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낙관? 주가 1250P까지 내려갈 수도" 오마이뉴스 2009.08.17 09:37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자산 시장은 '수건 돌리기'다. 내 수건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면, 주가는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06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나 2007년 하반기 주식시장을 보면 그렇지 않나."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도 현 주식시장의 상황을 이와 같이 정리했다. 그는 "사려는 사람만 있을 때는 주가가 떨어질 때"라며 "현 주식시장은 분명 사려는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신중한 태도와 달리 현재 주식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코스피지수는 1591.41포인트로 장을 마무리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지표가 계속 좋아지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중론을 견지했던 일부 증권사에서 하반기 목표 주가를 올리면서, 시장에는 낙관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몇몇 언론은 이를 "신중론자들이 반성문을 썼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파티'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장의 대표적인 신중론자인 임정석 팀장은 반성문을 쓸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가는 NH투자증권이 전망한 하반기 고점인 1550포인트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임정석 팀장이 지나치게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일까?
2007년 하반기 주식시장을 돌이켜본다면, 그의 지적을 무심히 넘기기 힘들다. 코스피지수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아 시장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던 그해 10월, 코스피지수의 하락을 가장 먼저 예상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8월 주가 가장 높다, 4/4분기엔 125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임정석 팀장은 "8월이 올해 지수 평균으로는 가장 높을 것"이라며 "10월부터는 주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1250포인트까지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전망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한다. 주가가 현 경제 상황이나 기업 이익에 비해 단기간에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을 들어보자.
"몇몇 경기지표가 작년에 비해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률은 여전히 안 좋다. 경제의 실질적인 상태나 기업의 이익은 아직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경기 사이클 상으로 경기나 이익의 모멘텀(원동력)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순환적인 조정이 발생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17~23% 정도가 내려간다.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그러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는 "현재 경기 지표 회복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이 사용돼도 경제가 계속 좋을지 의문"이라며 "경제가 최악을 지난 것은 맞지만, 정상화되려면 갈 길이 아주 멀다"고 밝혔다.
주가 전망의 핵심 기준 중 하나인 PER(주가수익비율·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주식 1주가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얼마나 높게 매매되는지를 나타낸다)의 경우, 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임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3분기 기업의 이익에 비해 4분기는 같은 수준, 내년 1분기에는 (이익이) 37% 늘 것이라는 분석을 많이 하는데,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을 감안하면 기업 이익이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2월 PER이 8.2배였는데, 현재는 11.3배까지 올라왔다"며 "기업의 이익이 내려간다면, PER이 9배 중반 이상이 되기 어렵다, 현 수준에서 15% 내외의 조정 폭이 나오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단기간에 코스피지수가 급등한 것도 부담이라는 게 임 팀장의 설명이다. 지난 14일 종가는 금융위기 이후 저점인 지난해 10월 24일(938.75포인트)과 올해 저점인 3월 2일(1018.81포인트)에 비하면 각각 69.5%, 56.2% 상승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이후 주가가 한 해 동안 많이 올라야 54%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며 "장기투자자가 아닌 경우에는 주식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석 팀장과 만나 인터뷰를 나눈 것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회의실에서다. 다음은 임정석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기업 이익 예상보다 좋지만, 주가 상승 속도는 빠르다"
- 시장의 대표적인 신중론자로 꼽힌다.
"저를 신중론자라고 하는데, 저는 시장을 유연하게 보는 쪽이다. 시장을 좇기보다 시장의 불규칙한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경기 흐름과 기업 이익의 모멘텀(원동력)이 끝도 없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경기도 떨어지고 이익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주가는 내려간다.
시장이 건전하다면, 꾸준히 상승하면 좋다. 내 밥그릇을 깰 이유가 없지만,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된다면 내 임무로서는 이를 경고할 수밖에 없다."
-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다. 경기회복에 따른 당연한 상승인가? 아니면 유동성으로 인한 과열인가? "흐름상 경기는 회복 중이다. 현재는 경기가 돌고, 기업 이익이 예상보다 잘 나오면서 모멘텀에 의해 시장이 상승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 흐름 자체가 상승으로 바뀌면 시장도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GDP 등 절대적인 경제 질량은 경기 침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경기가 위축된 상태에서 돈이 많이 풀려 주가 상승을 가속화시켰다. 올해 저점이 지난 3월 2일(1018.81포인트)이었는데, 6개월도 안 돼 50% 이상 올랐다. 지금 주가 상승 속도는 경제의 펀더멘털보다 빠르다."
