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Yes24.com>
"인간은 태양과 죽음 중에서 그 어떤것도 직시할 수 없다" - 라 로슈푸코 -
그러나 카멜레온이란 짐승은 태양을 직시한다고 한다. 그 친구의 이름은 나라였다. 카멜레온처럼 태양을 직시하지는 못했는지 몰라도 적어도 삶의 저편 기슭을 거닐며 죽음의 안쪽을 들여다 보았던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라는 멋있는 말로 '카멜레온의 詩'는 시작된다.
우리의 80년대 고교시절을 휘어잡고 수많은 명제들을 던져준 작품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인터넷서점을 뒤져서 이 책 단행본을 구했다. 지금은 절판되어서 구하기 어렵다.(고독한 기타맨도 마찬가지) 서른이 훨씬 넘은 나이에 읽어보니, 좀 생각보다는 단순했다. 오히려 그 책을 보았던 이후로, 기억속에서 키워 온 '생각'들이 더 많았던것도 같다.
각설하고...
허영만,김세영 작품의 주인공들의 애정과 갈등구도는 유사한 것이 많은데, 주로, 남자 주인공은 자신보다 경제환경이 좋거나 현실적 능력이 뛰어난 남자캐릭터와 비교당하며 세상과 여주인공으로부터 사랑 또는 선택을 얻지못하게 되고 매 작품마다 버림받거나 배신당하게 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런 것들에 뜨겁게 반응하고, 자기이야기처럼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 나처럼..
아픔과 패배감, 열등감 등으로 좌절하게 되고, 어떤 과정 또는 스승을 만나면서, 주인공은 거듭나게 된다.
뭐 각 작품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구도가 많다.
허영만.김세영의 '카멜레온의 시'와 헤르만헷세의 '데미안'
흑기사의 '강토'와 '동수'는 카멜레온의 '강토'와 '나라'로 변신한다.
'흑기사'가 야구였다면, '카멜레온의 시'는 '권투'다.
'동수'의 캐릭터는 '나라'로 바뀌고, 흑기사에서의 둘은 친구이면서도 엄청난 경쟁자적인 관계인데
카멜레온의 시에서 '강토'와 '나라'는 " 이 지상에서 우리의 운명을 완성하자(로뜨레아몽의 싯구)'며
동반자 , 조력자, 스승제자 관계가 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강토'와 '동수', '강토'와 '나라'는 ,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자신, 즉 한사람이고
그 한사람안에 내재.분열된 '자아'인지도 모른다.
갑자기 영화 파이트클럽에 나오는 잭(에드워드 노튼)과 타일러 더든(브래드 핏트)이 떠오른다.
카멜레온의 시에서 '강토'는 데미안의 '싱클레어', '나라'는 '막스 데미안'의 역할이다.
그리고 나라의 어머니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이다. 도대체가 부정할래야 부정할수 없는 등장인물의 구도다.
허영만화백이나 김세영작가에게 정말로 물어보고 싶은 부분이다.
싱클레어의 정신적 지주가 '데미안'이었듯이 강토의 정신적 지주인 '나라'는 데미안의 형상이 분명하다.
(이승훈의 시 <나라>를 인격화한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만화가 나온 뒤 한참 뒤에 유행하게 된 홍콩영화의 트렌드 '느와르'처럼 ,
그들의 내면은 늘 고독과 절망, 사색과 철학,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는 우울한 분위기이다. - 그때는 그게 너무 멋있게 보였다 -
노트에 따로 옮겨적었던 명대사, 위대한 시구절 들...흔히 만화에 보이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고뇌'하는 '인간'을 보여준 '강토'와 그를 이끌어주는 '수퍼맨'격인 '나라'의 삶은 만화를 보면서 '철학'을 하게 만들었다.
위에서 흑기사 철가면 이야기하느라 너무 길어졌는데 (그래서 '요약글'로 흑기사의 스토리를 따로 뺏다)
카멜레온의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헤세의 데미안을 떠올리며 읽으면 정말 해석이 새로울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맞다 싶으면 '흑기사'의 구도도 억지로나마 비추어 생각해보면, 느끼는 게 있을게다.
카멜레온의 시에는 아마 '아브락사스'이야기도 많이 나올껄.
보들레르 악의 꽃, 말도로르의 노래, 절판되었던 책도 다시 출판하게 만들었던
힘을 보여준 작품
"카멜레온의 시"
어른이 되고 난 뒤 집에서 본 소감은 ...
마치 수십년을 기억속에서 그리워 한 첫사랑 소녀를 중년이 된 뒤에 만난 느낌이다.
피천득의 '인연'의 마지막 부분
'그때는 아니 보았어야 했다' ^^
200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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