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형사소송법의 의의
1. 형사소송법의 개념과 용어의 문제
1-1. 개념
형사소송법이란 형사절차에 관한 법규범의 총체를 말한다. 즉, 형사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그에 대해 수사를 하고, 공소제기를 하며, 재판하고, 선고된 형벌을 집행하는 일련의 절차를 형사절차라고 하는 바, 형사소송법이란 바로 이러한 형사절차를 규율하는 법규범인 것이다.
1-2. 용어의 문제
형사소송법에서 소송이라는 용어는 엄격한 의미에서 볼 때 공소제기 이후에 전개되는 공판절차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사과정에서부터 시작하여 공소제기, 공판절차, 행형의 전단계를 규율하는 법규범을 지칭함에는 형사소송법이라는 용어 보다는 형사절차법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독일에서는 Strafverfahrensrecht라는 용어를, 미국에서는 Criminal procedure law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굳이 소송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형사절차의 중심이 소송 즉, 공판절차에 있음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이해된다(이재상, 1998, 4).
2. 형법과 형사소송법
형법은 어떠한 행위가 범죄가 되고 그에 대해 어떤 종류의 형벌을 얼마만큼 부과할 것인가에 관한 법규범인데 반하여, 형사소송법이란 이러한 형법을 구체적인 경우에 적용,실현시키는 절차를 규정한 법규범이다. 따라서 양자는 밀점한 관계를 갖지 않을 수 없는데, 형법이 법전에 기록된 문자라면 형사소송법은 그러한 법전문자에 현실적인 힘을 부여하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록신,1982,1). 다음의 이야기들은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이러한 관계를 표현하는 문구들이다.
"형법이 형벌권의 발생요건을 규정하는 법률이라면, 형사소송법은 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한 법률이다"(바우만,41 ; 이재상,1987,3-4)
"형법은 '형사사법에 의한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법임에 반하여, 형사소송법은 '형사사법에 있어서 정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김기두,1986,21)
"형법은 한 사회의 지배세력이 권장 내지 용납하는 생활행위양식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정의함으로써 동지와 적의 한계를 명확히 하려는 법임에 반하여, 형사소송법은 형법의 계명이 빈말이 아님을 확인함으로써 적의 행동을 제지하고 동지에게는 정의감의 만족을 주는 의식 내지 절차의 순서와 방법을 규정한 법이다. 아울러 이러한 의식이 추잡한 난무극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세련된 격조와 법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이념이다"(신현주,1984,1-1,문장화를 위해 약간 각색함)
- 양자의 긴밀관계 : 형법이 범죄인 개선을 위해 형벌의 개별화를 이념으로 하고 있어도 형소법에 범죄인의 인격에 대한 조사절차가 마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반대로 정당한 형법이 없으면 적정한 형사절차가 불가능하다(이재상, 1998, 3).
3. 형사소송법의 성격
형사소송법이 '국가공권력에 의해 지지되고 강제되는 규범' 즉, 법규범임은 재언을 요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형사소송법은 다음의 범주에 속한다.
(가) 공법이다.
국가법체계를 공법과 사법으로 구분한다면 형사소송법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아닌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규범이므로 당연히 공법이다.
(나) 사법법이다.
국가법체계를 다시 입법법, 행정법, 사법법으로 구분한다면 형사소송법은 재판에 관한 법규범이니 사법법이다.
일반적으로 사법법은 법적 안정성의 유지를 행정법은 합목적성을 우선되는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된다. 따라서 형소법에도 법적 안정성은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며, 특히 공판절차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수사절차나 형집행절차 등에서는 합목적성도 강조된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이재상, 1998, 5)
(다) 형사법이다.
사법법은 다시 민사법과 형사법으로 구분되는 바, 형사소송법은 형사법이다.
형사법은 민사법에 비하여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띠는 법인 바, 형소법은 더욱 그러하다(이재상, 1998, 5-6).
(라) 절차법이다.
사법법은 또한 재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의 실제적 내용과 본질을 평가하는 실체법과 이러한 평가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법으로 나누어 질 수 있는 바, 이러한 구분에 의하면 형사소송법은 절차법이다.
