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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설 `소설 쓰는 여자`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5. 19:28

지인이 보내주신 책 3 권을 이것저것 훑어보다 그 중에서 제일 처음 본격적으로 읽은 소설이

바로 이 소설 '소설 쓰는 여자'입니다.  제목부터가 묘한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면서 흥미를 유

발시켰지요.  말 그대로 소설을 쓰는 여자, 다시 말해 작가 아님 작가를 꿈꾸는 여자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의미로 흔히 표현하는 '소설 쓴다'(혼자 멋대로 상상한다는 은어적 표

현인 건 다 아시죠?)는 뜻의 엉뚱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읽기 전부터 과연 뭐가

맞을까 하면서 무지 궁금해졌답니다.

 

그러면서 소설을 쓰든, 글을 쓰든 역시 제목부터가 마케팅적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걸 새삼 인식하게 되었구요.  물론 제목만 거창, 또는 현란, 재치 넘치고 내용을 보니

별 거 아니더라~ 하면 오히려 더 반감될 수도 있단 리스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역시 제목의 중

요성 간과 못할 요소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고 일단 책장을 펼쳐들기 전 작가의 간단한 약력을  봤는데 54 년생으로 되어 있더군

요.  그리고 상담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분이시구요.  신춘문예로 등단하셨다는 건 맨

앞 장의 글에서 현상공모~ 운운하는 글에서 이미 예감은 했습니다.  글이 아주 리얼해서 경험

자의 목소리란 게 가슴팍에 확 꽂혔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주희(소설을 쓰기

위해 불철주야 오직 소설만을 생각하고, 소설에 올인한 듯한)가 바로 작가의 과거 실제 모습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표현에서부터 배경까지 픽션이 아닌 논픽션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만큼 리얼했다는 얘기가 되겠고, 사실로 보이게 한 작

가의 역량이 뛰어났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요.  참 흥미롭게 책을 몇 장 넘기다가 슬며시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처음에

재미있게 느껴지던 표현들이 시간이 가면서 물리고 질려서 나중엔 결국 남발(?)이란 느낌까지

드는 겁니다.  그렇게 좀 불쾌감을 느끼면서 '아니!  자칭 감각 예리하시다는 내가 왜 이러는 거

지?  나 또한 잼난 거 너무도 좋아하잔여?  근데 왜 이러는 거여?' 좀 당황스러워지더라구요. 

또 그러다가 계속 읽다 보면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제 자신 너무 뻣

뻣하려고 노력하는 건 아닐까란 반성까지 하면서 용을 써봤고, 이런 제 자신에게 많이 황당했

었음을 고백합니다.-_-;;

 

그리고 이 책은 도저히 54년 생(자꾸 나이를 들먹이는 것 같아 저도 좀 뭐하긴 하네요.^^ㆀ)

쓰신 소설이라곤 여길 수 없을만큼 요즘 아이들이 쓰는 표현, 좀 심한 말로는 국적불명의 인터

넷용어가 강물이 둑을 넘듯 넘쳐 쏟아져 나옵니다.  읽는 제가 시간을 두면서 한참 혼자 궁리하

고 해석해야 진도 나갈 수 있을만큼요.  휴!~  그러다 보니 나중엔 슬슬 피곤해지더군요.

 

제가 요즘 뜨고 있다는 한국의 소설을 읽어보지 못해서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발한, 색다

른 언어체계를 통째로 외운듯한, 또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참신한 표현의 풍부함이란 바다에

빠져 마구 허우적거렸단 것이랍니다.  그저 놀라움으로 책의 본내용보다 표현 하나하나를 더

곰씹어야 했고, 해석해야 했으니까요. 

 

또한 대부분의 표현이 너무도 찰랑거리고 통통 튀다 못해 도저히 잡을 수 없을만큼 앞서가 버

려서 이 또한 너무 달아 차라리 나중엔 쓴 맛이 느껴지는 싸구려 쵸콜렛처럼 결국엔 재미를 반

감 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이런 표현은 알아두었다 나중에 써 먹어야지~

했던 이 심뽀는 또 뭘까요?  재미는 있되 너무 도가 지나쳤다!라고 말하면 저의 모순됨이 면죄

를 받으려나요?  아니, 하나하나는 그렇게 심했다고 볼 수 없지만 모아놓고 보니 너무 과했어!

