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불황기에는 소비자 심리를 읽어라
불황기를 함께 경험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주목해봄으로써 기업들이 이러한 소비자들의 고충 및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마케팅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요즘 경기 침체가 지난 IMF 때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경제 연구 기관들의 내년도 경기 전망 자료들도 국내 경기 및 내수가 쉽사리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기 환경 및 내수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영업 및 마케팅 부문의 어려움은 어느 때 보다 더 크다고 하겠다.
마케팅 담당자들도 이런 불황기에 대비하여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 출시를 지연시키거나 지양하는 대신, 기존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인기 상품들을 보강하여 리뉴얼(Renewal)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영업 인력 확충 및 재정비로 영업망을 강화하여 하나라도 더 많이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마케팅 전략들은 불황기라는 시장 상황을 주어진 제약 상황으로만 인식한다는 점에서 다소 소극적이다. 즉, 불황기에 부진한 내수를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비용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불황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자극하여, 부진한 내수를 회복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구매로 연결되게 할 수 있을까? ‘소비자’에게로 눈을 돌린다면 이에 대한 해답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소비자들이 어떠한 마음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예컨대, 소비자들의 코드를 제대로 포착하여 불황을 극복한 바퀴 달린 신발(일명, 힐리스)이나 인라인 스케이트 사례를 들 수 있다. 이들 제품이 `’03년 상반기의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피드, 건강, 레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코드를 적시에 정확히 포착하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아무리 경기가 침체된 불황기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포커스를 맞추면 불황 극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불황기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는?
많은 기업들이 애써 만든 물건들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러나 불황기에 힘든 것은 기업들만이 아니다. 같은 시점에서 불황기를 함께 경험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과연 어떤 심리 상태일까?
우선,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한 마디로 돈이 없기 때문이다. 자금줄이 매말라서 고생하는 기업처럼, 소비자들도 구매력을 크게 상실하였다. 경제가 나빠졌으니, 전반적으로 소득 및 소비 수준이 인하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예컨대, 현재 신용불량자가 300만 명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아도 얼마나 개별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 발표된 한국은행자료에 의하면 IMF 이후 처음으로 실질 소득 수준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절대적인 소비 수준의 감소로 소비자들은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동안 누려왔던 소비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인 불안감도 동시에 느끼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고급품에 대한 소비를 쉽게 줄이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돈이 없으니 그만 사면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는 이미 고급품 소비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에게 쉽게 통하지 않는다. 이를 반영하듯이, 경기 침체가 서서히 시작된 시기에도 해외 명품 및 가짜(짝퉁) 제품들은 불티난 듯이 팔렸으며, 수입 자동차의 소비는 불황기에도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경제학적으로도 소비 수준을 높이기는 쉽지만, 낮추기는 어렵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고급품을 선호하는 고급화 트렌드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돈은 없지만 소비는 고급으로 하고 싶다는 것이 현재 많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불황기의 소비자들은 다소 혼돈스러운 심리 상태를 보인다. 앞서 언급한 리뉴얼 제품을 예로 들어보자. 불황기에 많은 기업들은 신제품을 선보이기 보다는, 인기 제품을 리뉴얼해서 보다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언뜻 보기에 비슷한 제품인 것 같은데도, 돈을 좀더 주고 사자니 왠지 상술에 속는 것 같기 때문에 혼돈스럽다. 물론 고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여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등 성공적으로 리뉴얼을 한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리뉴얼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는 그 혜택이 모호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불황기에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예산이 빠듯하게 정해져 있어서 한 번 쇼핑을 하더라도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싶어하므로, 소비자가 느끼는 혼돈감이 가중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실제로는 엇비슷해 보이는 수많은 상품들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혼란스러움도 있다.