실체법이 정적 법률관계를 다루는 법이라면 절차법은 동적, 발전적 법률관계를 다루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이재상, 1998, 6)
4. 형사소송법의 법원(法源)
4-1. 형사절차법정주의
(1) 의의(개념, 이유)
형사절차법정주의란 형사절차가 법, 특히 법률 이상의 법(헌법과 법률)에 의해 규율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렇게 형사절차가 법정되어야 하는 이유로는 형벌권 실행과정에 있어서 개인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거론된다(이재상, 1998, 4).
(2) 근거
헌법 제 12조 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죄형법정주의 뿐 아니라 형사절차법정주의까지 규정하고 있다.
(3) 민사절차와의 비교
민사분쟁은 반드시 민소법이 규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사적 자치의 원칙에 의해 해결될 수도 있지만, 형사절차에서는 이러한 자유로운 분쟁해결이 제약된다. 그리하여 이러한 측면을 형사절차법정주의의 요청으로 이해하는 견해가 있다(이재상, 1998, 4-5). 하지만 동 견해는 다음의 이유에서 따를 수 없다. 첫째, 형사절차에서도 다이버젼, 화해 등의 해결이 필요하다. 둘째, 공판 이외의 해결도 법으로 인정되면 동 해결이 절차법정주의에 위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4-2. 헌법
헌법에도 형사피고인과 피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바, 12조, 13조, 27조, 28조 등이 그러한 규정들이다.
4-3. 형식적 의미의 형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이라는 명칭을 가진 법을 말한다.
4-4. 실질적 의미의 형사소송법
내용이 형사절차에 관한 것이라면 명칭이 어떻게 붙어있든 실질적 의미에서는 형사소송법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들을 거론해 보면 다음가 같다.
조직에 관한 법률 -- 법원조직법, 검찰청법, 변호사법 등
특별절차에 관한 법 -- 소년법,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등
기타 -- 형사소송비용법, 형사보상법, 행형법, 사면법 등
4-5. 대법원규칙
헌법 제 108조는 대법원으로 하여금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규칙은 형사절차법정주의와의 관계에서 문제될 수 있으므로, 형사절차의 기본구조나 소송관계인의 이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할 수 없다고 해야 하며, 규정하는 경우에도 법률에 저촉되면 안된다. 가장 중요한 대법원규칙으로는 형사소송규칙(1982, 12, 31, 규칙 828호)이 있다.
아울러 수사절차나 형집행절차에 관한 업무상 준칙을 규정한 법무부령도 있는 바, 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 검찰사건사무규칙 등이 그 예이다.
5. 형사소송법의 적용범위
5-1. 장소적 적용범위
대한민국 법원에서 심판되는 사건에 적용되며, 영역 외일지라도 영사재판권이 미치면 적용된다. 아울러 영역 내라도 국제법상 치외법권 지역에서는 적용되지 못한다.
5-2. 시간적 적용범위
시행시부터 폐지시까지 적용된다. 법률의 변경이 있는 경우가 문제되는데, 형사소송법에는 소급효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그리하여 대부분 신법주의를 채택하면서 구법에 의해 이미 행해진 소송행위의 효력은 지속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를 혼합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이재상, 1998, 10).
우리 형소법도 부칙에서, 공소제기시를 기준으로 하여 형소법 시행 전에 공소제기된 사건에 대하여는 구법을 적용하고(1조), 시행후 공소제기된 사건에 대하여는 본법에 의하되 구법에 의해 행한 소송행위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는 것(2조)으로 규정하고 있다.
5-3. 인적 적용범위
우선 대통령은 내란,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아울러 귝회의원도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현행범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구금되지 아니한다. 여기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규정을 위반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가 문제되는데, 우리 대법원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여 공소기각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2. 9. 22, 91도3317).
마지막으로 국제법상의 예외로서 외국 사절에 대해서도 형소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문제
1. 대법원규칙이나 법무부령이 형사절차에 관해 규정할 수 있는 한계
2. 형소법과 소급효금지의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