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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도] [고낙훈]드디어 인도에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8. 5. 06:29
1993년 12월 20일 월요일. 여행사 직원과 10시30분에 만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8시에 기상을 한 후 식사를 하려고 호텔 l충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어제 비행기내에서 나왔던 그 이상한 닭 요리 그것이 또 이곳의 오늘 아침의 메뉴로 등장해 있는 것이다. 나는 완전히 미칠 지경이 되었다. 굶는 수 밖에 없었다. 여행을 하려면 체력이 몹시 중요한데..... 이런 식으로라면 나는 여행을 포기해야 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시 30분. 여행사 직원을 만난 후, 공항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는 공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들뜬 기분에 창 밖을 쳐다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얼마쯤 갔을까? ‘꽝’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기울며 몸 속의 장기가 몸밖으로 쏟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택시는 섰다. 몸에 약간의 충격을 받긴 했지만 나는 뒤 트렁크의 배낭 걱정이 더 앞서 그런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배낭 속의 가스. 혹시 이게 폭발한 것이 아닐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언뜻 보기에 가스가 터진 것 같진 않았다. 휴-! 한숨부터 쉬었다. 자세히 보니 택시 뒤에 앞이 찌그러진 차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차가 실수로 우리가 타고 있던 차의 뒤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운전기사는 내렸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으나 차가 찌그러졌으니 싸움이 일어날 것은 뻔했다. 그렇게 되면 비행기 시간은 어떻게 되는 것이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음을 곧 깨닫게 되었다. 운전사는 차에서 내린 후, 차의 피해상황을 살피고는 사고를 낸 운전사와 쉽게 합의를 보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두 운전사는 인상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시종일관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나는 너무 놀랬다. 우리 나라라면 과연 상상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이곳 사람들이 존경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곳의 보험제도에 관해 설명을 듣고는 이것이 너무도 당연한 알임을 알게 되었다. 사고를 쉽게 처리한 운전사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다시 상쾌한 기분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차는 밖의 멋진 풍경에도 아무 감흥이 없는 지, 야속하게도 씽씽 달렸다. 하지만 나는 잠시 후면 떠날 이 땅의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머릿속에 담기 위하여 많은 것을 보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택시가 신호대기에 걸렸을 때, 남자 오토바이 운전사와 여자 자가용 운전사가 길 한가운데서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남자는 우악스럽게 여자를 때렸고 여자는 거기에 대항이라도 하듯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주위에 차가 많이 있건만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의 여성의 지위도 그다지 높지 않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어릴 적에 동네입구에서 낮술을 먹고 만취한 아저씨들끼리 싸움이 나면 그걸 구경하며, 옆에 서 있던 나이 좀 먹은 형들이“역시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은 싸움구경하고 불구경이라니까!”라며 농담을 주고받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라.... 어찌 보면 인간이란 참 잔인한 동물이다. 인간은 스포츠라는 이름아래 권투,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의 서로 치고 받는 것을 관람하며 즐거워한다. 이는 말이 좋아 스포츠 관람이지 나쁘게 본다면 서로를 상하게 하는 싸움을 구경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게 아닌가? 또한 투견, 투우, 투계 동에 서로 돈을 걸고 또 그것을 즐기고 있다. 싸우는 짐승이야 어찌 되든 인간들은 자기들의 욕구만을 채우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기에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신호가 바뀌면서 택시는 여성 운전사가 지르는 소리를 뒤로한 채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공항으로 가는 도중 오토바이 전용 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는 오토바이 여러 대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오토바이가 매우 많이 이용된다는 설명을 듣고 있자니, 어느새 공항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택시에서 내리니 이제 정말 인도로 가게 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즐거운 마음으로 택시 운전사가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 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인가! 택시 트렁크가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놀라서 트렁크를 두드려 보기도 하고 힘으로 당겨 보기도 했지만 트렁크의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았다. 조금 전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인해 트렁크가 찌그러져 그렇게 된 것이었다. 결국 운전사는 쇠 지렛대를 구해 왔다. 그걸로도 트렁크는 잘 열리지 않았다. 또 비행기시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하늘은 우리편이었다. 어느새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트렁크 여는 것을 도왔고, 한참 실강이 끝에 드디어 트렁크는 사람들에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우리는 짐을 들고 공항에 들어갔다. 여행사 직원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수속을 마쳤다. 비행기는 말레이시아 시각으로 12시 30분에 비행장을 이륙했다. 비행기를 탄 후, 들뜬 기분에 처음에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어떤 이상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맨 처음에는 소독약 냄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없어지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냄새는 없어지지 않고 나의 코를 계속 자극했다. 나는 약간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함을 느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냄새의 발생지를 찾는데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결국 냄새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건 바로 말레이시아인 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이렇게 지독한 냄새가 사람의 몸에서 나는 냄새라니! 나의 이런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 중엔 웃으며 즐거워하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짜증이 난다. 난 머리까지 아픈데... 그래서 그런지 그들이 더 밉게 보인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나의 몸에서도 그들이 맡기엔 이상한 냄새가 날지 모르는 일이었다. 예전에 카츄사를 나오신 아버지께서 서양 사람들 몸에선 고기 썪는 냄새가 난다고 하신 적이 있었다. 반대로 서양 사람들은 한국인한테 마늘냄새가 난다고 한다고 그러셨다. 문득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그들이 맡기엔 이상한 냄새가 나겠지? 그들이 그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지 못하고 서로 즐거워하며 떠들듯이 나 역시 나의 몸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을 뿐 나의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의 이기성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내 몸의 냄새를 나는 맡지 못한다고 지금까지 내 몸에서 냄새가 안 나는 것으로 굴게 믿고 살아 왔으니.... 그러나 머리는 여전히 아프다. 냄새를 가지고 그들만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쨌든 내가 냄새맡기 싫다고 해서 모든 말레이시아 사람을 쫓아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내가 죽은 척하고 참는 수밖에.......

인도 시각으로 3시 30분. 인도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에 시계를 인도 시각에 맞추었다. 비행기는 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으로 내려앉았다. 드디어 인도구나!!

인도 전문가 : 고낙훈
출처 : 여행가이드 [국내여행,유럽여행,일본여행,중국여행,동남아여행]
글쓴이 : [여가]운영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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