이와 같이 불황기에 소비자들도 심정적 혹은 물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득 감소로 구매력을 상실함으로써 느끼는 불안감, 고급 소비를 지향하고 싶은 데서 오는 욕구 불만 및 혼란스러움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도 불황을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황기 소비자 심리를 읽기 위한 마케팅 포인트
앞서 살펴본 불황기에 겪는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별로 적절한 마케팅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 신뢰 마케팅 : 솔직하고 합리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정해진 한도 내에서 최대의 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당연한 심리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는 불황기에 더욱 두드러진다.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현명한 쇼핑을 위해 구매에 앞서 꼼꼼히 가격 및 품질을 비교한다. 또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고심해서 산 제품들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어한다. 이런 점에 착안하여 마케터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자. 우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상품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까다롭게 따져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화려하거나 감성에 어필하는 이미지 광고를 하는 것 보다는 제품의 우수성이나 특성을 자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한편, 구매 후에도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서 안심할 수 있도록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구매 경험담을 교환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컨대, 소니의 경우 소니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인 ‘소니스타일’을 운영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제품의 단점이나 나쁜 경험 등이 이러한 사이트를 통해서 공유되는 경우는 문제가 되므로 즉시 이에 대한 해명이나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세심함도 빠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고급화 마케팅 : 합리적인 고급화로 ‘고급화 추종자’를 잡아라
고급화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은 쉽게 그 소비 습관을 버릴 수가 없다. 기업 입장에서도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서 가격 프리미엄을 획득할 수가 있다면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최근 중국 및 동남아에서 저가 제품들과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들은 고급화를 통해 제품을 차별화 시키는 전략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고급화에 대한 욕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높은 소득 수준의 상위 고객들은 불황과 관계없이 자신들의 소비 수준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케터들이 고려해야 할 소비자들은 불황기에 소득 수준이 대폭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급화 소비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즉, 고급 소비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고급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모방하고자 하는 심리를 가진 ‘고급화 추종자’들을 의미한다. 고급화 추종자들이 불황기에도 고급화 소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스러움을 느끼면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물론, 최고급의 품질과 분위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제품의 핵심 가치는 최상으로 제공하되 매장 인테리어 및 소품 등을 조화롭게 만들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친절한 얼굴로 부대 서비스를 최상으로 제공하여 최고의 손님으로 대우 받았다고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 고객 맞춤형 마케팅 : 고객이 원하는 것을 명쾌하게 제공하라.
흔히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온라인이나 모바일 쪽에서는 개별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개인화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도 주문형 화장품, 자동차 선택 사양 폭 확대 등 고객 맞춤형 상품/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소비 심리가 위축될 경우에 개인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양을 구매하는데 저항감이 생기기 쉽다는 점에서 이러한 맞춤형 상품/서비스가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고심하게 되기 마련이며, 더군다나 예산이 빠듯하게 정해진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경우에 기업이나 마케터들은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선택 가능한 사양을 모두 다 열거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이 곤란할뿐더러, 기업 입장에서도 관리 및 조립이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 사양만을 제공하여, 그 가운데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제품에 대한 특성뿐만 아니라 주요 소비자들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수집하고 철저히 분석을 해두어야만 한다. 또한, 고객 맞춤형 상품/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사후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인이 원하는 사양대로 맞추다 보면 고장이 나더라도 소비자가 고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맞춤식 상품/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놓고, 구매 고객이 어려움에 처했을 경우에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주어야 한다.
● 제휴 마케팅 : 기업들도 뭉쳐야 산다.
지금까지 불황기 소비자들의 심리를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방안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업들이 힘을 뭉쳐서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제휴 마케팅을 고려해 볼 만하다. 최근 동종 혹은 이종의 업계에서 공동 마케팅 혹은 제휴 마케팅 노력이 한창이다. 예컨대, 이동통신 업체와 금융 업체의 제휴를 통해 새로운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나 각기 다른 소매점들이 하나의 포인트 적립제를 시행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제휴를 통한 공동 마케팅은 어려울 때일수록 다양한 고객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고객들을 고착화(Lock-in)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타업종의 업체들과 기술적 제휴를 통해서 공동으로 신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황기에 각광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제휴 업체들이 서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윈윈(Win-win) 관계가 되어야 하며, 소비자들에게도 제휴를 통한 실질적인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객을 단순히 합쳐놓는다고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까지 불황기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고충 및 심리 상태들을 살펴보고, 이에 따라 적합한 마케팅 방안이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요컨대,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를 세심하게 읽고, 이들의 요구에 충실히 대응하는 기업만이 소비자들에게 선택 받을 수 있다. 불황기일수록 소비자를 왕처럼 모시는 풍토가 보편화되고, 점점 파워가 소비자들에게로 옮겨가고 있음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 때 일수록 기업과 소비자들이 서로의 중요함을 깨달아야 하며, 기업들은 최선을 다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만 한다. 불황기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힘든 시기인 만큼, 기업과 소비자들이 하나가 되어 힘을 모을 때만 불황기의 극복이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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