- 최근 지수를 신중하게 전망하던 몇몇 증권사가 하반기 지수전망을 높이자, 언론에서는 신중론자가 반성문을 썼다고 표현했다. 이를 어떻게 보나? "최근 주가 상승은 예상외로 기업의 이익이 좋았기 때문이다. 지수 전망이 틀렸다고 해서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 애널리스트가 주가를 못 맞추는 게 아니라 주가 자체가 원래 맞추기 어렵다. 물론,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관련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을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
저희가 예상하는 지수는 바운더리(범위) 개념으로, 매일 종가의 월평균 지수 값을 의미한다. 또한 주가의 속성상 일시적으로 5% 내외로 급등락할 수 있다. 1550포인트를 고점으로 전망했다고 해서 주가가 이 범위에서 움직인다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주식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투자자에게 조언할 수 있는 기준선인 것이다."
"일부 경기 지표 호전... 실물 경기가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려워"
- 시장에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낙관론에 동의하는가? "실제 낙관적인 상황이 있었고, 지금까지 이를 시장에서 반영했다. 하지만 더 이상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힘들다. 경제나 기업 이익의 모멘텀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침체 사이클 내에서 회복하는 것일 뿐이다. 지금 최악을 벗어난 것은 맞지만, 정상적인 상황으로 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 경기 흐름 사이클상 경기가 10월부터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기업 이익도 4분기부터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 12월 PER이 8.2배였는데, 지금은 11.3배에 이른다. 앞으로 기업 이익이 떨어진다면, PER은 9배 중반으로 내려갈 것이다. 대략 15% 내외의 조정 폭이 예상된다. 여기에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흡수한다면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8월이 평균지수로는 올해 가장 높을 것이다. 대체적인 그림은 올 3분기를 정점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시장이 1250포인트 내외까지 빠질 수 있다."
- 최근 경기 지표의 상승을 두고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지표상의 경기는 오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오르고 있고, 소비자신뢰지수 등 심리지표 역시 오름세다. 하지만 지표와 실물 경기에는 6~8개월의 시차가 있을 뿐더러 지금은 금융부문에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기 때문에 좋아진 것이다.
또한 고용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이 고용이라고 본다면 체감 경기의 빠른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원체 좋으니까 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착시현상까지 보였다. 현재 실물경기가 정상화됐다고 보기 힘들다."
- 기억 이익이 올해 하반기와 상반기도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3분기 국내 500대 기업 이익을 20조5천억원, 4분기에는 20조원 정도로 예상하는 곳이 많다. 3분기 이익은 그 수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지만, 4분기는 그렇지 않다. 통상 4분기에는 비경상적인 부문을 모두 정리하기 때문에 3분기보다 이익이 15~20% 적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중반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IT·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수요는 빠르게 늘기 힘들고,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고 있는 중국에서도 소비를 이어나갈 수 없다."
- 앞으로 우리 경제의 큰 변수는 출구전략이다. 경제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유동성을 흡수하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영향은 4분기부터다. 4분기에 경기 주체들이 출구전략이 임박했다고 느낀다면, 그때부터 여러 지표들이 다시 떨어질 것이다. 또한 금리 인상 등 유동성을 흡수하게 되면, 모든 자산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 글로벌 경제는 어떤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경기지표가 회복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글로벌 소비의 65%를 차지하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빠르지 않다. 특히, 과거와 비교해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푼 후 경기지표가 향상되는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미국 지표가 특히 그렇다. 실업률이 여전히 10%가 넘는다는 게 기정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몇 개월 지속되면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경기가 회복 쪽으로 변한 것은 맞지만 경기 침체 이전의 정상적인 수준까지는 상당히 멀다."
- 금융위기는 벗어났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금융위기를 가져온 요인을 상당 부분 찾았다. 통상적인 금융환경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원활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전반적인 수익력이 아직도 많이 약하다.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다. 2007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대 10년은 걸릴 수 있다."
