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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성강 감독의 <천년여우 여우비>애니메이션보다 먼저 소설로 만나보자!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8. 21. 17:20


 앙증맞은 꼬리 다섯 개,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
별똥별을 보며 빌고 싶은 소원도 많은 소녀 여우의 푸른 첫사랑 이야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설, 구미호 이야기. 인간의 간을 빼 먹고 인간이 되고자 했던 구미호의 이야기는 무서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운명을 거스르고자 했던 구미호의 아련한 슬픔도 느끼게 한다.《천년여우 여우비》는 우리에게 익숙한 구미호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면서 열 살짜리 소녀 여우의 두근거리는 사랑과 모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깊은 숲속, 지구에 불시착한 털북숭이 외계인 요요들과 함께 살고 있는 열 살짜리 소녀 여우 여우비. 어느 날 ‘황금이’라는 소년을 만나 우정을 나누면서 두근거리는 설렘도 느끼게 되는데, 금이와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인간이 되기를 꿈꾼다. 여우비는, 구미호가 인간이 되려면 누군가의 ‘푸른 영혼’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갈등하게 되지만 결국 사랑하는 금이를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환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슬픈 운명을 앞에 두고 여우비가 펼치는 모험담, 소년소녀의 애틋한 우정과 사랑이 잘 나타나 있는 이 작품을 두고 정호승 시인은 “샘물처럼 맑디맑은 사랑 이야기”라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실한 사랑을 지닌다는 것이 그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마리 이야기〉 이성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천년여우 여우비〉
아름다운 그림과 풍부한 이야기, 책으로 먼저 만나다!

수채화 같은 영상과 잔잔한 감동의〈마리 이야기〉를 통해 국내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성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천년여우 여우비〉는 전작보다 더 큰 스케일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 환상적인 비주얼로 개봉 전부터 세계 각국의 러브콜과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2007년 1월 25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먼저 출간된 소설《천년여우 여우비》는, 애니메이션이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그리고 있으며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을 미리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작품은 한창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말 못할 고민을 하기도 하고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비밀을 간직하며 자신만의 우정과 희망을 꿈꾸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심리를 꼼꼼하게 묘사한다. 이 밖에 소중한 사람을 위해 희생도 감수하는 여우비와 금이의 이야기를 통해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도 제공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어른이 되고 싶어 하던 어린 시절 꿈을, 하늘의 별똥별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바라던 예쁜 꿈 하나는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천년여우 여우비〉감독 이성강

지은이에 대하여

원작 이성강
〈마리 이야기〉로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철학적 깊이와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 주자.
1962년 생으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덤불 속의 재〉가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오른데 이어, 2002년에는〈마리 이야기〉로 대상을 수상했고 2004년〈오늘이〉로 자그레브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특별상, 동아 LG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단편 부분 대상 등을 받았다.

글 하은경
1968년 서울 출생.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전공했다. 2002년에〈행복한 청바지〉로 샘터상 동화 부문에 당선되면서 동화와 소설 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보리울의 여름》을 동화로 각색하여 출간했고, 단편동화집《달려라 바퀴》(공저)를 펴냈으며〈안녕 스퐁 나무〉로 제8회 문학동네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본문 중에서    

 

여우비는 그만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몸을 더 바짝 웅크린 채 금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모자에 반쯤 가려진 금이의 얼굴이 햇살을 받아 발갛게 익어 있었다. 어젯밤보다 어쩐지 더 어른스러워 보였다.
‘금이라고 했지…….’
여우비는 또다시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이번에는 얼굴이 발개지고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까지 했다.
‘어머나! 내가 정말 사춘기 병에 걸렸나봐.’
여우비는 울상이 되어 휴, 또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뒤돌아 숲을 향해 달려갔다.
숲 입구에 다다를 무렵 여우비는 여자아이로 둔갑했다. 여자아이 모습을 한 채 나뭇가지 사이를 휙휙 뛰어넘고, 곡예 하듯 나뭇가지를 타고 걸어갔다. 그러니까 기분이 차츰 좋아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걸.’
여우비는 여자아이로 둔갑한 제 모습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금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여전히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아까처럼 우울해지지는 않았다.
‘사춘기 병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닌가봐. 잘만 넘기면 마음의 키가 자란다고 했잖아.’
여우비는 발그스레해진 얼굴로 그렇게 생각했다. ―〈여우비는 사춘기래〉중에서(본문 46~47쪽)