란 게 더 맞을까요? ㅎㅎ

 

물론 모든 표현이 다 참을 수 없을만큼 가벼움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색다

르게, 촌철살인적으로 표현된 문장도 꽤 있었지만 여러 부분에서 좀 심하다 싶을만큼 적나라

하면서도 표피적인 표현들이 많았단 이야깁니다.  어쩜 이런 류의 소설이 요즘 소설계에서 뜨

는 소설이고, 그런 현실을 반영한 소설인지는 정말 잘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분명 저도 배워

두고 싶었던 표현 또한 많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또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소설 속 주인공인 화자, 주희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대단히 냉소

적이라서 모든 표현이 심하게 비틀려 있는 듯 보였단 겁니다.  그러한 냉소가 가끔은 저같은

낙관적인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던 게 사실인데 이러한 비틀림에도 전, 한 동안 현기증을 느껴

야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주인공은 상당히 솔직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어서 무조 

건적인 거부감이 든 건 아니었구요.  뭐랄까요?  외로움과 좌절을 상당히 위악적으로 표현하

것 같단 느낌이 들었나고나 할까요?  게다가 저란 사람은 낙관적이면서 동시에 허무적인 사람

이니 주인공의 그 심사가 전혀 이해가 안되는 건 또 아니었구요. 

 

그런데 이 소설에서 가장 특이할 점이랄까, 아니 이 소설을 개성있고 관심가도록 만든 요소는

바로 책의 구성이 아닐까 합니다.  소설을 쓰려고 하고 있는 여주인공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소설이 구성되고, 그렇게 관찰하고 있는 여주인공 역시 소설 속의

주인공인 것도 흥미롭고, 소설 중간중간에 소설론이라고 할만한 소설 작법 강사의 입을 통한

소설을 짓는 법이 또 나오니까요.  이렇게 삼중, 복합적인 구조로 사람의 흥미를 끄는 것도 분

명 이 소설의 남다른 점, 그리고 장점이라고 여겨집니다.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작금의 세상처럼 복잡미묘한 시대에서 이 정도도 못 읽어내면 그건 독자로서의 도리가 아니

지요.  쓰다 보니 저 또한 뭔가 비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후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소설은 상당히 흥미롭고 감각적이면서도 다양한 표현을 선사하고 있

는데 소설을 쓰려고 꿈꾸는 사람들은 이 정도의 감각과 해박함과 표현력이 있어야 하는 걸까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절 상당히 침울하게 만들었습니다.  기가 팍 죽어버렸으니까요.  그러

서 심각하게 저의 꿈인 소설쓰기가 헛된 꿈이 아닌가 숙고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대한

은 아직 내리지 못했고 일단은 유보 상태이구요.ㅠㅠ

 

하지만 이 소설은 저같이 언젠가 소설 쓰길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소설 읽기든, 영화 보기든 어떤 상황에서 읽고 봤느냐에 따라 그 감회가

달라지는 것이고, 처음의 느낌과 두 번, 세 번 읽고 볼 때의 느낌 또한 다른 것이기에 지금 이

렇다!라고 단정짓는 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곧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새롭게 뭔가를 얻게 된다면 참 기쁘겠단 생각을 또 해봅니다.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요?

 

이 소설을 제게 보내주신 분은 이런 소설 방식도 참고하라고, 또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소

설의 모델을 제게 보여주시기 위해 이 소설을 소개해주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또한 좋은

소설, 나쁜 소설이란 분류는 애당초 별 의미가 없음을 은연 중 말씀해주시는 것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을 또 해봤습니다.  그건 전적으로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라는

걸 제게 깨우쳐주시려는 건 아니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자문해봤지요. 

 

결국 소설이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표현을 통해, 우리 안에 받아들여 재구성하는 그 행위

자체가 더 의미 있는, 말 그대로 이야기에 다름 아니지만 그걸 해석하는 사람들에 따라 엄청

난 반향이 될 수도, 의 한 편린이 될 수도 있는 그걸 우린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 것이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이 소설 소설 쓰는 여자를 통해서 저 또한 배운 게

많단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이 책을 제게 보내신 그분에게 무조건적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더

욱 깊어졌답니다.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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