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墨子)
중국 주(周) 시대(BC 8∼BC 3) 묵적(黙翟(공자보다는 후세, 맹자보다는 전대의 사람)과 묵가(墨家)의 설(說)을 모은 책. 그 설은 나를 사랑함과 같이 남을 사랑하라는 겸애설(兼愛說)을 근본으로 하고, 귀신(鬼神)은 인간계를 상벌(賞罰)한다, 근검절용(勤儉節用)을 지키라, 음악ㆍ미술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장례(葬禮)는 간략히 하라, 침략전쟁은 안 된다 등의 극히 실리적인 입장에서 혼란한 세상을 구하려고 하였다, 문장은 극히 논리적이다.
중국 전국시대 초기의 사상가 묵자의 후학인 묵가(墨家)의 설을 모은 책. <묵자>는 53편이라고 하나, <한서(漢書)>지(志)에는 71편으로 되었다. 최종적으로 성립된 것은 한(漢)의 초기까지 내려간다고 추정된다.
그 내용은 다방면에 걸쳤으나, 중심이 되는 것은 상현(尙賢)ㆍ상동(尙同)ㆍ겸애(兼愛)ㆍ비공(非攻)ㆍ절용(節用)ㆍ절장(節葬)ㆍ천지(天志)ㆍ명귀(明鬼)ㆍ비악(非樂)ㆍ비명(非命)의 10론(十論)을 풀이한 23편이다.
겸애란 사람은 '자신(自身)'ㆍ'자가(自家)'ㆍ'자국(自國)'을 사랑하듯이 '타인(他人)'ㆍ'타가(他家)'ㆍ'타국(他國)'도 사랑하라는 것이다. 비공론(非攻論)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유가(儒家)의 인(仁)이 똑같이 사랑(愛)을 주의(主意)로 삼으면서도 존비친소(尊卑親疎)의 구별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데 반하여, 겸애는 무차별의 사랑인 점이 다르고, 또한 사랑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이윽고 자신도 이롭게 한다는 '겸애교리(兼愛交利)'를 풀이한 것이었다. 절용은 사치를 삼가고 생산에 힘쓰며 소비를 줄이라고 설파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라는 절장론(節葬論)과 음악(音樂)을 허식이라 하여 물리치는 비악론(非樂論)으로 전개된다.
한편, 정치에 대해서는 상동론(尙同論)이 있으며, 그 기초로서 천지론(天志論)이 있다. 천지론은 절대적ㆍ종교적이라고 할 수 있는 천의(天意)의 존재와 거기에 따르거나 거역했을 때의 상벌을 강조한다. 상동이란 아랫사람(下)은 윗사람(上)에게 순종하라는 것이다.
"사람이란 일인일의(一人一義) 십인십의(十人十義)이므로 방치하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부락민은 이장에게, 이장은 면장에게, 점차 아래에서 위로 상동(尙同)하여 그 정점에는 최고의 현자(賢者)로서 하늘의 뜻을 받드는 천자(天子)가 있다"
는 것이다. 명귀론(明鬼論)은 하늘의 대행자로서 상벌을 내리는 귀신의 존재를 주장하였고, 비명론(非命論)은 이른바 운명을 부정하지만, 그 참뜻은 명(命: 운명론)에 현혹되어 일상의 일을 게을리하지 말도록 타이르는 것이었다.
요컨대 <묵자>는 유가가 봉건제도를 이상으로 하고 예악(禮樂)을 기조로 하는 혈연사회의 윤리임에 대하여, 오히려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지향하여 실리적인 지역사회의 단결을 주장한 것이다. 더욱이 10론 이외에 일종의 논리학을 풀이하는 편(編)과 비공론(非攻論)에서 출발한 방어술(防禦術)ㆍ축성술(築城術)에 관한 편도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이자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한 사람이며, 묵가(墨家)의 개조인 묵적(墨翟: 묵자)과 묵가의 주장을 모은 책.
<묵자> 53편은 사회변혁집단인 묵가의 300년(BC 5세기 말∼BC 122) 동안의 활동에서 축적된 이론과 기록의 전집(全集)이다. 제일 나중에 이루어진 것은 전한(前漢)말에 유향(劉向)이 편찬한 것이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는 71편이 있다고 되어 있으나, 오늘날까지 18편이 없어졌다.
53편은 다섯으로 분류된다.
제1류(類)는 친사(親士)ㆍ수신(修身)ㆍ소염(所染)ㆍ법의(法儀)ㆍ칠환(七患)ㆍ사과(辭過)ㆍ삼변(三辯)의 7편이다.
제2류는 상현(尙賢: 어진 사람을 존경함)ㆍ상동(尙同: 윗사람의 뜻에 동조함)ㆍ겸애(兼愛: 보편적 인류애)ㆍ비공(非攻: 침략 전쟁에 대한 비난)ㆍ절용(節用: 근검 절약)ㆍ절장(節葬: 장례의 간소화)ㆍ천지(天志: 하늘의 뜻과 그에 따른 상벌)ㆍ명귀(明鬼: 상벌을 내리는 귀신을 섬김)ㆍ비악(非樂: 낭비적 활동인 음악에 대한 비난)ㆍ비명(非命: 숙명론에 대한 반대)의 10론 23편이다. 원래는 10론이 각각 상ㆍ중ㆍ하 3편씩으로 되어 있어 모두 30편이었으며, 묵가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이것은 사회변혁을 위한 묵가집단의 강령이기도 한데, 각각 상ㆍ중ㆍ하편이 있는 까닭은 견해를 바꿀 때마다 상→ 중→ 하로 수정해서 고쳐 썼기 때문이다.