"장기투자자가 아니라면, 주식 비중 줄여야 할 때"
- 앞으로 투자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나?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24일 저점(938.75포인트) 기준으로 해서 9개월 만에 69.5% 올랐다. 올해 저점인 3월 2일(1,018.81포인트)에 비하면 5개월 만에 56.2% 올랐다. 2004년 이후 시장 상황이 가장 좋았던 2005년 1년 동안 54% 올랐다. 지금은 2005년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투자자는 주식 자산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만약 제가 3월 주식을 샀다면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텐데, 그렇다면 수익률을 더 높이자는 생각보다는 시장을 버리는 쪽을 택할 것이다. 사람마다 기대수익률은 다르겠지만 몇 개월 새 50% 이상 수익을 낸 것은 대단한 거다."
- 일반적으로 기대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상정해야 하나? "연간수익률 기준으로 투자 당시의 3년 만기 정기예금의 3~5배 정도로 보면 된다. 현재 정기 예금 금리가 5%라면, 15~25% 정도다. 많은 이들은 더 높게 상정하는데, 10년 동안 매년 30%씩 수익을 내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도 복리의 마술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식은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게 기본이다. 주가가 오를 것 같아서 담보대출 받아 '몰빵' 투자하는데, 정말 위험하다. 워런 버핏이 대박을 낸 것은 어느 해 수익률이 매우 좋았던 게 아니라, 기간을 길게 잡았기 때문이다. 정기예금도 1년 넘게 가져가는데 위험자산을 그보다 짧게 가져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언론에서는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2007년 하반기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시 10월부터 12월까지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46조원 늘었다. 다 주식하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07년 11월부터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빠졌다. 주식을 샀는데 내 주식을 살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된다면, 20~30% 조정을 받는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려고 하면 위험한 때이고, 팔려고 하면 기회이다. 지금은 사는 쪽으로 쏠림이 시작됐다."
- 적립식펀드 가입자도 마찬가지인가? "적립식 펀드 가입자는 환매할 필요가 없다. 길게 보면 좋다. 우리나라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상당히 경쟁 우위에 있는 품목이 많다. 수요를 추세적으로 봐도 괜찮다. 1~2년 주식이나 펀드를 짧게 가져가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주식형 펀드를 저축하는 것처럼 가져갈 생각이라면 계속 보유해도 크게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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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신중한 태도와 달리 현재 주식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4일 코스피지수는 1591.41포인트로 장을 마무리해,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 지표가 계속 좋아지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중론을 견지했던 일부 증권사에서 하반기 목표 주가를 올리면서, 시장에는 낙관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다. 몇몇 언론은 이를 "신중론자들이 반성문을 썼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파티'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시장의 대표적인 신중론자인 임정석 팀장은 반성문을 쓸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가는 NH투자증권이 전망한 하반기 고점인 1550포인트를 넘어섰다. 그렇다면, 임정석 팀장이 지나치게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일까?
2007년 하반기 주식시장을 돌이켜본다면, 그의 지적을 무심히 넘기기 힘들다. 코스피지수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아 시장참가자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던 그해 10월, 코스피지수의 하락을 가장 먼저 예상한 전문가 중 한 사람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8월 주가 가장 높다, 4/4분기엔 1250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임정석 팀장은 "8월이 올해 지수 평균으로는 가장 높을 것"이라며 "10월부터는 주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 1250포인트까지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전망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의외로 간단한다. 주가가 현 경제 상황이나 기업 이익에 비해 단기간에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을 들어보자.
"몇몇 경기지표가 작년에 비해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률은 여전히 안 좋다. 경제의 실질적인 상태나 기업의 이익은 아직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주가가 빠르게 올랐다. 경기 사이클 상으로 경기나 이익의 모멘텀(원동력)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순환적인 조정이 발생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17~23% 정도가 내려간다.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그러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는 "현재 경기 지표 회복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유동성을 흡수하는 출구전략이 사용돼도 경제가 계속 좋을지 의문"이라며 "경제가 최악을 지난 것은 맞지만, 정상화되려면 갈 길이 아주 멀다"고 밝혔다.
