껴졌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남편 사이에서 현

명한 조율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역시 저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여겨졌고요.

 

하지만 그 분과 저의 다른 점은 그 분께서는 새 남편과의 사이에서 자녀 둘을 더 낳아 모

두 다섯이나 되는 자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저는 새 남편과의 사이에서는 자녀가 없

고 오직 아들만 단 둘이라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그 분은 저보다 훨씬 가슴 졸일 일이

더 많았을 것 같단 생각도 해 봤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숫자로도

아이들이 더 많으니 그럴 것이고, 또 아버지가 다르므로 그들 사이에 좀 더 복잡한 가족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제 선입견 때문에도 그랬지요. 

 

또 그 분은 저보다 훨씬 아이들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하시는 분이 맞을 거란 생각도

해 봤는데요.  저는 둘 가지고도 힘들다고 생각하는 적이 주로인데, 그 분께서는 다섯이

나 되는 아이들을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꿋꿋히 보살피고 계시니 말입니다.  게다가 그

분은 또 자신만의 굳건한 영역을 견지해 나가시며 안팎으로 바쁘신 것에 비해 저는 그야

말로 별로 하는 일 없이도 아이들 돌보는데 소홀한 듯하니 자성을 아니 할 수 없었고요.

 

이렇게 이런 저런 비교와 유사성을 끊임없이 되풀이 하면서 이 책을 읽어내려 갔습니다.

그리고 굳이 이분과 나의 유사성 때문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자식을 가진 모든 어머니들

의 이야기일 수 있으리라는 깨달음을 결국에는 얻게 되었습니다.  알을 깨고 나오려는

새끼들에 대한 어머니의 조바조바하면서도 대견해 하는 심리, 또 그들이 각자가 받은 능

력대로 자신의 삶을 충실히 꾸미기를 원하는 모든 어머니들의 절대소망,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마음 바로 그것 말이

지요.  그러니 작가의 마지막 말처럼 그저 모든 것이 고맙고도 고마운 게 맞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엄마를 부탁해’(사실 저도 빌려 읽고 있는

중인데요.)가 딸의 입장에서 엄마를 그리워하고 애닯아 하는 소설이라면 아마도 이 수필

집은 엄마의 입장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과 부모로서의 책임감, 보람, 회한 같은 것을 나

지막하게 들려주는 일종의 고백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모든 어머니들의 간곡한 울

림이자 내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제겐 그렇게 느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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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의 작품을 찾아서 빌려와 봤습니다.^^*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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