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무엇을 쓸까에 대하여 제 나름의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제가 강조한 것은 필자가 상황이나 대상을 보고 감동한 것을 재료로 글을 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쓰기보다는 그것이 내 마음에서 술이 괴어 오르듯 시간을 두고 조금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 속에 남아서 그것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한다면 글을 쓰십시오.
쓰기 위하여 쓰기 보다는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쓰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쓸 것인가?
사실 글을 쓸 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가 정말 어렵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첫 문장이 독자의 주의를 확 끌어당기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러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지요?
글쎄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원고지 첫장을 마음에 들게 시작하지 못하여 수도 없이 파지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처음을 시작할까 곰곰히 생각해 보세요.
문득 멋있는 말이 떠오를 겁니다.
처음을 이렇게 인상적으로 써야 하듯이 마지막 부분도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겨야 합니다.
글을 다 읽고 나서도 마음 속에 떠나지 않도록 써야 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소설에서 주인공 스카렛 오하라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라는 말을 하지요. 이처럼 아주 인상적인 결미를 이룬다면 독자들은 그 글의 감동에 오래 사로잡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글을 주욱 이어 써내려 가는 방법으로 현재의 무엇에 촉발되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회상하면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죠.
현재 과거 현재의 시간으로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죠.
아니면 장소가 이동하는 순서로 써내려 가도 좋습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부분을 써내려 가다가 전체로 나아가도 좋구요.
다음은 설명의 방법입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정의 지정 대조 비교 비유 묘사 논증 분석 열거 분류 과정 단계 서사 등입니다.
다 설명하기보다는 묘사와 서사의 방식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묘사는 글자 그대로 그림에서 소묘하듯이 사진으로 찍듯이 대상이나 상황을 보여주라는 것입니다. 대상으로부터 받은 인상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글쓰기의 방법입니다.
묘사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로 하여금 필자와 동일한 인상을 받거나 상상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대상을 그려낸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대상의 모습을 가능한한 정확하고 풍부하게 재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필자가 그대로 그려낸다고 해서 독자가 필자와 동일한 상상적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의 속성상 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상에 대하여 지나치게 세밀하게 기술하는 것은 오히려 독자에게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거나 대상의 인상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때문입니다.
묘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대상의 지배적인 인상을 중심으로 각각의 부분들이 그것과 맺고 있는 내적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줄 수 있도록 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대상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집중적으로 묘사되어야 할 것과 생략되어도 좋을 것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이뤄진 묘사는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세세히 다루지 않더라도 독자에게 그 대상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가령 물고기를 묘사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아무리 뛰어난 묘사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백프로 완벽하게 물고기의 모습을 재현해 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물고기의 속성과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특징들을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그렇지 못한 것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거나 중심적인 특징과 관련 속에서 간략하게 다룬다면 그 물고기에 대한 묘사는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면 묘사는 단순한 언어적인 표현의 문제를 넘어서서 대상과 세계에 대한 필자의 태도, 가치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 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표현능력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 그리고 묘사되는 대상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적절한 관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동감있는 묘사를 할 수 없습니다.
묘사의 가치는 그것이 글 전체와 유기적으로 조화되지 않으면 평지돌출격으로 아무런 의미와 가치를 지닐 수 없습니다.
묘사의 예
1. 인간의 내면과 어우러진 자연 묘사
영달은 어디로 갈 것인가 궁리해 보면서 잠깐 서 있었다. 새벽의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왔다. 밝아 오는 아침 햇볕 아래 헐벗은 들판이 드러났고 곳곳에 얼어 붙은 시냇물이나 웅덩이가 반사되어서 빛을 냈다. 바람소리가 먼 데서부터 몰아쳐서 그가 섰는 창공을 베이면서 지나갔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이 수십여 그루씩 들판가에서 흔들렸다.(황석영의 <삼포가는 길>)
2. 정경묘사
마을에서 면사무소로 올라가는 자드락길 초입에 우리집이 있었다. 닭 몇 마리를 놓아 기를 만한 조그만 뜨락을 둘러친 울바자가 있었고 그 울바자 너머로 언제나 먼지와 허접쓰레기가 흩날리는 장터 거리가 있고 거기선 닷새마다 한 번씩 저가가 섰다. 무싯날에는 내왕하는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하기만 해서 동네의 개들이 몰려와서 흘레를 붙곤했다. (김주영<고기잡이는 갈대를 꺽지 않는다>)
3. 인물 묘사
고릴라의 뒷다린 듯 싶게 오금이 굽고 발끝이 밖으로 벌어진 두 다리 위에 그놈 등 뒤로 혹이 달린 짧은 동체가 붙어 있고 다시 그 위로 모가지는 있는 둥 마는 둥 중대가리로 박박 깍은 박통 만한 큰 머리가 괴상한 얼굴을 해 가지고는 올라앉은 양은 하릴없이 세계 풍속 사진 같은데 있는 아메리카 토템이다.(채만식의 <탁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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