주가 전망의 핵심 기준 중 하나인 PER(주가수익비율·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주식 1주가 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얼마나 높게 매매되는지를 나타낸다)의 경우, 현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임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현재 3분기 기업의 이익에 비해 4분기는 같은 수준, 내년 1분기에는 (이익이) 37% 늘 것이라는 분석을 많이 하는데,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을 감안하면 기업 이익이 지나치게 높게 잡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2월 PER이 8.2배였는데, 현재는 11.3배까지 올라왔다"며 "기업의 이익이 내려간다면, PER이 9배 중반 이상이 되기 어렵다, 현 수준에서 15% 내외의 조정 폭이 나오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단기간에 코스피지수가 급등한 것도 부담이라는 게 임 팀장의 설명이다. 지난 14일 종가는 금융위기 이후 저점인 지난해 10월 24일(938.75포인트)과 올해 저점인 3월 2일(1018.81포인트)에 비하면 각각 69.5%, 56.2% 상승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이후 주가가 한 해 동안 많이 올라야 54%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더 이상 오르기 힘들다"며 "장기투자자가 아닌 경우에는 주식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석 팀장과 만나 인터뷰를 나눈 것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회의실에서다. 다음은 임정석 팀장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기업 이익 예상보다 좋지만, 주가 상승 속도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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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신중론자라고 하는데, 저는 시장을 유연하게 보는 쪽이다. 시장을 좇기보다 시장의 불규칙한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경기 흐름과 기업 이익의 모멘텀(원동력)이 끝도 없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경기도 떨어지고 이익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 주가는 내려간다.
시장이 건전하다면, 꾸준히 상승하면 좋다. 내 밥그릇을 깰 이유가 없지만,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화된다면 내 임무로서는 이를 경고할 수밖에 없다."
-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다. 경기회복에 따른 당연한 상승인가? 아니면 유동성으로 인한 과열인가? "흐름상 경기는 회복 중이다. 현재는 경기가 돌고, 기업 이익이 예상보다 잘 나오면서 모멘텀에 의해 시장이 상승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 흐름 자체가 상승으로 바뀌면 시장도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GDP 등 절대적인 경제 질량은 경기 침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경기가 위축된 상태에서 돈이 많이 풀려 주가 상승을 가속화시켰다. 올해 저점이 지난 3월 2일(1018.81포인트)이었는데, 6개월도 안 돼 50% 이상 올랐다. 지금 주가 상승 속도는 경제의 펀더멘털보다 빠르다."
- 최근 지수를 신중하게 전망하던 몇몇 증권사가 하반기 지수전망을 높이자, 언론에서는 신중론자가 반성문을 썼다고 표현했다. 이를 어떻게 보나? "최근 주가 상승은 예상외로 기업의 이익이 좋았기 때문이다. 지수 전망이 틀렸다고 해서 반성문을 써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 애널리스트가 주가를 못 맞추는 게 아니라 주가 자체가 원래 맞추기 어렵다. 물론,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관련해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을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할 수 있다.
저희가 예상하는 지수는 바운더리(범위) 개념으로, 매일 종가의 월평균 지수 값을 의미한다. 또한 주가의 속성상 일시적으로 5% 내외로 급등락할 수 있다. 1550포인트를 고점으로 전망했다고 해서 주가가 이 범위에서 움직인다는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주식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투자자에게 조언할 수 있는 기준선인 것이다."
"일부 경기 지표 호전... 실물 경기가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려워"
- 시장에서는 낙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다. 낙관론에 동의하는가? "실제 낙관적인 상황이 있었고, 지금까지 이를 시장에서 반영했다. 하지만 더 이상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힘들다. 경제나 기업 이익의 모멘텀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침체 사이클 내에서 회복하는 것일 뿐이다. 지금 최악을 벗어난 것은 맞지만, 정상적인 상황으로 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 경기 흐름 사이클상 경기가 10월부터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기업 이익도 4분기부터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 12월 PER이 8.2배였는데, 지금은 11.3배에 이른다. 앞으로 기업 이익이 떨어진다면, PER은 9배 중반으로 내려갈 것이다. 대략 15% 내외의 조정 폭이 예상된다. 여기에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흡수한다면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8월이 평균지수로는 올해 가장 높을 것이다. 대체적인 그림은 올 3분기를 정점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시장이 1250포인트 내외까지 빠질 수 있다."
- 최근 경기 지표의 상승을 두고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지표상의 경기는 오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오르고 있고, 소비자신뢰지수 등 심리지표 역시 오름세다. 하지만 지표와 실물 경기에는 6~8개월의 시차가 있을 뿐더러 지금은 금융부문에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기 때문에 좋아진 것이다.
