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숨소리를 뜻한다는 인터넷 어휘 ‘하악하악’이 제목인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인터넷이 주류
가 되어버린 현실과 인터넷이라는 좁은 공간의 갑갑함 속에서 축 쳐져 있는 많은 인생들에게
조근 조근 들려주고자 하는 인생 선배로서의 잠언을 인터넷 용어를 사용하여 짧고 산뜻하되,
날카롭게 적어 내려간 에세이입니다. 거기에 사실적 정밀화를 곁들여 생생함을 돋보이게 한
정태련의 그림이 글과 더불어 우리의 영혼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선 외모로 봤을 때부터 남다른 ‘기’를 느끼게 하는 이외수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
지만 그간 접해온 책에서 저는 이 분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대로 그의 순수함과 자유로움이
마냥 부러운 사람 중 하나인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예의 그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왜 이 책이 오래도록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놓여 있는 지 조금은 감 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제 개인적 견해로, 무엇보다 이 책은 현대인들의 귀차니즘과 짧은 인내력을 정확히 통찰한 후,
거기에 알맞게 극히 효과적으로 편집된 스타일리쉬함으로 가득 차 있되, 단순히 스타일만으로
승부를 건 타 작품들과는 또 확실히 차별화된 그 무엇이 존재한다 여겨집니다. 다시 말해 겉만
멀쩡해 책을 들다 말게 하는 게 아닌, 끝까지 책을 다 읽고프단 마음이 솔솔 들게 만드는 매력이
넘친단 것인데요. 그건 아마도 작가의 정신과 그 표현법이 요즘의 감성을 아우르면서, 동시에
찐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답니다.
말장난이 아닌, 진심이 느껴지는 그런 진정성 있잖아요? 바로 그런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가의
노력과 그의 사유가 은연 중 모든 독자를 그의 편으로, 아니 그의 아우라 속으로 끌어당기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선한 노력이 우리들의 가슴을 그의
가슴에, 좀 더 나은 세상에 가깝게 당기고 있다고요. 물론 때로 따끔하고, 혹독하게 느껴지는
금언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 역시 필요한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그의 표현대로 이미 인간이
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에겐 더욱이 말이지요.
한 마디로, 우리의 가슴 속을 시원하게 훑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우리의 영혼 또한 해맑음과 상
큼함과 명료함으로 시원하게 훑어주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세상의 모든 영혼의 연금술사들
이 주장하듯이 우리 자신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이 모두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과
화합하며 내 자신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
의 조건임을 다시금 깨달게 해 준 그러한 고마운 책입니다. 입에 미소를 한껏 머금게 하면서
말이지요. 책 내용이나 구성이 아주 많이 깔끔해서 더욱 좋단 얘기도 빼고 싶지 않고요.
사족으로, 요즘 아이들이 쓰는 인터넷 용어에 현기증과 반감으로 머리가 어지러우신 분들도
이참에 한 번 이 책을 읽어보시고, 스스로의 감성에 대한 혁신(?)을 꾀해보심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인생이란 그렇게 심각하고, 늘 원칙으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꼭 그럴 필요도
없는 것 아닐까요?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한 쪽 어딘가에선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
는 지, 특히 우리의 아이들이 어떤 감성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아보시기에도 꽤 도움이 되
는 책이라 여겨져 추천하고 싶답니다. 정말 오랜 만에 책장을 덮으며 시원함을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