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실과 날실처럼 정교하게 짜인 구성과 유려하면서도 묘한 문체로 씌어진
매혹적인 사모곡이자 새로운 여성주의 역사소설!?? - 소설가 권지예
민회빈 강씨愍懷嬪姜氏(1611~1646) 우의정 석기의 둘째 딸로 금천에서 태어난 강씨는 1627년(인조 5) 세자빈이 되었다. 병자호란의 패배로 남편 소현세자, 시동생 봉림대군(후일의 효종)과 함께 청나라에 인질로 잡혀갔다. 9년 동안의 심양 볼모 생활에서 강빈은 뛰어난 장사 수완과 지혜로운 내조를 펼쳐 소현세자와 함께 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했다. 1644년 귀국 후 청과 짜고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는 인조의 의심으로 소현세자는 귀국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하였고, 그가 죽은 지 1년 뒤 강빈 또한 조씨 저주 사건의 주모자이자 임금의 음식에 독약을 넣었다는 죄목으로 사사되었다. 이어 어린 세 아들은 귀양 가고, 노모와 형제들이 모두 처형되거나 장살되었다. 1718년(숙종 44) 그동안의 혐의에서 벗어나 ‘가엾게 여기고 후회함’의 의미를 담은 ‘민회’라는 시호를 받으며 세자빈으로 신원, 복위되었다. |
조선 왕실 최초로 조선땅을 벗어나 드넓은 중국 대륙에서 국제 경영자로 우뚝 선 소현세자빈 강씨
조선 왕조 오백 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위대한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그 위대한 남성들을 낳아주고 길러주고 보필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왕실 여인들에 대한 평가는 심하게 왜곡되었거나 그 자취마저 사라져버린 경우도 있다. 남성의 입장에서 씌어진 기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왕실 여인들은 지아비의 사랑을 얻기 위해 질투와 음모를 일삼거나, 당쟁에 휘둘리는 희생자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실록에서 전해지는 소현세자빈 강씨의 모습 또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강빈은 열다섯 살에 ‘한 번 들면 영결’이라는 구중궁궐 왕실 여인이 되지만, 병자호란의 패배로 남편 소현세자와 시동생 봉림대군과 함께 청나라의 볼모로 잡혀가 심양에서 9년 여의 인질 생활을 한다. 그녀는 힘든 볼모 생활에 굴하지 않고 남편을 도와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청나라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대규모 영농과 국제무역에서 큰 성과를 이룬다. 그러나 그녀가 시대를 앞서간 대가는 너무 가혹했다. 볼모 생활을 마치고 9년 만에 돌아간 고국에서 소현세자는 왕위를 찬탈하려 한다는 인조의 의심으로 귀국 두 달 만에 독살당했고, 1년 후 강빈 또한 조씨 저주 사건 주모자로 몰려 일가와 함께 사사되고 만다.
36세 되던 봄날 꿈속에서 36세의 나이로 시아버지 인조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주인공을 만난 작가 박정애는 소설 『강빈』을 통해 360년 동안 잊혀졌던 조선 왕실의 위대한 여인 강빈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되살리고 있다.
여필종부의 삶 대신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왕실 여인,
꿈과 사랑을 위해 자신의 열정을 아낌없이 불살랐던 여인,
역사 속에서 묻혀진 위대한 여인 강빈의 36년 생애를 재조명하다
남성들의 역사(history)에 휘둘려 잘못 평가되고, 또한 남편 소현세자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던 강빈. 여성적이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그녀를 투사해본다면 강빈이란 여성이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인조와 효종대 씌어진 실록에 의하면, 강빈은 ‘성품이 흉험하고 행실이 방정치 못했으며 재물만을 탐한’ 욕심 많은 여인으로, 그리고 ‘지아비를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효성이 부족한’ 부덕한 여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중세적이고 남성적 시각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시각으로 강빈을 다시 바라보면, 이재에 밝아 재물을 모으고 그것을 베풀어 사람을 끌어모으는 능력을 가진 그녀는 오늘날 젊은 여성들이 닮고 싶어하는 리더의 모습이며, 조선의 개화를 꿈꾼 남편 소현세자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내조한 모습은 오늘날 남성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파트너상에 가깝다.
여필종부의 삶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여인, 꿈과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을 아낌없이 불살랐던 여성, 강빈. 그녀의 짧고도 치열했던 삶은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고 싶어하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해줄 것이다.
유려한 문체, 미스터리 기법이 도입된 탄탄한 구성이 돋보이는 새로운 여성주의 역사소설
1998년 『문학사상』 신인 공모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 박정애는 페미니즘의 역사를 새롭게 쓴 신세대 여성 작가라는 평을 받으며 문단의 시선을 끌었다.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려 하는 작가는 2001년에 발표한 또다른 여성소설 『물의 말』로 제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교단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으며, 여성주의 소설뿐만 아니라 청소년 소설까지 창작 활동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작가는 소설 『강빈』을 통해 역사소설에 도전했다.
시간적 순서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되는 기존의 역사소설과는 달리 이 소설은 수십여 년의 시간을 교차하는 이중 구조로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어머니와 딸의 시각이 교차되는 방식은 거시적으로 펼쳐지는 어머니 강빈의 이야기와 미시적으로 전개되는 딸 경녕군주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구성하여 강빈의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어미의 환생인 듯한 아기의 탄생을 고리로 어미(강빈)와 딸(경녕군주)의 일생을 보여주는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잊혀진 조선 왕실의 여인 강빈의 삶을 남성적 시각에서 씌어진 전쟁과 권력의 역사(history)가 아닌 목숨과 사랑을 건 어머니와 딸의 역사인 ‘허스토리(herstory)'로 새롭게 복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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