또한 고용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이 고용이라고 본다면 체감 경기의 빠른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이 원체 좋으니까 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 착시현상까지 보였다. 현재 실물경기가 정상화됐다고 보기 힘들다."
- 기억 이익이 올해 하반기와 상반기도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3분기 국내 500대 기업 이익을 20조5천억원, 4분기에는 20조원 정도로 예상하는 곳이 많다. 3분기 이익은 그 수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지만, 4분기는 그렇지 않다. 통상 4분기에는 비경상적인 부문을 모두 정리하기 때문에 3분기보다 이익이 15~20% 적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중반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IT·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수요는 빠르게 늘기 힘들고,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고 있는 중국에서도 소비를 이어나갈 수 없다."
- 앞으로 우리 경제의 큰 변수는 출구전략이다. 경제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유동성을 흡수하는 본격적인 출구전략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영향은 4분기부터다. 4분기에 경기 주체들이 출구전략이 임박했다고 느낀다면, 그때부터 여러 지표들이 다시 떨어질 것이다. 또한 금리 인상 등 유동성을 흡수하게 되면, 모든 자산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 글로벌 경제는 어떤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중국·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 경기지표가 회복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글로벌 소비의 65%를 차지하는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빠르지 않다. 특히, 과거와 비교해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푼 후 경기지표가 향상되는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미국 지표가 특히 그렇다. 실업률이 여전히 10%가 넘는다는 게 기정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몇 개월 지속되면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경기가 회복 쪽으로 변한 것은 맞지만 경기 침체 이전의 정상적인 수준까지는 상당히 멀다."
- 금융위기는 벗어났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금융위기를 가져온 요인을 상당 부분 찾았다. 통상적인 금융환경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원활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의 전반적인 수익력이 아직도 많이 약하다.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금융위기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개선 속도가 빠르지 않다. 2007년 수준을 회복하려면 최대 10년은 걸릴 수 있다."
"장기투자자가 아니라면, 주식 비중 줄여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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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24일 저점(938.75포인트) 기준으로 해서 9개월 만에 69.5% 올랐다. 올해 저점인 3월 2일(1,018.81포인트)에 비하면 5개월 만에 56.2% 올랐다. 2004년 이후 시장 상황이 가장 좋았던 2005년 1년 동안 54% 올랐다. 지금은 2005년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투자자는 주식 자산 비중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만약 제가 3월 주식을 샀다면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텐데, 그렇다면 수익률을 더 높이자는 생각보다는 시장을 버리는 쪽을 택할 것이다. 사람마다 기대수익률은 다르겠지만 몇 개월 새 50% 이상 수익을 낸 것은 대단한 거다."
- 일반적으로 기대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상정해야 하나? "연간수익률 기준으로 투자 당시의 3년 만기 정기예금의 3~5배 정도로 보면 된다. 현재 정기 예금 금리가 5%라면, 15~25% 정도다. 많은 이들은 더 높게 상정하는데, 10년 동안 매년 30%씩 수익을 내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도 복리의 마술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식은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게 기본이다. 주가가 오를 것 같아서 담보대출 받아 '몰빵' 투자하는데, 정말 위험하다. 워런 버핏이 대박을 낸 것은 어느 해 수익률이 매우 좋았던 게 아니라, 기간을 길게 잡았기 때문이다. 정기예금도 1년 넘게 가져가는데 위험자산을 그보다 짧게 가져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언론에서는 주식시장이 좋을 것이라며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2007년 하반기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시 10월부터 12월까지 주식형 수익증권 잔고가 46조원 늘었다. 다 주식하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07년 11월부터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빠졌다. 주식을 샀는데 내 주식을 살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된다면, 20~30% 조정을 받는다. 많은 사람이 주식을 사려고 하면 위험한 때이고, 팔려고 하면 기회이다. 지금은 사는 쪽으로 쏠림이 시작됐다."
- 적립식펀드 가입자도 마찬가지인가? "적립식 펀드 가입자는 환매할 필요가 없다. 길게 보면 좋다. 우리나라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상당히 경쟁 우위에 있는 품목이 많다. 수요를 추세적으로 봐도 괜찮다. 1~2년 주식이나 펀드를 짧게 가져가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주식형 펀드를 저축하는 것처럼 가져갈 생각이라면 계속 보유해도 크게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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