 

 

여우비는 여전히 말없이 금이를 뚫어지게 보았다. 마치 마음속 깊은 곳에 금이의 얼굴을 꼭 심어두기라도 할 것처럼.
“있지……. 금이야, 너 나하고 한 가지 약속할 수 있어?”
여우비가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무슨 약속인데? 아냐, 좋아. 난 뭐든지 너와 약속할 수 있어.”
“진짜지? 뭐든지 나랑 약속하는 거다?”
여우비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금이가 그런 여우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나하고 영원히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해 줘.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친구로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그럴 수 있지?”
“그거야 당연하지. 난 널 영원히 친구로 기억할 거야.”
금이가 준비라도 한 것처럼 단숨에 말했다. 그리고는 그제야 여우비를 향해 수줍게 웃어 보였다.
정말이지 여우비는 금이와 오래도록 친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여우비는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창틈으로 검은 그림자가 중에서(본문 124쪽)


“그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어. 게다가 너의 영혼은 아주 특별하단다.”
“특별하다고?”
여우비는 눈동자가 밝게 빛나면서 금세 명랑해졌다.
“넌 여우의 영혼으로 태어났지만 사람이 될 운명을 가지고 있어. 널 보는 순간 난 한눈에 알아봤어. 그래서 널 유심히 살펴봤단다. 아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내가 사람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도 안 돼!”

“아니야, 여우비. 그건 네가 선택하는 거야. 운명이란 선택한다는 뜻이거든.”
“선택?”
“그래.”
“사람이 되는 걸 어떻게 선택해?”
여우비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구릉영혼이 잠시 멈칫 하더니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사람의 영혼을 가지면 돼. 예전에는 사람의 간을 빼 먹었지만 지금은 영혼을 가지면 되는 거야.”
“사람의 영혼을?”
“그래, 사람의 영혼 중에서도 푸른 영혼을 가져야 해. 하지만 사람의 영혼이 푸른빛을 띨 때는 아주 짧아. 게다가 영혼이 푸른빛을 내는 건 일생에 단 한 번뿐이야. 그리고 그 빛은 가장 진실한 순간에 나온다고 했어.”
구릉영혼은 기어코 그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여우비에게 혹시나 해가 될까봐 그동안 꾹 눌러두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영혼을 갖는다는 건, 이 세상에서 그의 생명이 사라지는 걸 의미한단다.”
―〈사람이 되고 싶어〉중에서(본문 132~134쪽)

 

 

“좋아. 네가 그 아이를 꼭 살리고 싶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해.”
“뭐, 뭔데?”
“원래는 안 되지만 네 마음이 하도 기특해서 봐주는 거야. 알겠니?”
이제 목까지 나무로 변한 여우비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애의 영혼을 주는 대신 네 영혼을 내놔.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지?”
여우비는 상기된 얼굴로 금이의 영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새가 날아가고 싶은 듯 자꾸만 날개를 파닥거렸다. 여우비는 새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음을 정한 듯 삼바바를 올려다보았다.
“좋아……. 그렇게 해. 하지만 금이를 풀어준다는 약속은 꼭 지켜야 돼!”
삼바바의 다섯 개의 머리가 동시에 끄덕거렸다. 여우비의 몸이 차츰 원래대로 돌아왔다. 휴……. 이제야 몸이 홀가분해져서 여우비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렇지만 얼굴에는 이미 슬픔이 가득 배어 있었다.
구릉영혼이 울먹이면서 끈질지게 여우비를 말렸다. 하지만 여우비는 이미 마음을 굳게 정한 상태였다. 여우비는 한결 차분해진 얼굴로 금이의 영혼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금이야, 안녕……. 다시 태어난다면 난 꼭 사람으로 태어날 거야. 그래서 널 다시 만날 거야. 그때까지 널 잊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부디 날 잊지 말아줘…….’
여우비가 천천히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댔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두 눈을 꼭 감았다.
여우비의 가슴속에서 환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곧 여우비의 얼굴과 두 손, 온 몸이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우비는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슬픈 운명 중에서(본문 225~227쪽)

출처 : **INDUNG**
글쓴이 : 인덩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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