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나를 자꾸 꼬신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클 수 있다고..
얼마 전, 초등 4학년인 병민이에게 들은 쇼킹한 말 한마디.
"요즘 같아선 제가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요."
학원 한번 안 다니고, 놀이터 붙박이로 언제나 해피보이였던 녀석이, 뭐든지 맨 손으로 잘 잡는 이 녀석이, 요즘 학교 생활을 버거워한다.
모자간에 히히덕거리며 잘 놀던 우리가, 이제는 감시자이자 잔소리꾼 엄마가 되었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숙제와 일기, 독후감, 준비물 챙기기에 지친 아이는 밤 10시는 기본으로 넘기고, 가끔은 11시까지 책상에 붙어있다.
컴푸터 게임을 하거나, 친구를 집에 데려와 놀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한 마디로 아, 엣날이여가 된지 오래인데, 책읽기는 여전히 좋아라해서, 책을 한번 잡으면, 아무 생각없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녀석에게 책 읽지 말라고, 숙제 다 하고 나서 읽으라고 경고를 하는 엄마가 되었다.
저녁때마다 알림장 쳐다보며 숙제 다 했는지, 준비물 잘 챙겼는지 살펴주는데도, 아이는 방과후 남아서 수업 중 못다한 암기를 하고, 문제 풀이를 하고, 벌청소를 하고 온다.
하도 답답해서, 아이의 교과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요즘 애들 이런 걸 지금 배우나, 다 아나, 똑똑하네 소리밖에 안 나온다. 대학 나온 엄마가 아이 공부를 돌봐주는 건 초등학교까지일 거 같다는 공포심도 들고, 이걸 지금 다 배우면 중고등학교땐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하지 싶은 의아심도 든다.
아이가 더이상 해피하지 않다.
지켜보며, 학교 교육을 가정에서 이어가는 엄마도 해피하지 않다.
남들 다 하는데, 너도 쫓아가야지 별 수 있냐 싶기도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선, 그래서 남들 다 하는대로 살면, 다 같이 행복한가 싶은 불손한 생각이 솟구친다.
하루종일 공부, 공부하며, 학교로, 학원으로 뻉뺑이를 도는 아이들.
정말 열심히 청춘을 불사르며 책을 잡지만, 이 사회 피라미드 구조는 그 상위층에 몇 명밖에 허용하지 않는다. 그저 중간쯤에서, 또는 조금 아래층에서 자기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수많은 우리네 인생은 그래서, 인생은 돈보다는 행복이 우선이라고, 사람이 먼저 되야 한다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외친다.
그래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를 떠받치는 학교 교육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감을 가진다. 그 학교 교육에 대해 의심하면서도.., 아이들 인성을 키우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내 아이의 선생님에 대한 교육자적 자질에 대한 의심을 하고, 아이들 행복은 돌보지 않는다고 한 수 접고 들어가면서..
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이다" 라는 이 책은 나를 자꾸 꼬신다. 보통은 책을 빨리 읽어내는 편이고, 한번 읽으면, 다 읽었다 하고 내려놓는데, 이 책은 보고 또 보고 한다.
뭐, 거창한 이념이나 이론을 다룬 책이 아닌데도..
그저, 서울 살다가 귀농한 부부가, 시골에서 아이들 통학이 불편하다는 작은 이유로 시작하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지켜보니, 처음에는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는 자기네 삶에 대해 불안해하다가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법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내용이다.
배고프면 밥 먹는 식으로..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찾아나서는 식으로..
그런 식으로 아이들은 자기 안에서 뭔가 솟구칠 때, 여기 저기서 배움을 얻는다. 솟구치는 게 없으면, 산에서 들에서 그저 논다. 자연과 같이 놀면서 자기도 모르게 생명을 사랑하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이야기다. 부모가 모든 걸 다 알고, 가르쳐주고,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부모 자식이 함께 자연속에서 커간다. 전문가가 아니라 전인이 되기를 바란다는 부모다.
확~ 학교보내지 말까 싶은 마음이 간절한 요즘이다.
이 아이가 초등학교는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이 아이 힘들어 하는 걸 뻔히 알면서, 대학 입시를 치르게 할 배짱이 있을까 싶은 요즘이다. 그 공부라는 게, 이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행복을 보장해줄까 싶고, 학력신장을 통한 사회적 성공이라는 게, 무신론자인 내게는, 마치, 종교에서 말하는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천국과 극락을 그저 믿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공부에 취미가 있고 좋아라 하는 아이라면, 그리고 내가 개천에서 용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이제는 수많은 선택이 존재하는 시대 아닐까?
맘만 먹으면, 인터넷에 널린 정보들을 토대로 뭐든지 공부할 수 있는 세상 아닌가.
다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그 길을 가는데 내가 낯설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아이를 여기, 이자리에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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