제3류는 경(經) 상편, 경 하편, 경설(經說) 상편, 경설 하편, 대취(大取), 소취(小取)의 6편이다. 이 제3류를 묵변(墨辯)이라고도 한다. 경 상편은 10론(十論) 등에서 사용된 중요한 개념의 정의집, 경 하편은 기본명제집, 경설 상ㆍ하편은 그것들의 해설이고 내용은 여러 가지인데, 논리학ㆍ자연학의 개념과 명제가 많아 묵가의 공인집단(工人集團)으로서의 특징이 나타나 있다. 대취는 특히 겸애론에 관한 명제집과 그 밖의 논리학적 분석, 소취는 논리학의 원리론ㆍ방법론과 7개의 전문어 해설 및 약간의 명제론ㆍ추리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4류는 경주(耕柱)ㆍ귀의(貴義)ㆍ공맹(公孟)ㆍ노문(魯問)ㆍ공수(公輸)와 비유(非儒) 하편의 6편이다. 경주 이하 4편은 후기에 쓰인 묵자의 설화집이고, 공수는 묵자의 구송설화(救宋說話)로 말기의 작품이고, 비유 하편은 유가를 비난한 문헌인데 후기에서 말기까지의 것이다.
제5류는 비성문(備城門)ㆍ비고림(備高臨)ㆍ비제(備梯)ㆍ비수(備水)ㆍ비돌(備突)ㆍ비혈(備穴)ㆍ비아부(備蛾傅)ㆍ영적사(迎敵祠)ㆍ기치(旗幟)ㆍ호령(號令)ㆍ잡수(雜守)의 11편이다. 성곽수어 집단으로서 묵가가 중기에서 후기까지 계속해서 써 나간 병기교서(兵技巧書)이고, 그 중에는 진묵(秦墨)이 쓴 것도 있다.
【묵가의 사상과 그 전개】
겸애론과 비공론은 그 원형이 묵적에 의해 이미 주창되었던 듯한데, 묵가의 여러 사상의 중심은 겸애론이다. 가장 오래된 겸애 상편은 당시 천하의 혼란을 다스리기 위해 ‘겸상애(兼相愛: 모두가 서로 사랑하라)’를 부르짖은 것인데, ‘상애(相愛: 서로 사랑하라)’란 ‘남을 사랑하기를 자기 자신을 사랑하듯 함’을 사람들이 서로 실행하는 일, 또 ‘겸상애’란 그 ‘상애’를 온 천하에 확대하는 것이다.
당초 겸애란 모든 개인, 모든 가정, 모든 나라의 상호애를 보편화하는 것을 뜻하였다. 그것은, 유가(儒家)에 의해 강행되고 있었던 당시의 윤리가 귀천친소(貴賤親疏)를 차별하고 강자측에서 약자에게 책무(責務)를 강요하던 것과는 달리, 약자를 지지하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 보편적 상호애였다.
겸애론은, 항쟁을 일삼던 전국시대를 끝낼 평화 실현의 사상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사랑의 주체가 됨으로써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사회변혁의 사상이었다. 유가인 맹자(孟子)는, 가정이라는 가족제사회의 기초단위의 질서가 문란해지면 체제가 파괴된다고 걱정하면서 겸애론을 공격했다. 겸애 중편은 겸애 상편의 ‘겸상애’에 ‘교상리(交相利: 돌아가면서 서로 이롭게 함)’를 덧붙였다. 그러나 겸애 중편은 겸애론의 내용을 만인의 보편적 상호애에서 군주의 만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랑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상동론(尙同論)과 상현론(尙賢論)에 의한 일군만민체제(一君萬民體制: 중앙집권적 전제지배)가 구상되었다. 비공 상편은 겸애 상편에서 나온 것인데, 전쟁을 크나큰 불의라고 보고 부정하였다.
그러나 비공 하편에서는 정의의 전쟁을 시인했는데, 그것은 진(秦)나라의 군사팽창노선에 의한 천하통일을 지지한 것이다. 절용 상편은 위정자가 사치를 삼가고 민중을 애호하는 구체적 방책을 제시한 것이며, 절용 중편은 위정자가 민중의 소비절약을 지도해야 함을 말했다. 천지 상․중․하편은, 귀신보다도 한층 초월적이고 상벌능력이 큰 하늘(天)을 동원하여 천자와 삼공(三公)․제후(諸侯)의 지배권의 정당성을 해명함으로써 주로 천자(天子)에 대하여 최상위자인 하늘이 원하는 의(義=겸애론)를 실행하라고 요구하였다.
상동 상ㆍ중ㆍ하편은, 묵가의 민중운동이 봉건제도하의 사대부적인 개인의 존재의의를 부정하고 아래로부터 중앙집권적 전제를 요구한 논문이다. 상동(尙同)이란 상(尙=上)에 동의(同意)하는 것, 즉 하위자가 상위자의 의(義;가치관)에 복종하는 것을 뜻한다. 인류가 미개한 야만적인 자연상태 속에서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치관이 다양했기 때문에 천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 의해서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천자를 정점으로 하는 정치권력이 발생했으며, 사람들을 천자의 일의(一義)에 상동(尙同)시키기 위한 지배기구가 갖추어진 것이라고 했다. 상현 상ㆍ중ㆍ하편은 지배기구의 일환인 관료제에 충실하라는 주장이다. 같은 일을 기준으로 하여 능력 유무를 판정하고, 서민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관료로 채용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진(秦)ㆍ한(漢) 통일제국이 나타나기 바로 전, 묵가의 겸애론은 전혀 반대 관계에 있는 상현론에 그 자리를 물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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